혼자 못하는 인간
혼자 못하는 인간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른다고 한다.‘정말?’군대를 전역하고 한 달 반.복학할 때까지 공부하고, 운동도 꾸준히 하며, 알바도 하고, 여친도 사귈 생각이었다.그런데 지금은.- B롱! B롱! 빨리!“입감 완료.’대답하고 손을 움직였다.분명히 먼저 발견하고 쐈는데, 내가 죽었다.“아씨, 야 저 새끼 핵이다.”말하자마자 팀원이 날 죽인 놈을 잡았다.“의심받을까 봐 핵 껐네.”- 지랄킥킥대는 웃음소리와 함께 어찌어찌 이겼다.시간을 확인하니 새벽 2시.- 먼저 간다.“아 왜. 한 판 더 해.”- 이겼으니까 끝내. 내일 알바 가서 피곤하면 존나 힘들어.“한 판만 더 하자고.”- 니도 뭐 좀 해라. 다음 주에 복학계 내지 않냐? 아닌가? 띠롱-알림음과 함께 친구가 대화에서 나갔다.“한 판만 더 하지.”한 판이 두 판 되고, 두 판이 세 판 되긴 한다.그러다 보면 해가 뜨고 나는 자겠지.쟤는 알바하러 가고.“알바는 지만 가나.”쟤만 가긴 한다.난 전역하고 얼마 안 지났으니까.‘나도 2달만 채우고 알바 구해야지.’생각하는 순간 큐가 잡혔다.둥- 소리와 함께 잡생각이 깨끗하게 날아갔다.“아.”제발 레오나 좀 하지 말지.부계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게임이 끝나고 보니 역시나 쓰레기였다.왜 저 캐릭은 삭제를 안 하는지 모르겠다.“병신겜 진짜.”투덜거리며 큐를 돌렸다.큐가 잡히고. 다시 돌리고.어느새 해가 떠오르고 있다.“슬슬 자야지.”아침 해를 보니 피로가 몰려왔다.부모님이 출근하실 시간이기도 하다.침대에 쏙 들어가 스마트폰을 들었다.찹츄- 찹찹츄-덴파 덴파 카이덴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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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 개꿀템 탑 5!한참 시간을 녹이다 스르르 잠들었다.* * * *“아들.”“어?”밥 먹고 방에 들어가려는데 엄마가 불렀다.“요즘 뭐하니?”“어… 그냥 노는데.”“슬슬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문득 날짜 관념이 되살아났다.날씨가 더워졌다는 것도 떠올랐다.5월 말에 전역하고 벌써 7월.전에 생각했던 2달은 진작 넘었다는 뜻.“알았어.”엄마는 내 대답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마저 주방 정리를 하시는 것.그 무심한 모습에 압박이 느껴졌다.잔소리를 듣는 것보다 훨씬 크게.방에 들어와 컴퓨터 앞에 앉았다.밥 먹고 계속 게임하려고 했는데, [게임 시작]에 손이 가지 않았다.‘뭘 하지?’알바는 찾아보려 했는데,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좀처럼 날로 먹는 일이 안 보였으니까.커뮤니티를 둘러보면 눈에 띄는 공고는 죄다 가지 말라고 하고 있었다.[시원한 데서 편하게 일하자! 코든 물류 센터!]ㄴ 코든 알바를 할 거면 차라리 저녁 시간 술집을 해라. 눈요기라도 한다.[초보 가능! 간단한 작업!]ㄴ 생산직은 끊임없는 망상에 재능이 있는 놈만 가라[월 500보장! 오토바이 리스 지원! 일한 만큼 벌어가는….]ㄴ 신호 무시하고 존나 밟아야 번다.힘들거나.지겹거나.위험하거나.빈털터리면 그중의 하나를 골라잡았을 것 같다.하지만 지금 난 살면서 가장 부유한 시기.군 월급이 모인 통장이 아주 든든하다.“일 말고 공부를 할까.”내년에 복학할 때까지 나 자신에게 투자하는 거다.그럼 나중에 알바하는 것보다 많이 벌 수 있지 않을까?좋아. 결심했다.하루에 6시간은 공부를 해야겠다.마침 입대 전에 깔짝거리던 게 있다.토익.언젠가 해외여행도 가고 싶고, 취업에도 도움이 되니까.복학 후에는 영어 공부할 시간도 없을 것 같기도 하고.“좋아.”마음을 먹고 벌떡 일어났다.엄마가 슬슬 뭐라도 하라고 하지 않았다면, 계속 놀았겠지.나는 나를 잘 안다.결심만 하면 잘 지켜지질 않는다.방문을 열고 나가 바로 안방으로 갔다.“우리 날백수 무슨 일이신가.”아버지가 스마트폰을 보다가 반겨줬다.눈치를 주는 것은 아니다. ‘꼽주려면 훨씬 직접적으로 하니까.’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말했다.“나 내일부터 영어 공부하려고.”“이제 다 놀았어?”“더 놀라 그랬는데, 엄마가 한 마디 하시네.”“그랬어? 그래도 억지로 하는 거면 하지 말어. 아빠가 보니까 넌 공부 머리가 별로야.”“언어는 내가 괜찮지 않아?”“그래그래. 알아서 해.”손을 휘젓는 아버지에게 인사하고 다시 거실.소파에 앉은 엄마가 리모콘을 잡고 날 봤다.“공부하게?”“응. 들었어?”“바로 옆인데, 들었지. 힘내.”고개를 끄덕.그 후 다시 TV를 보신다.내가 말하면 일단 믿어주시는 모습.아버지보다 과묵하신 것 같지만, 진지한 얘기할 때만 이러신다.방에 돌아오며 스마트폰을 들었다.전화를 걸었는데 한참 동안 신호음만 들렸다.- 아, 왜!“누나, 뭐해?”- 놀러 간다고 했잖아! 주변이 시끄럽다.- 혹시 엄마가 뭐라고 해?“아니, 그건 아니고. 나 내일부터 공부한다고.”- 뭐?“내일부터 공부 시작한다고!”- 그걸 왜 나한테 말해!!“그냥?”- 아 씨. 알았으니까 끊어!“어. 술 꼴아서 전남친한테 전화하지 말고.”대답 대신 툭 소리가 들렸다.통화가 끊긴 것.책상에 앉으니 이제 실감이 났다.난 내일부터 공부를 해야 한다.혼자 마음먹었으면 어물쩍 넘어갔을 텐데, 온가족에게 말했으니까.이제 가끔 가족들이 물어볼 거다.공부는 잘 돼? 많이 했어?시험은 언제야?그때 할 말이 없지 않으려면 정말 해야 한다.“그래. 이제부터 정말 공부뿐이야.”* * * * 띠리릭-현관에서 들리는 소리에 미튜브를 껐다.나가보니 엄마가 퇴근하고 돌아오셨다.인사하고 돌아와서 다시 착석.요약집을 보려고 하는데, 순간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다.‘내가 뭐하고 있는 거지?’공부하겠다 선언한 후 일주일.제대로 집중한 것은 딱 사흘.그 후로는 게임만 줄었지, 일과는 그전과 똑같아졌다.‘찜찜하게 게임하려고 가족들한테 얘기한 게 아닌데.’의자에 축 늘어져 중얼댔다.“나는 진짜….”정말 독서실이라도 가야 하나?주변 사람들이 전부 공부하면 다를까.글쎄. 이대로라면 스마트폰이나 볼 것 같다.‘머리도 복잡한데 게임이나….’문득 든 생각에 내 뺨을 쳤다.매일 6시간은 공부하겠다는 다짐은 어느새 씻긴 듯 사라졌다.가족들에게 말한 ‘공부 시작하겠다’는 말을 지키기 위해 요약본만 띄워둘 뿐이다.멍하니 모니터를 보다가 문득 추천 영상이 눈에 들어왔다.[믹스 - 아시아의 음악][한국명작 스릴러 영화 추천 TOP 7][Study with me♥ 8 hours - deep focus]저런 게 왜 내 알고리즘에.며칠 잔잔한 음악 길게 나오는 영상을 틀어놨더니 그런가.섬네일에는 책상만 보였다.종이 몇 장과 노트북. 그리고 여자 손.“공부 방송?”물어보는 것처럼 말했지만, 속으로는 저거다 싶었다.공부하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불특정 다수한테 맡기는 거다.곧장 미튜브에서 [study with me]를 쳐봤다.라이브 방송 몇 개와 몇 시간짜리 영상들이 나왔다.남자도 여자도 있다.라이브 시청자도 몇백 명 되고, 조회수도 몇만이나 된다.‘공부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건가?’이거야말로 일석이조 아닐까?바로 캠 하나를 주문했다.그 후 방송 세팅을 찾아본 후.“내일 온다니까 내일까지만 쉴까.”내일부터는 꼼짝없이 공부만 할 테니까.게임 한참 하다가 침대로.자고 일어나니 캠은 벌써 도착해 있었다.책상 옆 책장에 캠을 설치.대충 알아본 세팅으로 방송 준비를 순식간에 끝마쳤다.방송용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것쯤이야.화면은 캠이 찍는 장면을 꽉 차게. 책상 앞에 있는 내 뒷모습이 보이게 했다.“제목은, 일단 국룰 앞에 넣고…. 쓸 게 없네.”대충 지었다.[Study with me. Let’s pass the test]바로 공부를 시작했다.뒤늦게 방송이라는 압박이 느껴졌기 때문.누군지도 모를 사람들이 날 본다는 생각에 딴짓은 엄두도 못 냈다.40분 공부하고 10분 휴식.다시 40분, 10분.누군가 볼 수 있다는 압박은 생각보다 효과가 좋았다.방송 켜고 공부하기 시작한 지 사흘.아직 딴짓할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다만 휴식 시간에 하는 짓이 매번 같았다.[시청자 0명]시청자 수를 확인하는 것.‘방송 켠다고 다 와서 봐주는 게 아니네.’가끔 1명인 것을 봤다.하지만 금방 0명으로 돌아가고는 했다.채팅이 올라오는 일도 없었다.뭔가… 오기가 생겼다.한 명도, 단 한 명도 안 본다고?똑같은 공부 방송인데?자기 전까지 어떻게 해야 시청자가 들어올까 고민했다.다음 날, 나는 방송 채널을 두 개 더 만들었다.국내 인터넷 방송 플랫폼 두 가지에 각각.이참에 미튜브도 방송용 계정으로 세팅 완료.이래도 한 명도 안 들어오나 보자.그런 생각이었고.놀라울 정도로 어떤 반응도 없었다.하루, 이틀, 사흘.일주일, 보름.“진짜 이래도 안 들어오나 보자.”7월의 마지막 주.오늘은 내가 생각한 회심의 제목을 적었다.[Study with me. If I slack, coffee on me.][공부 방송. 딴짓하면 커피 사드림.] 결과는?8월이 되어버렸다.오늘까지 최고 시청자 4명.그마저도 공부를 끝낼 때쯤이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이쯤 되니 슬슬 긴장이 풀렸다.누군가 지켜본다고?누가? 습관처럼 방송을 켜고 공부하다가 지겨워질 때쯤.오늘도 아무도 없으니까 괜찮겠지.잠깐 쉬자.[게임 시작]큐를 돌려버렸다.협곡에서 구르다 보면 정신이 들 거다.시청자 수가 0명으로 표시된 것은 이미 확인했다.손을 풀고 목을 휘휘 돌리고, 집중.커피를 몇 잔 부은 듯 정신이 돌아온다.첫판은 버스를 탔다.두 번째 판은 나름 캐리했고.한 판을 더 돌릴까 말까 고민하다 문득 방송 프로그램을 확인했다.내 그림 같은 슈퍼 플레이가 녹화됐을 거라는 생각이었다.[시청자 1명]그런데 세상에.시청자가 있었다.무려 첫 채팅까지!- ㅋㅋㅋ 게임하네나도 모르게 헙 소리를 내게 하는 채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