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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의 샌드백이 되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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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의 샌드백이 되었다(2)

패배검.이름 그대로, 패배를 위한 검술이었다.허나, 이름과 달리 그 안에 들어 있는 기술들은 대륙에 이름난 검술들조차 한수 접어줄정도로 신묘한 기술들이 가득했다.당연한 일이었다.기사 국가로 이름난 레온왕국에서 가장 뛰어난 검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든 검술이었으니까.종종 왕국 최강의 검사가 왕가에서 탄생하는, 왕족을 주장하기 이전에 한 사람의 기사가 먼저 되라는 무투파 왕가의 검술을 상대해야 해야 했으니까!그렇기에 패배검을 배우는 것은 가문의 검술을 배우는 것보다 몇배는 어려웠다.“역시 천고의 기재구나!”하지만, 결국 패배검은 패배검이다.엄청 화려하고, 강력하지만 그 마지막은 패배하는 것으로 끝나는 검술.그렇기에 패배검을 배우는 재능은 다른 것이 아니었다.“너는 이미 나를 뛰어넘었다.”기사의 나라라 불리는 레온왕국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검사이자, 현 국왕의 절친한 친우이며.동시에 대륙에서도 인정을 받는 소드마스터이자, 왕실 교육관들의 우두머리인 단장님의 말이었다.검사로서 이보다 더 극찬은 없겠으나, 안타깝게도 이건 검사로서의 칭찬이 아니었다.“나조차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연기라니……”그렇다.패배검의 완성은 검술이 아니라 연기력이었다.검술은 어차피 상대적인 것.내가 모셔야 할 5왕자 전하가 만족할만한 수준이면 되는 것이었다.그렇기에 나는 연기를 배워야 했다.정말로 아쉽게 패배하는 과정을 빌드업 하고, 영혼의 일격을 나눈 다음, 분하지만 다음에는 이겨내리라는 의지를 왕족에게 전달하는 것이 패배검의 진정한 완성!그리고 나는 그것을 해내고 말았다.무려 검의 정점이라는 소드마스터가 인정할만큼, 완벽하게!“다른 교육관들이 이것을 보고 배워야하거늘.”기사단에 속한 왕실 교육관의 숫자는 왕족의 숫자와 동일하다.간혹 교육관이 왕족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해 교육관의 직위를 상실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그럴 경우에도 미리 준비해둔 예비 인원이 그 자리를 대체한다고 한다.그렇기에 5왕자 전하 위로 여러 명의 교육관들이 이미 파견을 나간 상태.즉, 위로 왕자가 넷, 왕녀가 셋이니 내 위에는 최소 7명의 선배들이 존재한다는 말이었다.“선배님들도 훌륭히 임무를 수행하고 계시지 않습니까.”“나도 그렇게 생각했다만, 네 녀석 때문에 자꾸 평가 기준이 올라간다.”호탕하게 웃으며 내 머리를 거칠게 헝클어트린 단장은 곧 표정을 굳혔다.“그래서 하는 말인데.”단장은 격에 맞지 않게 어설픈 모습을 보일때가 많으나, 기사의 왕국을 대표하는 검사 중 하나이자 왕실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관들의 우두머리다.그렇기에 공적인 업무를 처리할 때, 종종 저런 표정을 보여주었고.그렇기에 그의 입에서 나올 말이 무엇인지는 얼추 예상이 되었다.“슬슬 작업 들어갑니까?”“응? 작업?”“아주 우연히, 운명적으로 5왕자 전하와 접촉하는 거 아닙니까?”“허허.”내 표현에 단장은 만족스러운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 슬슬 작업에 들어갈 것 같다.”그렇게 몇주가 지난 후, 작업의 준비가 끝났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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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는 간단하네요.”“그렇지.”기사의 나라라는 칭호를 가진 만큼, 레온왕국은 기사들을 우대한다.그렇기에 대륙의 중심이라 불리는 제국과 비교하더라도 기사의 수준은 결코 떨어지지 않으며, 그렇기에 마법사들의 왕국이라고 불리는 데일 왕국하고는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마찰이 있을 이유가 없는데 늘 견원지간인 상태였다.그러한 특징을 가진 국가이기에, 5왕자와 접촉하는 것은 매우 쉬웠다.“그냥 검좀 휘두르고 있다가 미리 투입된 교육관이 너와 5왕자 전하를 대련시킬 것이다. 그야말로 완벽한 시나리오지!”기사의 왕국이라는 별명을 가진곳 답게, 레온왕국은 국가 차원에서 기사 양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었고.그렇기에 재능이 있어보이는 아이들을 왕실로 불러 검을 가르치고는 했다.나는 그런 사람들 속에서 평범하게 검을 휘두루고 있다가 시찰을 명목으로 훈련장을 찾아온 왕족과 검을 맞대면 되는 것이다!“음……?”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어서 자세를 잡거라.”레온 왕국의 왕족을 상징하는 붉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린다.그것을 멍허니 보고 있으니, 마찬가지로 우리 왕국 왕족을 상징하는 검은 눈동자가 나를 노려본다.왕족과 대련을 하여 접근한다. 그 목적에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상황이었으나.문제는 그것이 5왕자가 아니라는 것이다.“심판!”“헤스티아 왕녀 전하와 애덤 스미스와의 대련을 진행하겠습니다.”왕녀의 목소리에 심판 역을 맡게 된 기사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대련을 승인했고.이를 악 다물고 단장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아니, 완벽한 시나리오라며!   ***   시간을 조금 거슬러.레온 왕국은 기사의 나라라는 칭호를 매우 자랑스럽게 여겼고.그렇기에 왕가에서도 검을 배우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었다.어느정도냐면 남아는 물론 여아에게까지 다섯살이 되면 생일 선물로 목검을 주고, 열살이 되면 진검을 주는 것이 왕가의 고유한 전통일 정도.그렇기에 왕실의 핏줄에서 왕국 최강의 검사가 나오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고, 종종 왕이 된 인물이 그러했기에 전쟁만 일어나면 가장 선봉에 설 것이라며 신하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일이 종종 있을 정도였다.그러한 나라인 만큼, 왕족은 대대로 뛰어난 검사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즉, 반대로 말하자면 실력이 뒤떨어지면 배경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차별을 받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는 말이었다.“하.”“와, 왕녀님.”그리고 안타깝게도 레온왕국의 2왕녀, 헤스티아는 그 수준이 심했다.“열 합도 못버티다니.”헤스티아의 검은 눈동자가 심연처럼 깊게 가라앉았다.검에 죽고 사는 기조를 만든 왕가의 핏줄 답게, 그녀의 재능은 또래 중 비교할 대상이 없을 정도로 뛰어났고.검을 갈망하는 원초적인 본능은 그러한 재능보다도 더욱 강렬했다.그렇기에 그녀는 정기적으로 왕국의 미래라 불리는 인재들과 검을 섞었으나, 단 한 번도 만족하지 못하였다.안타까운 일이었으나, 동시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헤스티아 자체가 왕가에서도 인정을 받는 재능을 타고났는데, 심지어 신분에 걸맞게 아주 어린시절부터 온갖 영약과 마력회로에 도움이 되는 시술 등을 받았다.그뿐인가? 타고난 재능과 배경이 뒷받침되면 노력이라도 부족해야 하는데.안타깝게도 천성이 검사인 그녀는 또래 아이들과 달리 검을 휘두르는 것을 더 좋아했기에 끼니를 거를지언정 검을 거른 적이 없었다.타고난 재능과 배경, 그리고 그것들을 더욱 더 발전시킬 수있는 노력까지.그야말로 검사를 위해 태어난 자라해도 과언이 아닌 헤스티아였고.그 수준을 다른 또래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었다.“후.”그렇게 국가에서 재능을 인정 받은, 자신보다 3살은 더 많은 예비 기사를 때려눕히고도 헤스티아는 만족하지 못했다.‘실력차가 너무 커.’기사 훈련생으로 데려온 이가 고작 저 정도다.그렇다고 진짜 기사와 싸우기에는 아직 자신이 부족했다.막 신입이 된 기사라면, 모든 것을 쏟아붓는 싸움을 할 수도 있겠으나, 안타깝게도 헤스티아의 이름 앞에는 2왕녀라는 칭호가 붙어 있었다.‘차라리 훈련생하고 싸우고 말지.’이제 막 기사가 된 자들에게 왕녀와 싸우라는 것은 너무 큰 짐이었다.이겨도 문제, 져도 문제인데 잘못하다 왕녀의 육체에 상처라도 내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물론 헤스티아도, 왕가에서도 그러한 일에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는다.왕족이기 이전에 한 명의 기사가 되어야 한다.그런 말이 전해지는 왕가에서, 고작 대련 중 일어난 상처로 기사를 핍박할리가 있겠는가?허나, 그러한 높으신 분들의 뜻과 달리.아랫것들에게는 아랫것들의 문제가 있는 법이다.왕과 왕녀가 “아, 좀 칼질 좀하다 보면 상처 좀 날 수 있는 거지.”하고말한다고 하더라도, 기사들 사이에서는 왕족의 피를 흘리게 한 대역죄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그렇기에 대다수의 신입 기사들은 눈에 보일 정도로 뻔하게 패배하려고 노력한다.그런 연극은 자신은 물론 상대방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었다.그럴바에는 그냥 혼자서 허수아비나 두들기는 것이 낫다.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대등한 존재를 찾기 위해 신규 인원들이 들어오면 달려드는 것을 참지 못하는 헤스티아였다.“하, 그냥 루시아나 기다릴 걸.”그나마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연약한 친구를 떠올리며 헤스티아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다 좋은데, 태생적으로 병약하여 자주자주 몸을 회복하기 위해 고향에 내려간다니.헤스티아는 그녀를 위한 보약이라도 준비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나, 왕국을 위한 일이기도 했다.그만한 검사가 병약한 체질 때문에 검을 놓는 것은 국가 차원의 손해니까!정작 고향으로 휴식하러 갔다고 알려진 루시아가 왕실 교육관 숙소에서 더 이상 못해먹겠다고 상사에게 울면서 사직서를 찢겼다는 사실을 모른채, 헤스티아는 세번째 피해자를 끝으로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누, 누나!”그러나 사람들을 이끌고 도착한 동생의 모습에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벌써 그 시기가 왔나?’왕족의 전통적인 행사 중 하나.다섯살에 목검을 받고, 열살에 진검을 받는다면 열두살에는 사람을 받는다.왕실에 도착한 인재 중 또래 아이 하나를 왕족 직속으로 두는 것이다.영원히 함께할 친우이자, 라이벌이며, 오른팔이자 가장 믿을 수 있는 신하.이는 레온 왕가의 오래된 전통이며, 이곳에서 누굴 얻냐에 따라 자신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었다.헤스티아 본인 또한, 재작년에 루시아를 얻지 않았던가?앞으로도 평생 함께할 친우이자 라이벌이며 오른팔이자 신하가 상사에게  12번째 사직서를 찢기고 울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채, 귀여운 동생에게도 루시아 같은 훌륭한 이를 찾아주겠다고 마음먹었고.“헤스티아 왕녀님?”안타깝게도 그 마음은 모든 것을 세팅하고 일을 진행하려던 이들에게는 재앙이나 마찬가지인 일이었다.“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내가 대신 시험하겠다고 했어!”당차게 말하는 모습이 아직은 귀여울 나이였으나, 그 내용물은 전혀 귀엽지 않았다.아니, 단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에게는 호러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었다.“아니, 왕실의 규정상…”“그런 규정 없지 않아?”“……”그럴듯한 말로 넘어가려고 했으나, 실패했다.진짜로 그런 규정이 없기 때문이었다.‘그걸 어떻게 알지?’절차를 행하는 관리들도 모든 절차를 아는 것은 아니었다.그렇기에 위에 있는 사람이 대충 있을 법한 규정을 말하면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는 것이 보통이었다.“전통적으로 자기가 직접 상대를 하고 적합한 상대를 고른다고는 하지만, 말 그대로 전통이고. 역사적으로도 다른 왕족이 대신 시험하는 경우가 없던 건 아니잖아?”그냥 찔러본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단장의 귓가에 정확한 설명이 이어지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그러니까, 괜찮지?”그렇기에 헤스티아의 말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어느 정도일까?’헤스티아가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서는 이유는 오로지 동생을 위한 애정만이 담긴 것은 아니었다.왕실 기사단, 교육관의 단장인 카릭스는 국왕의 교육관으로서 헤스티아에게는 삼촌과도 같은 친근한 인물이었다.그뿐인가? 이미 왕국을 넘어 대륙에도 인정을 받는 이름난 검사이기도 했다.그런 이가 입에 침이 마르지 않도록 칭찬을 한 기재다.어느정도냐면 이미 동생의 파트너로 내정이 되어 있을 정도로.‘루시아도 이 정도 평가를 받지는 않았는데.’헤스티아는 루시아가 현재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내리며 열네번째 사직서를 작성중이라는 사실을 모른채, 자신의 친구보다도 재능이 뛰어나다는 이의 실력을 확인하고자 했다.동생을 위해서, 친구를 위해서.그리고.“검을 들어라.”그리고 자기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