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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시간 (4)

로판 속 호구 황태자는 이제 없다 — novelpia.com · All chapters

청소 시간 (4)

"그래서 이번에 롬페르 교단 쪽에서 저희한테 성수를... 보내줬지 뭐예요. 솔직히 너무 감사하면서도 이런 걸 받아도 되나? 싶었는데, 투자의 성격으로 주셔서... 저도 아, 언젠가 보답해야겠구나 반드시 우리 마세린 왕국이 부강해져서 꼭 보답해야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역시 미르네...! 마음씨도 어쩜 이리 예쁘고 아름다운지." 실시간으로 원탁 회의실에 살얼음이 끼고 있을 시각. 2황자 베딘은 자신의 방 안에서 아티팩트를 통해 마세린 왕국 1왕녀 미르네와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대화 주제는 투자. 처음에는 일상 이야기를 하다가 본격적으로 나라 운영에 관한 흐름으로 넘어가는 것. 이는 미르네가 어느 정도 유도하고 있는 결과였다. '물질적인 걸 바라는 티를 절대 내선 안 돼.' 핵심은 자연스레 상대방이 나의 결핍을 채워주는 느낌이 들게 해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선 '무언가를 직접적으로 달라'고 하는 것보단. "근데 성수도 그냥 성수가 아니라... 그 교단의 힘이 진하게 담긴 그런 거였더라고, 어찌나 대단하게 느껴지던지." "어, 어? 근데 그런 성수는... 아, 물론 성수는 아니지만 벨로스 제국에도 그런 류의 영약은 있어!" 상대방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게 만드는 게 핵심이었다. 눈앞의 남자 앞에서 다른 남자 세력을 언급하며, 자연스레 눈앞의 남자가 비교를 하게 만들고. 자신 또한 비슷한 걸 해줄 수 있다 스스로 말을 하게 만드는 것. 이게 대화의 핵심이었다. "네? 아아, 있는 건 알고 있죠. 그 위대한 벨로스 제국인 걸요. 위대한 선지자께서 만드신...." "와, 미르네 우리 제국 역사도 알아?" "당연하죠, 전 항상 벨로스 제국이 엄청 멋지다고 생각하거든요." 또한 상대방이 미끼를 물었다고 해서 덥석 낚싯대를 끌어올리려는 건 멍청한 짓이었다. 정말 낚시를 하는 것처럼, 밀고 당기기를 통해 손쉽게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 있는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헤헤, 그러고 보니 미르네는 우리 제국의 많은 걸 보고 배우고 싶다고 했지, 그래서 내가 인재도 엄청 많이 보내줬구!" "네, 맞아요. 그래서 지금은 모두 다들 짐을 싸서..., 안전하게 벨로스 제국에 보내기 위해 저희 쪽도 준비를 많이 하고 있어요." "준비? 준비가 필요해?" "사람이 아무래도 많으니까요. 그들이 이동하려면 철저하게 해야죠, 귀중한 인재들인데." "음, 벨로스 제국 인재들이 귀환하는데... 마세린 왕국이 준비한다는 건가? 인원이 많아서 부담 될 텐데, 그럴 바엔...." 그렇게 자연스레 대화가 이어가던 중. 다시 주제가 옆으로 빠지면서 동시에 새롭게 제국에서 뜯을 걸 준비하던 미르네는. '왜 바로 답이 안 튀어나오지?' 그럴 바엔- 다음으로 빠르게 '우리 쪽에서 준비할게'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 베딘을 보며 의아해 했다. 그리고 실제로 베딘은 원래였다면 바로 제국 측에서 준비한다는 말을 했겠지만. '형이 또 바로 허락 안 해주면 어떻게 하지?' 한 번 자신의 형, 황태자가 화낸 모습을 떠올리니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근데 생각해보면 투자 관련부터 시작해서 인재 파견, 그러니까 마세린 왕국에 대한 권리는 전반적으로 자신에게 있었으니. '이 정도는 그냥 해도 되지 않나? 아니, 나도 황족인데 뭐 어때.' 그냥 가볍게 벨로스 제국에서 부담한다는 말을 하려는 순간. "안 됩니다,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황태자 전하의 명이다, 네가 황태자 전하보다 위에 있는가?" "그게 아니라 2황자 전하께서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2황자는 황태자 전하보다 위에 있는가?" 쿵! 잠깐의 소란이 일더니 2황자의 방문이 거세게 열렸다.  황족의 방문을 위협할 것처럼 거세게 여기는 행위, 이는 즉결 처형을 당해도 모자를 죄목이다. 또한 베딘은 미르네와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을 누구에게도 방해 받기 싫어하기도 했고. 미르네가 상황을 듣고 있는 이때 남자다움을 보여주고 싶어 목소리를 일부러 더 크게 냈다. "누구냐! 대체 이게 무슨 짓...!" 하지만 이내 방 안으로 들어오는 상대를 보고선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족보로 따지고 들어가서 친근하게 부르면 삼촌. 그리고 엄격하게 공적인 자리로 따지면 그랜드마스터. 그 어떤 전투에서도 단 한 번도 등을 돌리지 않고, 패배를 잊은 초인. 대장군, 아캄 벨로스. "황태자 전하께서 명하시길 지금 당장 원탁 회의실로 오라 하셨다." 황제 곁에 있는 가장 날카롭고 거대한 검. 황제가 사라지고 난 다음에도, 자신은 나라를 운영하는 재주가 없다고 확신하여. 스스로 황태자의 밑으로 들어가, 그를 지키는 검이 되겠다 맹세한 자. 그는 말을 전함과 동시에 현재 이곳에서 허락되지 않은 기운을 감지. 툭. 가볍게 손짓함으로써 마세린 왕국과의 연결을 순식간에 끊어버렸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저도 생활이 있고, 관계라는 게 있는 것인데, 이렇게 무작정 들어오시면서...!" 처음엔 겁 먹었지만 그래도 자신 또한 황족이었기에. 베딘은 기세를 끌어올리며 대장군 앞에 당당하게 섰다. 미르네와 통화 중에 들어온 것도 모자라, 연락까지 멋대로 끊다니. 이러면 대장군 앞에 맞서는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없게 됐지 않은가. '그래도 나중에 가서 이런 일이 있었다 정도는 말해줄 수 있겠지.' 아무리 자신의 형이 불렀다 해도. 왜 부르는지 정도는 설명이 필요하고, 그 설명에 따라 갈지 말지를 정할 수도 있는 건데. 이렇게 다짜고짜 하는 건 맞지 않다 느꼈다. "마세린 왕국 투자 과정 중 비리가 발견 되었고, 그 책임을 묻기 위한 호출이다." 근데 이어지는 대장군의 말은 2황자를 더더욱 어이 없게 만들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리고 투자 과정 중 비리라뇨, 설마 마세린 왕국에 대한 투자조차 끊겠다는 겁니까? 그건 절대 말이 안 됩니다! 애초에 그런 자리는 이미 결과가 정해져 있는 거 아닙니까? 제가 나중에 따로 형이랑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투자 과정엔 그 어떠한 비리도 없다고! 제가 따로 말을 하는 게 나을 겁니다!" 비리라니? 순수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는 마세린 왕국에 하는 투자에, 무슨 비리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심지어 자신이 꼼꼼하게 살폈는데, 비리? 그건 존재할 리 없었다. "거절이군." 성낸 자신에 비해 너무 차분하게 거절이란 단어를 곱씹는 대장군을 보며.  '그냥 돌아가시는 건가?' 그래도 아직 형은 날 좋아하고 있구나. 2황자는 그런 안심을 하며 대장군이 어서 나가길 기다리는 순간. "기절시켜도 상관 없다 하셨던게, 여기까지 바라보시고 하신 말씀이란 말인가." 대장군은 2황자를 보며 담담하게 말을 이었고. "네? 그게 무스...." 툭 하는 소리와 함께 2황자는 말을 잇기도 전에 고개가 돌아가더니 그대로 전원이 꺼져버렸다. +++++ "...울합니다, 억울합니다! 2황자께서 이미 모두 승인하신 사항을 어찌 이제 와서 바꾸신단 말입니까!" "잘못했다는 말은 끝까지 하지 않는구나, 그 말을 하는 순간 혐의가 사실이 될까 두려운 것이냐? 근데 이미 혐의가 아닌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여도 소용이 있을까." 이게 무슨 소리지? "그게 아닙니다! 전부 다 투자의 과정이었단 말입니다!" "투자의 과정 중 네 저택의 외관이 바뀌고, 마세린 왕국에 땅이 생겼더구나." "그건 어디까지 벨로스 제국을 위한...!" "그럼 어찌 마세린 왕국에 생긴 땅이 제국의 것이 아닌 네 것으로 되어있느냐, 심지어 그곳에서 자란 작물을 다시 비싸게 벨로스 제국에 팔았구나." "...비싸게 판 것이 아니라 노동에 대한 가치를 높게 여긴 것입니다!" "하하하! 그래! 노동에 대한 가치라! 재미있구나!" 시야가 흐린 와중에도 주변의 말소리가 번잡하게 귀에 꽂힌다. 분명 마지막 기억이 삼촌에게 형의 호출을 거절한 거였는데.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좀처럼 돌아올 생각하지 않는 정신을 계속 가다듬으며. 2황자는 주변에서 쏟아지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재미있는 것들이 끊이지 않는구나, 아까 전에 넌 뭐라 그랬지? 벨로스 제국의 자원을 통해 지어진 마세린 왕국의 다리, 그곳의 통행세를 받아 제국의 금고를 채워야 함이 마땅함에도... 그게 네 주머니로 들어간다는 걸 알았을 때, 네가 뭐라 그랬더라?" "토, 통행세는 온전히 다시 통행을 위한 것으로 쓰여야 하기에... 이, 일시적으로 제가 보관하고 있다고 했었습니다." "그래! 보관, 근데 보통 보관을 하면서 그 보관하고 있는 걸 멋대로 쓰는 건 무슨 경우라고 했지?" "...유동적인 상황에 따른 자금 조달이라 하였습니다." 마세린 왕국의 다리? 그래, 분명 기억난다. 미르네가 굉장히 커다란 다리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길래. 제국의 자원과 기술을 들여 굉장히 멋진 교각을 세워준 걸로 기억한다. 마음 같아선 이걸 미르네에게 그냥 주고 싶었는데. 착하기도 한 미르네는, 제국이 지은 걸 받을 수 없다며. 통행세는 물론이고, 제국의 기술을 함부로 훔쳐볼 수도 없기에. 유지 보수 같은 부분은 전부 다 제국에게 맡긴다고 했었다. '그때 내게 무조건 맡겨 달라면서... 중신들에게 잘 하라고 격려까지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 그 이야기가 왜 나오고 있는 거지? 이거 분명 그때도 형이 다 좋다고, 교각 세울 생각을 다하고 기특하다고 칭찬까지 받았던 것 같은데. 2황자의 머리가 굴러가는 와중에 드디어 시야가 회복되기 시작했고. 회복되는 시야에서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사실대로 말하면 난 너희와 대화를 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저 죄 앞에 선 태도를 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 그게 대체 무슨...?" "헌데 죄 앞에서도 큰 소리 치며 여전히 자신이 죄가 없다 말하는 그 태도가 참으로 언짢구나, 낮춰라." "예."  서걱! 자신과 함께 마세린 왕국 투자를 담당한 귀족들의 무릎 아래가 허공에 붕 뜬 장면이다.  다리에 붙어 있어야 할 마땅한 것이 원탁 위로 떠오르다 바닥에 처박혔음에도. 피 한방울 튀지 않고 오히려 살을 태우는 냄새가 났다. 솔 벨로스.  태양을 연상케 하는 이글거리는 오러가 다리를 절단하면서 지진 것이다. "크아아아아아아악!" "으으으아아아아아아악!" "태자 전하! 전하! 어찌! 어찌 이런!" "크흐어어어어어억!"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자신과 함께 마세린 왕국 투자를 담당한 5명의 대귀족들. 그들은 바닥에 뒹굴면서 비명을 토해냈다. "대장군, 보고 있소?" "예, 보고 있습니다." "다리를 자르니, 드디어 한 명이 자신의 죄가 있다 고백하고 있다니... 하하, 벌을 내려야 말을 듣는 건 짐승의 업일 텐데... 이 어찌 벨로스 제국의 귀족이 이런 추태를 보인단 말이오?" "제 생각엔 어쩌면 사실 그들은 벨로스 제국의 귀족이 아닐 수도 있단 생각이 듭니다. 벨로스 제국의 귀족들이, 이런 추태를 보일 리 있겠습니까?" "역시 그런 거였군... 대장군의 혜안에 놀랄 따름이오, 이 얼마나 총명한가, 안 그런가?" 짝짝짝짝짝. 난데 없이 터져 나온 박수 소리. 그 박수 소리를 들으며 2황자는 지금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분명 정신을 차리고 시야가 회복 됐을 텐데.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게... 정녕 현실이 맞는가.' 원탁에 죽은 듯이, 고개를 아래로 처박고 앉아있는 귀족들과. 무릎 아래가 순식간에 사라져 고통을 토하고 있는 자신의 측근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대장군의 총명함에 놀란 황태자와 감사하는 대장군. 마지막으로 황태자와 대장군을 보며 진심 어린 박수를 치는 근위 기사들까지. "아, 아아아...." 2황자는 그제서야 자신이 어디에 앉아있는지 깨달았다.  원탁의 끝과 끝. 황태자를 마주 볼 수 있는 유일한 자리. 자신들의 측근들은 다리가 잘려 주변에 뒹굴고 있고. 나머지 중신들은 전부 다 형 쪽에 붙어 앉아있는 상황. 자신의 주변 자리엔 그 누구도 앉지 않았다. 이게 뜻하는 바가 무엇인가. '몰라, 모른다고.'  억지로 현실을 외면하며 2황자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혀, 형... 투, 투자 과정에서 뭔가 실수가 일어난 것 같은데... 다 바로잡을 수 있어, 응? 바로잡을 수 있으니까...." 이럴 필요 없다고, 이렇게 과격하게 할 필요 없다고. 다 자신이 해결할 수 있다고, 이렇게 말하면 늘 형은 자신을 믿는다고 말해줬었다. 근데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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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2황자. 내가 지금 그래서 친히 바로잡고 있는 거다." 싸늘하게 식은 시선이 자신을 마주하고 있었다. 이럴 수가 있나? 이렇게 변할 수가 있나? 마치 이렇게 순식간에 변하기로 마음 먹은 사람처럼.... 생각이 복잡하게 꼬이고 있는 가운데. 실시간으로 마세린 왕국의 투자를 담당했던 귀족들이 근위 기사들에게 실려간다. 대체 이게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 아직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는 2황자를 보며. '근데 나도 네 덕분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난 대장군이 보고한 충격적인 내용을 곧바로 꺼냈다. "2황자는 자신의 침소에 마세린 왕국의 1왕녀와 개인적으로 연락할 수 있는 아티팩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게 사실인가?" "에, 에? 어, 어... 네, 넵... 맞습니다. 보유하고 있고 연락하고 있습니다." 분명 내가 소설을 볼 때까지만 해도 그런 아티팩트 같은 건 없었는데.  하, 대체 진도가 얼마나 나간 거야. 하지만 지금은 소설 진도를 파악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그 연락으로 사적인 것 뿐만 아니라, 공적인 것까지 논의하고 있다는 것도?"  바로 대체 왕녀랑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가. 사적인 대화라면 그냥 21세기 SNS처럼 쓰고 있다고 봐도 됐지만. 만약 이걸 공적인 용도로도 사용한다? 그렇다면. "네? 네, 그, 근데 그건 어디까지 2황자의 권한 아래 사용하는 거라...." "허." 나라를 어떻게 팔아먹나 했더니. 자기 방에서 실시간으로 상대방이랑 조율하면서 팔아먹고 있었구나? "...." 2황자를 조질 방법이 머리에서 너무 많이 떠올라 뭐부터 할 지 고민이 됐지만. 그래도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2황자, 너와 함께 마세린 왕국 관련 업무를 진행한 귀족들을 싹 다 소집해라." 멍청한 놈 옆에 붙어서 이득을 취하는 거머리들을 싹 다 쳐내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