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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00살!

S급 헌터도 결혼이 하고 싶다 — novelpia.com · All chapters

1. 1,900살!

“이거-! 놓으라고!”“아, 제바아알!”   엘프 여왕이라 그런지 악력이 장난 아니다.때어내려고 아무리 다리를 흔들어도 떨어질 기미가 안 보인다.   내 힘으로는 안 될 거 같아서 우리 메라클의 직원, 김양을 호출했다.   “김양아! 들어와 봐!”“네, 네에, 사장아?”“이거 좀 끌고 가! 건물 밖에 던져버려!”“네에? 사, 사장아! 이거 고객님?”“아니야! 이젠 아니야! 노망난 할머니였어!”“하, 할머니?”   김양은 수인이다.탑의 5층 출신인데 외국인 노동자 개념으로 데려온 탓에 이쪽 말이 좀 어눌하다.머리에 솟아오른 양뿔과 폭신한 하얀 머리 때문에 ‘김양’이라고 내가 이름을 지어줬다.   “밖으로 던져버려!”“바, 박으로?”“아, 쪼오옴! 싫다! 어디 해보거라아! 젊은 남자애랑 카페 가서 케이크도 먹고! 커플 음료도 시켜서 먹어 볼 거란 말이다앗!”“아오! 김양아, 뭐하냐고! 월급 받기 싫어? 밖으로-!”“바, 박으로! 박아-! 박아아!”   곧바로 머리를 앞으로 내밀고 질주하는 김양.   ‘아, 제발-.’   문득, 김양 월급이 3일 밀렸다는 게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쿠당탕-!     * * *     “큼큼.”   결국 쫓아내지 못한 엘프여왕 레네아. 의자 위에 양반다리 하고 앉은 채 이쪽을 쳐다본다.   “부탁하네. 메라클은 이쪽 업계 최고라고 들었네. 심지어 오는 손님은 절대로 거절하지 않는다고 말이야.”   절로 나오는 한숨.아무리 내가 유능한 중개인이라고 할지라도 1,900살 먹은 할머니를 어떻게 하겠는가.   “메, 메라클 최고 아냐.”“김양아?!”   차를 타주던 김양의 폭탄발언.다급히 막으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1,900살 먹었으면서 귀는 짱짱한 엘프여왕은 놓치지 않았다.   “엥? 그럴 리가? 내가 있던 4층에서는 메라클이 최고라고 소문이 자자한데?”“4층, 핸드폰 없어. 4층, 야만인들.”“야만인이라니…….”   억울하단 표정이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3층 지구와 다르게, 4층은 전형적인 고전 중세 판타지 세계.중계기나 TV, 핸드폰 등이 없어서 정보 전달이 제한적이다.   “그래서. 소문 퍼트려. 메라클 짱이라고.”“…….”   눈을 부라리며 노려보는 레네아.이제야 자신이 속았음을 알게 되었다.   “어쩐지-! 고작 방 두 개짜리 사무실에 직원은 외국인 노동자 하나?! 업계 최고라고 하기에는 과히 부실하다 했다!”“크, 크흠. 거짓말은 아닙니다. 4층의 결정사랑 비교하면 우린 최고니까요.”“4층에는 결정사가 없으니까!”   너 정말 핵심을 찔렀어!젠장.김양 통장에 빨리 월급이나 넣어줘야겠다.저거 월급 안 받았다고 입이 자유분방하네.   “하지만 하나, 안 틀렸어.”“안 틀려? 무엇이?”“메라클, 오는 손님 무조건 받아.”   천천히 뒤로 물러선 김양.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한다.   “이곳은 메라클. 여러 세계 속 당신의 기적을 찾아드립니다.”“……그, 그치만. 나는 나가라고 막 그랬는데. 할머니라고.”“그거, 사장아 작전. 돈 많이 받으려고.”“뭬얏?!”   아, 진짜.김양 때문에 다 망했네.   “사장아 수, 수법. 여, 열다섯 명이 지금까지 구, 구랬어.”   김양이 말투가 어눌한 것 때문에 종종 쟤가 바보라고 착각해 버린다.하지만 김양은 지능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그냥 3층인 지구의 언어가 어색할 뿐.   “하! 진짜 어이가 없군.”   박차고 일어난 레네아.   “손님을 속여? 순 사기꾼이었군? 그래, 네 얼굴 딱 봤을 때부터 느낌이 흉흉하긴 했다.”“누가 1,900살 아니랄까 봐 관상까지 등장했네.”“이익! 내 다시는 오나 봐라!”   쿵!   신경질적으로 닫힌 문.김양은 지그시 눈을 감는다.   “김양아, 덕분에 손님이 하나 떠났어.”   잘 구슬려서 돈 좀 뜯어보려고 했는데, 네 덕분에 망했어.   “사, 사장아.”“응?”“나, 돈 안 받았어.”“…….”“나, 직원 아냐.”“…….”“돈 내놔. 개, 개, 개새끼야.”     * * *     우리가 지내는 3층, 지구.탑은 총 6개의 층으로 나뉘어져 있다.더 올라가게 될 수도 있지만, 일단 당장에는 6층까지만 열려 있다.1, 2층은 논외로 넘어가고.   4층은 인간, 엘프, 오크, 드워프 등이 지내는 중세 판타지 세계, [라제스타 대륙].   5층은 무인과 신선, 용이나 환수 같은 놈들이 지내는 [구 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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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층은 몸을 기계로 이식하거나, 신기할 정도로 기술이 발달된 [사이버 시티].   이렇게 4개의 층은 각기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흡수하며 나름의 공생관계를 유지 중이었다.   참고로 김양은 5층에서 왔다.   후루룹.   김양 월급 주느라, 어제저녁부터 오늘 점심까지 컵라면으로 때우는 끼니.   어제 엘프여왕이 말한 대로 사무실은 초라했다.메라클이라고 거창하게 이름을 붙였지만, 기껏해야 상담실이랑 사무실 두 개로 나뉘어져 있다.   내 책상에 고객 명단과 자료들이 정리되어 있고, 옆에 놓인 재떨이.원래는 여기서 피웠는데 손님들이 안 좋아하셔서 이제는 안 쓰는 물건이 됐다.밖에 있는 재떨이는 비우는 게 귀찮아서 꽁초가 수북하다.   “사, 사장아.”   책상 없이 의자만 덩그러니 있는 김양은 오늘도 핸드폰을 하며 나를 부른다.참고로 김양은 SNS 인플루언서다. 5층 출신에 얼굴도 반반하니까 일상만 올려도 팔로워가 쭉쭉 붙는다.   “왜.”“왔어, 손님.”   김양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이 열린다.   그리고.거기에는 1,900살 먹은 엘프여왕님이 울먹이며 서 있다.   “아, 아무도-.”“…….”“아무도 나를 안 받아줘.”“…….”“1,900살 먹었으면 나무 아래에서 채소나 가꾸래.”   당연하지.이쪽 업계에서 유명한 ‘탑혼’이나 ‘웨딩컴퍼니’ 같은 곳에서 1,900살을 왜 받아주겠는가.엘프는 이쪽 시장에서 특히나 냉정하게 평가를 받았다.   “메라클은…… 무조건 받아준다며? 찾아오는 손님은 절대로 쫓아내지 않는다며?”   제발 그렇다고 대답해 줘.온몸으로 애원하는 레네아의 어깨에 손을 얹어준다.   “당신의 기적을 찾아드립니다. 어서 오세요, 메라클입니다.”“아, 아아-!”   감동받아 내 손을 붙잡고 탄식하듯 쏟아낸다.   “결혼이…… 하고 싶어요.”“아암, 하셔야죠. 엘프 여왕으로서 많은 짐을 짊어지고 지내셨는데. 노후만큼은 자신만 생각하면서 지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흐윽, 혹시 젊은 남자랑 가능할까? 가능하면 차운우 닮은 꼴로.”“……일단 상담부터 해보시죠.”“돈도 많으면 좋겠어.”“상담부터 하자고! 쫓아내고 싶어지니까!”     * * *     다시 돌아온 상담실.상담은 무조건 대면 인터뷰로 진행된다.내가 4층 출신들이랑 소통은 되는데, 글자는 알아먹지를 못한다.   “이름은 레네아. 종족 엘프. 나이 1,901세, 집 없고, 재산 활 하나, 부모님 두 분 다 돌아가셨고. 집 없고, 1,901살에 특이 사항으로는 엘프여왕 출신?”“방금 내 나이를 두 번 말했다. 아프니까 유의하도록.”“예, 뭐. 등급제로 진행되는 건 아시죠?”“음, 종합적으로 나라는 존재의 점수를 매기는 것이지. 그리 달갑진 않으나 본녀는 또 자신감은 있다네.”“등급제는 F등급이 꼴지, S등급이 최상. 세분된 등급으로 평균을 내어서 종합 등급을 측정하고. 그러면 등급에 맞는 분들이랑 매칭이 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 B등급은 A~C등급 언저리만 만나는 셈이다.   “음! 부탁하마!”“일단 외모 S등급, 재산은-.”“이 활이 진짜로 비싼 거다! 이거 엘프들이 가지고 싶어서 환장한다!”“……뭐, 그래요. 재산은 A등급.”“오오!”   실제로 4층에서 발굴된 무기나 방어구들이 아파트 가격에 맞먹는 경우도 왕왕 있다.심지어 엘프여왕이 가지고 있으면 가치는 보증된 셈.   “부모님 노후는 걱정이 없으시고. 직업은 무직. 학력은요?”“어, 부모님한테 배웠다만.”“홈스쿨링.”   직업과 학업.둘 다 E등급.   “그리고 이게 제일 중요하거든요?”“음! 뭐든 묻게나.”“애 낳을 수 있어요?”“……?”   어벙한 표정으로 화답하는 레네아.하지만 나는 진지하다.   “아니, 아이도 못 낳는데 누가 데려가요. 내가 엘프는 폐경이 언제 오는 줄 몰라-.”   일어나서 바로 활 겨누는 레네아.빛무리가 뿜어지더니 화살의 형태를 이룬다.   “가, 가, 가, 감히이-! 감히 누구에게 그런 걸 묻느냐아아아!”“아니?! 이거 진짜 중요하다고!”“씨, 씨이! 씨이이잉! 낳을 수 있다! 엘프는 폐경 없어!”   그래?그건 좀 신기하네.   이 뒤에도 이것저것 물었다.취미, 흡연과 음주 여부, 건강 상태, 연애 횟수 등.   “자아, 종합적으로 고려해 봤을 때.”“음음!”“F등급이세요.”“…….”   한껏 기대했던 레네아의 표정이 점점 축 처진다.   “아, 아니 왜? 나 예쁜데?”“1,900살이잖아요.”“이 활도-! 활도 진짜 귀한 건데.”“1,900살이잖아요.”“현모양처! 지혜롭고, 남편만 바라볼 자신도 있는데?”“1,900살이잖아요.”“……노처녀라고. 연애도 해본 적 없다고.”“모쏠 1,900살이시네요.”“죽일까?”   다시 빛무리의 화살이 나오려고 했기에 다급히 덧붙인다.   “하지만-! 그런 당신을 위해 제가 딱 맞는 사람을 찾았습니다!”“오?”“같은 4층 출신! 무려 왕자! 게다가 잘생긴 외모! 재력도 빵빵!”“오오?!”   파일철에 꽂아둔 사진을 보여주자 눈이 휘둥그레지는 레네아.시크하게 생긴 백발의 미남이다.   “나쁘지 않은데?! 진짜로 이 남자를 만날 수 있다고?”“예! 당연하죠! 벨덴 왕국의 발렌티노 왕자님이십니다! 저희도 아주 어렵게 계약을 따낸 분이죠.”“오오오! 역시 메라클! 역시 최고다!”“물론, 아주 사소한 문제가 있긴 합니다.”“사소한 거면 괜찮다! 나도 드디어 잘생긴 남자랑 연애를-!”“대략 127번째 부인이 되시는 거예요.”“야, 이 씨발 새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