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장
반장
김재현과 안우진이 떠난 집.한발 늦게 양손에 검은 봉투를 든 이주영과 최재림이 돌아왔다."엥, 얘네 어디 감.""장실아냐? 어라 없네."한동안 사라진 둘을 찾던 그들은 이내 안우진이 남긴 문자를 보고 찾는 걸 그만뒀다."이걸 버리고 가네.""분명 우진이가 말 안 해줬을 거야.""슈발 한창 재밌었는데.""이러면 과자는 왜 사왔냐... 내 돈..."이주영이 축 늘어지자 옆에서 최재림이 태평하게 말했다."그건 뭐 나중에 먹음 되지.""지 돈 아니라고...""정답이에용.""씹새..."가볍게 웃으며 과자를 깐 최재림이었다.둘은 하던 게임을 끈 뒤 넷플렉스를 틀었다.볼만한 걸 찾는 이주영을 구경하며 과자를 먹던 최재림이 문득 떠올랐다는 듯 입을 열었다."것보다 존나 의외네." "뭐가. 아 재현이?""어. 막 신나서 뭐라뭐라 떠드는데... 난 뭐 방송 보는 줄 알았네.""방송?"이주영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최재림은 기다렸다는 듯 설명을 시작했다."인터넷 방송.""아 그거. 안 봐서 모르는데 그게 그런 느낌이야?""비슷해. 한쪽은 떠들고 나머지는 보고 가끔 끼어들고 말도 좀 하고.""오 막 서로 대화도 하나?""방마다 달라. 시청자 많으면 대화는 힘들지. 많으면 만명도 보는데 채팅을 다 읽긴 빡세니까."최재림의 말에 눈을 크게 뜬 이주영이 되물었다."만 명...? 그렇게나 본다고?""아 물론 그건 대기업... 그러니까 진짜 유명한 몇명 정도만 그래. 다른 사람들은 그보단 적지.""아니 천명 정도만 되도 많은 거지! 그거 돈은 많이 버나?""버는 사람들은 엄청 벌지. 따지면 자영업자라서.""오... 그럼 진지하게 방송해 보라고 하면...""하겠냐?""왜 뭐 저기 100만 유튜버들만 봐도 엄청 벌잖아. 요즘 초딩들 장래희망 1위가 유튜버라던데.""주영아.""...? 뭔데. 왜 어깨에 손 올리는...""재현이 이번 기말 성적... 알잖아.""아...""하겠냐?""안 하겠네.""그래. 빨리 밥이나 시키자.""이것도 마저 해볼까? 아까 하는 거 보니까 개재밌어 보이던데.""생각해 보면 그냥 게임이 재밌는 거 아니었을까?"이주영은 넷플렉스를 다시 끄고 게임을 켰다.그렇게 게임을 시작한 둘은 정확히 13분째에 게임을 종료하고 유튜브를 켰다.검색어는 킹더컴 스토리였다.#방송 시작했다.이게 이럴 줄은 몰랐는데 혼자 하니까 그 맛이 안 나서.옆에서 이래저래 떠드는 사람이 없으니까 묘하게 게임이 심심해졌다.특별히 유명해지겠다고 하는 건 아니었으니 캠은 당연히 없고, 그래서 소통도 없다.말 그대로 그냥 키고 게임만 했다.[뭐 하는 방임?][카테고리를 좀 봐라]처음엔 킨 의미가 없을 만큼 사람이 안 와서 조금 고생했지만, 그 상태가 오래 가진 않았다.게임 자체가 유행을 탄 덕분인지 조금씩 사람이 들어오기 시작했다.[소통해요][ㅇㅇ 거기로 가면 됨][기사도란 무엇인가!!!][캬 이궈궈던]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무작정 시작한 지 세달.[캬캬캬캬캬캬][드디어 진엔딩 봤네][조르주 씹새 드디어 목 땄네][내가 하늘에 서겠다][복수귀 진짜 씹간지네]나는 킹더컴의 모든 엔딩을 수집하는 데 성공했다.잡졸 엔딩부터 기사왕 엔딩, 거부 엔딩 등등 별의별 걸 다 해봤다.그리고 지금 깬 진엔딩이라 불리는 몰살, 복수귀 엔딩까지."네. 다 깼네요. 덕분에 재미있게 했습니다."[우리도ㅇㅇ][요즘 이렇게 겜 진득하게 몰입해서 하는 사람이 귀해][아무래도 하루 9시간씩 3달은 빡세지ㅇㅇ][이렇게 보니까 지리네][막판 가서는 진짜 윌리엄 그 자체였음][평소엔 잔잔한데 몰입만 했다 하면 딴사람이라ㅋㅋ][ㄹㅇㅋㅋㅋㅋㅋㅋㅋㅋ][ㄹㅇ][원래 고추는 안 먹는데 이 집 고추는 맛있네][뭣][그런 야한 말은 ㄴㄴ]방송이 원래 이런 건지 아니면 내가 하는 방식 때문인지 내 방송은 마치 영화관 같은 형식을 띠고 있었다.서로 간의 소통은 없다시피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 연결은 되어 있는.각자 편하게 떠드는 그런 느낌.집단 독백이라 해야 하나.그 때문인지 보는 시청자라곤 70명이 전부긴 한데.사실 내 기준으론 지금도 많다.평소엔 50명은 보나.마지막이라고 사람이 좀 몰렸다.나는 내려가는 엔딩 크레딧을 멍하니 보자 채팅창으로 시선을 옮겼다.원래는 한동안 쉴까 생각했는데...[그래서 다음 겜은 뭐임?][당연히 킹더컴2지][잠깐 환기 좀 하시죠][아니면 뭐 시뮬겜 가볍게?][ㄴㄴ 먹곰은 이런 무거운 겜이 딱임]먹곰, 저건 내 방송 닉네임이다.의미는 따로 없고 그냥 처음 들어왔을 때 부여된 임시 닉네임을 줄인 결과였다.아마... 꿀먹는곰4526이었나.꿀은 좀 게이같아서 빼고 줄였다."아... 아무튼 오늘 방송은 여기까집니다."[후기 ㅇㄷ?][인물평 안 함?]{수고했으][이거 뒤로도 짧게 스토리 더 있는데]"후기는 없고, 인물평... 딱히 없습니다. 너무 자주 봐서 그런가 딱히 별 생각 안드네요. 이미 회차 플레이 중에 다 말하기도 했고. 뒤로 스토리가 더 있구나. 그건 좀 끌리는데... 일단 네. 다음에 방송 켜서 생각을 해보겠습니다."[언제옴?]"모릅니다."[진짜모름][방송 진짜 존나 대충하네]"맞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분탕쉒 당황한 거 봐라][이새낀 그냥 방송이 취미임]"맞습니다. 그럼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수고."나는 그 말을 끝으로 방송을 끄고 기지개를 켰다.시간은 4시 50분.등교까지 얼마 안 남았다.눈을 조금 비비다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방송 때문에 철야를 하면서 깨달은 건데 아무리 늦은 시간대라도 자야 다음날 살아갈 수 있다.조금이라도 자는 게 안 자는 것보단 훨 좋더라고.나는 젊은 몸의 체력을 믿으며 눈을 감았다.#너무 믿었다.암만 젋어도 안 되는 건 안되는 거였다.하긴 이게 됐으면 지각은 누가하고 결석은 누가하나."양아치 어서 오고.""5분 지각에 양아치는 좀."최재림의 인사를 받으며 자리에 엎어졌다."아 죽겠다.""근데 왜 늦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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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못 자서.""게임하느라?""어.""이야 안우진 이 무서운 새끼.""음? 갑자기?""이런 식으로 경쟁자를 제거한다고? 이게 상위권의 암투냐? 역시 스카이빌리지는 실화 기반...""일단 게임은 이주영이 시킨 건데.""아 맞네, 생각해 보니 너가 시킨 게 아니구나.""그래 병신아.""근데 이 씹새가."나는 뜬금없이 싸우기 시작한 둘을 무시하고 이주영을 바라봤다."예린이를 어떻게 꼬셔야 하지... 이제 쓸 수 있는 건 다 썼는데..."오늘도 역시 한예린 공략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차이는 걸 몇번이나 봤는데 여전히 열의가 대단했다.처음에야 신선했는데 3년째 보니까 무뎌졌다.다시 태어난 세상이 웹툰 속 세상이라는 걸 깨닫긴 했지만 정작 삶엔 별 영향이 없었다.정확히는 내 삶만 그랬다.이주영은 주인공답게 특별한 건지 매일 이벤트를 달고 다녔다.다른 이들도 정도의 차이가 있다 뿐이지 상태는 비슷했다.당장 안우진도 슬슬 썸녀와 사이가 가까워지고 있다.최재림은.... 좀 멀었다.그래도 그는, 그들은 주연답게 이벤트 옆에 항상 존재했다.항상 우연찮게 피해가는 나와 달리 뭔가에 얽혀 고생하곤 했다.난 다 끝난 뒤에 와서 뒷정리 정도만 했고.이렇게 보니까 딱 애매한 조연다운 행동이네.진짜 운명이 있는 건가.아무튼 그런 이유로 나는 이 특별한 생활에서 뭔가를 느끼지 못했다.내 주변이 특별한거지 내가 특별한 게 아니니까."주영이는 또 저러고 있네?""음? 아 신유리 하이."나는 묘하게 톤이 올라간 최재림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어깨 아래까지 떨어지는 풍성한 갈색 머리에 크게 뜨인 강아지상의 눈."재현이는 오늘도 늘어져 있네."늘 싱긋 웃는 입에서 나온 내 이름을 들으며 나는 떠올린다.얘가 있었지.새삼 창작물 속 세상에 떨어졌음을 느끼게 하는 존재, 신유리."어제 늦게 잤어? 유독 졸려 보이는데.""어.""대답은 늘 잘하네.""그런 편이지."그런 우리를 보며 최재림과 안우진이 쑥덕인다."야 우진아. 저거 기싸움 거는 거지? 근데 기싸움은 여자끼리 하는 거 아니었나. 저건... 밀당?""아마... 둘 다 아닐 걸. 그냥 서로 하고 싶은 말 막, 대충 하는 것 같은데."들으라는 듯 떠드는 둘에게도 신유리는 웃으며 답해준다."아냐! 성실하게 대답해주고 있잖아.""역시 반장, 성격 좋네."그녀는 1-7반의 반장이자, 원작 주인공 무리에서 유일하게 솔로엔딩을 맞이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모두가 연애중인데 홀로 솔로였으니 기억에 남았다."뭐 하느라 늦게 잤어? 공부?""게임."아 하나 더."으응, 그렇구나.""응."방송을 한다는 다소 뜬금없는 설정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다."와 손 진짜 크다.""늘 그렇듯.""응. 혹시 대봐도 돼?""아니.""응.""저게 대체 무슨 대화냐.""나도 모르니까 묻지 마라."내가 방송을 한다는 설정에 뜬금없다는 평가를 붙인 이유는 간단했다.딱 한 번 언급되고 마니까.그거에 대한 에피도 따로 없고 스트리머라는 직업에서 오는 어떤 성격적 특징도 없다.그냥 '방송을 한다'라는 사실이 전부.웹툰에서 볼 땐 진짜 왜 붙은 설정이지 싶었는데 막상 현실이 되니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었다."아 참, 주영아 예린이 방금 나랑 같이 왔어. 지금 바로 가면 반에 있을거야.""아 진짜?? 땡큐!!!""응 파이팅."아무튼 웹툰에선 스트리머 신유리의 역할은 없었다.그것보단 반장 신유리, 악성 우결충 신유리가 주로 활약했지.한예린 무리와 이주영 무리를 잇는 가교.좋게 말하면 큐피드, 나쁘게 말하면 우결충.그냥 각만 보인다 싶으면 엮는데 그 타율이 굉장히 높았다.그래서 러브라인 진행이 조금이라도 느려지면 독자들은 하나같이 신유리를 찾았다.연애에 있어서 그녀는 마스터키에 가까웠으니까.그런 주제에 본인은 완결까지도 솔로라서 공략불가라는 별명이 붙었던 걸로 기억한다."응? 왜 그렇게 봐?"근데 얘가 원래 이렇게 행동했었나?전부터 거리감이 조금 이상하다.분명 이성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뒀었던 걸로... 하긴 언제 본 건데 몇 개는 틀리겠지.학교에선 털털한 성격을 유지하니 거리감이 다소 가까울 수도 있겠지.이제와서 고민해봐야 의미 없는 고민이다.꽃받침을 한 신유리를 잠시 보다 눈을 돌렸다.그거로도 조금 모자란 것 같아 책상에 엎드렸다.좀 자둬야지."와 이걸 씹네.""미친놈. 넌 내가 인정한다. 진짜... 도라이네, 이거.""와..."세 모지리의 주절거림을 대충 씹고 눈을 감았다.
(신유리 첫 등장, 하복 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