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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의 샌드백이 되었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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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의 샌드백이 되었다(3)

지금의 상황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아마 외통수가 가장 잘 어울리지 않을까.“검을 들어라.”눈을 부릅 뜨고 있는 이의 얼굴이 매우 익숙하다.직접 본 것은 지금이 처음이나, 왕족의 훈련관으로 선택받은 이후 패배검 다음으로 많이 배운 것이 왕족의 얼굴이니 익숙할 수밖에 없었다.헤스티아 왕녀.열 명의 왕족 중에서도 검술 재능만 따지면, 세손가락안에 들어가는 재능을 보유했으며.동시에 모든 왕족 중에서도 가장 허례허식이 없는 사람.덕분에 많은 이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받고 있으나, 동시에 단장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로부터 근심과 걱정을 받고 있는 존재였다.특이사항으로는 국왕이 저걸 누가 데려가냐 라고 한숨을 내쉬었다라던가, 담당 교육관 선배가 수차례 사직서를 제출했다가 반려당했다 정도?3왕자와 함께 가장 트러블이 많은 인물이었기에, 헤스티아 왕녀에 대한 정보들은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 있었다.다 읽고 “아, 이 사람하고는 마주치면 안되겠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그런데 왜 먼저 와서 싸움을 거는 걸까.심지어 회피도 안 된다. 이런건 전생에서 몬스터를 잡는 게임의 트레이너들에게 밖에 겪지 못한 일인데!‘살려주세요!’강렬한 의지를 담아 단장을 말없이 바라보았으나, 망할 단장은 안타깝다는 듯이 고개를 젓는다.망했다.기사의 왕국이라는 나라에서 공인한 재능러하고 싸우게 되다니.차라리 마음 편히 질수 있으면 좋겠으나.“내 기준조차 만족하지 못하는 놈에게 내 동생을 맡길 수는 없다.”눈을 부릅뜨며 실력 미달이면 교육관 자리를 인정하지 않겠단다.그 말에 다시 한 번 단장을 바라보니, 또 시선을 피한다.망할 늙은이.어쩔 수 없이 검을 들어올릴 수밖에 없다.그것만으로 기세가 바뀐다.지금 당장이라도 베어버릴 듯한 살기.전생 기준으로는 초등학교 졸업할 나이 근처이건만, 이게 말이 되나 싶지만.생각해보니 촉법소년 관련 범죄로 나오는 뉴스에 나오던 초딩들을 생각해보면 가능하지도 않을까 싶긴 했다.그런 애들이 판타지 동네에서 태어났으면 한 명쯤은 우리 왕녀님처럼 될 수 있겠지.문제는 그런 미친 것을 내가 상대해야 한다는 것이고.“준비.”절로 눈물이 나오려하고, 목검을 쥔 손에 힘이 꽉 들어가는 것을 알지도 못하는지 심판은 나와 왕녀의 싸움을 말리기는 커녕 부추기려고 한다.뭐, 저쪽도 까래서 까는 거겠지만 내 입장으로는 정말 아니꼬울수밖에 없었으나.“시작!”시작과 함께 미친 듯이 돌격하는 왕녀의 모습에 다른 걸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흡.”숨을 짧게 들이쉬는 것과 동시에 목검이 난타한다.대충 전생의 보건 시간에 남자보다 여자의 성장이 더 빠르다고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그것을 제외하더라도 상대가 나보다 연상이라는 것도 알고 있으나, 웬만한 남자와 싸우는 것보다 더 묵직한 일격들에 한 번 놀라고.그것을 간신히 막아내고 있자 마주친 2왕녀의 눈에 다시 한 번 놀란다.“잘 막네!”와 씨, 미친년이다.오늘 처음 본 사람을 다자고짜 맞짱 뜨자고 불러냈을 때부터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칼을 드니 그것이 선녀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이것도 막나보자!”“이건 좀…?!”헤스티아 왕녀의 목검에 붉은 기운이 맺힌다.아주 연약하지만, 마력이 담긴 것이다.과연, 왕국이 인정한 재능러다웠으나, 동시에 모든 재능이 그쪽에 몰려 다른 쪽 능력은 떨어지는 것 같았다.이 인간은 우리가 왜 목검을 들고 싸우는지 모르는 건가?“하압!”전생에 역날검 들고 사람 뚝배기 내려치면서 칼등으로 때렸으니 살생은 아니라고 했던 만화가 문득 떠올랐다. 안전하게 대련하라고 목검을 쥐어주었더니, 칼에 마력을 담아?검과 검이 부딪치면 내 검만 일방적으로 나무토박이 될 것이요, 몸에 맞으면 애/덤이 될 수도 있는 시급한 상황이었다.“네 녀석은 자존심도 없는 것이냐!”그렇기에 검이 부딪치려는 상황에서 재빠르게 땅바닥을 굴러 공격을 피했으나, 돌아오는 것은 폭언이다.서럽다.기사스럽지 못한 행동은 맞으나, 일단 살고봐야하지 않은가?“명예롭게 죽어라!”“……”저기요, 이거 대련인데요.그 말이 목젖을 치고 나오려했으나, 교육관으로서의 행동에는 왕족의 말에 토를 달지 않는 것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이럴때는 그냥 기분에 맞춰주어야 한다던가? 역시 왕자의 교육법. 을은 그저 입다물고 있어야 했다.-왕자께서 네 예상보다 더욱 강하면, 어떻게 하냐고? 당연한 걸 묻는구나.그렇기에 또다시 달려드는 왕녀를 보며 단장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재능을 폭발시켜라!-……-넌 할 수 있다!역시 이 인간은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왕국에 드높은 위치를 차지했으며, 대륙에서 이름난 검사이면 뭐하나.나한테 쓸모가 없는데.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이를 악 다물고 검을 들어올렸다.그래, 이세계에 왔는데.사실 나도 모르던 재능이 있었을 수도 있지!폭발해라, 내 재능!“흡!”그렇게 숨을 크게 들이쉬며, 자세를 잡고 검을 휘두른다.패배검에 각인된, 약속된 패배의 자세 중 하나.정정당당하게 맞서 싸우다 지는 법.문제는 상대가 나보다 월등하게 강하다는 것이지만, 주인공이라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아.” 그렇게 폭발하는 내 재능…이 아니라 목검의 파편을 보며 나는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 * *   산산히 조각나여 허공에 휘날리는 나무파편들을 보며, 헤스티아는 제정신이 돌아왔다.‘망했다!’솔직히 말해서, 시험은 이미 통과한지 오래였다.왕국에서 재능을 인정받았다는 이들 중에서도 열합을 버티지 못한 자들이 수두룩했다.그런 상황에서 두살이나 어린, 자신의 동생과 같은 나이에 이미 열합을 버텼다.그것만으로도 합격인데, 조금 신이나서 마력을 담았음에도 최적의 행동으로 버티기까지했다.바닥을 구른 행동에 비난을 한것도 자신의 공격이 빗나간 것에 잠시 욱해서 그랬을 뿐.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오히려 좋게 보였을 정도다.압도적인 격차를 느꼈음에도, 어떻게든 승리하기 위해 이를 악 다물고 도전하는 모습을 꼴사납게 생각하는 귀족들도 있겠으나, 적어도 헤스티아는 아니었으니까.그렇기에 진심을 다하였다.최선을 다하는 이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헤스티아가 생각하는 예의이므로.그렇게 수합을 더 겨루었음에도 버텨내는 상대를 보며 오기가 생겼다.이것도 버티나보자. 어쭈. 그럼 이건?그렇게 몇 번을 더 거듭하자, 전력을 다해 공격해버리고 말았다.“……”그리고 그 결과가 눈앞의 참상이었다.바닥을 나뒹구는 목검의 파편.그리고 그 파편의 일부가 목에 박혀 피가 흘러나오는 광경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트라우마로 남을만한 장면이었다.물론, 이곳은 기사의 나라라고 불리는 곳이었기에,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훈련이나 대련 중 사고야 자주 있는 일이었으니까.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비슷한 수준의 맞수끼리 일때야 용서 받을 수 있는 법이다.지금의 상황은 누가보더라도 자신이 권력으로 압박해서(맞다) 자신보다 어린 유망주를 강제로 싸움판으로 끌고나와(맞다)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는것으로도 모자라 검에 마력까지 담아 유혈사태를 만든 것처럼 보였다.(맞다)“……”바닥에 쓰러진채 꿈틀거리는 아이와 주변에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옴에도 헤스티아는 움직일 수 없었다.아무리 한 나라의 왕녀라고 하더라도 선을 넘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고.이런 참상을 보는 것은 그녀로서도 처음이기 때문이기도 했다.아니, 그것을 넘어.‘내가…’자신의 손으로 그 참상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헤스티아의 두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손에 들고 있는 검이 무겁게 느껴진다.‘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검의 무게를 이겨낼 수 있어야 합니다.’자신에게 검을 가르치던 스승 중 하나가 늘 내뱉는 말이었다.그에 헤스티아는 해맑게 웃으며 “이 정도는 무겁지 않은걸!”이라며 자신의 검을 붕붕 휘두르곤 했다.하지만, 이제는 알 수 있었다.스승이 말하던 검의 무게라는 것이, 물질적인 검의 무게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태어날 때부터, 기사의 왕국이라 불리는 레온에 태어나. 당연하다는 듯 검을 잡았기에 잊고 있었다.검은 무기다. 살생을 위한 도구였다.검을 사람을 살리는데 쓸 수도 있겠으나, 주 목적은 사람을 죽이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그것을 진짜로 체감하게 되자, 두려움이 몰려왔다.검이 무겁다. 그토록 친근했던, 친구처럼 생각했던 검이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애덤!”주변의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온몸의 피칠갑이 된 소년이 일어섰다.반쯤 박살이 난 검을 들어올린 채, 아직 자신은 지지 않았다는 것처럼.헤스티아는 그 모습을 보며 두 눈을 크게 떴다. 어째서 일어난 것일까.툭 건드리면, 바로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을 한 채로. 더 싸워서 무엇을 얻을 수 있다고.“아.”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떠오르는 말이 있었다.-기사란, 패배를 알면서도 검을 드는 자들이다.어린 시절, 처음 자신의 손에 검을 쥐어주던 아버지의 말이었다.어째서 잊었을까.어째서 잊으면 안 되는 것들만 잊어버렸던 것일까.무서웠던, 무겁게 느껴졌던 검이 다시 평소와 같은 무게로 느껴졌다.아니, 오히려 가벼워졌다.하지만, 그녀는 가벼워진 검을 손에서 놓았다.왜냐하면.“졌습니다.”오늘 승부는 자신의 패배였기 때문이다.   * * *   헤스티아 왕녀의 패배 선언과 동시에 난 쓰러졌다.존나 아팠기 때문이다.“살아 있냐?”들것에 실려나가는 나를 보며 단장이 조용히 물었다.살아있냐고?“뒤진 것 같은데요.”“살아있구나.”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순간 안에서 울컥하고 무언가가 솟아 올랐으나.“치료는 걱정하지마라. 왕실에서 보상금도 나올거다.”“얼마나요?”보상금 이야기를 듣자, 쑥 내려갔다.역시 기사의 나라. 보상마저 화끈하다.“이렇게 많이 줘도 괜찮습니까?”“괜찮지. 네가 해준 게 꽤 많아.”헤스티아 왕녀는 동년배에게 패배한 적이 없다.단순히 왕녀 접대 수준이 아닌, 실력적으로 이길만한 사람이 없었다.그렇기에 너무 오만해졌다.한 번 넘어지는 순간, 모든 게 무너질 수 있을 정도로.그리고 그 순간이 오늘이었다.“그 순간에, 네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헤스티아 왕녀는 한동안 검을 잡지 못했을 것이다.”그 정도로 큰일이었나. 일어서는 그 순간까지도 그냥 뻗는 게 어떨까 고민했었는데.“잘했다.”“아파요.”칭찬을 가득 담은 꾹꾹이가 내 머리에 작렬했다. 아프다. 아니, 진짜 아팠다.“아씨, 거기 조각 박혔는데!”“허허!”한동안 병실 신세를 졌으나, 기사의 왕국답게 다치는 것이 일상이었기에 치료 시설에 며칠 지내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완치가 되었다.아니, 완치를 넘어 왕실에서 사사한 영약을 먹고 더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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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결과, 모든 것이 완벽해졌다.나는 단장이 인정한 역대 최고의 인재임과 동시에 왕실의 걱정거리였던 헤스티아 왕녀를 갱생시킨 은인.내가 5왕자를 담당하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어?”“와!”검끝에 목이 겨누어진 헤스티아 왕녀가 두 눈을 크게 떴다.처음으로 제 누이를 이긴 5왕자가 마찬가지로 눈을 크게 뜨며 기뻐했다.하지만 그 누구보다 놀란 건 나와 내 옆의 단장이었다.“시발?”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전생의 욕.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검을 배운지 1년.왕실에서도 손꼽히는 재능인 헤스티아 왕녀는 검을 배운 지 1년 된 동생에게 졌다.그야말로 미친 재능이라는 표현으로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 결과.그리고 문제는… 저 미친 재능의 페이스메이커를 내가 해야 한다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