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마법
첫 마법
“…수수께끼의 외부인에 대한 사항이라…”“카르나로프. 채점은 끝났습니까?”“필기 30점. 실기는 만점.”“…필기 30점? 정말 괜찮은 성적 아닌가?”필기는 예로부터 20점을 넘는 학생이 손에 꼽던 영역이었다.카르나로프가 언제나 중시하던 이론의 탄탄함.그리고 그의 마법을 흩어낸 실전의 단단함.이 두 가지를 전부 갖춘 학생이라 할 만했다.포션학 교수인 이사벨은, 그가 높은 실력의 학생을 상당히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 좋아해야 하는데….‘표정이 왜 저래?’물론 저 성격 나쁜 인간이 저러는 건 한두 번도 아니었지만.“그래서, 그 학생은 받을 건가? 받는다면 끝까지 책임져야 하네. 출처도 모르는 인간을 받기에는…”“받는다. 무조건.”“외부인은 안 받는다고 하시지 않았어? 나는 찬성이지만.”이사벨이 카르나로프에게 말했지만, 카르나로프는 단호했다.그는 어둡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곁에 두고 손수 조지겠다. 반드시 연구생으로 받을 것이야.”이사벨은 그가 그런 ‘상스러운’ 단어를 쓰는 것도 상당히 오랜만에 본다고 생각했다.그러면서, 그녀에게 줄 기숙사 방 키와 학교의 안내도를 챙겨 가볍게 발걸음을 뗐다.***필기시험장에서 일어나 건물 뒷편에서 탈주각을 보고 있던 나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얘.”“…?”“얘!”“으악!?”“아하하! 놀랐니? 미안해. 집중하고 있길래. 귀여운 반응을 보고 싶어서 놀래켰어.”기척이 거의 없었다.이것도 마법같은 건가?나는 고개를 돌려 내게 말을 건 사람을 보았다.물빛 눈동자와 어깨까지 오는 같은 색의 머리카락.꼬부랑 모자와 검은 로브.카르나로프와는 다르게 상당히 젊어 보였다.다만 나보다 키가 확실히 컸고,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누구세요?”“나는 레인하트 마법학교의 포션학 교수, 이사벨. 보통은 네가 직접 기숙사 열쇠와 각종 물품을 수령해야 하지만, 너는 좀 특별하니 내가 직접 왔어.”“특별하다고요?”“그래. 그 카르나로프가 그렇게 평정을 잃는 것도 난 처음 봤거든.”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나 그 아저씨한테 뭐 잘못했나?그냥 신경 안 쓰기로 했다.“아무튼, 이곳이 어딘지는 들어서 알지?”“마법학교 아닌가요?”“그래. 이곳은 레인하트 마법학교. 제국 최고의 마법학교이자, 국내 최고의 재능이 모이는 연구기관이기도 해.”“음. 좋네요.”“좋고말고. 아무튼, 너는 이제 레인하트 마법학교에 정식으로 입학처리되었어.”“…아까랑 다른 게 있나요?”“중대한 범죄나 금기를 저지른 게 아니라면, 학교마저도 널 저버릴 수 없다는 뜻이야. 네가 자퇴하기 전까지는.”“자퇴해서 나갈 수 있다고요?”“으음… 그것도 절차가 복잡하긴 하지만 가능하긴 해. 하지만 추천하지는 않아.”“왜요?”“이 제국에 네 재능을 완벽하게 꽃피울 수 있는 곳은 이곳 말고는 없을 테니까.”…재능이라.훈련소에서도 많이 들었던 말이었다.정작 능력이 없어서 탑 1층도 오르지 못했지만.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사벨은 내게 뭔가를 내밀었다.“자! 받아!”건네진 물품은 책자 하나와 열쇠, 짤랑거리는 봉투였다.봉투 안에는 은화 세 개와 동화 일곱 개가 들어 있었다.그리고 하나의 유리병.찰랑거리는 푸른 액체.“책자는 신입생에게 필요한 정보를 하나하나 써놓은 거야. 학교에는 위험구역도 많으니 꼭 읽어보렴.”“열쇠랑 봉투는요?”“열쇠는 네 기숙사 열쇠. A랭크 기숙사는 저쪽이야.”“A랭크?”“네 기숙사 랭크. 뭐, 들어가보면 알게 될 거야. 봉투는 내가 주는 선물이고. 포션과 제국 화폐인데, 특히 포션은 한 시간 동안 자기마나를 최대치 이상으로 늘려 줘. 도움이 될 거야!”그녀는 뿌듯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순수하게 나에 대한 호의가 느껴졌다.그나저나 기숙사 A랭크라니.실기를 잘 봤나?“다른 궁금한 건 없니?”그녀가 물어왔다.솔직히 뭔가를 진지하게 질문할 생각은 아니었다.하지만, 내 뇌리를 스치는 한 무언가가 있었다.마법학교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줄곧 품었던 의심.나는 평생 능력이 없었다.자연친화나 용안, 언어의 가호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그건 나도 세상도 요구하던 것이 아니었다.헌터로는 불합격점이었다는 것이다.“…제가 정말로 마법을 쓸 수 있게 되나요?”“…? 이상한 질문을 하네. 마치 한 번도 신비를 행해 본 적 없다는 말투야.”그녀는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하긴, 한 번도 마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면 그럴 만도 하지! 그럼, 내가 직접 하나만 알려주도록 할까!”“네?”“뭐, 알려준다고 해도 다섯 살 아이에게나 알려주는 비전투용 마법이지만. 손을 줘 볼래?”그녀는 내 손을 가져갔다.그리고 내 안에서 무언가가 끌려나오는 감각이 느껴졌다.나는, 그걸 내 눈으로 볼 수 있었다.아니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 맞겠다.‘…내 안에도 마나가 있었다고?’아주 미량이었지만, 마나였다.“자기마나를 뽑아쓰는 법도 모르는 모양이네. 설마 자연마나를 조작해서 카르나로프의 마법을 재밍한 거야?”이사벨은 내 손을 잡고 그대로 마나를 한 점으로 모았다.그리고선 다른 손을 들어 자신의 마나를 한 손에 모아, 주문을 외웠다.“스타, 플래티나.”그러자, 파란색 별빛이 작게 톡, 톡 튀었다.그녀의 흰 장갑 위에서 분수처럼 솟아났다.나는 그걸 모두 ‘보았다’.“이제 내 마나를 잘 보고 마나를 잘 그러모은 뒤, 네 손에서 뛰노는 빛나는 별을 상상하고, 2소절로 영창을…”[용안]이 마나를 관측했고, [대마법사의 자질]이 그게 어떻게 되는지 본능적으로 이해시켰다.나는 영창했다.“스타, 플래티나.”그녀의 것과는 다른 오색의 빛이 탁탁 튀었다.마치 호수에 떨어진 별똥별처럼, 내 손을 신나게 뛰놀다 사라졌다.나는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이사벨은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역시, 처음 써보는 게 맞구나?”“이게… 되네요?”“뭐! 나도 보자마자 습득했지만 말이지. 네가 재능만큼은 내게 뒤처지지 않는다는 증거야.”그녀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그녀를 찬찬히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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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나를 인식하니 알 수 있었다.그녀에게도 마나가 있었다.그것도 매우 농밀하고 응축된 형태로.‘…괴물인가?’저 정도의 힘을 몸에 담아두고 산다고?그녀는 슬며시 웃었다.“지팡이도 없지? 지팡이를 빌리고 싶다면 접수처를 찾아가. 지팡이를 부러뜨리거나 잃어버린 학생을 위해 지팡이를 싸게 빌려 줄 거야.”“지팡이가 꼭 필요한가요?”카르나로프도 그렇고, 그녀가 허리에 찬 지팡이도 그렇고.이 세계의 인간들은 전부 지팡이를 차거나 들고 있었다.“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기초마법 이상의 마법은 지팡이를 쓰지 않으면 효율이 크게 떨어져.”그녀는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그럼, 내 개인적인 선물은 여기까지. 애초에 기초마법은 전문분야가 아냐. 카르나로프 교수에게 잘 배워보렴.“그렇게 이사벨은 떠나갔다. 하지만.된다.진짜로 된다.별은 내 손바닥 위에서 터져나가, 내 얼굴과 머리카락을 잠시 밝게 물들이다 사라졌다.“스타, 플래티나.”나는 몇 번이고 그 자리에서 마법을 써 보았다.뽑아낸 마나가 전부 사라질 때까지.나는 씨익 웃고는 확신했다.이곳은 게이트 따위가 아니다.그냥 기연이다.중국에서 가끔 나온다는 무공비급이나, 탑에서 나오는 개사기 아티팩트처럼.이곳도 확실한 기연이었다.그렇게 기뻐하고 있을 때, 그녀의 마지막 말이 살짝 찔러들어왔다.‘카르나로프 교수에게 잘 배워보렴.’으엑.그 교수는 좀 밉상인데.나는 곧장 기숙사로 향했다.***중앙 게시판.중요한 행사나 기말 시험, 혹은 매우 중요한 공고가 있을 때 사용되는 마법 게시판.제국의 마도사들이 달라붙어 만든 게시판형 마도구 중에서도 특별히 성능이 뛰어난 편이다.그 앞엔 사람들이 마구 모여들어 있었다.신입생들도 많았지만, 더 많은 건 6학년까지의 선배들이었다.기숙사시험의 순위가 매겨져 나왔기 때문이다.순위를 보면서 아는 사람인지 확인하거나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건, 이미 전통 비스무리한 게 되어 있었다.“역시 수석은 그녀로군. 리니아 드림웰.”“…전체 차석…유미아?”“유미아가 누구야? 넌 알아?”“내가 어떻게 알아?”“뭐 어디 귀족집의 숨겨둔 영애라도 되나?”“그렇다기엔 성이 없잖아?”“고유마법도 없이 차석을 차지했다고?”긴 금발의 작은 소녀는, 그 인파를 어떻게든 뚫고 지나가는 데 성공해 자신의 순위를 확인했다.그리고 하나의 순위를 더 확인한 다음,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런 다음 아리스는 접수처에서 기숙사 열쇠를 신청하고, 자신의 손에 들린 황금 열쇠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보았다.“…제가 A랭크라고요!”살짝 커트라인에 걸쳐있어서 걱정했는데, 정상적으로 A랭크인 듯했다.“그렇습니다. 여기 기숙사 열쇠입니다. 지도를 확인해주세요.”A랭크 기숙사는 훌륭했다.보안도 보안이지만, 깨끗한 바닥과 욕실, 거실과 거기 딸려 있는 침실, 그리고 온도와 습도가 마도구로 관리되는 창고까지.하지만 그녀가 기대되는 것은 사람이었다.A랭크는 상위 20퍼센트까지 사람을 받는다.좋은 사람과 친구가 되는 것.그녀가 항상 바라마지않던 일이었다.그리고 오라버니에게 들은 사실.‘사실 A랭크 기숙사 룸메이트는 랜덤으로 배정하는 게 아냐. 수석과 A랭크 꼴찌, 차석과 꼴찌보다 한 등수 높은 사람과 매칭해주지.’그녀는 상위 20퍼센트의 14명 중 13등.차석은 유명했다.가문도, 귀족인지도 평민인지도 모르는 수수께끼의 천재.‘과연 어떤 사람일까…!”.착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그녀는, 아까 필기시험을 떠올렸다.작은 쿵 소리가 나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늘어지게 잠을 자던 소녀.그 공명정대하고 엄격하다는 카르나로프 교수가, 죽일 듯이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트러블에만 안 휘말렸으면 좋겠는데요…!’그래도 뭐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소녀만큼은 룸메이트가 되지 않을 것이다.‘그도 그럴 게 그런 사람이 차석일 리가 없잖아?’…라고 생각했다.“도로롱…”방에서 색색 숨소리를 내며 웅크려 자고 있는, 새하얀 머리카락의 미소녀를 보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