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가슴 만진 대가!
9. 가슴 만진 대가!
움켜쥔 가슴.표범 야인이라서 그런지 고급스러운 털과 더불어서 부드러운 촉감. 야인의 가슴은 이런 느낌이구나.신기한 경험. 하지만 그녀가 나를 이끈 건 그곳이 아니었다.그 너머, 쇄골과 가슴의 사이.손가락에 느껴지는 괴팍한 상처. 오래된 상처는 아니었다.기껏해야 며칠? 오돌토돌 올라온 촉감은 무슨 딱정벌레라도 만지는 듯하다. “어때요? 아시겠어요?” 고혹적 미소를 짓는 표범.내가 놀란 표정을 하자, 그녀는 능글맞게 손을 놓았다. “제 이름은 밀렌이에요. 어때요? 바로 룸 잡을까요?” 성적인 요구를 하는 건 아니었다.무언가 다른 걸 바라고 있다. “크흠, 저기요. 오해를 하신 것 같습니다.” 가슴에서 손을 빼고, 테이블의 명함을 톡톡 두드린다. “다시 잘 읽어보세요.”“결혼정보회사 메라클. 대표 김주선.”“네, 저는 가입하시는 거 어떠신지 여쭤보러 온 겁니다.”“하, 저 다 알고 있다니까요? 굳이 이런 걸로 속이실 필요 없어요.” 대화가 안 통하네.인간보다는 짐승에 가까워서 그런가? 결국 나는 핸드폰으로 포탈사이트 지도를 통해 사업장 등록된 걸 보여줬다.추가로 거기 단정하게 찍은 내 사진까지. 거기까지 하자 당황한 밀렌이 말을 더듬는다. “어, 어?”“보셨죠? 저는 그냥 일 잘하는 결혼정보회사 사장입니다. 혹시 결혼하고 싶으시면 메라클로 오세요.” 자본주의 미소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 곧장 몸을 틀어서 춤추는 메인 플로어로 향한다. 밀렌에게서 멀어질수록 걸음이 조금씩 빨라졌다. ‘씨발! 이상한 거에 걸렸네!’ 모르는 척하고 넘어가느라 혼났다. 저거 주사 자국이다!심지어 보통 주사도 아니다. 저렇게 기괴한 상처가 날 정도면 굉장히 더러운 일의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미친 클럽은 뭘 하고 있는 거야?’ 일단 자연스럽게 넘어갔다.하지만 여기 더 있으면 안 된다.이상한 일에 엮이게 된다. 김양과 레네아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인파들이 그쪽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김양은 익숙하다는 말대로 능숙하게 춤을 추고 있었고, 레네아는 양손을 들고 탈춤 추는 것처럼 옆에서 휘적거린다. 본인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 거 같은데, 표정은 울상이었다. 나를 먼저 발견한 김양. “어? 사, 사장아도 추려고? 같이 출까?”“살려줘! 살려다오! 도망치고 싶어! 여기 뭐야?! 무섭다고!” 바로 나한테 달라붙은 레네아.아예 팔이랑 다리를 옆구리에 감아서 안겨왔다. 차라리 잘 됐다. “김양아, 나가자. 여기 이상하다.”“어? 뭐가 이상해? 여기 좋아.”“나가자고. 가서 설명할게.”“……알았어.” 진지한 표정에 곧바로 끄덕이며 뒤따르는 김양.그렇게 메인 플로어를 지나쳐, 복도를 통해 밖으로 나가는 와중. “저기! 저 사람이에요!” 등에 꽂힌 밀렌의 목소리.뒤를 돌아보자 밀렌과 더불어 덩치 큰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온다.딱 봐도 엮이면 안 되는 사람들이었다. “씨! 뛰어!”“어?”“뭐야?! 무슨 일이냐?”“설명할 시간 없으니까 뛰라고!” 드디어 내게서 내려온 레네아가 놀라며 묻는다. “더, 덮쳐지는 것이냐? 서울에서는 눈 감고 뜨면 호텔 침대 위라고 들었는데 설마?!”“할머니 또 그러신다!” 복도 코너만 돌면 바로 입구다.가드가 서 있긴 하겠지만, 줄 선 사람들 때문에 소란을 피우진 못하겠지. 복도 끝에 거의 도착한 순간.우리가 모퉁이를 돌기도 전, 먼저 나타난 남자. 잘 세팅된 금발.걸어 다니는 명품관이라도 되는 듯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유명 브랜드.오백만 원 이하는 걸치지도 않는 호화스러움. 이쪽을 겨누고 있는 권총. 여유로운 미소의 남자는 이쪽을 향해 손짓했고-. “꿇어.” 온몸을 짓누르는 압력에 순간적으로 몸이 앞으로 고꾸라진다. “억?!”“꺄악!” 중력 조작.각성자였다. “어라?” 하지만 내가 놀란 부분은 그게 아니었다.능력과 목소리가 과할 정도로 익숙하다는 거. 문제는 저쪽도 나를 알아봤다. “설마 김주선이냐?” 중력에 무릎 꿇고 앉은 나를 내려다보며, 그가 나를 불렀다. * * * 김양이 왜 룸이 비싸다고 말했는지 알 거 같았다.내부가 화려한 건 물론이거니와 노래방 기계, 과일 안주, 비싼 양주까지.기본 세팅이 비쌀 수밖에 없네. 뽕! 그런 양주를 아무렇지 않게 따서 잔에 따르는 금발의 명품관, 금태민.본인만 마시는 거 봐라.쫌팽이 기질은 돈을 벌어도 사라지지 않았네. 우리를 쪼르르 앉혀 놓고는 여유롭게 양주를 마신다.룸 입구는 이미 건달들이 셋이나 엄중히 막고 있다. “크흐, 주선아. 이거 참 기이한 인연이다. 그렇지? 훈련소 이후에는 본 적이 없으니까 거의 5년만인가?”“좆 같은 인연 아니고?”“이 새끼 혓바닥은 아직 안 죽었네?” 콰득! 다시금 지그시 누르고 들어오는 중력 조작.참고로 민간인한테 각성자가 능력 쓰는 거 불법이다. “왜? 아직도 네가 위에 있는 거 같아? 응? 주선아.” 이죽거리는 금태민.옆에 앉은 레네아가 꼼지락거리며 나를 쳐다본다. 클럽 간다고 활을 두고 왔더니 아무것도 못 하는 모양.하여간 하나만 할 줄 알면 이렇게 된다. 어쩔 수 없지. “금태민, 헌터 일은 왜 안 하냐? 실력이 안 돼서 그만뒀냐?”“지랄하네. 요즘 마수 잡고 돈 버는 헌터가 머저리지. 위험하게 왜 그런 짓을 하냐? 여기서 가드 일만 해도 돈이 쏟아지는데.”“딱 너랑 닮은 더러운 일 하는 모양이네?”“넌 딱 너랑 닮은 찌질한 일을 하고.” 어떤 말을 해도 금태민은 여유롭게 받아쳤다. 자신이 우위에 있음을 확신하는 거겠지. “주선아, 넌 예전부터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는 걸 건드린다니까?”“…….”“이 클럽이 어떤 곳인지 알아? 백두 제약에서 관리하는 곳이야.” 백두 제약 회사?대기업이지 않은가. “백두라고?”“특별한 고객들을 위한 약의 원자재를 얻는 곳이지.” 김양도 몰랐는지 당황한 표정이다. 하지만 내 예상으로는 김양과 관계없어 보였다. “왜? 궁금하냐? 형이 알려줘? 이 새끼 생각해 보니까 내가 두 살 형이었잖아?”“넌 꼭 존나 뻔한 걸 대단한 척 굴더라.”“……뭐?” 미간을 찌푸리며 처음으로 금태민의 얼굴에 균열이 갔다.하지만 뻔하다면 뻔했다. 김양은 수인에 클럽 단골.하지만 이런 것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다.그럼 수인은 대상이 아니라는 거다. “야인을 대상으로 피나 털 혹은 신체 일부를 돈 주고 사는 거겠지.”“하, 우리가 뭐 장기밀매 라도 하는 줄 착각-.”“하겠지, 병신아.”“…….” 수인이 아니고.왜 굳이 야인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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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쉽다. “5층, 구 무림 기원을 보면 수인이란 ‘환수’라 불리는 신이 인간과 정을 나누면서 태어난 존재들.”“…….”“그중 야인은 특히나 환수의 핏줄을 진하게 받아 태어난 이들이니까.”“…….”“그럼 뻔하지. 야인을 통해서 환수의 초월적 신체 능력을 얻어 약으로 쓰거나, 각성제, 마약. 뭐 두루두루 쓰지 않았겠어?”“이 새끼가-.”“제약회사라고 네가 알려줬잖아.” 웃어주자 금태민은 화를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났다.경비를 서고 있던 건달이나, 김양과 레네아도 놀라 표정으로 쳐다봤다. “사, 사장. 똑똑해.”“근데 꼭 말해야 했느냐? 쟤 더 화난 거 같은데.” 레네아가 말한 대로.잔뜩 열받은 금태민은 이쪽을 노려보더니 애써 태연한 척 숨을 고른다. “넌 늘 그게 문제였지, 주선아.” 싸늘하니 올라간 입꼬리. “그렇게 뭐든 잘하는 척을 해대니까 네가 지금 그러고 살고 있는 거야.” 금태민의 시선이 김양과 레네아에게 향한다. 둘에게 애써 친절한 척 묻는다. “헌터 훈련소 111기가 왜 황금의 세대라고 불리는지 아시나, 아가씨들?” “111기?”“마, 맞춰 보겠느니라!” 어떻게든 살겠다고 외친 레네아지만, 금태민은 답을 원한 게 아니었다. “무려 칠극인이 두 명이나 나왔거든. 하나는 야차(夜叉) 류서람.” 또 다른 하나는-. “현직 헌터협회 부회장, 유예나.” 무거운 이름이다.헌터 협회를 총괄하는 실세 중의 실세.나와 금태민의 동기. “하지만 다들 모르는 게 있어. 111기의 수석은 류서람도, 유예나도 아니었어.” 태엽 감듯 고개를 돌린 금태민의 시선이 내게 꽂힌다. “저 새끼. 111기의 수석은 언제나 김주선. 바로, 저 새끼였거든.”“……사장이?”“뭐엇?!” 놀란 눈으로 보는 두 사람.나는 웃으며 덧붙였다. “금태민은 거의 꼴찌였어.”“닥쳐!” 중력이 좀 더 강해진다.애써 숨을 고른 놈은 어떻게든 나를 깔아 내리고 싶었는지 어색하니 히죽거린다. “넌 배운 점이 없구나? 하찮은 새끼가 그렇게 눈에 띄니까 유예나한테 찍힌 거야. 수석인 새끼가 막상 헌터 자격증은 발급도 안 됐다니까?”“헌터 자격증 가지고 남들 뒷구멍 닦아주는 너보다는 낫지 않냐?”“하.” 압력이 풀린다.자유로워진 손과 발. “넌 아직도 우리가 5년 전, 훈련소에 있는 줄 아는구나? 아직도 네가 수석인 거 같아?” 무대로 나서듯 테이블 앞에 선 금태민이 손짓한다. “나와, 김주선. 이제는 내가 너를 내려봐 줄게. 그리고 넌 여기서 죽는 거야.” 제대로 긁혔는지 1:1을 신청한 금태민. “총 쏘려고?” 비웃어주자, 이를 으득 물더니 테이블 위로 단검을 하나 던진다. 콰득! “나이프 파이팅이다. 어때? 네가 그나마 나한테 이길만한 거 아니냐? 이기면 셋 다 그냥 보내줄게.” 쯧. 혀를 차며, 나이프를 뽑아 들고 앞으로 나선다. “언제는 이겨본 것처럼 말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