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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서하의 리딩방

재벌집 손녀로 태어났습니다 — novelpia.com · All chapters

7. 서하의 리딩방

서하는 한동안 서류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장영민이 그래도 손을 쓰기는 햇는지, 복잡한 그래프와 자산별 투자처가 최대한 쉽게 간추려서 적혀 있었다.  그래봐야 평범한 여섯 살짜리 아이가 읽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었지만.  물론 서하는 평범한 여섯 살이 아니어서 이것들을 다 이해할 수 있었다.  ‘흐음- 좀 더 똑똑한 티를 내야 하나?’  지금껏 시간 나는 대로 신문과 뉴스를 보며 꾸준히 상식을 키우는 척 했던 서하.   갑자기 엄청난 영재소녀로 비춰지면 자신도 피곤해지고 부모님도 피곤해질 것이라 짐작해서 똑똑한 척은 지금껏 최대한 자제해왔다.  물론 이 당시 시대상을 파악하는데 신문과 뉴스만한 매체가 없던 것도 사실이긴 했지만… 그렇게 재미는 없었단 말이지.  예능도 아니고 맨날 뉴스만 보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차라리 오빠가 보는 어린이 채널이 더 재밌긴 했어…’  아직 어린아이의 몸, 서하의 몸은 변신! 마법공주와 마법학교 아이들 드라마를 보는 순간 반응해버리고 말았다.  ‘크음-  아직 뇌가 덜 발달해서 그런가?’  서하가 주식 내역이 적힌 장을 오래 붙잡고 있자 장영민이 물었다.  “주식이 제일 궁금해?”  “…네.”  실은 변신! 마법공주가 왜 서하에게도 재밌는지 생각하고 있었지만…  “왜?”  “주식은… 변동성이 크니까요.”  “…변동성?”  장영민이 깜짝 놀라 물었다. 서하가 벌써 변동성이란 개념을 이해하고 있다니?  “변동성이 무슨 뜻인지 아니?”  “네. 제일 많이 움직이는거요.”  서하가 바로 대답했다. 서하의 똘망똘망 빛나는 눈동자에서는 숨길 수 없는 영특함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장영민은 자신도 모르게 다시 물었다.  “예금이랑, 채권… 이것에 비해서 주식이 변동성이 큰 이유는?”  어린아이에게 묻기는 턱도 없이 어려운 질문.  질문을 던진 장영민조차 아차, 할 정도였다.   순간 너무 놀라서 어린아이에게 무리일 것이 뻔한 질문을 던지고 말았다.   서하가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면 의기소침할텐데…   장영민의 걱정도 잠시.  ‘에라, 이렇게 된 이상 정면돌파로 간다.’  서하는 결심을 굳히고 대답했다.  “예금은 이자 받는 거고, 채권도 받을 게 정해져 있는 거잖아요. 근데 주식은 회사가 잘되면 훨씬 많이 오를 수도 있고요.”  “…반대로 많이 떨어질 수도 있고.”  “즉, 그게 변동성인거죠.”  장영민은 잠시 말이 없었다.  설명이 아주 전문적인 것은 아니었다.   예금과 채권, 주식의 차이를 가장 단순한 수준에서 풀어낸 정도였고, 경제신문을 몇 번 들여다본 성인이라면 특별할 것도 없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그 말을 한 사람이 여섯 살짜리 딸이라는 데 있었다.  “그런 건 어디서 배웠어?”  “신문에서요. 아빠 신문에도 맨날 나오잖아요.”  서하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신문을 읽는다고 이걸 다 이해해?”  “모르는 건 찾아보면 되죠.”  “뭘로?”  “사전도 있고, 인터넷도 있고요.”  장영민의 얼굴이 조금 묘해졌다.  지금까지도 딸이 똑똑하다는 생각은 많이 했다.   글을 빨리 배웠고, 어른들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들었으며, 한번 설명해준 건 곧잘 기억했다.  떼를 쓰지도 않고 참 의젓하기도 했지. 워낙 울지 않아서 처음에는 아이가 발달이 느린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그건 어디까지나 ‘영특한 아이’라는 범주에 넣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달랐다.  장영민이 보기에 서하는 단순히 단어의 뜻을 외운 것이 아니라, 자산마다 성격이 다르다는 걸 이해하고 있었다. 물론 장영민은 서하가 평소에 신문을 자주 보고 경제 뉴스에 관심을 가진다는 걸 알고 있었다.서하가 그저 아빠가 하는 행동들을 따라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걸 이해하고, 응용한다니? “그러면 이것도 알아?”  장영민이 서류 한쪽을 짚었다.  “왜 네 돈은 주식보다 예금이나 채권에 훨씬 많이 들어가 있을까?”  서하는 바로 답할 수 있었다.  원금보전과 유동성 관리. 그야말로 미성년자 자산의 운용 목적인 안전 자산이라는 카테고리에 딱 알맞는 포트폴리오였으니까.  심지어 신탁 운용자의 선관주의의무까지 따져볼 수도 있었다.  ‘그래도 거기까지 가는 건 아닌 것 같고…’  정면돌파에도 정도가 있는 법.  서하는 잠깐 생각한 뒤 조금 순화해서 대답했다.  “제가 아직 어려서요.”  “그게 무슨 상관인데?”  “당장 돈을 많이 벌 필요가 없잖아요. 그러면 위험하게 굴릴 이유도 없고. 즉, 변동성이 크지 않은 자산에 투자한 거죠.”  장영민의 눈썹이 다시 올라갔다.  서하는 종이에 적힌 수익률을 가볍게 두드렸다.  “주식으로 많이 벌 수도 있지만 많이 잃을 수도 있으니까, 지금은 안 잃는 게 더 중요해서 그런 거 아니에요?”  “……맞아.”  장영민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정말 정확한 설명이었다.  “…이걸, 누가 가르쳐줬어?”  “신문 봤다니까요. 인터넷하고.”  “신문이 이렇게 친절하게 가르쳐주진 않을 텐데.”  “여러 개 읽으면 대충 알 수 있어요. 인터넷에도 모르는 거 물어보면 다 나오고요.”  서하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말했다.  장영민은 그런 딸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아빠가 서하를 너무 애로 봤나 보네.”  ‘애는 맞는데.’  서하는 굳이 그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주변에서 이상하게 볼까 봐 아는 걸 일부러 줄여서 말했지만, 앞으로 돈과 관련된 일을 하려면 언제까지나 여섯 살짜리 수준으로만 행동할 수도 없었다.  적어도 장영민에게는 조금씩 선을 풀어놓을 필요가 있었다.  서하는 다시 주식 내역을 살펴봤다.  국내외 대형주 몇 종목이 섞여 있었지만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았다.   관리 목적을 생각하면 나쁜 구성은 아니었으나, 서하의 눈에는 아무래도 아쉬웠다.  ‘이대로 두기엔 너무 아까운데.’  그렇다고 갑자기 모든 돈을 자신에게 넘기라고 할 수는 없었다.  법적인 문제를 떠나 장영민이 허락할 리가 없었으니까.  서하는 잠시 계산하다가 입을 열었다.  “아빠.”  “응.”  “저도 해보면 안 돼요?”  “네가 뭘?”  “그러니까, 투자요.”  장영민은 이번에는 웃지도 못했다. 갑자기 투자라니? 고작 여섯 살짜리 꼬맹이가?  “네가?”  “네.”  “이 돈으로?”  “네.”  “안 돼.”  장영민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서하는 예상했다는 듯 눈만 한번 깜박였다.  “왜요?”  “왜긴 왜야. 너 여섯 살이야.”  “제 돈이잖아요.”  “네 돈인 것과 네가 마음대로 운용할 수 있는 건 다른 문제지.”  그건 서하도 알고 있었다.  미성년자 명의 재산이라고 해서 미성년자가 증권사에 전화해 마음대로 수십억짜리 주문을 넣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미성년자는 법적으로 성인이 되기 전까지, 일일이 보호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장영민은 서류를 한쪽으로 밀며 말했다.  “그리고 네가 아무리 똑똑해도 주식은 공부 조금 했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돈이 실제로 걸리면 완전히 달라져.”  그 말도 옳았다. 공부 조금 했다고 돈을 벌면 세상에서 제일 돈이 많은 사람들은 경제학과 교수들일 것이다.  하지만 서하는 처음부터 전부를 요구할 생각은 없었다.  “그럼 조금만 주세요.”  장영민이 실눈을 뜨고 딸을 노려봤다. 이 깜찍한 꼬마 숙녀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조금?”  “네. 시험 삼아서요.”  “얼마를 생각하는데?”  서하는 잠시 고민했다.  “3억 정도요.”  “…….”  장영민의 표정이 기묘해졌다.  “서하야.”  “네.”  “3억이 네가 말하는 ‘조금’이야?”  “33억 중에서는 9퍼센트 정도잖아요. 일부이니까요.”  “…그래. 일부이긴 하지만.”  “그 정도는 저도 계산할 수 있어요.”  장영민이 손으로 이마를 한번 쓸었다. 분명히 서하가 수학을 잘 하는 편이긴 했지만…  3억이 분명 작은 돈은 아니었다.  하지만 서하의 말처럼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았다.   설령 절반을 날린다고 해도 서하의 전체 재산에는 큰 타격이 없었고, 무엇보다 장영민 자신이 옆에서 통제한다면 손실을 무한정 키울 일도 없었다.  다만, 문제는 돈의 크기가 아니었다.  “네가 직접 굴려보고 싶은 이유가 뭐야?”  이번 질문에는 서하도 조금 신중해졌다.  미래를 아니까- 라고 대답할 수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제가 생각한 게 맞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요.”  “뭘 생각했는데?”  “앞으로 어떤 회사가 커질지요.”  장영민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  “그걸 서하가 알아?”  “모르니까 해보는 거죠.”  서하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제가 맞다고 생각한 회사에 돈을 넣어보고, 틀리면 왜 틀렸는지 보면 되잖아요. 그냥 신문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 돈이 있으면 더 열심히 볼 것 같고요.”  장영민은 잠시 생각했다.  ‘이유가 논리적이야. 적어도 충동적으로 주식을 사고 싶다는 말은 아니란 말인데…’  서하는 해원그룹의 피를 타고 났다. 경제에 관해서도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할 터.  ‘어린 나이에 돈을 우습게 보기 시작하면 그것만한 골치가 없지만…’  서하는 지금 최소한 자신에게는 설득력이 있는 논리를 가지고 나타났다.  “서하야, 네가 말한 그 3억이라는 금액이, 얼마나 큰 금액인지 알고 있니?”  “네.”  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서하는 돈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만큼은 알았으니까.   심지어 지금은 2006년.   3억 이라는 돈은 조금 보태면 해원그룹의 신입사원 10명은 고용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이었으니까.  장영민은 깊이 고민하다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해도 돼요?”  “아직 허락한 건 아니고.”  장영민이 말을 잘랐다.  “만약 하게 해주면 뭘 살 건데?”  서하는 기다렸다는 듯 서류를 덮었다.  “미국 주식이요.”  “왜 하필 미국인데?”  “기술회사가 많으니까요.”  “기술회사?”  “컴퓨터랑 인터넷 관련 회사들이요.”  장영민은 아까보다 조금 더 진지한 얼굴이 됐다.  “구체적으로.”  서하는 잠시 머릿속에서 종목을 정리했다.  미래를 아는 만큼 선택지는 많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장 가파르게 오를 종목 하나를 찍어 돈을 몰아넣을 생각은 없었다.  첫 투자부터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를 골라 전액을 때려 넣었다가 몇 배씩 올라버리면, 그건 수익보다 설명하는 쪽이 더 귀찮아질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투자라는 건 미래를 안다고 해서 무조건 한 종목에 몰아넣는 게임이 아니니까.   혹시 모를 변수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하며 서하는-  “피치를 제일 많이 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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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  “네.”  “컴퓨터 회사 말하는 거지?”  “피치팟도 만들고요.”  ‘이제 곧 피치폰을 만들지.’  피치폰 이전과 이후, 피치는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됐다.   지금은 매크로소프트 시총의 20~30%밖에 안 되는 회사지만, 미래에는 세계 시가총액 1위를 달성하는 기업 아닌가?  심지어 지금도 피치팟의 선풍적인 열풍으로 주가가 상승한 것을 고려한다면 그 파괴력은 이루말할 수 없으리라.  그야말로 피치폰 이전과 이후, 세상은 완전히 바뀌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