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Crawler

아~ 틀거리벤지?

휴학 동안만 방송하려고 했다 — novelpia.com · All chapters

아~ 틀거리벤지?

국내 인터넷 방송 플랫폼 둘 중 하나.[온에어리]에서 올라온 채팅이었다.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바람 빠지는 소리만 냈다.“허.”눈을 끔뻑이다가 슬쩍 게임을 껐다.“다 쉬었으니 슬슬 공부나 할까.”중얼거리며 채팅창을 힐끗.- 커피 아무거나 말해도 됨?그제야 제목을 뭐라고 지어놨는지 떠올랐다.[딴짓하면 커피 쏨]아.모른척할까 고민하다가 말했다.“… 가까운 브랜드만 말해주세요.”제목도 내가 뱉은 말이라면 뱉은 말이다.남자가 자기 말은 지켜야지.- 엔젤 커피요“오픈 채팅방 하나 팔게요…….”씁쓸한 마음으로 기프티콘을 보냈다.물론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공부 화이팅!“옙. 화이팅.”가볍게 소통하고 공부에 집중했다.‘커피까지 얻어먹고 나가진 않겠지?’다른 생각도 하면서.그럼 집중이 아닌가 싶었어도, 아무렴 어떤가.첫 고정 시청자가 생겼는데!정신이 다른 데에 팔린 사이 알람이 울렸다.40분 공부 시간이 모두 지난 것.채팅을 또 뭐라고 쳐놨을까?바로 시선이 채팅창에 갔다.- 엔젤 커피요- 공부 화이팅!새로운 채팅은 없었다.그리고 시청자 수는 다시 0명."아 씨...."

d3kza0VLSVdxajZ6L09aWC8xUnR2SVl2UFE3TjZ5LzI4eGcreEFGMDRFVFQzRFhFbWp4ZEJwKy83ZWdLSGYzTw

익명이란 무서운 거구나.커피만 먹고 내빼도 누군지 알 수가 없다.그리고 그 후로 5일.나란 인간은 학습 능력이 없나?아니!그럴 리가 없다.고등학교 때까지 매번 전교권에서 놀았는데.‘그럼 왜 기프티콘이 벌써 3개나 나갔지?’커피를 세 잔이나 샀다.공부하면서 돈도 벌려고 켠 방송인데, 마이너스라니.전부 아메리카노여도 기분이 나쁠 수밖에.이렇게 커피를 뿌렸어도 시청자가 생겼다면 좋았을 거다.1, 2명이어도 뭔가 뿌듯했겠지.하지만 여전히 시청자가 없다.[시청자 0명]커피만 홀랑 받아먹고 가버렸던 것.‘돈으로 시청자를 잡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거였나.’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시청자를 모은 거지?공부 방송들을 몇 개 둘러봤다.시청자가 많은 방송 위주로.섬네일들을 천천히 살펴봤다.백인 남녀, 황인 남녀, 흑인 여자.다섯 명의 방송을 각각 수백 명이 보고 있다.“… 예쁘고 잘생겨서?”멀끔한 사람들이 깔끔하게 차려입고 방송한다.내 옷차림을 내려다봤다.목 늘어난 흰 티에 축구복 반바지.‘근데 난 정면도 안 보여주는데 의미가 있나?’알 수 없다.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아니 꼭 방송 시청자가 늘길 바란다기보다는. … 그래, 혼자 있다고 생각하니까 자꾸 게임 켜니까 그런 거지. 음음.”차려입으면 거기서 오는 긴장감도 있고.절대 오기가 생기거나 하지 않았다.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후 옷장에서 옷을 몽땅 꺼냈다.상의 십여 벌, 하의 다섯 벌.하나씩 입고 사진을 찍어서 누나한테 보냈다.[사진][사진][사진]……역시 곧 전화가 왔다.- 야, 뭔데 이거?“나 옷 좀 골라 줘. 대충 조합? 같은 걸로 한 세 개만.”- … 데이트라도 해?“그런 거 아니야. 그냥 멀끔해 보이게 좀 골라 줘.”- 흐응. 그래?“아줌마같이 굴지 말고.”- 썩을 놈이 부탁하면서 말 예쁘게도 하네?“누나 고마워!!”전화를 끊고 인터넷을 좀 찾아봤다.저렴한 셔츠 몇 개를 찾아서 주문했다.대충 슬랙스에 셔츠 입으면 그게 깔끔한 거지.자리에서 일어나 거울을 봤다.군대 때문에 좀 삭아서 그렇지 여전히 괜찮다.“아, 대대장 진짜.”전역 열흘 전에 빡빡 밀렸던 머리가 거슬렸다.사단장이 온다고 밀려버렸다.지금은 애매하게 자라서 아직 좀 어색하다.‘어쩔 수 없지.’당장 해결할 수 없는 건 넘어가자.이제 책상으로 갔다.책상 위부터 옆까지 기역자로 책장이 있다.내 뒤통수를 비추던 캠을 책상 구석에 고정했다.책상 앞에 앉아 있는 내가 얼굴까지 나오게.캠을 거기에 놓는 것만으로도 뭔가 압박감이 생겼다.방송 중이 아닌데도.방송 프로그램을 힐끗.카메라 비친 내가 애매한 자세로 굳어있는 게 보였다.“효과는 있을 것 같은데.”얼굴이 비치는 게 좀 찝찝하다.‘뭐가 찝찝해? 몇 명이나 본다고.’편의점만 다녀와도 지난 한 달간 내 시청자보다 많은 사람을 만날 거다.세팅을 고정하고 자리를 정리했다.* * * * 바로 다음 날 달라질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지난 한 달간의 0명 행진이 쉽게 기대하지 못하게 했다.하지만, 바로 다음 날 효과가 있었다.- 무슨 공부해요?쉬는 시간에 확인하니 처음으로 질문 같은 질문이 있었다.그동안 내가 받은 질문과 채팅은 단순하다.- 아메리카노 말고 딴건 안 돼요?- 주변에 프렌차이즈 없는데 현금은 안 돼요?- 조각 케이크도 먹고 싶은데커피 받아먹는 것 말고는 관심 없는 사람들.그런 채팅만 보다가 처음으로 채팅다운 채팅을 봤다.“흠흠.”떨리는 마음으로 목을 가다듬고.“토익 공부하고 있습니다.”리액션이 돌아올 것을 기대하며 잠깐 기다렸다.하지만 아무것도 없다.혹시 저 사람도 공부하느라 못 들었나?그런 생각에 채팅도 쳤다.- 토익이요.노란 글씨로 올라간 채팅.직후 생각난 것을 따라 눈이 움직였다.[시청자 4명]내가 기대한 숫자는 딱 1명이었다.그런데 무려 4명이나 들어와 있다!환호성이 튀어나올 것 같은데, 일단 억눌렀다.4명? 이미 한 번 겪어봤다.그래, 전 고점에 불과하다.씰룩대는 입꼬리를 감추기 위해 벌떡 일어났다.물이라도 떠와야겠다.쉬는 시간이 끝나고는 애써 평정심을 유지했다.4명이나 들어왔다고 뭔가 하려고 하면 나가버린다.지난 내 경험이 그랬다.거지 같은 문법과 사투를 하고.더 거지 같은 단어들을 머리에 쑤셔 넣길 한참.그렇게 하루가 끝났을 때.내 시청자는 전 고점을 돌파했다.[시청자 13명]무려 3배나.300% 초과 상승?미친 떡상이라 아니할 수가 없도다.“후. 오늘은 이만 끝낼게요.”얘기하고 자료를 정리하기 시작했다.깜지를 쓰던 노트와 필기구를 정리하면서 머리가 핑핑 돌아갔다.‘역시 등만 보이는 거랑 얼굴이 보이는 건 다른가?’‘집중할 때 내 얼굴 어떤지 모르는데. 쓰읍.’‘이렇게 되면 내일부터도 짤없이 공부인데.’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할 무렵, 채팅이 올라왔다.Unbal8875 : 공부 수고하셨어요.“감사합니다. 언발님도 공부하신 거예요?”바로바로 반응이 돌아오지 않는다.한국 방송은 좀 빠른 것 같았는데, 미튜브라 그런가?책장에 책과 노트를 넣고 나서 확인했을 때에야 채팅이 올라왔다.Unbal8875 : 네, 저는 한국사 준비해요.“아, 그러시구나. 저도 그거 따긴 해야 하는데.”대답하는 사이에 올라온 또 다른 사람의 채팅.- Are you Korean?“예, 예스. 아임 코리안.”이게 소통하는 맛인가?뭔가 전문 방송인이 된 것 같다.이후로도 몇 분간 채팅이 있었다.소통하다 보니 시간도 저녁 시간이 되어 방송 종료.“뭔가 된 느낌인데?”아직 짧은 머리를 쓱쓱 쓰다듬으며 웃었다.얼굴을 내비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변화가 크다니.뿌듯한 마음으로 내일 입을 옷을 확인했다.얼굴을 비춰서 이렇게 된 거라면, 계속 이대로 갔으면 좋겠으니까.그렇게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났다.또다시 일주일이 정신없이 지나가 버렸다.8월 셋째 주.오늘도 공부를 끝내고 책상을 정리하니 채팅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공부 끝나면 뭐 해요?- 머리 손질 좀 하지- 안 놀고 매일 열심이네채팅에 하나하나 답을 해주며 방송 프로그램을 확인했다.[시청자 38명]일주일 만에 또다시 거의 3배나 올랐다.매일 조금씩 나가는 진도.매일 조금씩 늘어나는 시청자.충실한 하루하루의 뿌듯함.괜히 기분이 좋아 웃으며 답을 계속했다.“머리는 좀 더 자라면 만져보려고요. 아직 너무 짧지 않아요?”사람이 40명에 가까워도 채팅 치는 사람은 많아야 대여섯 명.특히 며칠째 오는 사람은 닉을 외워버렸다.그렇게 소통하다가 슬슬 끝낼까 했을 때 누군가 물었다.Doa04 : 혹시 리버님 고민 상담도 하세요?내 유튜브 이름인 '정리버'를 부르며 물어본다.“어떤 고민이신데요? 이런 데서 말하셔도 되는 건가?”내가 상담할 능력이 되냐보다, 이런 공개적인 곳에서 말해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공부 안 하고 떠들고 있으니 어느새 50명이 된 시청자 수.학교라고 치면 우리 반, 옆 반 다 모아놓고 자기 고민을 말하는 수준이다.Doa04 : 어차피 익명인데요, 뭐.“그렇네. 어떤 고민인데요?”Doa04 : 그보다 혹시 게임 좀 아세요?“게임을 하긴 하는데…. 근데 갑자기 게임이요?”Doa04 : 정리해서 한 번에 올릴게요.도아라는 닉을 쓰는 사람은 잠시 말이 없었다.다른 사람들의 채팅에 대답해 주길 몇 분.Doa04 : 남자친구가 게임을 하는데, 그게 걱정이에요. 그 게임이 돈도 많이 써야 하고 막 사람 미치게 만든다는데…그 후로도 몇 줄이나 채팅이 이어졌다.나는 걱정해서 말리는데, 남자 친구는 구속으로 여기고 나는 그게 섭섭하다. 뭐 그런 얘기를 기이이일게 써놨다.“일단. 그게 어떤 게임인데요?”게임 얘기를 하면서 어떤 게임인지를 말 안 해주면 어떻게 상담을 해?게임이라고 다 똑같다고 생각하나?Doa04 : 네코? 네크? 그런 이름이었어요. 아저씨들이 하는 게임 같았는데짐작 가는 게임이 있다.네오 크로니클친구 중에 한 명이 한다.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아~ 틀거리벤지?”친구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처음엔 못 알아들어서 무슨 뜻인지 물어봤다.틀딱 거지 리벤지라는 뜻이었다.리벤지는 나도 안다. 대규모 전쟁 게임인데, 엄청난 현질이 필요한 게임.‘돈 없는 틀딱들이 꺼드럭대려고 하는 겜을 내가 대체 왜 시작해서!!!’내가 들은 게 조금 더 있다.‘개같은 좆망겜!!! 오리지널도 없이 몽땅 베낀 복붙겜 주제에 뭔 개발 철학이 있다고!! 개같네 진짜!’전혀 모르는 내 앞에서 펄펄 뛰고는 했다.그러다가도 방학 시즌만 되면 역대급 이벤트 한다고 같이 한다고 꼬시고는 했다.그렇게 욕하는 게임을 같이 하자고 하는 게 말이 되나.아무튼, 지금은 상담이 우선이다.“그거면 좀 심각한 거 같은데.”Doa04 : 그쵸??“제 친구가 그 게임 잘 아는데, 좋은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서요.”난 성심성의껏 상담해줬다.건전한 게임이나, 현질이 적게 들어가는 게임, 단판으로 끝나는 게임 등을 추천해 주기도 했다.다만, 내가 간과한 게 있었다.사람은 5명만 모여도 병신이 하나는 끼어있고.교실 하나 정도면 소문내기 좋아하는 놈, 시시콜콜한 것도 선생님한테 일러바치는 놈이 있다는 것.내 방송은 그런 교실이 두 개는 모여있는 곳이었다.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비밀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