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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화 영혼을 부르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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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화 영혼을 부르는 노래

노랫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아주 작았다.

바람에 섞여 들려오는 콧노래처럼, 누군가 멀리서 흥얼거리는 소리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소리는 선명해졌다.

아름답고 부드러운 선율.

듣고 있으면 모든 걱정이 사라질 것 같은 목소리였다.

문제는 그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었다.

“……엄마.”

민준이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엄마가…… 저기 있어.”

그는 난간을 향해 걸어갔다.

옆에 있던 민준의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

“여보……?”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당신 살아 있었어?”

백시현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뭐 하는 거야?”

그가 민준의 어깨를 붙잡았다.

하지만 민준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바다를 향해 손을 뻗을 뿐이었다.

“엄마…… 나 왔어.”

민준의 발이 난간 위로 올라갔다.

“안 돼!”

시현은 급히 민준이를 끌어당겼다.

두 사람이 갑판 위로 넘어졌다.

쿵!

“정신 차려!”

하지만 민준은 계속 몸부림쳤다.

“놔! 엄마가 기다리고 있단 말이야!”

시현은 이를 악물었다.

'……환각인가?'

그때 눈앞에 푸른 창이 나타났다.

[정신 간섭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동해 용왕의 가호 Lv.1이 저항합니다.]

[현재 정신 오염도: 4%]

시현의 표정이 굳었다.

'나도 영향을 받고 있는 거야?'

그 순간 청린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두 귀를 막아라!”

그녀는 손을 들어 올렸다.

푸른 물줄기가 청해목선 주위를 감쌌다.

[청해수막(靑海水幕)이 전개됩니다.]

거대한 물의 장막이 배를 둘러쌌다.

노랫소리가 조금씩 멀어졌다.

사람들이 하나둘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어?”

“방금 무슨 일이…….”

시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청린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오래 버티지는 못한다.”

“왜요?”

시현이 물었다.

청린은 바다를 노려보았다.

“저 노래는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네?”

“영혼에 직접 울려 퍼지는 노래다.”

그 순간.

물의 장막 너머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후후…… 재미있네.』

아름다운 여인의 목소리였다.

『동해 용궁의 공주님이 직접 왔을 줄이야.』

청린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모습을 드러내라.”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목소리가 장난스럽게 이어졌다.

『나는 그저 노래를 불렀을 뿐인데.』

청린은 손을 들어 올렸다.

“그 노래를 당장 멈춰라.”

『싫다면?』

“후회하게 될 것이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그럼 한번 해볼까?』

콰아아아앙!

물의 장막이 폭발했다.

거대한 충격파가 청해목선을 뒤흔들었다.

“으아악!”

사람들이 갑판 위로 넘어졌다.

시현은 난간을 붙잡았다.

그리고 바다를 바라보았다.

수면 위로 한 여인이 떠오르고 있었다.

은빛 머리카락.

보랏빛 눈동자.

창백할 정도로 하얀 피부.

허리 아래로는 물결처럼 흔들리는 검푸른 비늘이 드러났다.

인간처럼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 미소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섬뜩함이 담겨 있었다.

[신화종이 출현했습니다.]

[개체명: 세이렌]

[소속 해역: 영혼해]

[위험 등급: 상급]

[특성: 정신 간섭, 기억 침식, 영혼 유인]

시현은 마른침을 삼켰다.

'……상급?'

조금 전까지 상대했던 괴물들과는 격이 달랐다.

세이렌은 청린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오랜만이네, 용궁의 공주님.』

청린의 표정이 굳었다.

“……나를 아느냐?”

『물론이지.』

세이렌은 고개를 기울였다.

『동해 용왕의 셋째 딸. 청린.』

그녀의 미소가 짙어졌다.

『그리고……』

보랏빛 눈동자가 시현을 향했다.

『드디어 찾았네.』

시현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나?”

세이렌은 즐겁다는 듯 웃었다.

『그래. 너.』

그녀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백시현.』

시현의 얼굴이 굳었다.

'……이름까지 알고 있어?'

청린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에게 손대지 마라.”

세이렌은 청린을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감싸는 거야?』

“그는 동해 용왕의 계약자다.”

『알아.』

세이렌이 웃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잖아?』

청린의 눈빛이 흔들렸다.

세이렌은 시현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네 안에서 아주 오래된 노래가 들려.』

시현은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났다.

『수천 년 동안 잊혀졌던 노래.』

“……무슨 소리야?”

『궁금하지 않아?』

세이렌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네가 누구인지.』

그 순간 시현의 머릿속에 이상한 장면이 스쳤다.

끝없이 펼쳐진 검은 바다.

그 위에 떠 있는 일곱 개의 왕좌.

그리고.

모든 왕좌가 무너지는 광경.

“……!”

시현은 머리를 움켜쥐었다.

[경고.]

[미확인 기억 간섭이 발생했습니다.]

[정신 오염도: 12%]

[동해 용왕의 가호가 저항합니다.]

청린이 급히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백시현!”

시현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괜찮아요.”

하지만 전혀 괜찮지 않았다.

머릿속에 떠오른 장면이 너무나 생생했다.

마치 직접 본 기억 같았다.

세이렌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시현을 바라보았다.

『역시 반응하네.』

그녀는 천천히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청린이 즉시 손을 들어 올렸다.

“청해수창!”

푸른 물의 창이 허공을 갈랐다.

콰아앙!

창이 세이렌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그녀는 가볍게 몸을 비틀었다.

물의 창이 허공을 지나 바다에 꽂혔다.

『너무하네.』

세이렌이 웃었다.

『인사도 제대로 못 했는데.』

청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손끝에서 수십 개의 물방울이 떠올랐다.

“수룡탄.”

물방울들이 날카로운 탄환으로 변했다.

쐐애애액!

수십 개의 물탄이 세이렌을 향해 쏟아졌다.

세이렌은 손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검은 물결이 솟구쳤다.

콰드드득!

물탄들이 검은 물결에 흡수되었다.

청린의 표정이 굳었다.

“……영혼해의 물?”

『정답.』

세이렌은 즐겁게 웃었다.

『여기는 이미 내 바다야.』

시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언제부터였을까.

푸른빛이던 바다가 점점 검게 변하고 있었다.

청해목선의 돛도 검은 얼룩에 잠식되고 있었다.

[경고.]

[현재 해역의 신성 구성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동해 용왕의 권능 영향력 감소]

[영혼해의 침식 진행 중]

시현의 눈이 커졌다.

“……청린!”

“알고 있다.”

청린은 이를 악물었다.

“이곳은 더 이상 동해의 바다가 아니다.”

세이렌이 미소 지었다.

『이제야 이해했네.』

그녀는 두 팔을 벌렸다.

『환영해.』

검은 파도가 청해목선을 둘러쌌다.

『영혼해에 온 걸.』

갑판 아래에서 비명이 들렸다.

“살려주세요!”

시현은 급히 고개를 돌렸다.

선실에서 사람들이 뛰쳐나오고 있었다.

그들의 눈동자는 다시 초점을 잃어 있었다.

“엄마!”

민준이 울음을 터뜨렸다.

민준의 어머니가 난간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시현은 급히 달려갔다.

“아주머니!”

그는 민준의 어머니의 팔을 붙잡았다.

하지만 그녀는 시현을 밀어냈다.

“놔!”

“정신 차리세요!”

“우리 남편이…… 저기 있어!”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남편이 살아 있어!”

시현은 바다를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검은 물결뿐이었다.

'……환각이야.'

시현은 이를 악물었다.

“아주머니, 저기 아무도 없어요!”

하지만 그녀는 듣지 않았다.

그때 청린의 목소리가 들렸다.

“백시현! 사람들을 선실로 데려가라!”

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는 박정호를 찾았다.

“아저씨!”

정호가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그 역시 정신 간섭의 영향을 받고 있는 듯했다.

“……왜 그러나?”

“사람들 전부 선실로 데려가 주세요!”

“알겠네!”

정호는 정신을 차리려는 듯 자신의 뺨을 때렸다.

그리고 주민들을 향해 소리쳤다.

“모두 안으로 들어가요!”

시현은 민준의 어머니를 부축했다.

그때였다.

세이렌의 노랫소리가 갑자기 바뀌었다.

조금 전까지 부드럽던 선율이 낮고 음산하게 변했다.

[경고.]

[영혼 간섭 강도가 상승합니다.]

[정신 오염도: 23%]

시현의 시야가 흔들렸다.

갑판이 사라졌다.

바다도 사라졌다.

그의 눈앞에는 익숙한 거실이 나타났다.

“……어?”

낡은 소파.

텔레비전.

식탁 위에 놓인 반찬들.

그리고.

“시현아.”

익숙한 목소리였다.

시현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어머니가 서 있었다.

“……엄마?”

어머니는 평소처럼 웃고 있었다.

“밥 먹어야지.”

시현의 눈이 흔들렸다.

“엄마…… 살아 있었어?”

“그럼. 무슨 소리니?”

어머니는 식탁을 가리켰다.

“어서 앉아.”

시현은 한 걸음 다가갔다.

그러다 멈췄다.

'……이상해.'

분명히 어머니였다.

목소리도, 얼굴도, 행동도 똑같았다.

하지만.

'내가 지금 여기 있을 리가 없잖아.'

시현은 주먹을 꽉 쥐었다.

“……당신 누구야?”

어머니의 미소가 멈췄다.

“시현아?”

“우리 엄마 아니잖아.”

그 순간 거실의 벽이 갈라졌다.

검은 물이 틈새로 흘러들어왔다.

어머니의 얼굴이 서서히 일그러졌다.

『……아쉽네.』

세이렌의 목소리였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시현은 눈을 감았다.

“꺼져.”

[동해 용왕의 가호가 정신 간섭에 저항합니다.]

[환각에서 벗어납니다.]

눈을 뜨자 다시 갑판이었다.

시현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

“하아…… 하아…….”

그때 청린이 다가왔다.

“괜찮으냐?”

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지만 청린의 표정은 심각했다.

“이상하다.”

“뭐가요?”

“네가 너무 빨리 빠져나왔다.”

시현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게 이상한 일이에요?”

“세이렌의 노래는 인간의 기억과 감정을 파고든다. 하급 계약자가 혼자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시현은 손등의 문양을 내려다보았다.

푸른 용의 문양 아래에서 검은 빛이 잠깐 번졌다.

그때였다.

『후후…… 역시.』

세이렌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네 안에 있는 것이 널 지켜주고 있구나.』

청린이 세이렌을 노려보았다.

“무슨 뜻이지?”

『그걸 정말 몰라?』

세이렌은 고개를 기울였다.

『용궁의 공주님이면서도?』

청린의 표정이 굳었다.

세이렌은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럼 보여줄게.』

그녀의 보랏빛 눈동자가 빛났다.

『네가 가장 보고 싶지 않은 기억을.』

그 순간 청린의 몸이 굳었다.

“……!”

그녀의 눈앞에 오래된 궁전이 나타났다.

푸른 기둥.

붉게 물든 바닥.

쓰러진 용궁의 병사들.

그리고.

피 묻은 검을 든 한 남자.

『청린.』

남자가 그녀를 불렀다.

『오라버니를 원망하지 마라.』

청린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오라버니?”

그 순간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던 푸른 신성이 흔들렸다.

세이렌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찾았다.』

그녀가 속삭였다.

『네 마음속에도 상처가 있었구나.』

청린은 움직이지 못했다.

눈앞의 남자는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언젠가 이 용궁을……』

그의 황금빛 눈동자가 청린을 바라보았다.

『내 손으로 무너뜨리겠다.』

청린의 입술이 떨렸다.

“……아니야.”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 없어.”

하지만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피 묻은 검을 쥔 채 서 있었다.

그 순간.

현실의 청해목선 위에서 청린의 몸이 휘청거렸다.

“청린!”

시현이 그녀를 붙잡았다.

하지만 청린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눈동자는 초점을 잃고 있었다.

[경고.]

[동해 용궁의 신성이 불안정해집니다.]

[청해목선의 보호 결계가 약화됩니다.]

세이렌의 웃음소리가 바다 위로 울려 퍼졌다.

『이제 방해하는 사람도 없네.』

그녀는 시현을 바라보았다.

『자, 백시현.』

검은 바다가 거대한 손처럼 솟구쳤다.

『나와 함께 가자.』

시현은 청린을 부축한 채 뒤로 물러났다.

그의 눈앞에 붉은 창이 나타났다.

[경고.]

[영혼해의 지배자가 계약자를 주시합니다.]

[현재 생존 확률: 측정 불가]

시현은 이를 악물었다.

자신을 지켜주던 청린이 쓰러졌다.

배에는 수많은 생존자가 타고 있다.

그리고 눈앞에는 자신보다 훨씬 강한 적이 있다.

하지만 도망칠 곳은 없었다.

시현은 천천히 청린을 갑판 위에 눕혔다.

그리고 세이렌을 바라보았다.

“……좋아.”

그의 손등에서 푸른 문양이 빛났다.

“네가 원하는 게 나라면.”

시현은 주먹을 꽉 쥐었다.

“다른 사람들은 건드리지 마.”

세이렌은 즐겁다는 듯 웃었다.

『역시 재미있는 인간이네.』

그녀는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그럼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볼까?』

그 순간.

시현의 가슴 깊은 곳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또다시.』

시현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 노래를 듣게 되는군.』

검은 문양이 손등 위로 번지기 시작했다.

[미확인 존재가 반응합니다.]

[영혼 봉인 해제율: 0.003%]

그리고 시현의 눈동자에.

아주 잠깐.

황금빛이 스쳐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