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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고맙구나!

S급 헌터도 결혼이 하고 싶다 — novelpia.com · All chapters

5. 고맙구나!

네트 퀸의 미간이 꿰뚫렸다.정확하게 꽂으며 들어간 화살.   쿵-!   네트 퀸의 몸이 뒤로 넘어가자, 어미를 잃은 거미들은 혼비백산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 이 새끼들 어디 가는 거야-!”   잔뜩 흥분한 이강호 헌터는 아직까지 사태 파악 못 하고 샷건을 갈겨대는 중.   타앙! 타앙! 타앙!   무의미하게 울려오는 총성.   흥분한 이강호 헌터를 뒤로한 채, 나와 레네아가 네트 퀸 쪽으로 향한다.   미간에 뚫린 구멍.화살은 빛무리가 되어 사라진 지 오래.   “으흠, 별 거 아니란다.”“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칭찬할 거 뻔히 보였거든.”   칭찬?확실히 칭찬받을 만하다.인질들은 털끝 하나 닿지 않고 깔끔하게 네트 퀸을 처리했으니까.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다.출발하기 전에 이미 부른 업자가 있지 않은가.   “하악! 하악! 미아! 미아야! 어디 있어!”   그때, 거미들을 다 내쫓고 다급히 달려오는 이강호.미친 듯이 거미줄 고치를 찢어대는 모습에서는 안쓰러움마저 느껴졌다.   치이익! 치익!   하나, 둘, 셋-.고치에서 나오는 사람들.헌터로 보이는 이들은 대부분이 약해져 있었지, 죽지는 않은 상태.   “산 채로 먹는 걸 좋아했던 게 불행 중 다행이구나.”   특이 취향 덕분에 사람들이 살 수 있었다.   곧바로 119에 전화한다.장소와 상황을 설명하자-.   - 예? 거기까지는 못 갑니다.“뭐요?”   돌아온 건 황당한 대답.   - 아니, 도시 밖이잖아요. 마수 때문에 저희도 못 가요. 적어도 간이병동까지는 직접 옮기셔야죠.“사람이 다 죽어가는데-!”- 그렇다고 마수들 있는 곳에 구급차를 끌고 가요? 다 죽을 일 있어요?   뚝.   끊긴 전화.짜증 섞인 한숨과 함께 일단 SUV로 가능한 만큼 간이병동까지 옮겨야 할 듯했다.   그때.   “미, 미아! 미아야!”   고치를 찢자, 드디어 나타난 유미아. 창백한 얼굴과 약한 호흡.상처도 좀 있지만 분명히 살아있다.   “미아야! 미아야-!”   떨리는 손으로 유미아를 안아 올리는 이강호. 굵은 눈망울이 뚝뚝 떨어지며 더러워진 유미아의 뺨을 닦는다.   “흐윽! 다행이다…… 정말, 정말로 다행이야.”   다시는 놓지 않겠다 소중히 품에 안은 연인.   입에 담배를 물까 싶다가 도로 집어넣었다. 지금은 한가하게 담배나 피울 때가 아니니까.   “일단 나랑 같이 차량으로 사람들 좀 옮기자.”“그래, 알았-.”   대답하다 말고 눈살을 찌푸린 레네아가 하늘을 올려본다.   “누가 오는데?”“오겠지. 불렀으니까.”“아까 말했던 친구?”   말이 끝나기도 전에 드리운 그림자.6층에서만 파는 에어보드에서 내린 그녀의 이름은 류서람.검은 야구모자와 야구점퍼.매년 꼴찌를 기록하는 ‘대흥 베어포스’의 광팬이자 내 친구였다.   곧장 내게 야구방망이를 겨누는 그녀.   “1점 차, 9회말. 이제 막 시작하려는데, 네가 불러서 왔다고 하면 믿어지겠어?”“너 아직도 거기 응원했냐?”“……이번 년도까지만 딱 응원하고 끝낼 거야.”   저 말을 작년에도 들었고, 재작년에도 들었다.   “하아, 부른 이유는 짐작이 가는데-.”   주변을 둘러보는 류서람.네트 퀸의 시체와 기절한 사람들.경험 많은 류서람은 설명이 필요 없었다.   “딱 봐도 내가 오기 전에 해결된 거네?”“이쪽 엘프가 처리했어.”“구급차는? 안 온다지?”“어…….”“기다려 봐.”   류서람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연락처에서 찾는 걸 보니 ‘119’는 아니었다.   “어, 나다. GPS 켤 테니까 지금 당장 내 위치로 구급차 보내. 부상자가 총-.”   손가락을 두 개 들어준다.   “스무 명 정도야. 뭐? 여기 도시 밖이라고? 그래서 어쩌라고? 구급차 내가 지킬 테니까 오라고.”   실랑이는 길지 않았다.통화를 끝낸 류서람이 간단히 답했다.   “금방 올 거야.”“땡큐, 덕분에 살았네.”“아냐아냐. 너 아직 안 끝났어.”   안심하며 웃어주려는 찰나, 곧바로 손가락을 흔들며 경고한다.   “오늘 우리 팀이 졌으면 넌 구급차에 같이 실려 가는 거야.”   아, 저거 성깔머리 하고는.   “류, 류, 류서람 헌터?!”   유미아를 꽉 안고 있던 이강호 헌터가 정신을 차렸는지 이쪽을 향해 소리친다.   “3, 3층에 7명밖에 없는 극인(極人)이지 않습니까!?”   칠극인(七極人).최정상에 있는 헌터 일곱을 지칭하는 칭호.류서람은 그중 하나였다.   “아, 씨발-! 졌잖아! 9회 말에 뭔 삼자범퇴야 병신들아-!”   지축을 울리는 극인의 포효.씩씩거리면서 내 쪽을 노려보는 눈초리가 흉악하다.   “너, 이거 어떻게 책임질 거야?”“반대지. 내 덕분에 그 광경을 네 눈으로 안 본 거야.”“뭔……!”   말하려다가 설득됐는지 쓰읍거리며 끄덕인다.   “맞긴 하네?”“그치? 그러니까 오늘 술은 네가 사라.”“지랄.”“돈도 많이 벌면서 나한테 얻어먹고 싶냐?”“누가 부르래? 닥치고 오늘 무조건 족발 대짜로 먹을 거니까 시켜라.”   이제야 좀 흥분이 가라앉았는지 레네아를 보는 류서람.   “네트 퀸이면 현상금도 걸린 마수인데. 깔끔하게 죽인 걸 보면 보통은 아닌데?”“아, 이분은-.”“잠깐잠깐잠깐!”   말문이 막힌다.등에 매달려 암살하듯 입을 막은 레네아.내 귓가에 은밀하게 속삭인다.   “엘프여왕 출신이라는 건 비밀로 하거라.”“……왜?”“으흠, 개인정보보호. 뭐, 이런 걸로 부탁한다.”   뭐, 본인이 원한다면야.끄덕이자 손을 놓아주는 레네아.   곧바로 류서람이 말한다.   “엘프여왕 출신? 야, 김주선. 생각보다 손님이 거물이다?”   쟤 앞에서 귓속말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적어도 1km는 벗어나야 했다.   30분 후, 도착한 구급차들.하나씩 실려 가는 와중, 유미아의 곁에 딱 붙어 있는 이강호.   “저, 저도 같이 가도 되겠습니까?”“보호자이십니까?”“아, 아뇨. 그게-.”   갸웃하는 구급대원에게 이강호는 각오하듯 냅다 소리쳤다.   “남편입니다!”“예?”“제 아내예요! 같이 가야 합니다!”   유미아는 아직 의식이 없다.당황한 구급대원이 슬쩍 내 쪽을 쳐다본다.   난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줬다.   “맞습니다. 부부예요.”     * * *     그날 밤, 병원 복도.   “쯧, 족발은 다음에 사라. 구급차 부른 것 때문에 말이 좀 나왔네.”   핸드폰을 보던 류서람이 혀를 찬다.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잘 됐다.   “너 아까 누구한테 전화한 거야?”“네오서울병원 병원장.”“…….”“갈 테니까 달아둬라.”   류서람이 떠나기 직전, 덧붙인다.   “네트 퀸 현상금은 나중에 처리될 거야. 엘프한테 말해둬.”“본인이 가장 잘 알아. 아까 그것부터 확인하더라.”“그래?”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잠깐 머뭇거리더니 이쪽은 보지도 않고 덧붙인다.   “……잘 지내.”   떠나간 류서람.중환자실 앞에 남은 건, 나와 이강호 헌터.   “저기, 사장님…….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어휴, 뭘요. 우리 고객님인데. 의사 선생님 말로는 생명에 지장은 없다니까. 가서 좀 쉬어요. 오늘 고생했는데.”   아까 레네아의 말대로, 네트 퀸이 먹이를 신선하게 보관하기 위해 마취 성분을 주입한 모양.덕분에 고치에 있던 사람들은 전원 무사했다.   꽈악!   내 손을 양손으로 감싼 이강호가 다시금 눈물을 흘린다.   “아닙니다. 사장님 덕분에, 이렇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사장님이 아니었으면…… 아직도 미아가 갑자기 왜 저한테 질렸는지. 그거 고민하고 있었을 거예요. 정작 미아는 차가운 고치 속에서 죽어가는데!”“……예쁜 사랑하세요. 그거면 됩니다.”“네, 네에-! 반드시 그럴 겁니다. 반드시.”   몇 번이고 감사하다고 말하는 이강호 헌터를 두고, 밖으로 나서는 와중.복도 모퉁이에 서 있던 레네아와 마주쳤다.   “뭐냐.”“어디 가느냐?”“담배 피우러.”   잠시 망설이던 레네아가 끄덕인다.   “본녀는 담배 안 피우는데.”“따라오라고 한 적 없는데.”   그럼에도 레네아는 졸졸 뒤쫓아왔다.흡연장에 도착해 담배를 입에 물자, 레네아가 곧바로 묻는다.   “두 사람은 잘 되겠지?”“아직도 틈을 보는 건 아니지? 저거 이제 끼어들 여지도 없어.”“나도 예쁜 관계를 부수는 취향은 없단다.”   부술 수나 있나?   “……예쁘더구나.”   담배 연기에 섞여 들어오는 착잡한 목소리.   “예뻤어. 저런 관계. 너는 해본 적 있느냐?”“글쎄. 있었나?”   얼버무리자 레네아가 작게 웃는다.   “됐다, 캐묻지 않으마. 본녀도 없었으니까.”“…….”“무려 1,900년을 살았는데도. 단 한 번이 없었단다.”   꼼지락거리는 주먹.무언가 다짐하듯 짤막한 한숨.   “그래서 더 하고 싶어.”“…….”“웃기지? 1,900살 먹은 엘프가-.”“아니.”   치익!담배를 끈다.   “나 결혼정보회사 사장이야. 비웃겠어? 오히려 환영하지.”   나를 쳐다보는 레네아.표정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답을 원하고 있었다.   “나이가 많다고 사랑을 포기할 이유는 없어. 심지어 그게, 자신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였다면 더더욱.”   여왕의 삶.나는 잘 모르지만, 아마 사랑 따위는 생각도 하지 못할 그런 시간이 아니었을까?   고작 결혼정보회사 하나 책임지는 것도 무거운 나에게, 종족 하나를 책임져왔던 그녀의 삶이 어땠을지 감히 상상도 하기 어려웠다.   “……그래.”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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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가식적이지 않은, 진짜 미소였다.   “고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