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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길드부터 세워

재벌가 망나니가 S급 헌터를 독점함 — novelpia.com · All chapters

일단 길드부터 세워

“내 살다살다 게임하다 신문기사가 나는 놈은 처음 본다! 그것도 일간지 1면에!”아버지의 분노 어린 목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신문기사를 읽어 내려갔다.[게임 시비에 경호원 대동… 재벌 3세, B랭크 헌터 찾아갔다 ‘망신’]백명그룹 회장의 차남, 백도현. 이번에는 게임에서 시비가 붙어…10여 명의 경호원을 대동하고 당사자 찾아갔으나 상대는 B랭크 헌터, 이에 꽁지 빠지게 ‘줄행랑’백도현의 연이은 사건사고에 백명家의 미흡한 후계자 관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아, 그래. 그때구나.일명 ‘백명그룹 차남 현피사건’.FPS게임인 언더워치를 하다가 같은 팀이랑 시비가 붙었던 적이 있었다.우리 팀 탱커와 딜러인 나는 음성채팅으로 싸우기 시작했고.-야, 주소 불러 씹새야.결국 그 끝은 현피로 이어졌다.좀 부끄러운 이야기긴 하지만, 그때 보이스챗으로 들려온 탱커의 목소리는 분명히 여자의 것.그래서 만만하게 보고 내가 먼저 당당하게 현피를 신청한 것이었다.막상 상대가 진짜로 주소를 부르고, 그래서 그 장소로 나갈 때가 되자 쫄아서 경호원들을 끌고 갔지만.아무튼, 그렇게 나간 약속 장소에는 정말로 상대가 기다리고 있었다.짧은 숏컷에 가벼운 트레이닝복,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내 또래의 여자.오, 반반한데. 꼬셔볼까? 그렇게 생각하던 그때, 경호원 중 하나가 다급하게 속삭였다.-전무님! 저 사람, B랭크 헌터입니다…!-뭐?나중에 안 것이지만, 상대는 B랭크 헌터, 윤솔.랭크는 비록 높지 않으나, 예쁜 외모 덕에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던 3년차 헌터였다.‘좆됐다’라고, 정확히는 ‘좆됐’까지 생각한 순간 번쩍하더니 주위의 경호원들이 휭하고 날아가버렸다.-야.-힉, 히익…-아. 이 찌질이 새끼 진짜… 여자 상대로 현피뜨러 나오는데 다른 사람을 데려 왔네? 거기다 꼬라지 보아하니 어디 경호업체라도 고용한 모양인데…-으, 으…-처음에는 좋게 대화로 끝낼 생각이었는데 네 꼬라지를 보아하니 약간 교육이 필요할 것 같아서 말야.저벅, 저벅.-너도 한 대만 맞자?-으아아아아!!!혼비백산해서 도망친 뒤의 일은 기억나지 않는다.집으로 돌아와 이불 뒤집어쓰고 벌벌 떨며 밤을 새우다가…SNS에서 누군가 그때 일을 찍었던 영상이 바이럴 된 걸 확인하고, 일이 생각보다 커졌단 걸 깨달았을 뿐.이후 영상의 주인공이 윤솔과 나란 게 밝혀지고, 상대방이 사건의 전말을 취재하러 온 언론에 밝히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간 것이다.나 개인의 문제를 넘어, 그룹 전체의 이미지 문제까지 번지려는 상황.그래서 결국 지금, 아버지가 나를 직접 불러내 문책하게 된 것이다.“아주 잘하는 짓이다. 잘하는 짓이야! 허구한 날 술 마시고 사고만 치고 다녀서 술을 금지시켰더니, 이제는 게임으로 말썽을 피워?”야… 추억돋네.그래, 전부 기억난다. 아버지한테 대판 깨졌던 일까지도.도대체 어쩌다 그때로 돌아와 버린 건지, 영문을 모르겠지만.“차라리 갑질을 하던가! 누굴 때리던가! 뭐? 게임하다 시비가 붙어? 그래서 20살짜리 애송이 헌터한테 얻어터지고 도망쳐? 아주 오너리스크의 새 장을 여는구나!”노발대발하는 아버지의 얼굴을 쳐다봤다.-…도망쳐라, 도현아. 어서. 너라도 살아…그러자 순간 아버지의 최후가 그 위로 오버랩 되었다.서울을 침공하던 ‘그것’들을 피해 도망치다가, 나를 지키기 위해 몸을 던져 피투성이가 되었던 아버지.당신께서는 죽어가던 와중에도 내 안부를 걱정하셨지.“…이제 기자 몇한테 뇌물 먹이는 걸로는 택도 없을 정도로 일이 커져버렸어! 어떻게 할 테냐? 어떻게 책임을 질 거냐고!”지금 이 상황이 환상이 아니고 현실이라면.내 입장에선 죽었던 아버지가 살아 돌아온 셈이다.아버지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입가에 지어지며, 눈가가 시큰해졌다.다시 뵙게 되어서 정말 기쁩니다, 아버지-“웃어?”“네?”“지금 웃음이 나와?”“아.”아차.“오냐. 오늘 아주 끝을 보자.”“잠, 잠깐만요. 진정하시고…”“지금 진정하게 생겼어!!!”결국 나는 골프채를 휘두르는 아버지를 피해 도망치듯 회장실을 뛰쳐나와야만 했다.“후…”침대에 몸을 던졌다.더럽게 넓은 초호화 아파트, 최첨단 가구, 옷장을 가득 채운 명품.내가 기억하는, 15년 전 내가 살던 내 집의 모습 그대로다.“정말로 돌아온 건가.”분명히 나는 ‘그것’들에 의해 죽었다.그 순간 손에 끼고 있던 반지가 빛나고, 정신을 차린 순간 15년 전으로 돌아왔다.“반지는… 없어졌고.”왼손은 비어있었다. 24살의 나는 원래 반지를 끼고 다니지도 않았지만.“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시간을 돌리는 건 15년 뒤의 미래에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과학 기술로도, 헌터들의 스킬이나 탑과 게이트에서 발견한 장비로도.이차원의 유물인 아티팩트 중에서도 시간에 간섭하는 아티팩트는 극도로 희귀했고, 더군다나 15년이나 시간을 되감는 아티팩트는 들어본 적 없었다.“…”혼자 생각해 보고, 잠깐 핸드폰을 꺼내 검색해보기도 했지만 딱히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그럼 미뤄두는 수밖에.”단서도 없는데 혼자 고민해 봐야 답이 나올 리가 없다. 나중에 풀자.“그보다 더 중요한 건… 지금부터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거지.”스마트폰을 꺼내 날짜를 확인했다. 2030년.나는 15년의 시간을 거슬러 회귀한 것이다.멸망한 대한민국의 마지막 생존자, S랭크 헌터에서 재계 3위 백명그룹 회장의 차남으로.“…”브라우저를 실행하고 포털 사이트의 뉴스 탭을 터치했다.사회, 경제, 정치… 여러 분야의 기사들 사이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헌터’ 분야의 기사들.-[특집] 떠오르는 화제의 신인 헌터, 다음 S랭크는 누구?-헌터협회를 뒤흔든 ‘태현 게이트’, 협회장은 뇌물 받은 적 없다며 부인…-[기획] 한반도에 탑과 게이트가 출몰한 지 10년, 그 후로 대한민국은 어떻게 달라졌는가2020년, 전 세계에 탑과 게이트라는 미확인 구조체가 다수 출몰했다.탑과 게이트는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 생물인 ‘몬스터’들이 가득한 이차원으로 이어졌다.갑자기 인류의 눈앞에 나타난 상태창이 경고하기를, 탑과 게이트를 공략하지 않으면 재난이 찾아온다고 했다.하지만 몬스터들에게는 거의 모든 현대식 화기가 통하지 않았다.인류가 직면한 이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겠다는 듯이, 탑과 게이트가 나타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특별한 능력을 각성한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그들에겐 몬스터를 사냥하는 자라는 의미에서 헌터란 이름이 붙었다.헌터, 몬스터, 탑, 게이트… 갑작스레 등장한 개념은 기존의 사회 질서를 완전히 뒤바꿔놓았다.하지만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은 이 개념들 또한 익숙하게 받아들여져, 뉴스에서 ‘헌터 협회’니 ‘게이트 공략’이니 하는 용어가 등장하는 게 자연스러운 세상이 된 것이다.“뭐, 결국엔 탑 관리에 실패해서 싹 다 멸망했지만.”“…”멸망, 이라.사실 할 일은 정해져있다.“막아야지. 멸망.”무슨 쌍팔년도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나 할법한 소리 같아서 좀 오글거리긴 하지만, 다른 목표는 생각할 수 없다.내가 무슨 정의감으로 가득 찬 히어로라서 이러는 게 아니다.가족, 회사, 동료… 일상의 붕괴. 내가 알던 세계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재벌가의 후계자? 싸그리 죽고 나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그러니 우연인지 운명인지 15년 전으로 돌아온 지금,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세계, 안되면 한국, 안되면 내 주변만이라도. 지켜야 한다.“…목표는 정해졌고.”침대에서 일어나 방을 이리저리 서성였다.해야 할 일을 정하고 나니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다.“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하지…?”그것들은 미국이 탑 공략에 실패하면서 나타났다.다만 가장 먼저 탑 공략에 실패한 건 미국이지만,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도 탑을 등반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던 건 마찬가지였다.딱 잘라 말해, 당시의 헌터들의 강함은 이미 탑의 난이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태였다.“그렇다면 이야기는 간단하지.”헌터들의 수준이 떨어져서 탑을 오르지 못했다면, 그 수준을 끌어올리면 그만이다.그러면 그것들이 나타날 일도 없고, 설령 나타난다 하더라도 맞서 싸울 수 있겠지.그것들은 말도 안 되게 강하지만, 무적은 아니다. 실제로 나도 죽기 전에 한놈에게 유효한 타격을 입히지 않았던가.물론 나도 그때보다 더 강해져야 하고.좋아. 대전제가 정해졌다.“나를 포함한 헌터들의 수준을 끌어올린다.”하지만 주어진 건 7년이라는 짧은 시간 뿐.그럼 그 사이에 헌터들을 더 강해지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더 좋은 훈련법과 장비, 체계적인 서포트. 하지만…“세계의 모든 헌터들한테 이걸 제공하는 건… 지금 당장은 불가능해.”그렇다면 범위를 좁히자. 우선 한국의 헌터들이라도 강해지게 만들어야 한다.“헌터 협회를 내가 먹으면 깔끔하게 해결될 일이긴 한데.”그러면 내가 직접 입맛대로 협회를 운영할 수 있을 것이고, 15년 뒤의 미래에서 미리 겪었던 지식을 활용해 헌터계를 개혁할 수 있을 것이다.“…교두보가 필요해.”하지만 지금 내 상태와 헌터 협회를 손에 넣는 것, 그 사이의 간극은 너무 넓다.중간 단계가 필요하다.협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나 스스로가 우선 헌터계에서 발언권이 있어야 하고, 내 목소리를 지지할 세력도 필요하다.“…”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간단한 이야기니까.“우선 길드를 세우자.”헌터 길드. 소속된 헌터들을 관리하고 육성하는 단체.거대 길드를 직접 이끄는 것보다 헌터계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보하는 방법이 있을까?그리고 난 이미 헌터 길드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자질을 모두 갖췄다.저항군에서의 나는 전투원이었지만, 동시에 운영과 서포트까지 맡았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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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금수저. 사장 해봤다면서? 그럼 네가 지금부터 부협회장이다. -네?-우리 저항군 운영은 나 대신에 네가 맡아.-…아니,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일반기업 사장이랑 헌터 조직 운영 사이에 무슨 연관이 있습니까? -군대 안 갔다 와봤어, 임마? 원래 조직이란게 다 이런 식으로 대충 굴러가는거야.협회장이 반강제적으로 떠맡기다시피 한 부협회장 역할.지금와서 돌이켜보면 상대적으로 다른 S랭크에 비해 전투력이 부족한 나를 나름대로 배려한 거 아닐까 싶다.아무튼, 비록 한걸음 뒤에서 보조하는 역할이라도 나는 최선을 다했다.헌터들에게 필요한 물자를 공급하거나 시설을 관리하는 기초적인 일에서 시작해, 각 헌터들의 정보와 상태를 파악한 뒤에는 본격적으로 서포트에 나섰다.부상의 치료, 훈련 보조, 최종적으로는 각 헌터들이 지닌 능력의 새로운 활용법이나 최적화된 전술을 제시하기까지.-싸가지없는 금수저인줄만 알았는데, 꽤 하는걸?그 결과, 나중에는 처음에는 나를 못미더워하던 다른 헌터들도, 이내 내 능력을 인정하고 일원으로 받아들여줬다, 이 말씀.따라서 나는 길드 운영법, 각 능력별 헌터들의 훈련법, 몬스터의 정보, 어울리는 장비… 등등을 싹 꿰뚫고 있다.그것도 8년 동안 최상위 헌터들이 모인 집단을 실제로 운영하고, 또 전장에서 구르면서 체득한 미래의 최신 실전 압축 버전으로. 거기에 하나 더.미래에 두각을 나타내는 헌터들이 누구인지, 나는 이미 알고 있다.7년 뒤 대한민국이 위기에 빠진 그때, 그것들과의 전투에서 혜성처럼 나타나 활약한 영웅들이 있다.반대로 S랭크니 뭐니 하면서 이미 명성을 떨치던 헌터들 중에는 무기력하게 당하거나 아예 전투를 포기하고 자기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는 놈들도 있었고.떡상할 인재와 손절해야 할 썩은 인물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 한 집단의 리더로서 이보다 더 중요한 능력이 있을까?미래에 최정상에 오를 헌터들을 미리 영입해서 길드를 꾸린다.길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소속 헌터들을 제대로 육성해 포텐셜을 터뜨린다.그렇게 되면 내게는 멸망이 닥쳐도 믿을 수 있는 강한 헌터들이 생기는 셈이고, 거기다가 그 헌터들이 속한 길드의 수장인 나의 헌터계에서의 입지도 상승한다.유망주도 키우고, 더 나아가 헌터계를 개혁할 원동력도 얻을 수 있는 일석이조.아니. 하나 더. 세계 멸망이니 헌터 육성이니 하는 것들보다 더 직접적인, 어쩌면 가장 내 본심에 가까울지도 모르는 목적.나와 함께 싸우던 저항군의 헌터들.15년 전으로 돌아온 지금, 미리 그들에게 미래의 지식을 전수해서, 그들이 약점과 한계를 극복하고, 더 강해질 수 있다면…설령 그것들이 다시 쳐들어온다고 해도, 이번에는 동료들만은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좋아."아무튼 첫 번째 스텝이 정해졌으니, 지체 없이 움직일 차례.나는 곧바로 스마트폰의 연락처를 열었다.[비서 윤서현]그 번호로 전화를 걸자, 얼마 지나지 않아 연결되었다.-네, 전무님.그녀는 내 비서다.정확히는 내가 사고 치지 못하게 감시하기 위해 아버지가 직접 붙여준 사람에 가깝지만.“아, 서현 씨. 통화 괜찮아요?”-…“? 왜 그러시죠?”-…드문 일이군요. 그동안은 한 번도 전화해서 먼저 통화 가능하냐고 물으신 적 없으셨는데.“아…”그랬었지. 지금의 나는 한창 망나니 짓으로 악명을 떨치는 중이었다.아마 비서한테 전화할 때도 전화를 받자마자 대뜸 ‘이거 해라’라고 명령부터 내렸겠지.“크흠. 뭐, 그럴 수도 있는 거죠. 아무튼.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전화했는데.”-네, 말씀하세요.“혹시 헌터 협회 쪽에 백명그룹과 커넥션이 있는 인물이 있을까요?”-네…?-…우선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아, 별 건 아니고. 헌터 길드를 하나 만들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