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다.(1)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다.(1)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역시나 엘렌 왕자는 괴물이 되었고, 나 또한 그 괴물을 따라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그리고 그 결과.“헤스티아 왕녀님.”“…”“개 못하시네요.”“야, 씨!”울상을 지은 헤스티아 왕녀가 폭발한 것을 보며 그대로 도망쳤다.최근 전적 5전 4승 1패.예전처럼 핸디캡이 있는 것도 아닌, 순수 실력대결에서의 결과였다.비슷한 나이대에서는 최강을 자부하던 헤스티아 왕녀의 몰락.물론, 그녀의 실력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오히려 그녀의 실력은 재능에 맞게 쑥쑥 자라나고 있었고, 여전히 검의 천재라 불리고 있었다.그저 괴물 동생과 그 동생 때문에 강제로 괴물이 되어가고 있는 나에게 패배할 뿐!여전히 또래에 적수가 거의 없는, 강한 검사였다.“이래서 도핑 도핑하는구나.”그런 그녀조차 만들어진 괴물인 나에게 패배했다.단장님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정말로 전폭적인 지원 속에 나는 하루하루 과성장을 할 수 있었다.“이 정도로 받아도 되나 싶기는 한데.”
d3kza0VLSVdxajZ6L09aWC8xUnR2QTFUekN0YVVGS09LWFMvRWl2NUE1UkZCZFhpakd3OHgySmxVN21Gcy83Vg
왕자의 교육관이 중요한 역할이라고 하더라도, 보통은 헤스티아 왕녀보다 나에게 더한 지원을 할 리가 없다.하지만 5왕자 엘렌은 그걸 가능하게 만들었다.하루가 다르게 무섭게 내달린 엘렌 왕자는 3년 전부터 헤스티아 왕녀와 전력으로 반반을 가더니, 이제는 승률 9할을 찍어버렸다.그리고 그 과정에 당연히 나도 따였다.너무나도 깔끔하게 털린 탓에, 억울해하지도 못할 정도였다.그렇기에 엘렌 왕자의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기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소드마스터인 단장을 포함한 왕국 최고의 엘리트 검사들이 돌아가면서 나의 훈련을 진행했고.영약은 기본, 완벽한 몸을 만들기 위해 왕실 요리사들이 식단을 비롯한 간식 하나하나까지 맞추어주고 있었다.다른 교육관들한테 사실 왕실의 사생아가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그 헛소리를 내가 증명할 필요는 없었다.그냥 엘렌 왕자와 한번 대련을 시키면 끝이었다.“벌써 무섭네.”다른 왕자를 담당하는 선배 교육관들조차 가볍게 접어버리는 엘렌 왕자를 오늘도 상대해야 한다니.벌써부터 하기 싫었으나, 원래 일은 늘 하기 싫은 법이다.하지만 꼬박꼬박 입금되는 액수를 생각하면 다시 발걸음이 가벼워진다.5년 만에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왕성 주변에 건물 두 개를 구매했을 정도였으니까.하나는 저택, 하나는 상가로 이미 노후 준비가 끝난 상황이다.거기에 왕국에서도 소문난 신성으로 이름이 날리기 시작, 어디 가서 대우를 못 받지는 않을 것이다.“출장이요?”그렇게 국내 투자에 집중했는데, 갑자기 출장을 갈 수도 있단다.그것도 장기 출장. 못해도 4년 예정이란다.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니.“왕자님이 너무 강하시다.”이제는 너무 당연한 소리를 하신다.“그건 상식이잖아요.”“그래. 그래서 문제다.”단장의 설명은 이러했다.슬슬 아카데미를 갈 시기가 되었고, 당연히 국내의 왕실 아카데미를 가는 것이 기본이었다.전체적인 면에서는 옆 동네 제국의 아카데미가 강세지만, 기사 육성 하나만 놓고 보면 최소 반반.냉정하게 평가해도 우리 왕국이 약우세인 상황이었다.그러니 괜히 타국에 유학하러 갈 필요가 없었으나.“그런데 변수가 생겼다.”대륙 최고를 자부하는 제국이었지만, 검은 우리 왕국에. 마법은 데일 왕국에 밀리고 있었다.그 차이가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뭐든 1등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제국에게는 참을 수 없는 일이었나보다.“제국 아카데미 교수진에 검제님이 추가되었다.”내년 교수로 검술과에는 검제를, 마법과 교수에는 백탑의 전대 마탑주를 데려왔단다.“어떻게요?”모든 검사의 우상이자, 현시대에 이름난 검사들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준 인물이다.다른 사람을 예시로 들 것도 없이, 당장 우리 국왕님과 단장님도 젊은 시절에 검제와 연이 있을 정도.그리고 그 연을 통하여 지속해서 왕실 아카데미에 힘을 보태 달라고 요청해도, 거절하던 양반이었다.“우리는 저번에 이사장직을 권했는데도 까였잖아요.”“그렇지.”“그때 했던 말이 특정 국가에 연관될 생각이 없다 아니었습니까?”“그랬었지.”그랬던 인간이 갑자기 제국에서 튀어나오다니.“뭐, 하나뿐인 손녀가 병에 걸리기라도 했습니까?”“…어떻게 알았냐?”단장이 놀란 표정을 지었으나, 나름 웹소설 경력이 있는 사람이다.손녀를 구하기 위해 은거 기인이 은거를 깨는 것은 너무나도 흔해 빠진 클리셰지.“정확하게는 하나뿐인 손녀는 아니다. 막내 손녀가 병에 걸렸고, 제국은 치료를 대가로 아카데미 교수직을 권했지. 그것만으로도 난리가 날 일인데…”“뭐가 또 있습니까?”“겸사겸사 그 손자도 내년에 입학할 예정이란다.”“소검제가요?”평민이나 왕족이나 자식 농사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건 똑같다.이름 높은 명가에서 망나니가 튀어나오고, 매일 술에 절어 폭력을 행사하는 하층민의 자식에게서 영웅이 탄생하는 게 세상사였으니까.하지만, 혈통은 무시하기 어려운 것이었고.그 혈통에서 이어지는 기술의 대물림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검제의 혈통이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그의 태생은 평민이었고, 그가 검제로 불리는 지금에서도 마찬가지였으니까.수많은 국가에서도 작위를 미끼로 손을 내밀었음에도 모두 거절한 기인.그렇기에 더욱더 존경을 받는 귀인.그의 명성은 오직 검 하나로 완성되었고, 그의 핏줄은 그러한 검을 원한다면 아무런 조건도 없이 배울 수 있었다.물론, 검제의 검을 잇는다는 것은 그만큼 고단한 길이다.실제로 검제의 자식 중 그 누구도 검제의 검을 이었다고 말하는 이들은 없었다.하지만 호사가들은 말한다.그러한 검제의 검을, 누군가 잇는다면.그것은 검제의 손자, 아스란이 될 것이라고.소검제, 아스란.벌써부터 작은 검제라 불리는, 대륙에 유명한 검사 중 하나이자 단장이 뽑은 엘렌에 대적할만한 검사 중 하나였다.“그래.”그러한 검사가 검제랑 세트가 되어 제국 아카데미에 입학한단다.그렇기에 왕실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하긴, 만들어진 샌드백보다는 타고난 호적수가 더 좋겠죠.”“네가 부족하다는 건 아니다.”“압니다. 아까도 헤스티아 왕녀님 개털고 왔다니까요?”“……또?”두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보는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아니, 단장님이 시켰으면서.”왕녀님을 접대하지 말고 이기라고 말한 건 다름 아닌 단장 본인이었으니까.“아니, 그건 재작년에 네가 고장 나서 그런 거고.”그렇긴 하다.패배검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패배하는 것이 몸에 뱄고.그로 인하여 막내 공주님의 교육관으로 들어온 신입한테도 져버린 충격적인 사건 이후, 교정을 하느라 조금 고생을 했었다.나는 왕족에게만 져야지, 아무한테나 져버리는 자동문이 되어버리면 안 되니까.엘렌 왕자의 호적수라는 말은, 엘렌 왕자를 제외하고는 패배하면 안 된다는 말과 마찬가지였다.그렇기에 패배검으로 승리를 하는 방법을 익혀야 했고, 그 과정에 헤스티아 왕녀를 이기는 것이 추가되었다.엘렌 왕자님이 헤스티아 왕녀를 매번 이기기 시작하니, 그 맞수가 인정받기 위해서는 헤스티아 왕녀를 쥐잡듯이 잡아야 정상이 된 것이다.“헤스티아 왕녀님도 왕족이야. 가끔은 접대 좀 해줘라.”“그래서 5판에 한 번씩은 져주고 있습니다.”“아니,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야! 이길 때마다 신나게 긁는다며! 그때마다 루시아가 사직서 들고 찾아온다고!”“루시아 선배… 아직도 포기를 안 하셨군요…”매주 세 번씩은 찢기시면서, 매번 사직서를 적어내는 그 근성만은 높이 사고 있었다.“크흠. 본론으로 돌아가서. 왕실과 교육관들의 회의 결과, 왕자님의 제국 유학이 왕자님의 성장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결과에 이르렀고.”“이런저런 이유로, 내 유학도 확정되었다?”“그렇지. 외딴 제국에서 혼자 있으면, 우울하잖아. 고향 친구 하나쯤은 있어야지.”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기사와 관련된 것들은 우리나라가 약우세.굳이 외국 유학하러 갈 필요 없이 왕실 아카데미만 노려도 최고의 기사가 될 수 있었다.물론, 그만큼 마법과를 비롯하여 다른 학과는 부족하지만, 기사의 나라라는 칭호만큼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는 기사를 지망하기에 별문제가 없었고.그렇기에 굳이 아카데미를 위해 유학을 갈 필요는 없었기에, 대륙 최고 교육 기관이라는 제국 아카데미에 우리나라 유학생은 거의 없다고 한다.“있어도 교육이나 행정 쪽이지, 기사과는 아무도 없으니까.”“다른 귀족들은 안 갑니까?”“눈치만 보는 중이다. 검제라는 이름값이 있다고 하지만, 귀족들도 자존심이 있으니까.”“그렇군요.”기사의 나라.그 이름은 일반 국민들은 물론, 귀족들에도 자존심이자 자부심이었다.그렇기에 아무리 검제가 교수가 되었다고 한들, 왕실 아카데미의 교육으로도 생각하는 것 같다.“그럴 수도 있지. 그렇게 만들어야지.”왕실도, 단장도 그렇게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하지만.“엘렌 왕자님은 다르지.”자존심을 지키기에는 너무나 거대한 그릇이다.솔직히 왕국의 교육 기관으로서는 엘렌 왕자의 그릇에 내용물을 가득 채울 수 없었다.“솔직히 말해, 검제님이 교수가 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 이전에도 제국 유학은 고려하고 있던 일이었다. 엘렌 왕자님에게는 검의 교육보다는 더 큰 세상과 여러 사람을 만다는 것이 더 이득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지.”그런데 검제란다.거기에 동급생으로 검제 손자도 존재한다.“그뿐 아니다. 백탑의 전 마탑주로 인하여, 마법사들 또한, 고민하겠지.”기사와 달리,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언제든지 유학하러 갈 수 있는 존재가 마법사다.아마 우리나라 귀족과 달리, 데일 왕국의 마법 귀족들은 상당수가 제국 유학을 고려 중일 것이다.“기사라고 살면서 검을 든 상대하고만 싸울 수는 없지.”“그렇긴 하죠.”그런 의미로도 제국이 좋긴 하다.검은 우리에게, 마법은 데일 왕국에게 조금 밀린다고 하지만.다르게 말하면, 제국의 마법은 우리를, 제국의 검은 데일을 압도하고 있다는 말이니까.아무리 마법을 장려해도, 우리나라에서 만날 수 있는 또래 마법사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으니.엘렌 왕자의 마법 경험을 위해서라도 제국행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음, 그리고 또.”“잠깐만요.”그 뒤의 이야기도 대충은 예상이 간다.그리고 제국 유학에 대한 설명을 장황하게 하는 이유도 대충 이해가 되었다.솔직히 말해서, 제국 아카데미에 검제랑 검제 손자가 갔다는 이야기만 해도 되는 이야기였으니까.“오후에 엘렌 왕자님이랑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그, 그렇지.”“그러니까 괜히 길게 끌지 마시고 꺼내시죠.”“……끙.”내 단호한 말에 단장의 인상이 구겨지며 품 안에서 종이 하나를 꺼냈다.출장을 조건으로 한 새 계약서였다.“당위성보다는 돈이죠.”가볍게 계약서의 첫 자리를 하나 올렸다.그에 단장이 끙끙거리며 중얼거렸다.“야씨, 이러면 네 연봉이 나보다 높아.”“불만이면 단장님이 직접 뛰시던가요.”“좀만 깎아주면 안 되냐?”“여기 투자한 거 4년 동안 다 날리는데, 이 정도는 받아야죠.”“부동산이잖아! 수도 땅값이 오르면 올랐지, 내려갈 일이 있냐?”“더 올릴 기회인데 못 올리잖아요.”늘 있는 WWE를 30분 정도 진행, 결국 소폭 낮춘. 그래도 단장보다는 높은 연봉으로 협상을 끝낼 수 있었고.“애덤, 왔구나!”“……”환하게 웃는 엘렌 왕자에게 가벼운 마음으로 털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