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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 간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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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 간수 (2)

백나현은 신나게 놀려대는 친구들의 성화에 등 떠밀려 남규와 세희가 앉아 있는 벤치 앞으로 향했다.가까이 다가가자 인기척을 느꼈는지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백나현은 곧장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직감했다.이건 그녀의 갈고닦은 눈치로 봤을 때, 타이밍을 완전 잘못 잡았다.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분위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진지했다.하필이면 중요한 얘기를 나눌 때 눈치 없이 끼어든 기분에 백나현은 본능적으로 걸음을 멈췄지만, 한세희가 먼저 아는 척을 해왔다.“어? 나현아?”“안녕하세요…….”둘은…… 건너 건너 아는 사이라고 해야 할까. 친하다고 보긴 어려웠다.서로의 SNS 게시물에 종종 좋아요를 눌러주는 정도.학교에서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를 나누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눌 만큼은 아닌.그래서인지 한세희도 그녀가 갑자기 다가온 게 조금 의아한 모양이었다.살짝 기울어진 고개와 눈빛에서 의문이 읽혔다.그 사이, 대화에 안 끼어들고 있던 남규의 시선은 다른 쪽을 향해 있었다.백나현이 걸어온 방향이었다.안 봐도 뻔했다. 분명 친구들이 죄다 이쪽을 쳐다보고 있을 것이다. 드라마라도 구경하듯이 한껏 호들갑스러운 반응을 떨면서.잠시 후 남규의 시선이 다시 돌아왔다.눈이 마주치자 백나현은 뜨끔했다.남규도 어렵지 않게 알아채겠지. 친구들이 또 무슨 장난을 쳤고, 백나현이 왜 갑자기 여기까지 찾아왔는지.괜히 속마음을 낱낱이 들킨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백나현은 애써 한세희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을 꺼냈다.“인사… 하러 왔어요. 둘이 같이 있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그 말에 한세희가 남규를 한 번 돌아보더니, 다시 백나현에게 시선을 돌렸다.“둘? 그럼 너희는 이미 아는 사이인가 보네?”“저희 같은 동아리예요.”“아, 남규가 들어간다는 동아리가…….”이미 동아리를 들어간다는 것까지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그리고 아쉬워하는 듯한 표정도 눈에 들어왔다.괜스레 더 눈치 보이는 느낌에 백나현이 말했다.“아, 그…….”백나현은 슬쩍 뒷걸음질을 치며 어색하게 웃었다.“얘기하고 계셨는데 제가 방해했죠? 죄송해요. 저는 그냥 인사만 하려고 온 거라…….”백나현이 더 뒤로 가기 전에, 한세희가 손을 저었다.“아니야, 괜찮아. 마침 얘기도 다 끝나서 나도 이제 가보려고 했거든.”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벤치에서 몸을 일으켰다.“남규야, 아까 얘기는 신경 쓰지 마.”“아, 네.”“그리고 고마웠어.”그렇게 한세희가 떠나가고 졸지에 남은 두 사람.백나현은 슬쩍 남규의 표정을 살폈다.‘…화났나?’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남규의 얼굴이 무표정한 것 같기도 했다.그때, 잠시 말이 없던 남규가 먼저 입을 뗐다.“친구들이 또 놀렸구나?”“어? 어….”“너 반응이 재밌어서 계속 놀리나 봐.”백나현은 난처한 얼굴로 머리끝을 매만졌다.“그, 그런가 봐.”“우리도 갚아주자.”“…응?”반응하기도 전에 남규가 백나현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그리고 백나현과 친구들이 있는 방향 사이로 한 걸음 들어서더니, 슬쩍 몸을 틀어 그녀와 마주 섰다.덕분에 친구들이 있는 쪽에서는 남규의 등만 보이게 되었다.마치 두 사람이 무슨 은밀한 대화라도 나누는 것 같은 구도.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서 굳었는데, 뒤늦게 올려다보니 남규가 장난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화난 건 아니었구나.다른 무엇보다 자신이 가장 걱정했던 상황은 아니라는 사실에 안심이 됐다.“어때?”“….”“나현아.”“응? 뭐가?”“어떠냐고. 애들 반응은?”백나현이 고개를 기울여 남규 뒤에 있는 친구들을 잠시 쳐다봤다가 다시 돌아왔다.“….”말해주기 좀 그랬다.자신이 봐도 아주 가관이라…….말이 없는 백나현의 반응을 잘못 이해한 건지 남규의 얼굴이 조금 시무룩해졌다.기껏 장난을 쳤는데 기대했던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그 모습은 조금 귀엽게 보였다.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백나현의 입가에 다시 미소가 번졌다.“쟤네는 이런 거라도 해야 당황할걸.”백나현이 손을 뻗어 남규의 교복 옷깃을 가볍게 붙잡더니 살짝 끌어당겼다.순식간에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좁혀졌다.남규는 진심으로 놀란 듯 눈이 동그래졌다.당황한 기색이 고스란히 드러난 얼굴에 백나현도 뒤늦게 실감이 나서 당황했다.……너무 신냈다.“엄멈머.”그리고 바로 옆을 지나가던 학생이 못 볼 걸 봤다는 듯한 소리에 두 사람은 화들짝 떨어졌다.남규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아니, 야… 이건 너무 갔잖아. 더 신나서 놀리겠다.”맞는 말이었다. 백나현 본인도 저질러놓고 뒤늦게 아차 했으니까.하지만 또 그렇게 말하니까 묘하게 반발심이 든다.무슨 마음인지 모르겠지만.“네가 시작해 놓고 나한테 덮어씌우기야?”“……그렇긴 하네.”어딘가 삐죽거리는 백나현의 말에 남규는 순순히 인정했다.그러는 사이, 남규의 등 뒤에서 들리는 발걸음 소리.……올 게 왔구나.친구들이 다가오고 있는 게 분명했다.백나현은 다시 남규를 올려다봤다. 그리고 사뭇 비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남규야, 너라도 도망쳐. 난 괜찮아.”“….”“한 명이라도 살아야지. 빨리.”“아니 무슨…….”백나현은 등 떠밀어 남규를 먼저 보냈다.그리고.“으흐흐….”해괴망측한 표정을 짓고 있는 친구들을 눈앞에 두고 백나현은 눈을 질끈 감았다.***[방금 장면 봄?????????][어흐어흐어흐아흐아흐하아아아아][남규 메기인 거 부정하는 새끼 차단하죠?][남규 나현 럽라는 애칭 뭘로 함?][내가 방금 장면을 10번쯤 복기해 봤는데][ㅁㅊ 해붕이들 이번 시리즈 역치 개낮아졌네][진지하게 이번 시리즈에서 이런 장면 처음 봄][노잼준은 2년 동안 못보여주던 거 ㅋㅋㅋ]백나현 친구들한테 되갚아주려는 목적이었는데, 오히려 갤러리가 난리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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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즐거워 보인다.남의 연애사…… 아니, 연애사라고 하기에도 뭐한 일에 이렇게까지 진심일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할 따름이었다.그렇게 대충 갤 분위기를 살피며 교실로 돌아왔을 때였다.“남규야.”교실에 들어서자마자 누군가 나를 불렀다.고개를 돌리니 안정훈이 제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평소에 보여주던 차분한 모습과는 대조되는 들뜬 발걸음.“된대.”대뜸 돌아온 말이었지만 무슨 말인지는 알 것 같았다.“걔가 좋다고 했어. 친구도 데려올 수 있대.”“오, 진짜? 그럼… 네 명이서 보는 건가?”“어. 토요일에 시간 된다고 하더라.”안정훈은 기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는지 연신 입가를 씰룩거렸다.어쨌든 데이트 신청에 성공했단다.토요일이면 당장 이틀 뒤.얼핏 찾아본 거로는 주예린 성격이 장난이 아니던데.이왕 이렇게 된 거, 주예린에게 최대한 맞춰주면서 두 사람이 잘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줘야지.그걸 원하고 안정훈이 부탁한 걸 테니까.그와 몇 마디를 더 나눈 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옆자리에는 짝꿍이 앉아 있었지만 별 다른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어색했다.…자리 언제 바꾸냐.아무튼.곧 점심시간이 끝나고 수업이 시작됐다.그렇게 오늘 마지막 수업까지 끝마치고, 종례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그동안 주변에서 떠드는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됐는데, 다음 주부터 동아리 주간이라고 한다.내 동아리는 이상현상 연구부.꼭 이 학교의 비밀을 파헤치는 게 아니라도, 사실 이 갤러리 때문에 흥미가 돋은 건 사실이었다.괴담이나 미스터리 같은 것도 마냥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느껴지지는 않게 됐으니까.마침 종례를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동아리 단톡방에 투표가 올라왔다.동아리 주간에 무슨 활동을 할지에 대한 투표였다.후보는, 학교 축제 부스를 기획하는 것과 교외 미스터리 장소를 탐방하는 것.우리 동아리는 축제 때 보통 다른 동아리와 협력해서 귀신의 집을 운영하거나, 인원이 부족하면 미해결 사건 추리 대회 같은 걸 한다고 했다.그런 활동을 준비하는 데 동아리 주간을 활용하자는 게 첫 번째.두 번째는, 말 그대로 학교 밖에 있는,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괴담이나 기묘한 소문이 있는 장소를 직접 찾아가는 활동이었다.……이런 것도 가능한 건가?마침 나와 같은 의문을 품은 사람이 있는 모양이었다.남유찬 [근데 우리 동아리 시간에 학교 밖으로 나가도 됨?]남유찬 [원래 교실에서 보고서 쓰는 척하면서 꿀 빠는 게 국룰 아니었냐]문의준 [ㅇㅇ]문의준 [허락받으면 가능]남유찬 [안해주시면?]문의준 [이미 받았는데]문의준 [투표나 ㄱㄱ]인원이 9명이라 투표는 금방 끝났다.결과는 두 번째가 압도적이었다.나도 중간에 여론의 흐름대로 두 번째에 슬쩍 투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