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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화 - 여섯 개의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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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화 - 여섯 개의 재앙

처음에는 산인 줄 알았다.

수평선 너머로 솟아오른 검은 형체는 너무나 거대했다.

바다 한가운데에 산맥이 생겨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움직이고 있었다.

쿠르르르릉.

낮은 진동이 청해목선의 갑판을 타고 전해졌다.

백시현은 난간을 붙잡은 채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여섯 개의 머리.

각각의 머리는 거대한 선박만 했고, 목은 수십 미터 높이로 솟아 있었다.

비늘 사이에서는 검붉은 점액이 흘러내렸으며, 입가에는 부서진 배의 잔해가 매달려 있었다.

그 아래에는 더욱 거대한 몸체가 있었다.

수면 아래에 잠겨 있어 전체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해류 감지에 잡히는 그림자는 청해목선보다 몇십 배는 컸다.

[상급 신화종 출현]

[개체명: 스킬라]

[신화 계통: 그리스]

[위험 등급: 상급]

[특이 사항: 개체의 전체 규모를 측정할 수 없습니다.]

시현은 마른침을 삼켰다.

“……저걸 어떻게 상대해?”

그때 청린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상대하지 않는다.”

“네?”

“도망쳐야 한다.”

시현은 청린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그녀는 어떤 괴물이 나타나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영혼해의 세이렌과 맞섰을 때조차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청린의 눈동자에는 명백한 경계심이 담겨 있었다.

“저것은 일반적인 신화종이 아니다.”

그녀가 낮게 말했다.

“오랜 세월 신화 속에서 수많은 배를 집어삼킨 재앙이다.”

그 순간 스킬라의 머리 하나가 움직였다.

거대한 눈동자가 청해목선을 향했다.

시현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우리를 보고 있어.'

스킬라의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그 안에는 수백 개의 이빨이 층층이 박혀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콰아아아앙!

스킬라가 바다를 내리쳤다.

거대한 파도가 솟구쳤다.

청해목선이 심하게 흔들렸다.

“으아아악!”

갑판 위의 사람들이 넘어졌다.

시현은 급히 민준을 붙잡았다.

“괜찮아?”

“혀, 형……!”

민준은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현은 민준을 선실 안으로 밀어 넣었다.

“절대 밖으로 나오지 마!”

그때 청린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두 선실로 들어가라!”

그녀는 양손을 들어 올렸다.

푸른 물줄기가 청해목선 주위를 감쌌다.

[청해수벽이 전개됩니다.]

콰아앙!

거대한 파도가 장벽에 부딪혔다.

푸른빛이 크게 흔들렸다.

청린의 입술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크윽.”

시현은 그녀의 어깨를 바라보았다.

영혼해에서 입은 상처가 다시 검게 빛나고 있었다.

“청린!”

“괜찮다!”

하지만 청린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거칠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장벽을 유지했다.

잠시 후 파도가 지나갔다.

청해목선은 간신히 균형을 되찾았다.

그러나 바로 옆에 있던 구조대의 어선은 달랐다.

쾅!

거대한 파도에 휩쓸린 어선이 옆으로 기울었다.

“살려줘!”

구조대원 한 명이 바다로 떨어졌다.

시현은 급히 난간으로 달려갔다.

“사람이 빠졌어요!”

청린이 손을 뻗었다.

푸른 물줄기가 바다에 빠진 남성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스킬라의 머리 하나가 움직였다.

쐐애애액!

거대한 목이 수면을 가르며 내려왔다.

“……!”

시현의 눈이 커졌다.

콰직!

어선의 선미가 통째로 뜯겨 나갔다.

나무와 철제 부품이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그리고 스킬라의 입이 닫혔다.

시현은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 사람들이 타고 있던 배였다.

그런데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절반이 사라졌다.

“……말도 안 돼.”

스킬라는 부서진 선박을 씹지도 않았다.

그저 고개를 들어 바다에 떨어진 잔해를 내려다보았다.

마치 먹잇감을 고르는 짐승처럼.

“전투 배치!”

멀리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시현은 고개를 돌렸다.

수평선 너머에서 거대한 철제 함선이 접근하고 있었다.

선체 양옆에는 수십 개의 포문이 열려 있었다.

함선의 중앙에는 푸른 삼지창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미확인 신성 함선 접근]

[소속: 아틀란티스]

[함급: 중형 전투함]

청린의 표정이 굳었다.

“……포세이돈의 함선.”

그때 함선에서 확성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든 민간 선박은 즉시 후퇴하라!』

이어 포성이 울렸다.

콰아아앙!

함선의 측면에서 푸른 포탄들이 발사되었다.

포탄은 평범한 화약 무기가 아니었다.

푸른 신성이 응축된 탄환이었다.

쾅! 쾅! 쾅!

수십 발의 포탄이 스킬라의 목과 몸체를 강타했다.

거대한 물기둥이 솟구쳤다.

시현은 눈을 크게 떴다.

“……맞았다!”

하지만 청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물기둥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물보라가 걷혔다.

스킬라의 모습이 드러났다.

비늘 몇 개가 깨져 있었다.

그뿐이었다.

스킬라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여섯 개의 머리가 동시에 아틀란티스의 함선을 바라보았다.

청린이 중얼거렸다.

“……화나게 만들었군.”

그 순간 스킬라가 울부짖었다.

크아아아아아!

단순한 포효가 아니었다.

소리가 바다 전체를 뒤흔들었다.

시현은 귀를 막았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진동이 뼈를 타고 몸속까지 전해졌다.

[경고.]

[상급 신화종의 위압이 발생했습니다.]

[동해 용왕의 가호가 저항합니다.]

[정신 간섭 저항 성공]

시현은 무릎을 꿇었다.

“……크윽!”

선실 안에서는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일부는 귀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청린은 급히 청해목선 주위에 결계를 펼쳤다.

하지만 그녀 역시 얼굴이 창백해져 있었다.

“……저 울음소리.”

청린이 중얼거렸다.

“신성을 흔들고 있다.”

그때 아틀란티스 함선의 포격이 멈췄다.

함교 안.

강태준은 정면의 스킬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피해 보고해.”

부관이 다급하게 대답했다.

“제1포대 신성 출력 32% 감소! 좌현 포문 세 개가 고장 났습니다!”

“원인은?”

“스킬라의 포효 이후 신성석이 불안정해졌습니다!”

태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

“……흥미롭군.”

부관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총사령관님, 지금은 후퇴해야 합니다!”

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스킬라를 바라보며 손등의 문양을 활성화했다.

푸른 삼지창이 빛났다.

[포세이돈의 계약자]

[계약 등급: 중급]

[권능: 해양 지배]

[권능: 삼지창의 심판]

태준은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주포 준비.”

부관의 얼굴이 굳었다.

“하지만 신성 출력이……!”

“남은 동력을 전부 주포로 돌려.”

“총사령관님!”

태준은 차갑게 말했다.

“명령이다.”

부관은 이를 악물었다.

“……알겠습니다.”

함선의 전면에서 거대한 포문이 열렸다.

푸른빛이 응축되기 시작했다.

그 순간 태준이 낮게 중얼거렸다.

“신화 속 괴물이라.”

그는 희미하게 웃었다.

“새로운 세계에서는 너희도 질서를 따라야 한다.”

청해목선.

시현은 아틀란티스 함선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푸른빛이 모이고 있었다.

“……뭘 하려는 거죠?”

청린의 표정이 변했다.

“……저건.”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포세이돈의 신성을 직접 끌어오고 있다.”

“그게 가능한 거예요?”

“강력한 계약자라면 가능하다.”

청린은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저런 규모의 권능을 사용하면 주변 해역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그 순간.

콰아아아아앙!

푸른 섬광이 바다를 갈랐다.

거대한 삼지창 형상의 빛이 스킬라를 향해 날아갔다.

바다가 양옆으로 갈라졌다.

수면 아래에 잠겨 있던 건물 잔해와 침몰한 선박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현은 숨을 삼켰다.

푸른 삼지창이 스킬라의 중앙 머리를 강타했다.

콰드드득!

거대한 충격파가 퍼졌다.

스킬라의 비늘이 부서졌다.

검붉은 피가 바다 위로 흩뿌려졌다.

처음으로 스킬라가 비명을 질렀다.

크아아아악!

시현의 얼굴이 밝아졌다.

“……통했어요!”

하지만 그 순간 청린이 소리쳤다.

“아니다!”

“네?”

“저것은……!”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제 사냥을 시작할 것이다.”

스킬라의 여섯 머리가 동시에 움직였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갑자기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시현은 눈을 크게 떴다.

“……어디 갔지?”

그때 해류 감지가 반응했다.

[해류 감지 Lv.1 활성화]

[주변 수류에서 비정상적인 변화 감지]

[경고: 감지 범위 외부에서 대규모 수류 교란 발생]

시현의 얼굴이 굳었다.

'……아래다.'

그는 급히 소리쳤다.

“함선 아래에 있어요!”

하지만 너무 늦었다.

콰아아아아앙!

아틀란티스 함선의 아래쪽에서 거대한 충격이 발생했다.

철제 선체가 공중으로 들썩였다.

그리고.

콰직!

함선의 중앙이 찢어졌다.

“으아아악!”

갑판 위의 병사들이 바다로 떨어졌다.

거대한 스킬라의 머리 하나가 선체 아래에서 솟구쳤다.

그 입에는 함선의 철제 외벽이 물려 있었다.

시현은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수십 미터 길이의 철제 함선이 마치 장난감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그때 또 다른 머리가 움직였다.

쾅!

함선의 함교가 통째로 뜯겨 나갔다.

[아틀란티스 전투함]

[선체 내구도: 28%]

[주포 기능 상실]

[침몰 위험]

시현은 숨을 삼켰다.

“……저게 말이 돼?”

그 순간 스킬라의 머리 하나가 청해목선을 향했다.

청린의 표정이 굳었다.

“……백시현.”

“네?”

“지금 당장 사람들을 선실 가장 안쪽으로 보내라.”

시현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청린은요?”

청린은 손을 들어 올렸다.

푸른빛이 그녀의 몸을 감쌌다.

“내가 시간을 벌겠다.”

“안 돼요!”

시현이 소리쳤다.

“지금 몸도 정상이 아니잖아요!”

청린은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희미하게 웃었다.

“걱정하지 마라.”

그녀는 천천히 바다를 향해 걸어갔다.

“용궁의 공주는 그렇게 쉽게 죽지 않는다.”

하지만 시현은 알고 있었다.

그녀의 어깨에서 검은 문양이 점점 더 번지고 있었다.

영혼해에서 입은 상처가 악화되고 있었다.

그때 세이렌이 갑판 위로 올라왔다.

그녀의 목에는 여전히 푸른 구속구가 채워져 있었다.

“……미쳤어.”

세이렌이 중얼거렸다.

시현이 고개를 돌렸다.

“뭐가?”

세이렌은 스킬라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저건 지금 싸울 상대가 아니야.”

“알아.”

“아니.”

세이렌은 고개를 저었다.

“넌 몰라.”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스킬라는 배를 공격하는 괴물이 아니야.”

시현의 표정이 굳었다.

“……무슨 뜻이야?”

세이렌은 바다를 바라보았다.

“배에 탄 사람들을 사냥하는 괴물이야.”

그 순간.

스킬라의 여섯 머리가 동시에 움직였다.

그중 세 개는 아틀란티스 함선을 향했다.

나머지 세 개는 청해목선을 향했다.

시현의 눈이 커졌다.

“……!”

세이렌이 낮게 말했다.

“여섯 개의 머리는 각각 다른 먹잇감을 노려.”

그녀는 시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번 먹잇감으로 정하면…….”

스킬라의 머리 하나가 입을 벌렸다.

“……절대 놓치지 않아.”

콰아아아앙!

거대한 목이 청해목선을 향해 내려왔다.

청린이 양손을 들어 올렸다.

“청해수벽!”

푸른 장벽이 형성되었다.

하지만.

콰직!

스킬라의 이빨이 장벽을 그대로 깨뜨렸다.

청린의 눈이 커졌다.

“……!”

거대한 머리가 청해목선의 앞부분을 물어뜯었다.

콰드드득!

선체가 찢어졌다.

갑판이 갈라졌다.

“으아아악!”

사람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시현은 난간을 붙잡았다.

하지만 바닥이 기울어지면서 몸이 뒤로 밀려났다.

[경고.]

[청해목선 선체 내구도: 19%]

[신성 동력 잔량: 4%]

[항해 기능 상실]

시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안 돼.”

그때 민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

시현은 고개를 돌렸다.

선실 입구가 무너지고 있었다.

민준과 그의 어머니가 그 안에 갇혀 있었다.

“민준아!”

시현은 급히 달려갔다.

하지만 그 순간.

스킬라의 또 다른 머리가 움직였다.

거대한 그림자가 청해목선 위로 드리워졌다.

시현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는 수백 개의 이빨이 가득한 입이 있었다.

그리고.

그 입이 천천히 닫히기 시작했다.

멀리 아틀란티스 전투함의 잔해 위.

강태준은 피가 흐르는 이마를 손으로 닦았다.

그의 앞에는 부서진 함교와 쓰러진 병사들이 있었다.

부관이 다급하게 외쳤다.

“총사령관님! 철수해야 합니다!”

태준은 스킬라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 자신이 날린 삼지창의 심판.

분명히 스킬라에게 상처를 입혔다.

하지만 그 대가로 함선이 파괴되었다.

그는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이 정도인가.”

부관이 물었다.

“네?”

태준은 낮게 말했다.

“포세이돈의 권능을 사용하고도…….”

그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고작 상처 하나라니.”

그때 스킬라의 거대한 그림자가 함선 위로 드리워졌다.

부관이 비명을 질렀다.

“총사령관님!”

태준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스킬라의 머리 하나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순간 태준의 손등에 새겨진 삼지창 문양이 빛났다.

[포세이돈의 신탁]

[계약자 강태준에게 경고합니다.]

[현재 개체는 정상적인 신성 지배 대상이 아닙니다.]

[추가 교전 금지]

태준의 표정이 굳었다.

“……뭐?”

그리고 다음 메시지가 나타났다.

[해당 신화종의 활동 해역은 신성 권한이 제한됩니다.]

[경고.]

[스킬라의 사냥터에 진입했습니다.]

태준은 천천히 스킬라를 바라보았다.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괴물을 사냥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달랐다.

처음부터 자신들이 사냥감이었다.

멀리서 청해목선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콰아아아앙!

태준은 그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낮게 중얼거렸다.

“……전 함대.”

그의 목소리가 무전기를 통해 퍼졌다.

“철수 준비.”

태준은 이를 악물었다.

“……우리가 졌다.”

그 순간.

스킬라의 여섯 머리가 동시에 울부짖었다.

크아아아아아!

바다 전체가 흔들렸다.

그리고 수면 아래에서.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거대한 몸체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고.]

[상급 신화종 스킬라의 본체가 활성화됩니다.]

[현재 해역의 생존 가능성 급감]

[신화종 고유 권능이 발동합니다.]

[권능명: 여섯 목의 사냥터]

시현의 눈앞에 마지막 메시지가 떠올랐다.

[사냥터에 지정된 모든 선박은 탈출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