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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신부 찾기!

S급 헌터도 결혼이 하고 싶다 — novelpia.com · All chapters

3. 신부 찾기!

꽁초가 수북한 재떨이가 놓인 난간. 시답지 않은 도시 풍경을 보면서 다시 전화를 건다.   “진짜 안 받네.” 이강호가 마음에 안 들면 이강호를 안 만나면 된다.근데 내 전화까지 씹는 건 이상하다.   이럴 때를 대비해 받아둔 비상 연락망.전화를 걸자 목이 쉰 중년 여성이 받았다.   “여보세요? 누구신가요?”“안녕하세요, 메라클 대표 김주선이라고 합니다. 혹시 유미아 양 어머님 되실까요?”“메라클…… 아, 결혼정보업체죠?”“네, 맞습니다. 사실 유미아 양이랑 연결된 남성분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유미아 양이 연락이 안 된다고-.”   유미아 어머니께서는 훌쩍이며 답하셨다.   “우리도 몰라요.”“네?”“몰라요. 갑자기, 갑자기 미아가 사라졌어요. 흐윽! 경찰에 신고도 해봤는데-!”   뒤는 딸아이를 잃은 어머님의 속풀이와 같은 말들이었다.두서없고, 감정적이고, 했던 말을 반복한다.   나 역시 충격적이었다.하지만 묵묵히 끝까지 들어드렸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거밖에 없으니까.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이것 외에는 해드릴 수 있는 말이 없었다.   - 흐윽, 그래도 이렇게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통화를 마친 후, 나는 안으로 들어와 착잡하니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이강호 헌터는 얼굴이 사색이 되더니 곧이어 양손으로 감싸쥐고 쓰라린 숨을 내쉰다.   “아-.”“착잡하시겠습니다.”   여러 만남을 거쳐, 이제야 좋은 인연에 도달했건만.정작 세상이 둘을 갈라놓았다.   “무슨 사고라도 생긴 걸까요?”   애써 숨을 고르며 침착하니 묻는 그에게 휴지를 건네준다.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어머님께서는 신고를 하셨다고는 하는데-”   내 말에 이강호가 품에서 조심스럽게 반지 케이스를 꺼낸다.그가 이번 만남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알 수 있는 증거.   “결혼까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다니.”   여기서 알아야 할 거 하나.결혼정보회사는 ‘성혼비’라는 걸 받는다.쉽게 말해 고객이 매칭 상대와 결혼하면 추가로 돈을 받는다.   이강호와 유미아.둘 다 높은 등급이라서 받는 돈도 비싸다.양측에 500만 원.그러니까 둘이 결혼이 성사되면 1,000만 원.   컵라면이 단숨에 소고기로 변할 수 있다.   “이렇게 포기할 겁니까?!”   쾅!   책상을 내리친 나는 다급히 이강호에게 정신을 차리라고 소리친다.   “예, 예?!”“결혼까지 생각했던 여자잖습니까! 이렇게 갑자기 사라졌다고 포기할 거예요?”“아…….”“우리, 찾읍시다. 결혼해야죠, 강호 씨.”   내 말에 감동받은 이강호가 격하게 끄덕였다.   “네, 네!”     * * *     “김양아, 사무실 잘 지키고 있어라. 손님 오시면 연락처 받아두고.”“네, 네에! 사장아!”   경례하는 김양을 두고 이강호 헌터와 함께 1층으로 내려왔다.그러자 1층에는 예상치 못한 익숙한 사람이 하나 서 있었다.   “레네아 씨?”“크, 크흠. 어, 어디를 가느냐?”   지난번에 울면서 떠난 이후로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그동안 뭐 하고 다녔는지 모르겠지만, 엘프라 그런지 외관상 큰 변화는 없다.   “내가 정말 분하고 또 분해서 잠이 안오더구나. 감히 엘프를-!”   뒤따라오던 이강호가 고개를 슬쩍 옆으로 내민다.   “아, 지난번에 뵈었던 엘프분.”“어머, 안녕하세요 오빠!”   이거 뭐지?무슨 꿈 꾸고 있나?   “오빠 어디 가세요? 저도 같이 가면 안 돼요?”   생기발랄한 미소.상큼한 눈웃음.저 모든 것에서 1,901살의 처절함이 느껴진다.   “아, 그게…….”   설명하기 곤란해 얼버무리려는 이강호. 곧바로 내가 끼어든다.   “사실 지금 사람을 하나 찾으러 갈 겁니다. 레네아 씨, 괜찮으시면 도와주실 수 있으십니까?”“예? 저요?”   귀찮다는 표정이 얼핏 스쳤다.하지만 놓칠 수 없다.   “엘프는 바람을 통해 냄새를 잘 맡기도 하고, 흔적 찾기 선수들 아닙니까. 게다가 뭐, 정령이 있으면 대화도 가능하시고요.”“가능하긴 한데…….”   귀찮아 라고 대답하기 직전.이강호가 앞으로 나서며 애원한다.   “정말요? 제,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예?”“사실 지금 제 애인이 행방불명 상태입니다. 이게 무슨 일이냐면-.”   자초지종을 설명한 이강호.이야기를 들은 후, 레네아는 잠시 고민하더니 미소 지으며 끄덕였다.   “그럼요, 오빠. 도와드려야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힘 닫는데까지 할게요.”“가,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도와준다는 대답에 솔직히 놀랐다. 다른 여자를 찾으러 간다는 거니까 당연히 거절할 줄 알았는데.   “저, 저는 일단 차 좀 빼오겠습니다. 기다려 주세요!”   혹시나 마음이 바뀔까 싶어서 이강호는 황급히 주차장으로 향했다.   “이렇게 쉽게 도와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내 질문에 레네아는 힐끔 쳐다보더니 몸을 기울여 속삭인다.   “애인을 잃은 남자에게 연상의 포근함으로 감싸안아 주면 혹시 본녀에게도 기회가 있을 수도 있잖아.”“뭐, 이런 쓰레기가 다 있지? 그리고 호칭은 오빠인데 왜 연상의 포근함입니까. 하나만 해요.”“다방면으로 꼬셔보는 거란다. 그만큼 진심이라고 해다오?”“허어.”“만약 잘 된다면 메라클을 통해서 연결된 셈이니 값을 지불한다고 말하면 좀 다물겠느냐?”“당연하죠, 고객님.”   이거 무려 천만 원짜리 사건이다.   타이밍 좋게 우리 앞에 도착한 신라사의 SUV.조수석에 올라타자마자 바로 행선지를 정한다.     “자, 일단 일터로 가봅시다. 유미아 씨는 간호사였죠?”“아, 네! 맞습니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차에 타시죠.”“운전하는 남자가 그렇게 섹시하더라!”“1,901살이 뭔 애교야…….”   옆에서 중얼거리자 곧바로 레네아가 뒷좌석에서 손을 뻗어 나를 ‘쿡!’ 찔러왔다.   “적당히 하지? 나도 고객이란다?”“크흠.”   최신형 SUV는 승차감도 좋았고, 내부도 널찍했다. 조수석에 앉아서 둘러보고 있자니, 이강호 헌터가 씁쓸히 웃는다.   “결혼하고, 애들 낳으면 같이 타려고 뽑은 차입니다.”“어머! 가정적이기까지!”   엘프 새끼들은 사람이랑 감정이 좀 다른가?내가 백미러로 노려보자, 본인도 이건 좀 심했다 생각했는지 머쓱하니 고개 숙이는 레네아.덕분에 좀 조용히 갈 수 있겠다.   중간에 핸드폰에 알람이 와서 뭔가 봤는데, 김양의 SNS였다.   ‘이게 사무실 지키라니까 춤을 추고 자빠졌네.’   나 없다고 사무실에서 본인 춤 추는 걸 쇼츠로 올렸다.   차로 도착한 곳은 서울 바깥.마수를 사냥하다 다친 헌터를 위해서 컨테이너로 쌓아둔 간이 병동.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 정도밖에 안 나왔지만 어쨌든 서울 밖은 오랜만이었다.   “요즘도 이 근방 마수들은 다 짐승형이예요?”“그렇긴 한데요. 날이 추워져서 그런지 요즘은 잘 안 보여요. 덕분에 마수 사냥하는 것도 경쟁이라니까요.”“세상살이 쉬운 일 하나 없다니까요.”   중매도 시장 경쟁이 치열한 마당에, 헌터라고 편하겠는가.마침 흡연장이 보였다.   “담배나 하나 피우고 들어가죠?”“아, 전 끊었어요. 안에 들어가서 미아 동료분들이랑 먼저 얘기 좀 하고 있을게요.”   그리 말하고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가는 이강호 헌터.담배를 입에 물고 한 모금 빨자, 레네아가 슬그머니 다가와 눈살을 찌푸린다.   “서울은 참 신기한 곳인 것 같다.”“예? 갑자기요?”“엘프에게 마수란 숲을 침범하는 적일 뿐. 이곳처럼 사냥하고, 해체해서 그걸로 돈을 번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거든.”“뭐, 4층은 그렇죠. 3층은 일단 뭐든 돈이 되는지부터 생각하는 족속들이라.”   인연조차 돈 주고 사고 팔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말인데.”“예?”“후불로 가능할까?”“…….”   담배를 피우다 말고 빤히 노려보자, 다급히 변명하는 레네아.   “아, 아니! 보니까 마수 사냥하면 돈이 되는 거 같아서! 나, 나도 꽤 잘 싸우거든? 엘프여왕이니까!”“서울에서 마수 잡으려면 헌터 자격증 있어야 하거든요? 아니, 돈이 없다고요? 그럼 고객이 아닌데?”“……금방 마련할 수 있다.”“그거 활. 비싼 거라면서. 팔면 되잖아.”   고객 아니면 존칭은 생략한다.   “화, 활은 안 된다! 이, 이거 비싼 거 아니야!”“뭐라는 거야. 지난번에 비싸다고 막 떵떵거리던 거 기억 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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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하니 쳐다보자 얼굴을 새빨가니 붉힌 레네아가 결국 자충수를 뒀다.   “노, 노인이라 금방 까먹어.”“…….”“치매야. 1,901살이면 1시간 전 일도 다 까먹어.”   바로 중지를 들어준다.   “왜 욕하느냐?!”“어차피 까먹잖아.”“하여간 인간들은 무례해서는-.”“너만 할까? 그것보다 뭐 특이한 점 느껴지는 건 없어?”“특이한 점?”“엘프는 감각이 넓잖아. 뭐 이질적으로 느껴지거나 그런 거 없어?”“허어.”   방금 저 한숨은 진짜 1,901살 같았다.나이 먹었다고 광고 하나?   팔짱을 낀 채, 찬 바람을 피부로 느끼던 레네아는 혀를 찼다.   “사람 냄새가 진동하는구나.”“여기 간호사가 많으니까.”“그게 아니라.”   표정이 굳는 레네아.   “약간 뒤엉켰다고 할까? 같은 방향에서 냄새가 불어오고 있는데, 좀 과하게 많구나.”“많다고?”   레네아가 바라보는 쪽은 사람이 많을 리가 없는 바깥 너머.의아했으나 고민은 이어지지 못했다.   “사장님! 레네아 씨! 간호사님들이 다 말씀해 주신답니다!”   등 뒤에서 들려온 이강호의 외침에 우리는 일단 컨테이너 병동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