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토리얼이 너무 쉽다
튜토리얼이 너무 쉽다
일렁이는 희미한 불꽃만이 멀리서 살짝씩 존재감을 드러낸다. 벽에 박힌 횃불들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제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 “으엑… 첫방부터 어둠 기믹이냐…. 잠깐. 근데 이거 그냥 날먹이잖아." 용안에게 어둠 따위는 의미가 없었다. 익숙해지면 다 보였다. 애초에 달도 안 떠있는 밤에도 산은 잘만 타고 다녔으니까, 발밑만 조심하면 별 상관이 없었다. “그냥 조심하기만 하면 되겠네.” 나는 앞을 경계하며 걸어들어갔다. 방은 넓지 않았다. 짤각. 짤각. 장검을 든 해골이 덜그덕거렸다. 키는 2미터가 넘는다. 걸을 때마다 땅이 패이는 걸로 봐서는 힘도 만만찮게 억세다. 그런 해골이 둘. 해골 거병 둘은 날 발견하자마자 기세 좋게 쩔그럭거리며 뛰어오기 시작했다. “엑. 상상하던 거랑 좀 다른데.” 해골들은 어느 정도 가까이 다가오자 동시에 검을 들었다. 그리고 하나는 왼쪽, 하나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빠르게 접근했다. 양쪽에서 검으로 한꺼번에 공격할 생각인 것 같았다. “하, 그렇게 오시겠다?” 내 얼굴에 순간 광소가 번졌다.자연히 동공이 파충류의 그것으로 변했다. 한손으로 검을, 다른 한손으로 지팡이를 잡았다. 한 손은 품 안에 대 놓고, 다른 한 손은 검을 세게 쥔다. “캐스팅 불렛.” —파앙. 몸 안쪽, 역수로 잡은 지팡이에서 푸른 불빛이 터져나갔다. 조준은 완벽했지만 위력을 낮게 잡아서 그런지 죽지 않았다. 하지만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남은 건 한 녀석의 희생으로 거리를 좁힌 남은 해골바가지. 그대로 지팡이를 버리고 지팡이를 잡던 손으로 검날을 받쳤다. 의외로 각도만 잘 맞으면 손을 다치지 않고 검날에 힘을 실을 수 있다. 그대로 바닥으로 해골의 공격을 비껴냈다. —카칵!! 해골의 검이 땅에 박혀버려 순간 움직임이 경직되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버린 지팡이 쪽에 뛰어들어 굴렀다.구르는 도중 지팡이를 회수하고 해골에 조준. 또 하나의 푸른 불빛이 번지고, 하나의 해골이 무너졌다. 이번엔 위력을 꽤나 올려서 쐈기에 즉사였다. 연이어 그로기 상태에 빠졌던 해골을 정리했다. 빨간 마석이 연이어 떨어졌다. “할 만한데?” [유저 : 유미아. 사자의 층 (1/3). 병사의 방 클리어! 마나, 체력 소폭 회복! 보상이 주어집니다!] [돌파 시간 10.14초. 기록됨.] *** 탑 밖에서 이세라도 메시지를 보고 있었다. 난이도가 맞지 않으면 파티 플레이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파티를 맺어 메시지를 보는 꼼수는 가능했다. 그리고 이세라가 탑에서 얻은 레어(R)급 특성, 옵저빙. 파티 안의 한 사람의 3인칭 시야를 허공에 스크린 형태로 띄울 수 있게 만드는 특성. 그것으로 이세라와 우수현은 유미아의 시야를 공유받고 있었다. “이, 이게 말이 됩니까? 탑에 들어간 지 1분도 안 됐는데 첫 번째 방이라고요! 그것도 헬 모드에서!” 누가 보면 우수현이 호들갑을 떤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움직임이나 판단 자체가 절대 탑을 처음 오르는 일반인이 아니다. 저 작고 귀여운 몸으로 헬 난이도의 적을 여지없이 박살낸다.하얀 생머리를 휘날리며 푸른 섬광이 번질 때, 적은 그 머리를 잃었다. “저 자식은 항상 그랬어요. 걔 특성이 동체시력을 올려주는 것도 있지만...저건 그냥 감각이에요. 항상 최선의 경로로 무섭게 찌르고 들어오죠.”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세라도 가능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근데 애초에 그걸 따지자면 남자가 여자가 되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은가. “뭐, 눈앞에 있으니 믿어야죠. 어쩔 수 있나…” [보상을 수령하세요!] 그 메시지가 뜨자마자, 시야 공유가 꺼졌다. 옵저빙은 쿨타임과 시간 제한이 있는 특성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기다리면 나올 것 같네요.” 이세라는 우수현을 보며 픽 웃었다. 훈련소 첫날, 유미아와 대련했던 자신을 보는 것 같아서. A급 능력을 각성해 콧대가 높아졌던 그녀를 간단히 꺾어버린 그때의 장면을 떠올렸다. “뭘 사줘야 입맛에 맞으려나?” *** 이사벨의 포션의 효과는 절대적이었다. 내 몸이 품고 있는 마나를 최대량 이상으로 늘린다. ‘호오. 몸도 쌩쌩하고 가볍네. 마나량이 늘어난 덕분이겠지.’ 부작용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학생에게 줄 만한 물건은 아니다. 지금 옥션에 올려도 몇백에서 천 정도는 받아먹을 수 있는 물건. 회복량은 그렇게 높지 않았지만, 애초에 포션이란 것이 그랬다. 남은 마나는 반절 정도. 같은 적이 같은 방식으로 출현한다면 충분히 때려잡을 수 있는 정도였다. ‘좋아.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볼까.’ 나는 마석을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에너지원으로도 연구자원으로도 소중히 여겨지는 것이 마석. 헬 난이도라면 비싸게 팔리지 않을까?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았다. 첫 번째 방의 보상이었다. ‘어디, 뭘 주려나?’ 일단 필요한 건 마나였다. 정확히는 마나의 최대치를 늘려주는 아이템. 마나를 내놓아라! [보상을 수령하세요!] 그렇게 내 앞에 은색 상자가 나타났고, 그 안엔 하얗게 빛나는 구슬이 들어 있었다. [스테이터스 강화 선택권(1층, R)] “아싸!” 내구, 근력, 민첩, 마나 중 하나의 스테이터스를 선택해서 올릴 수 있는 아이템. 가장 기본적인 아이템이지만, 내게는 가장 절실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건 애초에 보스룸에서나 나오는 아이템이라고 들었다. 이게 지금 뜬 거다! ‘그럼… 보스룸에선 뭘 준다는 거지?’ 나는 무조건 높은 난이도를 가라는 이세라의 말이 이해가 갔다. 낮은 난이도에서는 나와도 더 낮은 등급의 강화 선택권이 나올 것이다. 레어 등급도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바로 마나를 선택했다. 내구를 올려도 괜찮겠지만, 지금은 마나가 절실했다. 아티펙트나 방어계 특성을 획득해서 무마할 수도 있을 거고. ‘마나.’ 그렇게 생각하자 내 몸이 밝고 푸른 빛으로 감싸였다. “…오. 오?”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마나 용량이 거진 두 배로 늘어났다. 포션의 효과는 지속되고 있었지만, 초과 용량이었던 마나가 온전히 내 것이 된 것이 느껴졌다. 이대로 계속 탑을 공략해 늘려나간다면…. 적어도 마나가 적어서 고생할 일은 없어질 것이다. *** [유저 : 유미아. 사자의 층 (2/3). 궁수의 방 클리어! 마나, 체력 소폭 회복! 보상이 주어집니다!] [돌파 시간 15.14초. 기록됨.] 두 번째 방도 병사가 아닌 궁수라는 것을 제외하면, 보상까지도 같았다. 나는 고민없이 마나를 선택했다. 이제 내 마나 용량은 원래 것의 세 배가 되어 있었다. 큰 거 세 방은 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방을 클리어할 때마다 주는 마나 회복 효과가 상당히 쏠쏠했다. ‘그냥 바로 가도 되겠는걸.’ 나는 바로 세 번째 방으로 들어갔다. [사자의 층:세 번째 방에 입장합니다!] 그런데, 세 번째 방은 뭔가 달랐다. 일단 어둠이 걷혔고, 넓었다. 멀리서 해골바가지 두 개가 보였다. 다만 그들은 키도 이전의 것보다 훨씬 컸고, 방패까지 들고 있었다. 그런 해골이 둘. 그 자식들은 날 보기 전에 내 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리에 횃불을 단 해골 궁수가 셋. 다행히 이전 방의 것과 비슷한 녀석이었다. “근데… 좀 머네?” 해골 궁수가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를 놓았다. —쐐액. “으햐악!” 죽을 뻔했네! 화살이 왜저리 빨라! 용안으로 강화된 동체시력이 아니었다면 맞았을지도 몰랐다고! 접근하는 것을 보자마자 해골 병사가 달려오는 반대편으로 도망갔다. 이동하는 내 지팡이 끝에서, 푸른 불빛이 불을 뿜었다. “일단 원거리부터! 캐스팅, 불렛!” —츠파앙! “캐스팅, 불렛! 캐스팅, 불렛!” —파앙! 파앙! 주문을 외워 세 마리 해골 궁수의 머리를 꿰뚫었다. 육편…이 아닌 하얀 뼈 파편이 비산했다. 최소 위력으로는 뚫리지 않는다는 건 확인했기에, 두 발 분량을 써야 했다. 남은 마력은 아홉 발 분량! —덜걱, 덜거덕!! 해골 병사, 아니 해골 거병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궁수를 잃은 그들은 방패를 앞세우며 거리를 좁혔다. “캐스팅…불렛!” 방패에 작은 폭발이 작렬했다. 세 발 분량을 쓴 타격이었다. “…왜 저리 단단해!” 하지만, 방패만 깨졌을 뿐 실질적인 타격은 전무. 거병 한 기의 칼이 내게 작렬했다. 세로 베기. “미친! 양손검을 한손검처럼 쓰고 앉았네!” —카가각! 어떻게든 바로 흘려냈다. 아쉽게 바닥에 검은 박히지 않았지만, 자세를 흐트러트렸다. “캐스팅, 불렛!” 방패가 부서진 녀석의 머리를 꿰뚫었다. 남은 건 작은 거 세네 발 분량. 원거리형을 처리하느라 마나를 전부 끌어 썼다. 방패에 근접하는 건 위험하다. 근접하면 도망가질 못한다. 근데 여기서 아무것도 안 해보고 튀는 것도 좀 그랬다. ‘으음…그렇다고 해도 정면은 방패가 지켜준단 말이지.’ 헤드샷만 맞히면 한 방인데. 심지어 이 자식, 더럽게 큰 방패에 숨어서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다. ‘꼴받네.’ …잠깐. 정면이 안 된다면 측면에서 공격하면 되잖아? …내가 할 수 있을까? 그 정도로 꺾는 건 계산이 빡센데? 나는 바로 지팡이를 들었다. 그리고 해골 거병의 바로 옆을 조준하고는, “캐스팅, 불렛.” 쐈다. 마치 커브볼이 들어가듯 마나의 총알이 휘어들어갔고, —파앙! “그렇지!” 방패 뒤의 해골 대가리가 뼛가루가 되어 이리저리 흩어졌다. 새빨간 마석만이 그 자리를 지켰다. 아까보다 조금 컸다. [유저 : 유미아. 사자의 층 완전 클리어! 마나, 체력 완전 회복! 보상이 주어집니다!] [층 돌파 시간 42.39초. 기록 완료.] [보상 :스테이터스 강화 선택권(1층, SR), 작은 나무 지팡이(R)] 나는 내 앞에 나타난 황금색 상자를 보았다. 그 안에는 황금색으로 빛나는 정수 같은 것이 들어 있었다. 이번의 보상도 스테이터스 강화 선택권이었다. 하지만 무려 SR. 나는 바로 마나를 선택했다! “힘이…힘이 차오른다!” 이제 내 마나통은 탑을 들어오기 전의 일곱 배! 기초공격마법 정도는 난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보상이 하나 더 있었다. 나무 지팡이가 하나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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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오오, 오오오!!” 아티펙트다! 레어급! 심지어 내게 가장 필요했던 지팡이! 이제 매주 실버를 지불하고 지팡이를 빌리지 않아도 되는 것이냐! “내 실버가 굳는다고!!!” 나는 누가 볼세라 지팡이를 후다닥 챙겼다! 난 챙긴 마석들과 아티펙트를 가지고 출구로 향하며 여운을 만끽했다.더 층을 오르기에는 추가된 그릇에 마나가 차오르지 않았다.그리고 이번 보상만으로 레인하트에서 마법 배울 때 필요한 건 전부 얻었다.이제 돌아갈 시간이다.그렇게 출구까지 몇 발짝 남지 않았을 무렵... 머릿속에 팡파레가 터지는 음성이 요란하게 재생되며, 눈앞에 화려한 메시지가 하나 떴다. [헬 난이도 스페셜: 스피드런!] "으엥?" [스피드런 랭크:SSS! 스피드런 보상이 주어집니다! 보상을 선택하세요!] “…뭐야? 이걸 더 준다고?”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탑의 도전 과제가 열린다는 것은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헬 난이도는 정보가 너무 부족해서 그냥 포기했었는데… 스피드런이었나! 내 성격이 급한 게 도움이 될 줄이야! 나는 바로 보상을 확인했다. 다 가져갈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아무래도 그런 건 아닌 모양. 내 눈앞에 네 장의 카드가 표시되었다. 카드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메시지로 설명이 표시되었다. [가져가지 않고 남은 카드는 같은 랭크의 다음 기회에 추가됩니다!] ‘…이러면 더 좋은데?’ 선택의 부담이 확실히 적어졌다. 헬 난이도인 만큼 통이 엄청나게 컸다. 바로 첫 번째 보상을 보았다. [용안(SR) -> (SSR) 강화] 용안이 강화됩니다. 용안이 용의 마나를 소량 품습니다. 용안의[천리안] 특성이 대폭 강화됩니다. 무난하게 좋았다. 그나저나 용안, 좋은 특성이었구나. 망원경 원툴이라고 천대해서 살짝 미안해졌다. 다른 게 없다면 무난하게 이걸 선택하지 않을까? 용의 마나라는 게 살짝 궁금하기도 하고. 다음. [아티펙트를 획득합니다!] [붉은 달의 귀걸이(SR)] 착용 시 붉은 달의 문장이 손등과 팔에 새겨집니다. 마나가 대폭 늘어납니다! 마나의 불안정성이 증가합니다! 나는 카드에 그려진 그림을 보고 질색했다. “에엑…” 손등과 팔에 그려지는 중2병 같은 문양. 드럽게 눈에 띈다. 카르나로프나 학생지도부가 보면 잔소리할 것 같다. 하지만 마나량이 대폭 늘어나는 건 매력적이다. 어차피 탑을 오를 텐데, 지금 이상으로 마법을 난사할 수 있다면 초반을 쉽게 넘길 수 있을 테니까. 일단 보류. [능력이 추가됩니다!] [염마의 구(R)] 매우 높은 온도의 화염을 발사합니다. 사용자의 숙련도에 따라 효율이 20배까지 상승합니다! 다음은 [대마법사의 자질] 과 상성이 좋을 것 같은 능력이었다. 1층부터 능력이 나오다니, 정말 좋은 스타트…였다. 능력은 옛날부터 내가 절실하게 바래오던 거...였다. 어. 그렇긴 한데… ‘으음…절대 안 좋은 건 아냐. 안 좋은 건 아니고 내 특성이랑 궁합도 좋은데…’ …그리고 뭔가 SSR 다음에 레어 보니까 안 좋아 보인다. 암튼 패스. 애초에 마법으로 대체 가능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은 특성이었다. 나는 느낌이 왔다. "...이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