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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엘프보다 오크!

S급 헌터도 결혼이 하고 싶다 — novelpia.com · All chapters

2. 엘프보다 오크!

“저거-! 내가 저거 죽인다!”“김양아! 꽉 잡아! 놓치지 마!”“사, 사장아! 뭐 했냐?”   메라클은 현재 미증유의 위기에 놓여 있었다.전직 엘프여왕 1,900살 할머니가 난동을 피우고 있기 때문.고령화 사회가 되어가면서, 노인분들이 현대 사회를 못 따라오는 게 문제가 된다는데.   1,900살이나 되시니까 현실 파악이 어려우신 모양이다.   “발렌티노 왕자 정도면 고객님이 바라는 요구 조건에 최대한 부합하는 거라니까요?”“아무리 그래도 127번째 아내가 되라는 건 선 넘은 거잖아! 하루에 한 번은 만날 것 같냐?!”   하루에 한 번이라니.발렌티노 왕자한테 시집간 사람한테 들어보기로 1년에 한 번 만나도 많이 만나는 거라고 들었다.단둘이 얘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말이다.   “고, 고객님! 일단 진정! 사장아, 이거 어떡해?”“고객님! 알았으니까 진정 좀 해봐요. 다른 손님 매칭시켜-.”   끼이익.   그때, 문이 열리며 들어온 남자.훤칠한 키, 빼어난 외모와 더불어 댄디한 패션.우리 메라클의 몇 안 되는 S등급 고객인 이강호 헌터였다.   “……사장님? 어, 지금 바쁘신 가요?”“아이고! 이강호 헌터! 오셨어요? 아뇨아뇨! 바쁘긴요.”   김양에게 빨리 레네아 좀 제압하라고 외치려는데-.   “으흠, 손님이시군요? 안녕하세요, 레네아라고 합니다.”“어, 네? 안녕하세요, 이강호라고 합니다.”   어느덧 레네아는 다소곳이 자리에 앉아서는 머리를 귀 뒤로 넘기고 있다.뒤에 서 있는 김양도 어벙하니 쳐다보는 중.   “사, 사장아. 나 무서워.”“……연륜이라는 거야.”   레네아가 바로 나를 째려봤지만, 이강호 헌터 앞이라 더 말하진 못했다.   “앉아요, 이강호 헌터. 요즘도 서울 밖에 나가서 마수 사냥해요?”“헌터는 다 그렇죠 뭐. 4층이나 5층 쪽으로 넘어가볼까 생각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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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고향이라고 4층 얘기 나오니까 바로 귀 쫑긋거리는 것 좀 봐라.   “오늘은 무슨 일로 오셨어요?”   자본주의 미소로 묻자, 이강호가 부끄러워하며 다가온다.   “오늘 미아 씨랑 데이트라서요. 스타일링 서비스 부탁드리려고 하는데, 가능할까요?”“그럼요! 프리미엄 고객님은 예약 안 하셔도 가능합니다. 김양아, 준비해 드려라!”“가, 갑니다!”   스타일링 서비스.우리 메라클이 가진 혜택으로 프리미엄 고객님께서 데이트 하러 가기 전에 스타일링을 매우 싼 가격에 해드린다.   김양의 존재 이유 중 하나.SNS 인플루언서의 위엄.메이크업 세트와 미용 가위, 고데기 등을 꺼내서 세팅한다.   “이런 서비스도 있군요.”“……말투 참.”   다소곳이 앉아 있는 할머니.말투가 사투리 숨기려는 지방 사람 같아졌다.   뒤는 김양의 쇼타임.   “워, 원하는 스타일?”“늘 그렇듯 알아서 부탁드려요. 센스가 워낙 좋으셔서.”“확인.”   왁스로 7:3 가르마펌.모나게 튀어나온 머리는 조금 잘라준다.눈썹, 코털, 수염도 깔끔하게 정리.피부는 톤업 베이스에 선크림만 깔끔하게.마지막 투명 립밤으로 입술.   “오, 오늘 스타일. 코트, 니트, 슬랙스. 베, 베이지 계열이라 댄디 포근.”   고작 30분 만에 끝낸 김양.가벼운 기초화장과 머리 스타일링 정도만 만져줬을 뿐임에도 사람 매력이 확 살아난다.   “오오…….”   무슨 마술 보듯 신기해하는 레네아. 이강호 본인도 거울 앞에서 만족스럽게 미소 짓는다.   “역시 메라클. 진짜 실력이 좋다니까요.”“아이고, 뭘 또 그 정도까지.”“내, 내가 했어. 사장이 아니라.”“…….”   본인이 한 거라면서 김양이 삐죽거린다.무시하면서 바로 이강호 사진도 한 장 찍어줬다.   “잘 나왔네요. 이번 분은 마음에 드시나 봐요. 이렇게 멋지게 꾸미시고.”“으흠, 네에. 사람이 괜찮더라고요. 대화도 잘 통하고. 미아 씨가 서울 밖에 있는 간이병동 간호사라서 헌터인 저랑 공감대가 많더라고요.”   부끄러워하는 이강호의 모습에서 짙은 만족감이 드러난다.   ‘이번에 꽤 괜찮은데?’   저번에는 여자 헌터를 매칭시켰다가 오히려 너무 직장 동료의 이미지가 너무 강했던 탓에 흐지부지됐는데.이번엔 유미아라고 간호사를 소개해 줬더니 아주 마음에 드는 모양.   “하하, 데이트 재밌게 즐기세요. 파이팅입니다.”“감사합니다, 그럼 잘 다녀오겠습니다.”   카드로 결제를 마친 이강호는 한껏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데이트를 나선다.   이강호 헌터가 나가자마자 곧바로 김양을 부른다.   “김양아, 그, 누구야. 유미아 씨, 파일철 좀 가져와 봐.”“사, 사장아는 손이 없어?”“월급 받지 않았냐?”“여, 여기 있습니다, 사장님.”   이거 ‘님’자 쓸 줄 알았네?하여간 자본주의에 물든 검은 양.   파일철을 받아서 유미아의 번호 확인.즉시 전화를 걸며 밖으로 나간다.   “나, 나는 왜 무시하느냐?”“차 마실레 고객아?”“……콜라.”“모, 몸에 안 좋아. 할머니.”   쿵.   담배를 물고 전화를 건다.흡연장으로 가는 와중, 통화가 연결됐다.   - 여보세요?“안녕하세요, 유미아 고객님. 메라클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다름이 아니라 메라클 스타일링 서비스 체험기간이 1회 있으신데, 아직 사용을 안 하셔서요. 이게 기한이 오늘까지인데-.”- 오늘까지요? 어, 그러면 갈 게요! 혹시 지금 바로 되나요?“네, 가능합니다. 보통 30분 정도 걸립니다.”- 바로 가겠습니다!   끊긴 통화.담배 하나 피우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온다.   김양과 레네아가 남자 사진을 보면서 얘기 중이다.   “얘, 얘는 어때?”“잘생기긴 했는데, 좀 싸가지 없어 보이는구나.”“얘는?”“덩치만 크고 심지어 문신? 으, 별로니라.”“……할머니 깐깐해.”   깜짝이야.   설마 고객 명단을 보여줬나 걱정했네.다행히 그건 아니고, 김양 SNS 팔로워들이었다.   “김양아, 바로 유미아 씨 오시거든? 강호 씨 스타일링이랑 어울리게 세팅 좀 해드려.”“네, 네에. 사장아.”   준비를 시작한 김양.내가 자리에 앉자, 레네아가 미간을 찌푸린다.   “나도 고객이다만?”“아직 결제 안 하셨어요.”“…….”“지금 하실까요? 회원제 소개해 드려요?”   잘 됐다.바로 결제하면 인정이지.   “어흠!”“…….”“나를 어디 변방 왕자의 127번째 부인으로 만들려는 회사를 믿을 수가 있어야지.”“아니, 고객님. 본인 객관화가 잘 되셔야 해요. 제가 이 일을 하면서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하다니까요?”   엘프?예쁜 거 맞다.   성격?얘기해 보면 이것도 막 모난 편은 아니다.   직업?엘프 여왕이었으면 뭐든 할 수 있겠지.   근데 나이.1,901살.이건 진짜 아니다.   “엘프가 시장에서 평가가 박한 이유가 있다니까요? 오죽하면 엘프보다 차라리 오크가 더 좋다는 사람도 있어요.”“아, 진짜 거짓말 치지 말거라! 무슨 단순 무식한 오크랑 본녀를 비교하고 있어!”“하, 어이가 없네.”   이거 요즘 오크를 못 봤구나?   “기다려 봐요.”   나는 곧바로 핸드폰으로 우리의 오크 고객님 SNS를 찾는다.   “하, 참. 어이는 본녀가 없지 진짜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구 있어.”“알았으니까 기다려 보라니까요.”“오크라구 오크! 어딜 고귀한 엘프에 오크를 가져다대는 것이냐? 예로부터 미의 기준이라면 엘프! 추함의 기준은 오크였느니라! 뭘 알지도 못하면서-.”“1,900년 전 얘기하지 마시고요.”   마침 오늘 운동 완료라고 방금 업로드하셨다.   “이분이 우리 고객님이시거든요? 나이는 26세. 외모랑 몸매로 A등급 받으신 분이에요.” 32ff7cf1b7bdfd3a2d6f16a9a4b05f5a.jpg 핸드폰을 내밀어 보여주는 순간, 레네아의 눈이 튀어나올 듯 화들짝 놀란다.   “거, 거짓말…… 이게 오크라고?” 2616dd30cc28a3922d83a8f5db24a550.jpg “보셨죠? 요즘 결혼 시장은 이렇다고요. 이런 26살 오크랑 경쟁 해서 이길 수 있겠어요?”“…….”   꾹 다문 입술.바들바들 떠는 모습에 괜히 미안해진다.   “그러니까 정신차리-.”“우아아아아앙!”“자, 잠깐?!”   울면서 밖으로 도망친 레네아.   “아, 아니. 이렇게 상처줄 생각은 없었는데.”“사장, 쓰레기.”“어쩔 수 없잖아? 현실이니까. 결혼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가장 중요한 건 자기 객관화라고!”   말은 이렇게 해도 좀 미안하긴 하다.   그때, 레네아가 열어둔 문 사이로 빼꼼 나타난 유미아 씨.   “어, 사장님? 무슨 일 있으세요?”“아뇨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와서 앉으세요.”   엘프 여왕님께 미안하긴 해도, 일단 돈 주시는 우리 고객이 먼저다.   ……미안하니까 나중에 다시 찾아오면 그때는 좀 잘해줘야겠다.     * * *     며칠 후.다시 찾아온 이강호 헌터.   ‘표정이 왜 저래.’   불길함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크흠, 강호 씨. 무슨 일 있어요? 미아 씨랑은 어때요? 잘 돼요? 두 분이 진짜 잘 어울리던데.”   슬쩍 떠보자, 이강호 헌터가 얼굴을 감싸쥐더니 착잡한 한숨을 내쉰다.   “까인 거 같아요.”   아니, 그렇게 스타일링까지 해줬는데 깨졌다고?   “미아 씨한테 연락이 안 돼요.”“연락이 안 된다고요?”“네! 아니, 우리 분위기도 좋았고 에프터도 잡기로 했는데! 갑자기 연락이 안 돼요!”   벌떡 일어난 이강호가 내 손을 잡는다.   “사장님! 제, 제발! 미아 씨한테 연락 좀 해주실 수 있어요? 제가 어디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그럼요. 일단 제가 연락 해볼게요.”   잠시 밖으로 나와 유미아에게 전화를 건다.긴 통화 대기음 끝에 음성메시지로 넘어갔다.   “……안 받네?”   문자를 보낸다.읽지 않는다.   ‘이상한데?’   유미아는 분명 이강호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며칠 전만 해도 목소리에서 설렘이 가득했는데.   갑자기 연락 두절?   ‘이거 분위기 싸해지네.’   아무래도 단순히 차인 게 아닌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