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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선배님 거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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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선배님 거 아니었어요?

이왕 가보기로 마음먹은 거, 나는 움직이기 전에 갤러리를 조금 더 뒤져봤다.일단 알아둬야 할 게 있었다.분리수거장에 버린 건 알겠는데, 대체 어디다 버렸냐는 거다.학교 분리수거 장이 그냥 분리수거 장이겠는가.온갖 곳에서 나온 쓰레기들이 한데 모이는 장소다.나도 무작정 쓰레기를 뒤지고 싶진 않았다.그래도 다행인 건, 갤러리에는 제법 상세한 정보가 남아 있다는 점이었다.어느 쪽에 있는 무슨 봉투에 넣었는지까지 얘기를 나누는 글이 있어 대충 어디를 살펴봐야 할지는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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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버린 지 얼마 안 됐다는 게 다행이네.’지금은 점심시간.물건을 버린 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았으니, 위치만 제대로 알면, 그사이에 배치가 크게 바뀌진 않았을 것이다.만약 전날에 벌어진 일이라기도 했으면 아마 찾기 위해 쓰레기봉투란 쓰레기봉투는 전부 뒤적거려야 했겠지.……물론 정말 그랬다면 애초에 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거다.아무튼, 필요한 정보를 대충 확인한 나는 곧바로 몸을 돌렸다.*학교 건물 뒤편.철제 지붕 아래로 온갖 쓰레기가 모여 있는 곳.나는 입구에 서서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며 갤러리에서 확인한 정보를 떠올렸다.안쪽, 벽을 따라 늘어선 쓰레기봉투 중 하나에 끼워 넣은 모양.사실 어디에 있는지는 보자마자 대충 짐작이 갔다.그런데도 나는 일부러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주변을 살폈다.갤에서 흔남 취급하는 날 지켜보는 관전자는 없겠지만…… 혹시 모르니까.이 분리수거장 자체를 주목하고 있는 자들이 있을 수도 있다.괜히 주변을 서성이다가, 천천히 안쪽으로 걸어갔다.그리고 갤러리에서 봤던 위치를 찾아 검은 쓰레기봉투 하나 앞에 쪼그려 앉았다.‘이쯤이라고 했는데…….’봉투의 입구가 느슨하게 묶여 있었다.안쪽을 들여다보니 구겨진 종이와 비닐 같은 게 보였다.그리고 그 사이.‘진짜 찾았네.’나는 손을 뻗어 검은색 USB를 쏙 빼냈다.바로 어제까지 초월적인 일을 겪어도 변한 게 없다고 한탄했었는데, 결국 해냈다.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한 성공적인 첫걸음.아무리 그래도 내가 겪은 일은 엄연히 어반 판타지의 한 종류라 할 수 있었다.그 역사적인 첫 번째 성과가 바로…….쓰레기봉투에서 누군가 버린 USB 찾아내기.“….”음… 굉장히 없어 보이는데, 그래도 뭐… 이게 어디인가.적어도 갤러리에서 얻은 정보를 가지고 현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히 증명하지 않았는가.소소한 뿌듯함을 즐기는 것도 잠시.‘이제 이걸 어떻게 하지?’찾았으니 돌려주기는 해야 할 것이다.그건 분리수거장에 오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예상된 일.하지만 준다고 해도 문제가 남아 있었다.어떻게 찾았는지를 설명해야 했다.너무 전후사정을 다 알고 있다는 듯 행동하면 안 된다.한세희라는 선배한테 해명보다는, 그걸 지켜보고 있는 관전자들이 내가 그들의 커뮤니티를 보고 있다는 걸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인과율인지 뭔지에도 개입하시는 분들인데…….’자기들끼리 떠드는 걸 엿듣는 인간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른다.‘……정면돌파밖에 없나.’정면돌파라 함은, 우연히 주웠다고 뻔뻔하게… 아니, 솔직하게 말하는 거다.쓰레기봉투에서 USB를 우연히 발견하지, 그럼 뭐 어떻게 발견하겠어.이미 내 호기심으로 벌인 일… 돌이킬 수 없다면 후딱 해치우는 편이 낫겠지.괜히 어물쩡하게 들고 있다가 이상한 오해를 쌓을 수도 있고, 애초에 점심시간 끝나면 바로 캠페인이 시작되지 않는가.시간이 촉박했다.USB를 주머니에 집어넣고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2학년 교실이 있는 층에 도착해 복도를 걸었다.한세희 선배가 2학년 1반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갤러리에 하도 떠들어대니 모를 수가 없었다.1반에 가까워지니 바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느껴졌다.교실 앞에 도착해 슬쩍 안쪽을 들여다봤다.“야, 거긴 찾아봤어?” “아니, 없다니까. 책상 밑에도 없어.” “교탁 밑은?”“있겠냐.”교실 안에서도 여러 학생이 무언가를 찾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그 가운데 익숙하다면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한번 보면 까먹기 쉽지 않은 외모니까.한세희는 몇몇 학생들에게 둘러싸인 채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USB 진짜 거기다 둔 거 맞아?”“맞는데… 하. 미안해. 나 때문에 다들…….”“아니, 네가 왜 미안해해.”“점심 먹고 오니까 사라지는 게 말이 되나?”“그냥 양해 구하고 다른 반도 찾아보자.”반에 있는 사람들이 다 같이 걱정해주는 분위기.저렇게 반 전체가 나서서 걱정해 주는 걸 보면 괜히 학생회장이 된 건 아닌 듯했다.그때, 교실 문 근처에 있던 남자 선배가 나를 발견했다.“어, 1학년?”그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여긴 무슨 일이야? 누구 찾아?”주변 몇몇 시선이 쏠린다.…막상 말하려니까 뭔가 민망하네.“저, 혹시…….”주머니에서 아까 찾아낸 검은색 USB를 꺼내 보였다.“찾으시는 USB… 이거 말하는 건가요?”“……어?”USB라는 말에 순식간에 시선이 몰려들었다.“어, 진짜 USB인데?”“세희야, 여기 와봐. 여기 USB 있는데?”교실 안쪽에서 한세희 선배가 다급히 걸어왔다.“USB를 찾았다고?”그녀는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오자마자 내 손에 들린 물건을 바라봤다.그러더니 눈을 크게 떴다.“내 거 맞는 거 같은데…….”그리고 그녀 옆에서 다급하게 다가오는 사람.‘저 사람이 정유리구나.’한눈에 봐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검은 머리카락을 어깨 아래로 길게 늘어뜨린 여학생.그녀는 한세희 옆에서 내 손에 들린 USB를 빤히 바라본다.애써 숨기려고 하지만, 전말을 알고 있는 나는 초조해하는 기색이 보였다.뭐… 내가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봐서일 수도 있지만.시선을 살짝 내리자, 그녀가 입고 있는 조끼에 이름표가 보였다.정유리.‘…맞네.’그 사이, 한세희가 한걸음 다가오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어디서 찾았는지 물어봐도 될까요?”여기까지 오는 동안 대충 생각해 둔 핑계는 있었다.“아…… 저 오늘 분리수거 담당이라서요.”“네? 분리수거요?”“네. 점심시간에 분리수거장 쪽에 갔는데, 아직 정리할 시간도 아닌데 누가 쓰레기를 버리고 가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돌려드리려고….”내 말이 이어질수록 USB를 찾았다는 안도감에 밝아졌던 한세희의 얼굴이 다시 굳었다.그녀가 이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누가… 버리고 갔다고요?”주변에 있던 다른 선배들도 수군거렸다.“버린 건 뭐야?”“실수로 주워서 버렸나?”“아니, 누가 그걸 바로 분리수거장에 갖다 버려.”“그럼…….”그쯤 되면 누구라도 자연스럽게 추론된다.누가 일부러 훔쳐서 가져다 버렸다는 거.그때, 마치 도둑이 제 발이 저리듯, 정유리가 한걸음 앞으로 다가오며 물었다.“얼굴… 봤어요? 누가 버린 건지…….”나는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정유리의 표정에는 묘한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정면에서 보니 눈매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는 것도 보였다.괜히 무섭다.내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떠보는 걸까?아니면 이미 내가 알고 있다는 걸 확신하고 말하지 말라고 저 잔뜩 힘이 들어간 눈매로 티를 내는 걸까?근데… 전후사정을 다 알고 있는 나로서는 반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내가 진짜 말하면 어쩔 건데? 같은…….나는 USB를 든 손을 살짝 들어 올렸다.그리고 바로 앞으로 다가온 정유리를 가리키며 말했다.“이거 선배님 거 아니었어요?”“….”사위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조금 전까지 USB를 찾았다며 떠들썩하던 학생들도 거짓말처럼 입을 다물었다.그리고 나와 정유리만 쳐다본다.“….”“….”누가 허튼소리라도 한마디 내뱉었다가는 몰매라도 맞을 것 같은 분위기.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싸늘했다.정유리가 뒤늦게 정신 차린 듯 되물었다.“……네?”“아까 분리수거장에서 봤던 분이랑 닮으셔서요. 저는 선배님이 버리신 줄 알았는데.”“저, 저요? 제가 그걸 왜 버려요?”억울하다는 듯 목소리가 높아지는 정유리에 맞서서 나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아, 아니에요?”“당연히 아니죠!”“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제가 잘못 봤나 봐요.”“….”“죄송합니다.”“…응? 아니.”정유리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허리를 꾸벅 숙였다.아니라는데 맞다고 우기면서까지 깊게 파고들 생각은 없었다.그건 정말 내가 논리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영역이었다.내가 할 수 있는 건 딱 여기까지.그 이상은 내 계획에 없었다. 있어서도 안 됐고.나도 분리수거 담당이라는 거짓 핑계를 만들어댄 것뿐이라 더 자세하게 물어오면 곤란했다.숙였던 고개를 들고, 아직 멍한 표정의 한세희에게 다가가 USB를 건넸다.한세희는 여전히 상황을 따라가지 못한 듯한 얼굴이었는데, USB를 손에 건네주자 얼떨떨하게 받아들였다.“어? 아, 응. 정말 고마워…….”“넵.”나는 냉큼 대답하고는 잽싸게 몸을 돌렸다.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교실을 빠져나왔다.그야말로 폭탄을 던지고 터질 새라 다급하게 빠져나온 듯한 움직임.뒷일이 궁금하긴 했지만…….‘어차피 갤러리로 파악하면 되니까.’생각난 김에 갤러리를 띄웠다.[ㅁㅊ 정의구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무슨 이런 천운이 다 있냐][개사이다 시발ㅋㅋ][정유리 표정 레전드ㅋㅋㅋㅋㅋ][넵 ㅇㅈㄹ ㅋㅋㅋ][미친 또라이인데?][누구임? 어케 찾은 거?][정유리 업보 청산 드가자 ㅋㅋㅋㅋㅋㅋ]와… 한세희와 잠깐 엮였다고 새로운 글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었다.…이런 거 원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