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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로 발달한 마법사는 각성자와 다를 바 없다

나만 마법학교 다녀서 탑 오름 — novelpia.com · All chapters

고도로 발달한 마법사는 각성자와 다를 바 없다

“아, 안녕하세요!”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눈앞의 소녀를 보았다.  잊고 있었다.  룸메이트라는 시스템이 있다는 것을.  침대가 두 개였을 때부터 짐작하고 있던 사실이긴 했지만….  “저기요….”  “…안녕….”  내가 인사하자 그녀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뭔가 무서워하는 듯한 느낌인데….  “…유미아 씨…맞죠?”  “내 이름을 알고 있어?”  “당연하죠! 유명인인걸요!”  …난 어제 이 학교에 들어왔는데 왜 유명인이 되어 있지.  그 이유는 바로 들을 수 있었다.  “학년 차석이시잖아요!”  “…뭐?”  차석이라고?  A랭크 열쇠를 줄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고는 생각했는데, 학년 차석이라니?  주목만 안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흠흠. 아무튼, 저는 아리스 스크립트라고 해요. 아리스라고 불러주세요!”  나는 그녀를 훑어보았다.  등의 반을 덮고 있는 금발에, 귀여운 외모.  머리 위에서 흔들리는 바보털이 인상적이다.   그녀는 자기 지팡이를 꼭 쥔 채 로브를 입고 있었다.  “저어, 어디 출신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출신?”  “출신지가 있으실 거 아니에요?”  “모르는데.”  “그럼 부모님 출신은…”  “몰라.”  “아, 그, 그렇군요.”  “아니, 잠깐만.”  오해가 있어.  아주 중대한 오해가.  “저… 혹시 마법 쓸 줄은 아세요?”  뭔가 대화가 이상한 쪽으로 가는 것 같다.  “알긴 아는데… 보여줄까?”  어떻게든 연민의 색을 지워내고 싶다.  나는 손을 들어 주문을 외웠다.  근데 연민의 색이 더 짙어졌다.  생각해 보니 이거 다섯 살 짜리에게 알려주는 거랬지…  “지팡이는… 없으신 건가요?”  “후아… 이제 빌리러 가야지…”  이제 그녀의 눈동자에 두려움은 지워지고 없었다.  이건…빈민을 보는 귀족의 눈이 이럴까.  “괘, 괜찮아요! 하나하나 배워나가면 되죠. 음!”  뭔가 오해한 듯하다.  그녀는 내 손을 꼭 잡았다.  “제가 꼭 바른 길로 이끌어드릴 테니까요!”  뭐 상관없겠지.  ***  다음 날은 수업이 없는 듯했다.  학기는 그 다음 날부터 시작이라고 했다.  그래서 난 아리스에게 같이 다닐 것을 제안했다.  “여긴 학생식당이에요. 식사부터 할까요?”  “그래.”  식당은 A식당과 B식당이 있었는데, 아리스는 아주 자연스럽게 A식당으로 들어갔다.  “여기 돈을 내시면 돼요.”  아리스는 일주일 전부터 이곳에 왔다는 모양이다.  그래서 나도 자연스럽게 이사벨이 준 돈을 넣어놓았던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 적혀있는 가격을 보고 지갑을 다시 집어넣었다.  “…은화 세 개?”  내 전 재산이었다.  아리스는 그게 무슨 문제라도 되는지 날 쳐다보았다.  “…비싸잖아.”  “구매할 생각이 없다면 비켜라.”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뒤를 쳐다보았다.  카르나로프였다.  그는 보란 듯이 은화 세 개를 바구니에 집어넣었다.  짤랑, 하는 소리가 울렸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교직원 식사구역으로 가버린 그였다.  “…?”  이상한 인간이구만.  나는 당황해하는 아리스를 데리고 식당을 나왔다.  “죄송해요… 돈이 없으실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어요.”  아리스는 내게 머리 숙여 사과했지만 난 별 상관이 없었다.  “이 돈을 항상 내고 먹는 거야?”  “아뇨. 저는 가문에서 학교에 후원금을 보내서…”  들은 바로는, 이 학교는 일정 금액 이상 후원금을 내면 학생의 식비를 면제해 준다고 한다.  그리고 난 그런 게 없다.  “아! 재능이 뛰어나다면 다른 귀족분들에게 후원을 받는 루트도 있어요! 유미아는 차석이잖아요? 저희 아버지께…”  “그건 언제 되는데?”  “다다음…학기요?”  “갸아아아악.”  거품을 무는 나를 보며 아리스가 제안했다.  “B식당이 있긴 한데요… 갈까요?”  B식당의 가격은 30카퍼.  은화 3개가 300카퍼이니, 열 배는 싼 가격이었다.  그리고 그 품질은.  ‘아니 시발 어떻게 짬밥보다 맛없지?’  푸석한 질감의 빵과 뭔가 묽은 수프, 잡내 나고 뭔가 이상한 털 붙어 있는 고깃덩이.  “…욱.”  좋은 집안에서 자라서 그런지 아리스는 먹기 힘든 모양이었다.  사실 이 게이트의 최대 위험 요소는 이게 아니었을까?  더럽게 맛없고 비싼 밥을 제공해 침입자에게 경제적 보복을…  그럴 리가 없겠지.  그냥 이 세계 평균인 것이다.  이게.  “으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일단 배고프니까 다 먹긴 먹었다.  이 몸은 편리하다.  살도 안 찌고, 아무리 먹어도 외모가 유지된다.  하지만 그것은 먹을 것이 넘쳐나는 현대에서나 유리한 몸뚱아리.  먹을 것이 없는 환경에선 오히려 불리하다.  나는 차마 고기에는 손도 대지 못한 아리스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먹고살기 드럽게 힘든 것이에오….”  “제, 제가 돈을 빌려드릴까요!? 제 용돈이 일주일에 15실버니까… 몇 끼 정도라면…”  나는 그녀의 순수한 눈동자를 보았다.  순간 솔깃한 제안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순수한 아이의 돈을 빌리는 것도…  나는 일단 고개를 저었다.  “…그런가요. 그럼 힘내보죠. 저도 옆에서 도와드릴 테니까요!”  우리는 접수처로 가서 내 지팡이를 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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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일단 손에 쥐고 있는 2실버 57카퍼로 어떻게든…!  “대여비는 1주일에 2실버 50카퍼입니다.”  진짜 말도 안 된다. 이거.  일주일 안에 지팡이도 뺏기게 생겼네…  돈 들어갈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옷도 사야 하고, 지팡이도 빌려야 하고, 밥도 먹어야 하고….  ‘일단 돈을 어떻게든 모아볼까.’  목표에 돈 모으기가 추가되었다.  근데 이거 어떻게 모으냐. 진짜.  ***  기숙사 방에서 천장을 쳐다보았다.  ‘여긴 현대 세계와 달라.’  여자로 변하기 전이나 후나 많이 유행했던 소설이나 웹툰.  그런 곳에 나오는 세계들과 더 비슷했다.  난 내 짐들을 펼쳐 보았다.  스마트폰, 지갑, 신용카드, 그리고 쓰고 남은 잔돈.  스마트폰에는 배터리가 43퍼센트 남아 있었다.  진작에 배터리를 거의 안 쓰는 모드로 돌려놓았지만, 그래도 많은 양이 남아있진 않았다.  “그게 뭔지 물어봐도 될까요?”  “…이거?”  아리스가 스마트폰에 흥미를 보였다.  나는 스마트폰의 조작법을 아리스에게 가르쳐 주었다.  아리스는 조작법을 매우 빠르게 익혔다.  ‘할머니들이랑은 다르네. 역시 젊어서 그런가.’  전에 봉사활동으로 간 곳에서는 인터넷 들어가는 데도 한 세월이 걸렸는데.  “으우… 모르겠어요. 이게 무슨 문자에요? 와… 누르면 문자들이 잔뜩…엄청 신기한 마도구네요!”  그런 식으로 인식하는 건가.  카메라도 보여줄까 하다 그냥 나중에 설명하기로 했다.  나는 혼란스러워하는 아리스를 냅두고 상태창을 켰다.  이곳에 오고 나서 특성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대충 상태창을 보면서 생각을 정리하기로 했는데…    이름 : 유미아  능력 : [초기마법]  특성:  [전환]  [대마법사의 자질]  [자연친화]  [흑마법사의 자질]  [마방진의 수학자]  [언어의 가호]  [용안]    “엥?”  “왜 그러세요?”  “초기마법이 뭔지 알아?”  “초기마법은 지팡이가 만들어지기도 전 시절의 마법을 그렇게 부르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아니, 아무것도 아냐.”  아무래도 상태창은 마법을 액티브 스킬로 인식하는 것 같았다.  내 확신이 더 짙어졌다.  여긴 노다지다.  ***  사나흘 정도 시간이 흘렀다.  레인하트의 수업은 오전 수업과 오후 수업으로 나뉜다.  수업이 없는 날은 있었지만, 오전과 오후 수업이 전부 있는 날은 거의 없었다.  “으어…”  나는 주린 배를 붙잡고 오후 수업에 들어갔다.  다만 오늘 수업은 좀 달랐다.  항상 계단식 강의실에서 진행되었던 수업.  하지만 오늘의 수업은 앞에 단상과 칠판만 달린 연습장 비스무리한 강의실에서 진행되었다.  과목이 [마법의 역사], [약초학] 같은 이론 수업이 아닌 [기초마법]이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마법을 배울 수 있어…’  뭔가 졸지에 만학도가 된 기분이었다.  분명 나는 이곳의 정식 학생일 터인데….  “저어…이거라도 드실래요? 식당에서 안 먹고 가져온 건데…”  보다 못한 아리스가 빵 한 개를 내밀었다.  나는 빠르게 먹어치웠다.  식었음에도 정말 부드러운 빵이었다.  “아리스, 너밖에 없어…! 역시 넌 내 하나뿐인 소중한 친구야…!”  나는 아리스의 손을 맞잡았다. “흐헥…?”  사람의 온기가 손에 안겼다. 역시 노동자에겐 빵이 필요해…!  별게 귀족이냐. 빵을 주면 그게 귀족인 것이다.  귀족들이 전부 아리스만 같았다면 폭동은 일어나지도 않았어…!  “이, 이것도 매점에서 산 것들인데 괜찮으시면…!”  아리스는 얼굴을 붉히며 다른 간식들도 꺼내주었다.  “넌 정말 최고의 친구야.”  “친구요!? 친구…에헤헤.”  아니, 친구가 아니라 천사일지도 몰랐다.  밥 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지. 응.  ***  금세 수업 시간이 되었다.  “자, 잠깐 왜 저 사람이…”  “조교님이 진행하는 수업이 아니었어…?”  학생들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특히 표정이 안 좋아진 것은 낙제점을 받아 다시 수업을 수강하는 선배들.  그 원인은 단상 앞에 선 인간에게 있었다.  카르나로프였다.  카르나로프가 들어오자 분위기가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떠들던 학생들도 입을 순식간에 다물었다.  카르나로프가 단상 앞에 서서 지팡이를 꺼냈다.  그리고 끼리릭, 하고 표적이 하나 몸을 일으켰다.  훈련용의 더미 인형인 것 같았다.  “수업을 시작하겠다. 과목은 [기초마법].”  제복 차림의 카르나로프가 씨익 웃었다.  “하나 예고하지. 이번 수업은 여러분이 가장 성적을 받아가기 힘든 수업이 될 것이다.”  그는 지팡이를 들었다.  마나가 그 지팡이에 맺힌다.  마치 각성자가 능력을 쓰는 듯하다.  세련된 규칙과 매우 높은 밀도를 가졌다는 것을 뺀다면 비슷할 것이다.  정작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었지만.  “하지만 이 마법을 성공적으로, 이 카르나로프의 의도에 따라 익혀낸다면.”  파란색 선이 연습장을 훑고 지나갔다.  —파앙!  청명한 파공성이 울렸다.  훈련용 인형의 머리부터 목이 사라져 있었다.  학생들은 입을 벌리고 멍하니 보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확신했다.  “단언하지. 자네들은 당장 마도병이 되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저걸 익혀낸다면, 당장 탑을 오를 수 있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