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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가오가 있지

휴학 동안만 방송하려고 했다 — novelpia.com · All chapters

남자가 가오가 있지

방송을 끝낸 게 새벽 1시.씻고 자고 일어나서 본 시간이 오후 3시다.“이제 좀 살겠네.”천장을 보며 멍하니 있다가 나도 모르게 피식댔다.지난 이틀간 감정이 아주 롤러코스터를 탔었다.느닷없이 욕을 먹고 당혹스러웠던 순간.평온하던 순간을 지나, 오열하고.사람들한테 인정받는 듯한 기분을 느꼈던 마지막까지.특히 마지막에 올라왔던 채팅은 잊을 수가 없다.= 내가 안 도망친다고 했지?그렇게 말했더니 주르륵 올라오던 채팅.캬크오한 글자짜리 채팅이 주르륵 올라왔다.다양한 길이의 닉네임의 사람들이 그렇게 하니 마치 물결처럼 보였다.나를 향한 감탄으로 가득한 채팅의 물결!히죽대다가 벌떡 일어났다.‘녹화됐겠지?’컴퓨터를 켜 세 개의 플랫폼 모두 다시 봤다. 하나만 빼고 다른 둘은 정말 볼 맛이 났다.“한 번만 더 볼까….”계속 보는 게 뭔가 민망해서 혼잣말했다.침대에 있던 스마트폰이 울린 것은 두 번을 더 봤을 때였다.[ 이하나 ]세하야 일어나면 전화 좀 줘웬일로 다정한 말투로 온 톡.“허, 이거 봐라.”미안하긴 한가 보네?그렇게 생각하며 전화를 걸었고.= 세하 님, 정세하 님! 제가 진짜 미안해요! 아무리 친구 앞이어도 입조심을 했어야 했는데!!받자마자 냅다 미안하다고 하는 바람에 투덜댈 타이밍도 놓쳤다.“이 또라이가 뭔 말을 못 하게 하네.”= 그치만 나도 내가 원인인 건 아는걸? 미안.“아오.”원망할 부분을 스스로 말하며 사과해 버렸다.“애초에 단어 생긴 거 자체가 대놓고 할 거는 아니었지. 사과 그만해도 돼.”수화기 너머가 잠깐 조용했다가 말이 쏟아졌다.= 그치? 세상에, 그걸 방송에서 할 줄은 몰랐어. 진짜 음지 방송에서나 할 법한 말을 그냥 해버리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 내가 정말 그 클립 보고 심장이 철렁했다니까? 뭐라 그러지? 학교 방송을 커뮤니티 말투로 하는 거 듣는 느낌? = 진짜 다정한 말투로 단어만 그런 걸 쓰는데, 와.“그만. 그만해, 이 자식아.”= 알았어. 아무튼, 점심 먹었어?“이제 일어났어.”= 잘됐네. 내가 치킨 사 갈게, 30분만 기다려.미안한 마음을 표시한다는데 거절하면 서로 불편해진다.알겠다고 하고 씻고 반바지만 입었다.상의는 목 늘어난 티셔츠지만 안 갈아입었다.초등학교 때부터 서로 더한 꼴도 많이 봤으니까.이하나를 기다리며 내 이름을 검색해 봤다.[ 정리버 ]정세하라는 내 이름에서 성과 물 하(河)만 따다가 만든 이름.기원을 따지자면 성북동엘란드보다 오래됐다.찾아보니 생각보다 욕은 적었다.궁금해하는 사람이나 방송에 대한 반응이 많았다.“애쉬 가문 유족은 무슨. 거기서 울음이 안 나오면 싸패지.”내가 왜 저렇게 울었을까.나는 평소에는 감정 기복이 그렇게 많지 않다.영화나 소설을 볼 때도 한 걸음 떨어져 보는 경우가 많았다.몰입하면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아 그랬다.하지만 방송에서는 계속해서 채팅이 올라와서 마음 편하게 몰입했던 것 같다.내가 하는 추측과 반응에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반응하니까.그게 나를 다시 현실에 묶어두는 닻이 됐었던 것 같다.감정이 어디로 흘러가더라도 방송 중이라는 사실이 변하지 않으니.- 띵동스스로의 감정을 정리할 무렵 초인종이 울렸다.이하나가 치킨을 두 마리나 사 왔다. 후라이드, 양념 하나씩.“두 마리나 사 왔어?”“나보다 치킨이 먼저 보이냐?”“당연한 거 아닌가.”발길질을 피하며 부엌으로 갔다.바로 자리를 잡고 먹기 전, 이하나를 봤다.마지막에 봤던 게 전역 직후였을 거다.친구들과 다 같이 술을 마실 때 봤다.“쌀먹이 여전히 달콤한가 봐?”후라이드 닭다리를 들고 멈칫하더니 한입 뜯고 우물대면서 답한다.“그건 또 어떻게 기억한대.”“게임에서 장사 같은 거 한다며. 신기해서 안 잊어버렸지.”우물대는 입 양옆에 볼이 통통하다.집에서 잘 먹고 있으니 그렇겠지.아마 인생 최대 몸무게지 않을까?“속으로 해, 나쁜놈아. …미안한 거 있으니까 한 번만 욕 참는다?”“알았어, 알았어.”“그나저나 방송하더니 그런 단어도 다 배웠네.”“뭐만 하면 쌀먹쌀먹해서 금방 알겠더라.”“사람들이 천연기념물을 망쳐놨네.”“천연기념물?”“요즘 커뮤물 전혀 안 든 애가 얼마나 드문데?”그렇게 조잘대다가 말이 끊겼을 때, 이하나가 방송에 대해 물었다.“그나저나 방송은 어떻게 시작한 거야?”“혼자 공부하려니까 집중이 안 돼서.”“공부 방송이라는 얘기 듣고 혹시 했는데 진짜였네.”역시 너무 오래 봤다.대충 말해도 감시할 사람이 필요했다는 속뜻을 알아듣는다.수다를 떨며 치킨을 먹었다.“진짜 커피를 사줬다고? 딱 커피만 받아먹고 나갈 텐데! 개아까워!”방송을 시작한 이유부터 시작해 어제 일까지.“역시 싸패. 방송 보면서 별로 타격 없을 것 같았는데 진짜였네. 너 현실 사람한테는 공감 못 하잖아.”“나도 당황스러웠거든?”“사람들이 욕해도 그냥 채팅창 빤히 보던데. 나 같은 보통 사람이었으면 바로 방송 끄고 도망쳤을걸? 너 진짜 대단하더라.”그랬을 수도 있겠다.당혹스럽긴 했지만, 상황에 대한 거였다.심적으로 힘들지는 않았다.“아무튼, 거기서 네크 스토리 밀어보겠다고 하는 건 진짜 잘한 거였어. 네가 그날 방송에서 한 선택 중에 제일 좋은 선택이었어, 정말루.”“그래? 그냥 왜 해보지도 않고 욕하냐는 말에 꽂혀서 일단 해보겠다고 한 거였는데.”“이유가 어쨌든, 방송적으로나 명분으로나 괜찮았어. 다른 방송에서 1랩부터 스토리 밀기는 보통 벌칙이거든.”“… 스토리 자랑스럽다더니, 그렇지도 않았나 보네.”“그거랑 별개로 다 아는 얘기 다시 보는 거니까?”고개를 끄덕이고 넘기려고 했다.그런데 이하나가 크게 아! 감탄사를 내뱉고 따져 물었다.“너 대체 후원은 왜 안 열어둔 거야? 욕하던 방송을 보던 돈을 내면서라도 말하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다 아까워서 진짜아.”“시청자 좀 생겨서 이제 슬슬 계좌 등록하려고 했는데.”“진작 했어야지! 아으, 네 덕분에 다른 사람들만 돈 벌더라!”다른 사람이 어떻게 돈을 버냐는 질문.그 질문을 하지 말아야 했다.기다렸다는 듯이 방송에 관한 온갖 ‘조언’을 풀어냈으니까.“영상 따기가 얼마나 쉬운데? 네 클립 엄청 돌아다니더라. 아마 이번 주는 네가 다른 방송인들 수익 챙겨주는 거야.”“맞다! 방송 모르는 티 좀 그만 내!! 귀여운 여자애가 그러면 몰라, 너 같이 덩치 큰 남자가 그러면 그냥 외부인이라니까!” “사람들이 숨 쉬듯이 거짓말하니까 다 믿으면 안 돼! 너 그런 거 진짜 구분 못하더라.”“아니,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하면 안 되지! 완급 조절 몰라?”“단어를 알아야 반응한다고? 그걸 미리 공부하는 게 방송인이지!”“뭘 바라는 게 많아!! 안 되겠다, 치킨 먹고 속성 강의 간다.”귀가 따가울 정도로 하는 말을 한참 듣다가 물어봤다.“넌 방송도 안 해봤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 장사 중에 심심하면 인방만 봐서 그렇다, 왜.”“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아무튼, 알려주면 고맙지.”그렇게 마무리된 줄 알았다.귀 따가울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아아아니! 공부 방송할 때는 미튜브만 켜! 온에어리랑 라캐는 너 네크하는 거 보러 들어오는 사람들인데 왜 공부 방송부터 켜는 거야?”“그래도 방송 켜면 수익 들어오는 거 아니야?”“네크하겠지~ 하고 방송 켰는데 공부한다고 이따가 오라고 하면 사람들이 다음부터는 잘 안 들어온다니까!”방송 계획에 대해 말하니 또 잔소리를 해댔다.“넌 지금이 얼마나 큰 기회인지 알아야 해. 하꼬 방송인들한테 너 같은 기회 줄 테니까 천만 원 낼래? 하면 바로 콜, 돈 줄게 제발 팔라고 한다니까는? 정신 좀 차려어어어!!”무슨 말인지는 알겠다.근데 귀가 너무 아프다.“너 그렇게 안일하게 대충하면 그냥 어제 사건 아무것도 아닌 거 되는 거야. 처음에는 어그로로 사람 모여서 악질들만 있었는데, 마지막엔 너 보러 온 사람들로 바뀌었잖아. 그거 다 날리고 싶어? 진짜?좋은 말은 귀에 쓰다더니, 아프기까지 하다.치킨을 깔끔하게 비우고 속성으로 과외를 받았다.이런저런 단어를 알아보고 유래와 왜 쓰면 안 되는지 등을 배웠다.이건 정말 배웠다는 말이 맞다.혼자 방송을 준비했으면 몰랐을 거다.다른 방송 돌아다니면서 모르는 단어를 검색해 보는 수준이었겠지.어쨌든, 이하나가 돌아가고 나서야 귀가 쉴 수 있었다.* * * *다음 날.일단 미튜브에서만 방송을 켰다.오늘부터는 다시 공부를 해야 하니까.접수해놓은 시험이 일주일도 안 남았다.그렇게 공부하는데, 집중이 안 된다.[시청자 57명]사람이 많으면 지켜본다는 느낌에 억지로라도 했는데.‘게임을 하고 싶은 건 아닌데… 근질근질하네.’내가 하는 말에 수많은 사람이 반응하는 느낌.그 느낌이 정말 끝내줬다.그럴듯한 추측을 하면 감탄.헛소리하면 물음표가 막 올라오고.음흉한 말이라도 하면 제각각 다양한 반응을 보이던. 한 판 하면 끝나는 게임보다 훨씬 재미있었다.‘제대로 할 수 있으면 하는 게 맞나?’노트에 방송이라고 쓰고 동그라미를 계속 그렸다.공부 방송으로 용돈이나 벌었으면 좋겠다.딱 그런 마음가짐이었는데 일이 급속도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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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나의 말이 자꾸 귀를 울렸다.- 넌 지금이 얼마나 큰 기회인지 알아야 해.언젠가 들었던 아버지의 말도.- 정말 아쉽게도, 우리 아들이 공부 머리가 없어. 그래도 기회가 와도 못 잡는 바보가 되지 않으려면 필요하니 공부시키는 거야.쓰읍. 입소리를 내면서 다시 집중하려는데 알람이 울렸다.- 띠잉 띠잉 띠잉 쉬는 시간 알람.샤프를 툭 던져놓고 한숨을 쉬었다.다시 생각하니 아버지 말이 생각난 것은 명분 같다.공부 그만하려는 명분을 만들려고. “으아, 돌겠네.”머리를 헝클어뜨리고 모니터를 봤다.마침 올라와 있는 채팅 두 개.- 네크 안 함?- 온에어리 방송 안 켬?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바로 위에 답변이 있는데 또 물어본 거다.나는 가만히 있는데 사는 세상이 바뀐 느낌.뭔가 이상하다.몇 달 전에는 그냥 군인이었고.한 달 전에는 다음 날 알바가는 친구한테 게임 더 하자고 징징댔다.그런데 지금은 다른 사람들이 내게 뭘 하자고 한다.“원래 공부 방송해서요. 2부에서 네크 켤 때 다른 방송도 켤게요.”잠깐 기다리자 답이 올라왔다.- 뭔 공부여하하.그러게.오늘 집중 진짜 안 되네.그래도.남자가 가오가 있지.말해놓은 건 지켜야 한다.시험 볼 때까지는 둘 다 열심히 해보는 걸로.그렇게 다짐하는데 또 같은 걸 말하는 채팅이 올라왔다.- 네크 언제 켜냐 그때 올란다“7시쯤 오세요.”말하고 헛웃음을 삼켰다.익숙하게 대답하는 내가 조금은 낯설고 조금은 익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