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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불의 정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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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불의 정령

나는 라이터 불꽃에 조심스럽게 양분을 밀어 넣었다.반대편 손에 쥐고 있던 초록빛 구체가 솜사탕처럼 스르르 녹아들며 크기를 줄여갔다.동시에 십 원짜리 동전만 하던 불꽃은 점점 커져갔다.어느새 싸구려 플라스틱 라이터에서 피어났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불길이 거세졌다.하지만 뭔가뭔가였다. '뭐지? 뭐가 부족한 거지?'이 뭔가를 채워 넣지 못한다면 정령 생성은 실패할 것을 나는 직감했다.그렇게 되면 페트가 동네 길고양이들을 상대로 삥?을 뜯어온 고생도 전부 헛수고가 되어버린다.그냥 '삽질했음 정령'이 되는 것이다.'내가 페트를 처음 만들었을 때, 대체 어떻게 했더라.......'나는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으며 불꽃의 겉면을 빚어내기 시작했다.우선 형태부터 잡아야 했다.페트처럼 나를 본떠서 만들기는 곤란했다. 어차피 남에게 돈을 받고 분양할 정령이 아닌가.하지만 내가 기준이 아니라면, 뭐를 기준으로 잡아야 할까?강아지? 고양이?가장 무난하고 잘 팔릴 만한 선택지였지만, 곧바로 기각했다.방구석에 틀어박혀 페트와만 부대낀 탓에, 최근 진짜 동물들을 본 적이 없었다.어설프게 흉내 냈다가 이도 저도 아닌 괴생명체가 탄생할 바엔, 역시 익숙한 인간형이 나았다.나는 일렁이는 불길을 주무르며 사람의 실루엣을 잡아나갔다.일단 양분이 턱없이 부족했다. 페트를 빚어낼 때는 한 달 치 양분을 갈아 넣었지만, 지금 쥐고 있는 건 고작 일주일 치뿐이었다.자연스럽게 전체적인 체급을 팍 줄여야만 했다.팔다리는 뭉툭하게 깎아내고, 머리카락도 장발 대신 짤막한 단발로 다듬었다. 유지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몸부림이다.'과자'라는 이름을 단 질소 포장 전문 기업들의 입장이 아주 살짝 이해가 갈 정도였다.그렇게 완성된 뼈대는 대략 3등신 비율의 앙증맞은 체형.다음은 얼굴이었다.'……귀찮은데 일단 내 얼굴 한 번 넣어볼까?'나는 남은 양분으로 내 이목구비를 슬쩍 본떠 보았다.하지만 이 짜리몽땅한 몸뚱이에 내 얼굴을 그대로 박아 넣으니……."으악!"그냥 개 불쾌했다.이게 그 불쾌한 골짜기인가 하는 그거냐?'어쩔 수 없지. 그냥 찐빵처럼 뭉개자.'이러면 내 얼굴도 어느 정도 지킬 수 있었다.곧 태어날 녀석에게는 심심한 위로를 전하며, 나는 불꽃의 안면을 주먹으로 퍽 내리친 뒤 둥글둥글하게 다듬었다.이목구비를 대폭 뭉개고 맹한 눈매와 조그마한 입만 남겨두자, 제법 귀여운 맛이 살아났다.이제 마지막으로 성질을 불어넣을 차례였다.불의 정령답게 약간의 열정과 화끈함을 한 스푼 덜어 넣으려던 찰나."아이코 실수!"손끝이 엇나가며 '잠꾸러기'와 '울보' 속성이 왕창 쏟아져 들어가 버렸다.황급히 걷어내려 했지만, 이미 양분은 불꽃 속으로 완전히 스며든 뒤였다."......뭐, 상관없나?"어차피 조만간 돈 많고 듬직한 등반자의 품에 안겨 있을 녀석이다. 감수성이 좀 풍부한 것도 매력 포인트라면 포인트겠지.성격이 이상하다며 분양받은 애완 동물을 반품하는 미친놈이 설마 있겠는가?"없겠지?"...있다면 그런 진상 새끼가 주인이 아니길 기도하는 수밖에.나는 눈을 질끈 감고 타협했다.초심자는 뭐든 어려운 게 당연했다.그렇게 몇 번 조물딱 조물딱 하면...잠시 뒤,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옆을 돌아보았다."이제 분양 글 작성할까?"내 말에, 페트 역시 야무진 표정으로 빈 페트병을 치켜들며 두 눈을 반짝였다.***어느날. 등반자 갤러리에는 한 게시글이 올라왔다.[정령 분양합니다]작성자: 목인석심불 정령 한 친구 분양합니다!생각 있으신 분은 연락주세요ㅎㅎ(링크)-? 뭐임? 이새끼 갑자기 왜 이럼?-님 이제 사자성어 안 쓰시나요?-정령이요? 뭔 정령?등반갤에서 '목인석심'은 꽤 알아주는 네임드 고닉이다.하루 20시간을 갤러리에 상주하며, 누가 '목인석심 님?' 하고 부르면 10초도 안 돼서 댓글을 남긴다.여기까지는 어디에나 널린 평범한 앰생 등붕이 1에 불과하다.하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삼시 세끼를 챙겨 먹듯 아침, 점심, 저녁으로 '교양 있는' 똥글을 싸지르는 것은 그들 입장에서도 꽤 신선했다.뭐, 이런 어그로가 통하는 것도 진짜 등반자들이 등반갤을 거의 이용하지 않기 때문이긴 했다.이름난 상위 랭커나 길드 소속 등반자들은 자기들만의 폐쇄적인 전용 정보망을 쓴다.고로 이곳에 죽치고 있는 인간들의 9할은 만년 하위층이나 맴도는 삼류 등반자이거나, 각성조차 못한 주제에 아가리만 살아서 훈수를 두는 방구석 일반인들이었다.[정령이 뭐임?]작성자:ㅇㅇ(녹색 개구리가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하는 짤)탑에 정령 같은 것도 있었음?등반하면서 한 번도 못들어 본 것 같은데-그거 50층 이상에서 등장하는 거 아니었나? ㄴ맞음 등붕이들은 평생 들어볼 일 없는 단어긴함 ㅋㅋ ㄴ? 그런 걸 판다고? ㄴ겠냐고 ㅋㅋ-고블린하고 오크도 있는데 정령이 없겠노 게이야ㅋㅋ ㄴ엘프도 있음? ㄴ등붕아... 엘프는 없는 거야... ㄴ거짓말 금발빈유로리원조교제음란교복농밀허접처녀메스가키후타엘프가 진짜 없다고? ㄴ후타는 왜? ㄴ흐흐흐 ㄴ게이게이야...[우리 누나 정령사인데 질문 받는다]작성자:ㅇㅇ.-정령 어떻게 생김? ㄴ(작성자)몰?루 ㄴ? 누나가 정령사라매. ㄴ(작성자)ㅇㅇ ㄴ우리 등붕이 말이 앞 뒤가 안 맞지 않노?ㅋㅋ ㄴ(작성자)누나가 정령산데 정령이 없음ㅋㅋ ㄴ??-직업이 정령사인데 정령이 없으면 그냥 무직아님? ㄴ(작성자)맞음ㅋㅋ ㄴ얼탱-누나 예쁨? ㄴ(작성자)(겠냐에요 콘)[아 사자성어 고닉 호감이었는데ㅋㅋ]작성자:ㅇㅇ그냥 장사팔이 새끼였네ㅋㅋ-ㄹㅇㅋㅋ-요즘 사기꾼 ㅈㄴ 많긴함 ㅋㅋ-저 사람 뭐 플라스틱 모형 주문제작 그것도 하지 않나? ㄴ(작성자)그게 뭐임? ㄴ저번에 그 고퀄리티 피규어 그거? ㄴㅇㅇ(사진) ㄴ이거 진짜에요? ㄴ(작성자)뭐야 "어라?"이후 갤러리의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았다.[뭐야 사자성어 빌런이 우리 장인어른이였어?]작성자:젬붕이(엉덩이 큰 스타킹 여성 경찰이 권총을 겨누고 있는 피규어 사진)오늘부로 목인석심의 지지를 철회한다.오늘부터 지지관계에서 벗어나 목인석심과 나는 한몸으로 일체가된다목인석심에 대한 공격은 나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세상에 70억...(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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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주문 어디서함? ㄴ(작성자)(링크) ㄴ오ㄳㄳ-와 퀄리티 보소ㅋㅋ 웃음밖에 안 나오네ㅋㅋ-젬평ㅋㅋ ㄴ씹덕겜 GOAT ㄴ운신ㅋㅋ ㄴ플아 ㅋㅋ ㄴ붕즈ㅋㅋ ㄴ니게ㅋㅋ-혹시 창작 캐릭터도 가능한 가요? ㄴ(작성자)가능할 듯? 규정집에 적혀 있는데 ㄴ감사합니다ㅠㅠ-와 저탱이-ㅋㅋ 오바는 저거 겁나 딱딱하지 않음? ㄴ...피규어 말하는데 딱딱한게 당연한 거 아니냐 게이야 ㄴ뭐 하려고 촉감이 필요하냐ㅋㅋ ㄴ알면서ㅋ ㄴ으흐흐흐 ㄴ어흐어흐 -(작성자)부드러운 걸로도 됨ㅇㅇ  ㄴ헐 ㄴ??? 이거 진짜 진짜에요?떡밥은 순식간에 '정령'에서 '플라스틱 피규어 주문 제작'으로 바뀌었다.그들의 관심사는 2D 미소녀의 찰진 엉덩이와 찌찌에 넘어가 버렸다탑을 오르고 몬스터를 때려잡는 초인들의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하반신의 지배를 받는 수컷들의 본능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피규어 주문 제작팁][아 왜 목인석심을 지금에서야 알았을까... 돈 3천 날렸네][와 이거 뭐임? 안쪽까지 제작할 수 있다는데?][똥손 등붕이를 위한 기본 세팅 추천ㅇㅇ][목인석심그는신이야!][피규어갤 근황 ㅋㅋ][씹덕들난리났네ㅋㅋ]"...이게 등반자 갤러리야 피규어 갤러리야?"[얘들아, 이거 알려지면 피규어 회사 주가 떨어지지 않을까?]작성자: 젬붕이숏칠 생각인데 어캐생각함? -이와중에 이새낀 보법이 다르네 ㅋㅋ-좆고수ㄷㄷ-주식투자는 젬평 ㅋㅋ나는 멍하니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았다."허어..."지켜보고 있던 나로써는 헛웃음이 나왔다.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페트 또한 제 작은 이마를 짧은 손으로 찹! 하고 때렸다.우리가 인간의 욕망을 과소평가한 것이다.-띠링!"..."슬며시 작업용 노트북으로 시선을 돌리자.-띠링! 띠링! 띠링! 띠링!"아이고야..."원래 하얗던 페트는 더 하얗게 질린 채, 손에 쥐고 있던 페트병을 떨어뜨리고 머리를 감싸 움켜쥐었다.-통. 데구르르르르...그런 페트를 약 올리기라도 하듯, 노트북은 미친 듯이 알람음을 토해내었다.-띠링!띠링!띠링!띠링!띠링!띠링!띠링!띠링!문의 메일과 쪽지가 폭포수처럼 쏟아지며, 노트북 화면을 가득 매웠다.결국 페트는 입에 거품을 무는 시늉을 하더니 그대로 바닥에 벌러덩 쓰러져 버렸다. 당분간 페트에게 양분을 구해오라며 밖으로 등 떠밀기는 글러 먹은 분위기였다.-띠링.그때, 피규어 주문 알림들 사이로, 이질적인 알림 소리가 하나 들려왔다.스마트폰을 보자, 화면 상단에 알림창이 하나 떠올랐다.갤러리 메신저로 날아온 쪽지 한 통.[정령 진짜 파시는 거 맞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