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내 꿈은 서울 아파트!
6. 내 꿈은 서울 아파트!
네트 퀸 실종 사건을 해결하고 다음 날. - 정말 덕분입니다!“아이고, 뭘 또 그 정도까지야.”- 아닙니다! 사장님 덕분에 미아랑 이렇게 다시 만났는걸요! 전화기 너머, 들뜬 목소리의 이강호 헌터.무슨 일인가 했는데 유미아 씨가 깨어났단다. - 게다가. 좀 급할 수도 있는데 제가 청혼했습니다!“오?! 정말요? 받아줬어요?”- 네! 받아줬어요! 미아가 받아줬어요!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웃음소리.주책 떨지 말라는 유미아의 목소리도 들린다. “축하드려요, 정말.” 진심이었다.단전 깊은 곳에서부터 축하가 우러나온다. - 사장님 덕분입니다. 사장님 아니었으면 미아 못 찾았을 거예요. 맞아, 내 덕이야. “에이, 또 그러시네. 헌터님이 포기 안 한 거죠.”- 사장님은 참 겸손하세요. 아참, 성혼비 입금했습니다. 제대로 이어졌다는 확인을 받는 느낌이라 기분이 좋네요.“저도 두 분이 이어졌다니까 참 기분 좋습니다. 이럴 때 일의 보람을 느낀다니까요.”- 그리고 감사의 표시로 조금 더 보탰어요. 미아도 동의하더라고요.“아이고, 그러실 필요 없는데.” 은혜는 아는구나.출장비는 원래 따로 받는데, 얘기하기 전에 미리 줘서 다행이다. 몇 번인가 더 감사를 나눈 후, 끊은 통화.곧바로 인터넷 뱅킹으로 통장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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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금: 15,000,000원] “나아이스으으으으으으으으-!”“끄앗?!” 옆에 앉아있던 김양이 깜짝 놀라 일어난다. “사, 사장아 미쳤어?”“도리를 아는구나! 오백을 더 보냈네!” 양측에 오백만 원. 성혼비가 총 천만 원인데 추가로 오백을 더 보냈다.이래서 큰물에서 사람이 놀아야 하는 모양이다. “김양아! 오늘 문 닫자!”“어?”“회식이다 회식.”“회, 회식?! 만쉐이-!” * * * 단골로 가는 족발집.김양은 집에 가서 옷 갈아입고 온다면서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사람이 내 맞은편에 앉아있으니-. “이모! 여기 소주도 하나 주세요!” 칠극인 중 하나인 류서람.지난번 족발을 사기로 했던 것 때문에 불렀다. “소주는 네가 사라.”“김주선 쫌팽아. 족발도 내가 살 거다. 너한테 얻어먹겠냐?”“누님! 감사합니다!” 역시 사람이 큰물에서 놀아야 한다. 이강호처럼 류서람도 그냥 씀씀이가 남 다르지 않은가. - 쳤습니다! 날아갑니다! 날아갑니다! 넘어갔습니다! 홈런~! 족발집 TV에서 나오는 야구 하이라이트.대흥 베어포스가 홈런을 맞는 장면이다. “아오, 꼴 보기 싫어.”“그렇게 싫으면 야구팬을 그만두라고.”“안 보면 또 보고 싶어지는데 어쩌겠냐. 이게 야구팬이다.” 되게 당당하게 말하는데 전혀 안 멋있다.족발집 안으로 복슬한 하얀머리와 양뿔의 수인, 김양이 들어온다.평소 입는 옷이랑 다르게 찢어진 스키니와 검은 민소매 크롭탑. 그러면서도 또 추우니까 두꺼운 아우터를 걸치고 왔다.
“사, 사장아!” 옷을 갈아입고 온다더니 진짜 편하게 입고 왔다. “너 회식하고 클럽 가니?”“패, 패쇼니스타.” 우쭐거리며 김양이 자리에 앉자, 류서람이 눈을 찌푸린다. “뭐야, 또 누구 부른 거야?”“김양. 우리 사무소 직원이야. 먹을 때 같이 먹으면 좋잖아.”“아, 안녕하다!” 꾸벅 숙이는 김양. “3층 말이 좀 어색해. 그렇다고 애가 멍청한 건 아니고. 또 나쁜 의도도 아니니까 이해해라.”“그래 보이네.” 소주 한 모금으로 넘어가는 류서람. “사, 사장아. 이거 무, 무슨 고기?”“돼지니까 걱정 말고 먹어라.”“돼지?”“아, 기본 단어도 모르냐. 내가 단어 공부 계속하라고 했지. 꿀꿀, 이거 몰라? 통통한 돼지 말야.”“아, 꿀꿀? 알아. 사장 닮은 거.”“…….” 옆에서 지켜보던 류서람이 웃음을 터트렸다. “야, 뭔데? 직원 눈치 보는 사장이야?”“말도 마라. 월급 조금 늦은 걸로-.”“사흘. 사흘.” 바로 덧붙이는 거 봐라. “사흘이면 좀 심하네.”“그, 그치?! 게, 게다가! 처, 첫 회식 양꼬치집! 나는 양!”“……미친놈인가?”“아, 그거 오해라고! 원래는 거기가 닭갈비 집인데, 폐업하고 양꼬치 집이 생긴 거였다고.” 자연스럽게 술잔이 오가며 무르익는 분위기.김양은 술을 마시다 말고 깜빡했다며 핸드폰을 내민다.화면에 찍힌 건, 처음 보는 사람의 인적 사항. “사, 사장아. 아까 문 닫기 전에 손님 왔었어.”“오호, 꽤 괜찮은데?” 남자인데 일단 얼굴이 최소 B급은 된다. 사무실 카메라로 찍었는데, 김양이 사진을 워낙 잘 찍어서 실물을 볼 필요가 있긴 하다. 직업은 탑 층간 가이드.다른 층에서 온 사람들에게 3층을 알려주는 여행 가이드였다. ‘직업 괜찮네.’ 따로 인터뷰를 통해서 연봉이나, 휴가, 업무 강도 등을 물어볼 필요성은 있다.여행 가이드라면 집을 비우는 일이 잦을 거 같으니까. “진짜 아직도 하네.” 그때, 내가 일하는 걸 본 류서람이 씁쓸하니 중얼거린다. “너 정말 계속 그거 할 거야? 뭐였지? 메이플?”“메라클.”“하아…….” 다시 흘리는 긴 한숨.고개를 떨군 채, 류서람이 나를 힐끔 보며 묻는다. “진짜 그거 계속할 거야?”“이제 슬슬 자리도 잡아가고, 고정 손님들도 계시다.” 메라클 시작한 지 이제 2년.이쪽 업계에서 슬슬 자리도 잡아가고 있다. “……그냥 나랑 같이 헌터 일하자고. 내 보조로 들어오면 월급 잘 챙겨준다니까.” 차분해 보이는 목소리지만, 이럴 때의 류서람을 조심해야 했다.상당히 끈덕지기 때문이다. “됐어, 무슨 헌터야. 진즉에 포기한 거 알잖아.”“포기를 왜 하냐고. 우리 기수 중에서 수석인 새끼가.” 수석.한때는 자랑스러웠던 때도 있었다. 불가능이란 없다고 믿으며 지내왔던 시절. “그냥 눈 딱 감고, 내 밑으로 와. 책임져 준다고. 최소 지금 버는 거에 세 배.”“……돈 많이 번다고 유세 떠네.”“너 좋아하는 돈이잖아. 나 돈 필요 없어. 네 꿈을 떠올리라고.” 내 꿈. “서울에 자가 아파트.”“그래, 자식아. 지금 서울 시내에 아파트 하나 기깔난 거 사려면 30억은 있어야 해.”“거기까지 바라진 않는데.”“나랑 일하면 거기까지 바랄 수 있어.” 제안은 고맙다.하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 “지금 하는 일이 좋아.”“…….”“즐겁잖아. 사람들 연결 시켜주는 게.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던 사람들 짝지어준다는 게 낭만도 있고.”“하아.” 짤막한 한숨.그러면서도 류서람은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 같이 고시원 생활하던 것도 즐거웠잖아. 같이 헌터 하려고 노력했잖아. 너한테 헌터 자격증 발급 안 된 거?! 그거 분명 오류라니까? 내가 가서-!” 내가 별 반응이 없자, 혼자 벽에 대고 소리 지르는 느낌에 한숨을 내쉬는 류서람. “하아, 일단 알겠는데. 언제든 연락해라. 네 자리 남겨둘 테니까.”“너야말로 언제든 연락해. 결혼하고 싶어지면.” 빠악! “악!?” 내 무릎을 발로 찬 류서람이 째릿 노려본다. 애써 얼버무리듯 시선을 피하자, 아까부터 족발 뼈를 양손으로 쥐고 먹어대던 김양이 묻는다. “사장아, 나 버려?”“버리긴 뭘 버려. 술 너무 많이 마시지나 마라. 내일 출근 늦으면 월급 깐다.”“어, 억울해. 내가 늦어서 워, 월급을 깐다면. 바, 반대로 사장이 월급 늦게 입금하면 도, 돈이 늘어야 하는 거 아냐?”“…….”“사, 사장 대답.” 냅다 소주 한 잔 마신다.참 쓰다. * * * 다음 날 아침.출근길은 언제나 똑같다. 작은 원룸에서 나와서 편의점에 들린다.삼각김밥 하나와 자판기 커피. 철제로 된 정글처럼 올라온 건물들 사이를 지나쳐 건물로 온다.1층에는 국밥집이 있다.점심으로 자주 먹는 단골집.앞에 있는 흡연장에서 담배를 한 대 피우고, 2층으로 올라간다. 끼이익. “사장아! 안녕하십니까!”“어, 좋은 아침.” 먼저 와있는 김양.벌써 핸드폰으로 뭔가를 보고 있다. 창문을 열고, 환기.내 자리에 앉아 책상 서랍을 열자, 낡은 사진 한 장이 보였다. 헌터 훈련소 시절.함께 찍은 동기들. 별 감흥 없이 다른 서류들 밑으로 치워버린 후, 오늘 있을 업무를 확인하기 전-. ‘아침의 시작을 밝게 해야지.’ 핸드폰을 꺼내서 은행 앱에 들어간다. [15,012,000원] 저절로 흐뭇해지는 통장 잔고.무려 천오백만 원! “크흐으! 달달하다 달달해!” 라면만 먹으며 살던 내게 무려 천오백 만원의 거금이 하루 만에 들어왔다.커플 하나 맺어준 거 치고는 과한 금액이긴 했으나 나중에 축의금이나 시원하게 내주면 되겠지. 하여튼 사랑은 돈이 된다. 덜컹! 이른 아침부터 거칠게 열리는 문.나와 김양이 동시에 입구를 보자, 거기에는-. “아, 아무도-.” 네트 퀸을 잡고 2억 부자가 된 할머니가 있었다. “아무도…… 나를 받아주지 않아. VIP 코스로 돈을 내겠다고 해도-.” 털썩 무릎 꿇고 주저앉는 모습이 흡사 뮤지컬의 한 장면. 비극 속 느끼는 허망함.돈이 아무리 많아도 다른 결혼정보회사에서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것에 대한 자괴감. 레네아는 울먹이며 나를 올려다본다. “겨, 결혼이- 하고 싶어요.” 2억 받자마자 다른 결정사 다녀온 건 솔직히 존나 괘씸하다.하지만 VIP 고액 회원이면 등록금만으로도 최소 500만 원. 결혼 시장에서는 지독하리만치 도태된 1,900살짜리 엘프 여왕이긴 해도. 우리 메라클은 찾아온 손님은 절대 거절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