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 서쪽의 마녀
6화 - 서쪽의 마녀
더 이상 마법진 해석에 진척이 없자, 슬슬 잠잠해지던 새벽의 뒷담 갤러리. 하지만 제 1회 투기장이 시작된 순간, 갤러리에는 심야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대규모의 구경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익명: 하다하다 뒷골목에서나 보던 투기장을 갤러리에서 다 보네 ㅋㅋㅋ][익명: 모르겠다 시발 ㅋ 오늘 걍 밤 새야겠다 ㅇㅇ][익명: 내일 비몽사몽으로 출근하는 동료들 눈여겨 볼 예정이면 개추 ㅋㅋ][익명: 갤러리 꼬라지 존나 재밌게 돌아간다 ㅋㅋㅋ] 그동안 지배층들이 제공해오던 정규 갤러리에서는 활동자들의 키보드 배틀이나 분쟁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었다. 그에 비해 지금 시작되는 ‘투기장’은 오히려 분쟁을 부추기고 하나의 컨텐츠로 만들어버린 상황. 게다가 그 싸움에 걸린 것이 무려 ‘완장빵’과 ‘도게자’였기에, 당연하게도 유저들은 그런 신선한 상황에 모두가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제목: 근데 노예후보1 <<< 얘 뭐 하는 애임?] 작성자: 익명 (하이엘프 시그리아) 1000년산 엘프인 나도 3시간째 헤매고 있는데 ㅋ1시간만에 역설계 ㅇㅈㄹ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당연하게도, 유저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뒷담갤지우개에게 도전장을 내민 ‘노예후보1’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익명1: 근데 진짜 뭔 자신감으로 결투 신청한 거냐?익명2: 내가 장담하는데 백퍼 1시간 안에 완성 못 하고 런칠듯 ㅋㅋ익명3: 추하게 도망치면 뒷담갤 영구차단 ㄱㄱㄱ 물론, 투기장에서 중계를 달리던 유저들의 초반 여론은 대부분이 ‘노예후보1’에게 부정적이었다. 그에 맞서는 ‘뒷담갤지우개’가 완장답지 않게 제국의 영웅 취급을 받고 있던 까닭도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익명4: 지가 뭐 엘프 여왕이라도 되나?ㄴ익명5: 팩트는 뒷방 늙은이인 하이엘프도 포기했다는 거임 ㅋㅋㅋㄴ익명6: 아까 틀딱체 쓰는 거 보니까 드래곤도 몇 명 있던 거 같은데 ㅋㅋㅋㅋㅋㄴ익명7: 지금 아카데미 교수실 불 싹다 켜져있음 ㅋㅋ 저 새끼 실패한다에 내 불알 건다 ㅇㅇ 지금까지 챌린지에 도전했다가 포기했던 유저들은, 게시글로 은근히 자신의 정보를 흘리며 챌린지가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언급했다. 그에 반해 ‘노예후보1’은, 근거없는 자신감을 보이는 것을 빼면 한치도 자신의 정보를 흘리지 않은 상황. 그런 검증도 되지 않은 일개 유저가, 모두가 포기한 마법진을 1시간만에 구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믿어줄 리가 없었다. [✪노예후보1: 세뇌 마법진 역설계 근황] 그러나 그런 여론은, 투기장이 열린지 불과 5분만에 ‘노예후보1’이 글 하나를 작성하자 180도로 반전되었다. 익명1: 어어?익명2: ㅅㅂ 뭐야? 벌써 완성한거임?익명3: 이미 90퍼센트 정도 구현한 거 같은데? ‘노예후보1’이 작성한 글에는, 놀랍게도 뒷담갤지우개가 올렸던 것과 완벽히 동일한 구조의 마법진이 고급 양피지에 담겨 가동을 준비 중이었다. 노예후보1: 10분 내로 완성할 듯?ㄴ몰라봬서 죄송합니다!!!!ㄴ얘는 또 정체가 뭐야 ㅅㅂㄴ자신만만하던 이유가 있었네…. 그쯤되자, 사람들은 깨달았다. 뒷담갤지우개에게 도전장을 내민 ‘노예후보1’이, 그렇게나 자신만만해할 자격이 있는 실력자였다는 것을. 노예후보1: 지우개야, 미리 옷 벗고 있으렴~ㄴ영애갤지우개: 저랑 사귈래요?ㄴ노예후보1: 비비적거리지 말고 꺼져. 본인 또한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던 것인지, 여유롭게 댓글을 달며 도발을 하는 모습에 사람들의 기대감은 한층 더 커지기 시작했다. 익명4: 이러면 뒷담갤지우개 정체 밝혀지는거임?ㄴ익명5: ㄴㄴ 패배하면 쟤한테만 까는 거ㄴ익명6: 한마디로 주종관계가 바뀌는 거지 ㅋㅋㄴ익명7: 제국을 뒤흔든 반역자의 최후인가…. ‘역시 실력 안 죽었네.’ 하지만, 그 모습을 전부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던 뒷담갤지우개 본인. 엘로드 뒤르겔은 코웃음을 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봤자 소용없지만.’ 마법진에 도사리고 있던 함정을, 도전자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을 지금 막 확인한 참이었기 때문이었다. ***** “흐아암….” 한편 그 시각. 제국 서부의 금역에 위치한 음산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대저택. “수준 낮은 것들이랑 놀아주기 힘드네.”
d3kza0VLSVdxajZ6L09aWC8xUnR2SVdjRTlVRVgweVlMM3VxV2hKZEp1eVdXaGc1M0FFdUJzTll3TFc2QkcvUg
그곳에서 여유롭게 차를 홀짝이던 한 신비로운 분위기의 여인이, 눈앞에 떠있던 갤러리창을 치우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보자….” 그런 그녀가 걸음을 옮긴 곳은, 다름 아닌 저택의 별관 하나를 전부 차지하고 있던 거대한 진열장. ‘제국을 단신으로 혼란에 빠트린 걸 감안하면, 이 정도 등급 정도는 되려나….’ 회색빛의 머리칼을 휘날리며 계속 걸음을 옮기던 여인이, 거의 끝쪽에 가서야 걸음을 멈추고 입꼬리를 올린다. [금등급 수집품 전시관] 그곳에 잔뜩 박제되어 있던 수많은 도전자들과, 누구라도 탐낼 보물들을 하나씩 어루만지며 음산한 미소를 짓고 있던 이는 다름아닌 서쪽의 마녀. ‘뭐, 어떻게 생겼던 간에 수집할 가치는 있겠네.’ 무려 500년간이나 다양한 사건들을 겪어오며 웬만한 일에는 별 흥미도 느끼지 못하는 그녀였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할애할 가치가 있을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서쪽의 마녀였다. “…과연 이번 수집품은, 언제쯤 질리게 될련지.” 자기 잘난 맛으로 사는 이들을 마음이 꺾일 때까지 괴롭히다가 박제해서 영원히 소유하는 것이 그녀의 삶의 낙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그녀가 타겟으로 삼은 인물은, 그런 뒤틀린 욕망을 꽤 오랜 시간동안 충족해 줄 수 있는 존재임이 틀림없었다. ‘수집품으로 전시하기 전에는, 한동안 의자로 써야지.’ 그렇게, 뒤틀릴 대로 뒤틀린 사디스트적 면모를 물씬 발휘하던 그녀가 행복한 계획을 세워나가던 그때였다. -파지직…. 별안간, 티테이블 쪽에서 무언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 것은 말이다. “…음?”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쪽으로 향한 서쪽의 마녀는,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 ‘이상하네?’ 가동 테스트를 하고 있던 마법진의 구조가, 어째서인지 스파크를 발산하며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분명히 역설계는 전부 끝냈는데….’ 잠시간 짜증이 어린 듯한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리던 그녀가, 이내 피식 미소를 흘리며 중얼거린다. “…뭐, 너무 쉬우면 재미없으니까.” 어차피 마법진의 해석은 이미 끝난 참이었다. 아무래도 무언가 오류가 있었던 모양이지만, 다시 가동 테스트를 하면 이번에는 반드시 작동될 것이다. -펑! 그러나, 두 번째로 시도했던 가동 테스트부터 본격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콜록, 콜록….” 이유도 알 수 없는 오류로 갑자기 폭발해버린 마법진 덕분에, 매캐한 연기를 고스란히 뒤집어쓴 채 한참을 콜록이던 서쪽의 마녀. “…다시.” 그런 그녀가, 이를 악물고 시도를 반복한다. -쿠과광! 하지만 그로부터 약 30분 뒤. 13번째의 시도 끝에 억지로 안정화를 시도하던 마법진이 대폭발을 일으키자, 벽쪽으로 나가떨어진 서쪽의 마녀는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며 이를 악물었다. “하아, 하아….” 분명히 이론은 완벽했다. 이 세뇌 마법진에 들어간 요소는, 복잡한 구조로 서로를 상호보완하는 고차원 마법 13가지. 그리고 그 마법들의 결합은 신성력이, 출력의 상승과 안정성은 흑마법이 서로 얽혀 뒷받침해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동대륙의 주술을 넣어 매개체를 마나가 아니라 보는 사람이 가진 자연 에너지로 변환하면, 구현은 분명 끝나야 한다. ‘왜, 왜 구현이 안 되는거지…?’ 그러나 그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따라했음에도, 마법진은 실행 단계에서 알 수 없는 오류를 내뿜으며 계속 폭발하고 말았다. “읏….” 덕분에 잔뜩 짜증이 난채로 이를 갈던 서쪽의 마녀가, 문득 자신에게 달린 댓글을 보고는 안색을 창백하게 물들였다. >뒷담갤지우개: 10분 내로 완성한다며?>뒷담갤지우개: 내가 아는 10분이랑, 네가 아는 10분이랑 혹시 조금 다른가? 워낙 집중을 하고 있었기에 깜빡 잊고 있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대결에, 무려 도게자와 지우개 형벌이 걸려있다는 것을. -파르르…. 다급히 벽시계를 확인한 서쪽의 마녀가, 이제 정말로 촉박해지기 시작한 시간에 식은땀을 흘리며 몸을 떨기 시작했다. ‘내가 진다고?’ 인정하기 싫지만, 지금 그녀는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가능성에 몸을 떨고 있었다. ‘내가…. 누군가의 수집품이 된다고?’ 순간, 머릿속에 가득 밀려온 공포감. 실패하는 순간, 자신이 누군가의 수집품이 된다. 평생동안 남을 수집하면서 살던 자신이, 반대로 정체도 모르는 녀석의 소유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으드득…. 죽어도 그것만큼은 용납할 수 없었던 서쪽의 마녀가, 뇌를 일깨운 채 진심을 다해 마법진을 다시 뜯어보기 시작했다. “…….”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아….” 무시무시한 집념으로 결국 폭발의 원인을 발견해 낸 서쪽의 마녀였지만, 그와 동시에 그녀가 깨달은 것이 있었다. 이 마법진 자체가, 그저 잡다한 레시피를 적어둔 하나의 요리책에 불과했다는 것을. 마법진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잡탕처럼 섞인 재료들을 조화롭게 담아낼 그릇이 필요했다. ‘시발….’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세상 천지를 뒤져도 그런 그릇은 존재할 리가 없다는 것이다. 딱 하나, ‘용사의 힘’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힘을 흡수해서, 원래 자신이 가진 힘처럼 사용할 수 있는 그 권능이 마법진에 필요한 마지막 요소였다. >뒷담갤지우개: 아까 보니까 다 만들었던데 ㅋ>뒷담갤지우개: 왜 업로드 안 해? “미친 새끼….” 그제야 진실을 깨달은 서쪽의 마녀가, 몸을 바들바들 떨며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전대 용사가 살아 돌아오지 않는 한, 이 마법진은 완성할 수 없다. 당연히 그건 불가능한 일이기에, 현대의 용사를 찾는 것이 유일한 수단. 그러나, 이런 평화로운 시대에 혼란의 시대에만 나타나는 용사가 탄생할 리가 없다. ‘대체, 정체가 뭐야…!’ 한마디로, ‘뒷담갤지우개’는 용사도 아닌 주제에 이 시대에는 존재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마법진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당연하지만 제아무리 위대한 서쪽의 마녀라고 해도, 존재하지 않는 힘을 구현할 수는 없었다. >뒷담갤지우개: 10분 남았다 ㅋ 그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고 얼굴이 머리색마냥 잿빛이 된 서쪽의 마녀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진열장으로 향한다. “흐읏….” 이윽고 초조한 표정으로 가장 진귀한 보물들을 전시해둔 진열장으로 달려가, 갤러리 시스템을 사용해 사진을 찍은 그녀. [🔒노예후보1: 잠깐 확인 좀.] 그런 그녀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글 하나를 작성했다. ‘인간이라면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겠지.’ 500년간 단 한번도 타인에게 넘겨본 적이 없는 보물들을 대가로, 흥정을 시도한 서쪽의 마녀였다. “……!” 하지만 그로부터 약 5분 뒤. 제국촌 뒷담 갤러리에 작성된 뒷담갤지우개의 답변. ----------[박제) 노예후보1님 정말 그러시면 안 되는거죵~!] 작성자: 뒷담갤지우개 (사진을 첨부했습니다.)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장담해놓고 이런 식으로 회유하시는 건 너무 짜치지 않나용-- 완장하기 싫으면 그냥 말씀하세요 ㅋㅋ 최초로 갱신 차단자로 기록되고 평생 뒷담 갤러리 안 하면 되잖아요?---------- “개…. 새끼가…!” 자신의 추한 흥정 시도가 고스란히 박제당한 채 갤러리에 올라오자, 서쪽의 마녀가 무시무시한 살기를 품은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었다. “…….” 그러나, 그런다고 해서 상황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죽인다.” 그렇게 잠시간, 의자에 앉아 뒷담갤 영구 차단과 패배를 인정하는 것 사이를 저울질하던 그녀. “반드시 찾아내서, 죽여버릴거야.” 그런 그녀가, 약속했던 시간이 끝난 순간 울먹이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륵…. 서쪽의 마녀가 애지중지하던 검은 마녀복이 바닥에 힘없이 풀어 해쳐진 것은, 그로부터 약 1분 뒤였다. ***** [🔒노예후보1: (제목 없음)]투기장에서 약속했던 시간이 끝난 이후, 약 5분 뒤. 제국촌 뒷담 갤러리에는 ‘노예후보1’이 작성한 비밀글 하나가 조용히 업로드 되었다. [뒷담갤지우개: 쩝, 별로 볼 것도 없네.] 그리고 숨죽여 결과를 기대하고 있던 제국민들은, 뒷담갤지우개가 올린 글 하나를 보고는 승패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ㄴ마법갤지우개: 죽여버릴거야.ㄴ뒷담갤지우개: 주걔배릴꼬야~ ㅋㅋㄴ영애갤지우개: 신입이 좀 싸가지가 없네? ㅎ 그 누구의 접촉도 감히 허용해 본 적 없던 고고한 존재가, 치욕스러운 표정으로 바닥에 엎드려 있는 사진을 굳이 보지 않더라도 말이다. [✪속보) 노예 시즌2 등장 ㅋㅋㅋㅋㅋㅋㅋ][✪꿀잠충들 이 재밌는 걸 놓치네 ㅋㅋㅋㅋㅋㅋㅋ][✪혹시 뒷담갤은 완장 조건이 셀카 인증인가요?][✪뒷담갤지우개 <<< 관리자 도게자 사진 수집하는 페티쉬 있는 거 같으면 개추 ㅋㅋ] 대륙 4대 재앙의 일각인 서쪽의 마녀가, 뒷담갤지우개의 노예 컬렉션에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공지: 국제 마법사 뒷담 갤러리가 신설되었습니다!]<주딱: 마법갤지우개>설명: 마법사들에 대한 뒷담을 자유롭게 나누는 공간. 그와 동시에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세 번째 뒷담 갤러리 역시, 자신을 관리해 줄 노예의 등장을 축하해 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