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Crawler

제 7화 - 죽은 자들의 회랑

일곱 바다의 묵시록 — novel.naver.com · All chapters

제 7화 - 죽은 자들의 회랑

『청린.』

검은 안개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이구나.』

청린의 몸이 굳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안개 너머를 바라보았다.

“……오라버니?”

백시현은 그녀를 돌아보았다.

조금 전까지 침착했던 청린의 얼굴이 창백해져 있었다.

그녀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청린, 아는 사람이에요?”

하지만 청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검은 안개 속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긴 검은 머리카락.

황금빛 눈동자.

푸른 비늘로 장식된 갑옷.

그의 손에는 붉은 피가 묻은 장검이 들려 있었다.

시현은 숨을 삼켰다.

'……저 사람도 용족인가?'

남자는 청린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많이 컸구나.』

청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정말 오라버니세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다.』

그 순간 청린이 앞으로 달려가려 했다.

하지만 시현이 급히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잠깐만요!”

청린이 고개를 돌렸다.

“왜 그러느냐!”

“이상하잖아요!”

시현은 남자를 가리켰다.

“여기가 어디인지 잊었어요?”

청린의 움직임이 멈췄다.

영혼해.

죽은 자들의 기억과 영혼이 떠도는 바다.

조금 전 세이렌은 사람들의 기억을 이용해 환각을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지금 눈앞에 나타난 남자 역시 진짜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

청린은 입술을 깨물었다.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남자에게 향해 있었다.

남자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웃었다.

『경계하는구나.』

시현이 물었다.

“당신 누구야?”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황금빛 눈동자가 시현을 향했다.

『나는 청무.』

그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동해 용왕의 장남이자……』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한때 용궁의 후계자였던 자다.』

청린의 표정이 굳었다.

“……한때?”

청무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다.

『청린.』

그가 말했다.

『아직도 그날을 기억하느냐?』

청린의 몸이 떨렸다.

그녀의 눈앞에 오래된 장면이 떠올랐다.

피로 물든 용궁.

쓰러진 병사들.

그리고 검을 들고 서 있던 오라버니.

“……그만.”

청린이 중얼거렸다.

청무는 계속 말했다.

『내가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지 않느냐.』

“그만하라고!”

청린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 순간 청무의 입가에 기묘한 미소가 떠올랐다.

시현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역시 이상해.'

진짜 가족이라면 저렇게 행동할까?

오랜만에 만난 동생을 위로하기는커녕 상처를 계속 건드리고 있었다.

시현은 청린의 앞을 가로막았다.

“당신, 진짜 청무 아니지?”

남자의 미소가 멈췄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재미있군.』

청무의 얼굴이 천천히 일그러졌다.

피부가 갈라지고, 황금빛 눈동자가 검게 물들었다.

『어떻게 알아차렸지?』

시현은 이를 악물었다.

“너무 티 나거든.”

그 순간 남자의 몸이 검은 안개로 흩어졌다.

청린이 숨을 삼켰다.

“……!”

안개 속에서 세이렌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후후…… 아쉽네.』

그녀의 모습이 천천히 나타났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재미있는 걸 볼 수 있었는데.』

청린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네 짓이었느냐.”

세이렌은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그저 기억을 빌렸을 뿐이야.』

“감히……!”

청린의 손끝에서 푸른빛이 솟구쳤다.

하지만 시현이 그녀를 붙잡았다.

“청린, 진정해요!”

“놓아라!”

“지금 싸우면 저쪽이 원하는 대로 되는 거예요!”

청린은 이를 악물었다.

잠시 후 그녀의 손끝에서 빛이 사라졌다.

세이렌은 아쉬운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서로를 잘 챙기네.』

그녀의 시선이 시현에게 향했다.

『특히 너.』

세이렌이 미소 지었다.

『아까 그 힘을 다시 보여주면 안 될까?』

시현의 표정이 굳었다.

조금 전 자신의 몸을 빌려 싸웠던 존재.

그 힘은 세이렌을 압도했다.

하지만 대가도 컸다.

지금도 온몸이 쑤시고,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다시는 함부로 쓰면 안 돼.'

시현은 주먹을 꽉 쥐었다.

“싫은데.”

세이렌이 눈을 깜빡였다.

『……뭐?』

“네가 보고 싶다고 보여줄 이유는 없잖아.”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세이렌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그녀는 배를 잡고 웃었다.

『정말 재미있는 인간이네!』

하지만 웃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세이렌의 표정이 차갑게 변했다.

『그럼 억지로라도 보여줘야겠어.』

그녀가 손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검은 안개 속에서 수십 척의 낡은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끼이이익.

썩은 나무가 비명을 질렀다.

낡은 배들이 청해목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배의 갑판에는 얼굴 없는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들의 몸은 물에 젖은 천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경고.]

[영혼해의 망령선이 접근합니다.]

[개체 수: 12척]

[위험 등급: 중급]

시현은 눈을 크게 떴다.

“……배가 열두 척이나?”

청린의 표정이 굳었다.

“망령선이다.”

“그게 뭔데요?”

“영혼해에 붙잡힌 자들의 기억으로 만들어진 배다.”

청린은 검은 바다를 바라보았다.

“저 안에 있는 자들은 이미 죽은 자들이다.”

시현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럼 싸워도 소용없는 거예요?”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

청린은 손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밀어낼 수는 있다.”

푸른 물줄기가 솟구쳤다.

“청해수창!”

거대한 물의 창이 가장 가까운 망령선을 향해 날아갔다.

콰아앙!

배의 앞부분이 산산조각 났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부서진 나무 조각들이 검은 안개로 변하더니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시현의 표정이 굳었다.

“……재생하잖아요!”

청린은 이를 악물었다.

“영혼해의 힘이 공급되는 한 계속 복구될 것이다.”

그때 청해목선의 갑판에서 비명이 들렸다.

“으아악!”

시현이 고개를 돌렸다.

망령선에서 검은 밧줄들이 날아와 청해목선의 난간을 휘감고 있었다.

밧줄 끝에는 사람의 손처럼 생긴 갈고리가 달려 있었다.

“다들 뒤로 물러나세요!”

시현은 소리쳤다.

하지만 밧줄 하나가 갑판 위로 떨어졌다.

그 순간 밧줄에서 검은 형체가 솟아올랐다.

얼굴 없는 망령이었다.

망령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가장 가까이 있던 주민을 향해 손을 뻗었다.

“살려줘!”

시현은 바닥에 떨어진 나무 막대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망령을 향해 휘둘렀다.

퍽!

막대가 망령의 몸을 통과했다.

“……어?”

망령의 손이 시현의 팔을 붙잡았다.

순간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경고.]

[영혼 접촉이 발생했습니다.]

[생명력이 일시적으로 감소합니다.]

시현은 이를 악물었다.

“……젠장!”

그때 푸른빛이 번졌다.

[동해 용왕의 가호가 반응합니다.]

망령이 비명을 질렀다.

『키아아악!』

시현은 급히 팔을 빼냈다.

그리고 뒤로 물러났다.

'……물리 공격은 안 통하는 건가?'

그는 손등의 문양을 바라보았다.

동해 용왕의 가호.

자신에게 주어진 몇 안 되는 능력이었다.

'……그럼 신성으로 공격해야 해.'

시현은 손을 뻗었다.

“수분 친화!”

주변의 물방울들이 조금씩 모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양이 너무 적었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조금만 더……!'

그 순간 손등의 푸른 문양이 빛났다.

작은 물줄기가 망령을 향해 날아갔다.

촤아악!

물줄기가 망령의 몸을 통과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망령의 몸 일부가 푸른빛에 닿아 흩어졌다.

『키아아악!』

시현의 눈이 커졌다.

“……된다!”

그때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수분 친화 Lv.1의 활용도가 상승했습니다.]

[계약 신성이 수분에 미약하게 전달됩니다.]

시현은 숨을 몰아쉬었다.

'……강한 힘은 아니지만.'

적어도 싸울 방법은 있었다.

한편 청린은 세이렌을 상대하고 있었다.

푸른 물의 창과 검은 물결이 끊임없이 충돌했다.

콰아아앙!

청린이 뒤로 밀려났다.

그녀의 얼굴에는 피로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하아.”

세이렌은 여유롭게 웃었다.

『힘들어 보이네.』

청린은 이를 악물었다.

“닥쳐라.”

『여긴 영혼해야. 네 아비의 바다가 아니라고.』

세이렌이 손을 들어 올렸다.

검은 물결이 거대한 뱀의 형상으로 변했다.

『흑혼사(黑魂蛇).』

검은 뱀이 청린을 향해 달려들었다.

청린은 양손을 모았다.

“청해수벽!”

푸른 물의 장벽이 형성되었다.

콰아앙!

두 힘이 충돌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검은 물결이 장벽을 뚫었다.

청린의 눈이 커졌다.

“……!”

검은 뱀이 그녀의 어깨를 물었다.

“크윽!”

청린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시현은 그 모습을 발견했다.

“청린!”

그는 급히 달려갔다.

청린은 갑판 위에 쓰러져 있었다.

어깨에서는 검은 기운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경고.]

[동해 용궁 소속 신격 혈통의 영혼이 손상되었습니다.]

[영혼 침식이 진행됩니다.]

시현의 표정이 굳었다.

“……영혼이 손상됐다고?”

청린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괜찮다…….”

하지만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어깨에서 검은 문양이 퍼지고 있었다.

시현은 이를 악물었다.

“그만 싸워요.”

“……뭐?”

“이대로 계속 싸우면 죽겠어요.”

청린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물러나면 배에 탄 인간들이 위험해진다.”

“그럼 같이 방법을 찾아야죠!”

시현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혼자 다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요.”

청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잠시 후 그녀는 작게 웃었다.

“……정말 이상한 인간이군.”

“그 말 오늘 몇 번째인지 알아요?”

“세어 보지 않았다.”

시현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하지만 곧 표정이 진지해졌다.

“청린.”

“왜 그러느냐?”

“저 망령선들, 계속 재생하잖아요.”

“그렇다.”

“그럼 배를 부수는 게 아니라 재생시키는 힘을 끊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청린의 눈빛이 달라졌다.

“……계속 말해 보거라.”

시현은 주변을 가리켰다.

“저 배들이 전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청린은 고개를 돌렸다.

망령선 열두 척.

그들은 청해목선을 포위하고 있었지만 움직임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었다.

모든 배가 검은 안개 속 한 지점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시현은 말했다.

“저 안개 속에 뭔가 있는 것 같아요.”

청린의 표정이 굳었다.

“……영혼의 닻.”

“네?”

“영혼해의 망령선을 묶어 두는 닻이다.”

시현의 눈이 커졌다.

“그걸 부수면요?”

“망령선의 재생이 멈출 수 있다.”

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걸 노려요.”

청린은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저곳까지 접근하려면…….”

그 순간 시현이 말했다.

“제가 갈게요.”

청린의 눈이 커졌다.

“또 무슨 소리냐!”

“저는 해류 감지가 있어요.”

시현은 손등을 보여주었다.

“물속에 있는 물체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거든요.”

“하지만 저곳은 영혼해의 심층이다!”

“알아요.”

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지금은 그 방법밖에 없잖아요.”

청린은 입술을 깨물었다.

잠시 후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좋다.”

시현의 얼굴이 밝아졌다.

하지만 청린은 곧바로 덧붙였다.

“단, 혼자 보내지는 않겠다.”

그녀는 손을 들어 올렸다.

푸른 물방울들이 시현의 몸을 감쌌다.

[청해의 보호막이 부여됩니다.]

[효과: 영혼해의 침식 저항]

[지속 시간: 5분]

청린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보호막이 사라지기 전에 반드시 돌아와야 한다.”

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때 세이렌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무슨 작전이라도 세우는 거야?』

청린은 세이렌을 노려보았다.

“네 상대는 나다.”

그녀의 손끝에서 푸른빛이 폭발했다.

“청해수룡!”

거대한 물의 용이 솟구쳤다.

세이렌의 표정이 처음으로 굳었다.

『……그 힘을 아직도 쓸 수 있어?』

청린은 차갑게 대답했다.

“용궁의 공주를 얕보지 마라.”

물의 용이 세이렌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아아아앙!

그 틈을 타 시현은 난간 위로 올라섰다.

아래에는 끝없이 펼쳐진 검은 바다가 있었다.

시현은 마른침을 삼켰다.

'……진짜 뛰어야 하네.'

그때 민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

시현은 고개를 돌렸다.

민준이 선실 입구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또 어디 가요?”

시현은 잠시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웃었다.

“금방 올게.”

“……진짜요?”

“응.”

시현은 엄지를 들어 보였다.

“이번에도 약속.”

민준은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현은 다시 바다를 바라보았다.

[수중 호흡 Lv.1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 가능 시간: 10분]

[청해의 보호막 유지 시간: 04분 51초]

시현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풍덩!

검은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다.

차가웠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차가웠다.

시현은 순간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곧 이상한 감각이 느껴졌다.

물이 폐 속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마치 공기를 마시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숨을 쉴 수 있었다.

[수중 호흡 Lv.1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시현은 눈을 크게 떴다.

'……진짜 되네.'

하지만 감탄할 시간은 없었다.

그는 곧바로 해류 감지를 활성화했다.

[해류 감지 Lv.1이 활성화됩니다.]

순간 주변의 물결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검은 바다 속에는 수많은 흐름이 존재했다.

그중 하나.

다른 흐름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있었다.

'……저기다.'

시현은 그 방향으로 헤엄쳤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한 광경이 나타났다.

바닷속에 사람들이 떠 있었다.

수십 명.

아니, 수백 명.

그들은 눈을 감은 채 물속에 떠 있었다.

몸은 투명했고,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시현은 숨을 삼켰다.

'……영혼들인가?'

그때 그중 한 사람이 눈을 떴다.

그리고 시현을 바라보았다.

『……살아 있는 자.』

시현의 몸이 굳었다.

다른 영혼들도 하나둘 눈을 뜨기 시작했다.

『살아 있는 자가 왔다.』

『우리와 함께하자.』

『여기서 영원히……』

시현은 이를 악물었다.

'……무시해.'

그는 계속 헤엄쳤다.

하지만 영혼들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 순간.

[경고.]

[청해의 보호막이 침식되고 있습니다.]

[남은 시간: 03분 12초]

시현의 표정이 굳었다.

'……시간이 없어.'

그는 속도를 높였다.

그리고 마침내.

검은 바다 깊은 곳에서 거대한 물체를 발견했다.

녹슨 닻이었다.

하지만 평범한 닻이 아니었다.

크기가 건물만 했고, 수많은 검은 사슬이 사방으로 뻗어 있었다.

사슬 끝에는 망령선들이 연결되어 있었다.

시현의 눈이 커졌다.

'……찾았다!'

그 순간 새로운 창이 나타났다.

[영혼의 닻을 발견했습니다.]

[등급: 상급 신성 유물]

[현재 상태: 활성화]

[파괴 조건: 미확인]

시현은 이를 악물었다.

'……파괴 조건이 미확인이라고?'

그때였다.

닻 뒤편의 어둠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움직였다.

시현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한 존재가 서 있었다.

검은 갑옷.

거대한 낫.

그리고 얼굴이 없는 머리.

그 존재는 천천히 시현을 내려다보았다.

[경고.]

[영혼해의 집행자가 출현했습니다.]

[위험 등급: 측정 불가]

시현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그 순간 집행자가 입을 열었다.

『……드디어 왔군.』

시현은 몸을 굳혔다.

집행자는 천천히 낫을 들어 올렸다.

『일곱 바다가 기다리던 그릇이여.』

검은 바다 전체가 흔들렸다.

『네 영혼을 회수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