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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퍼리를 찾아서!

S급 헌터도 결혼이 하고 싶다 — novelpia.com · All chapters

8. 퍼리를 찾아서!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사장님.”   해맑은 미소.이철수는 꾸벅 숙이며 떠나갔다.   27살의 풋풋한 외형.부모님이 갑부라도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 부지런함.기본적으로 몸에 깔려 있는 친절.   이철수는 이분법적으로 사람을 판단할 때, 분명 좋은 쪽에 속한 편이었다.   하지만 완벽한 사람은 없다.심리학에서 너무 완벽한 사람을 반대로 불안정하다고 칭하듯.   이철수는 속에 숨겨둔 성적 욕망이 남들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니 말이다.   뭐, 그건 그거고.   “와, 와아 사장아. 하루 만에 프리미엄이 두 명!”   김양은 양손에 계약서를 쥔 채 웃었다. 레네아와 이철수.500만 원짜리 계약을 하루 만에 두 건이나 따낸 셈이다.   이철수에게는 굳이 오늘 할 필요 없다고 했지만, 자신의 취향을 알아본 게 고마웠던 모양.굳이 재지 않고 바로 계약해 줬다.   그리고 레네아도.   “참한 청년이더구나. 나랑 퍽이나 잘 어울리겠어.”   만족스럽게 끄덕이는 레네아.안타깝지만 엘프는 그의 범위에 들어가지도 못한다.   ‘아닌가?’   혹시 모르니까 슬쩍 떠보자.   “이제 레네아 씨도 상담을 진행할 건데요. 조건은 따로 있습니까?”“말하지 않았더냐. 차운우 정도로 잘생기고, 돈 많고, 젊고, 건실한 청년.”“이 정도로 욕망에 충실하기도 쉽지 않은데. 솔직하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1,901살이면 숨길 줄도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예를 들어서 방금 이철수 씨 같은 경우는 어떻습니까?”“마음에 드는구나. 일단 젊고, 외모도 괜찮고.”“흠, 만약에 배우자가 특이한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으면 어떻습니까?”“…….”   황당한 표정을 짓는 레네아.하지만 나는 짐짓 평온한 척 덤덤히 덧붙인다.   “이거 꽤 중요합니다. 성적으로 자신을 만족시키는 사람을 원하는 고객님들도 종종 있어요.”   이건 거짓말 아니고 진짜다.실제로 성관계만 잘하면 오케이라는 고객님도 계셨다.   “예, 예를 들어서?”“예를 들어…… 동물 코스프레?”“아, 그 정도는 가능하단다! 야옹!”   바로 고양이 흉내를 내는 1,901살 할머니.한 걸음 더 가본다.   “그럼 예를 들어서, 아예 동물처럼 지내라고 하면 어떻습니까? 머리에 동물 가죽을 쓰고, 동물처럼 울어대라고 하면.”“……경찰에 신고하지 않을까?”   역시 연륜인가.현명하네.   “만약 입니다, 만약에.”“아우, 그래도 안 될 거 같구나. 아무리 그래도 짐승이 되라는 건…….”   근데 엘프는 숲에서 짐승들이랑 같이 지내는 거 아닌가?사실상 말할 줄 아는 짐승 아냐?   “근데 남자가 자산이 30억이 있으면요?”“지금부터 네 발로 걷는 연습을 시작하면 되겠느냐?”   바로 짐승으로 돌변한 여왕님.좋은 남자를 위해 자존심을 가차 없이 버릴 수 있는 건 마음에 든다.   ‘물론, 안 되겠지만.’   이철수는 내가 봤을 때, 진짜 중에서도 진짜다.타협의 여지가 없으니까 다른 거대한 결혼정보회사를 거르면서까지 여기에 온 거다.   우리는 다 받아주니까.   “냐앙! 냐앙!”“손.”   하여튼.고양이 흉내 내는 레네아와 귀엽다고 받아주는 김양을 뒤로한 채, 나는 핸드폰을 꺼냈다.   ‘수인이라.’   현실적으로 5층의 구 무림으로 올라가는 건 한계가 있다.돈이 엄청 깨진다.   결국 3층에서 찾아야 하는 셈.   다행히, 나는 유능한 사장이라서 이럴 때를 대비한 직원이 있다.   “김양아.”“왜?”“서울에 수인들 많이 모이는 거리가 어디냐?”   무려 유명 인플루언서.당연히 젊은이들에게 핫한 거리도 알고 있겠지.   “사, 사장아.”   하지만 김양은 어두운 얼굴로 답했다.   “저, 젊은 애들 노는 곳 가는 거 아냐.”“…….”“사, 사장은 아저씨.”“나 아직 이십 대야.”“진짜?”   놀란 김양이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한마디 보탠다.   “좀 꾸며.”“…….”     * * *     이태원.언제나 그렇듯.서울에서 가장 개방적인 동네.   해가 지고 네온이 켜지는 순간부터 이곳은 더 이상 3층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거리 끝마다 묻어 나오는 다른 세계의 공기.   술집 입구에는 구 무림 5층 출신 무인들이 술을 걸치고 있다.바로 옆, 푸드트럭에서는 오크 요리사의 매캐한 향신료 핫도그가 향을 풍긴다.   다양한 소음들이 오가는 거리.소음마다 각자의 문화를 가진 장소.이태원이었다.   “사, 사장아. 빨리.”   익숙한 듯 앞장서는 김양의 발걸음은 들떠 있었다.가끔 친구들이랑 온다는데, 가끔이라기에는 꽤 익숙해 보인다.   다행인 점은 나 혼자 당황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거.떨어지지 않으려고 내 옷자락을 잡은 레네아가 동행 중이다.   “3, 3층은 정말 어, 어지럽구나.”“그러게 왜 따라오셔서…….”“그, 그치만! 젊은 애들이 노는 걸 봐야 젊은 척 할 수 있지 않느냐!”“목적은 잊지 마요. 우리는 야인족을 찾으러 온 거니까.”   얼굴이 사람이면 수인.얼굴이 동물이면 야인.야인은 인터넷 용어로 치면 퍼리였다.   “거, 걱정 말거라. 근데 메라클은 회사가 작아서 그런지 이렇게 직접 발로도 뛰는구나? 아, 나쁜 의도는 아니란다.”   근데 기분은 나쁜데?   이철수 고객의 취향을 숨기기 위해서라지만, 아예 틀린 말은 또 아니다.고객 하나를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사장이 어디 있는가.   ‘오는 손님이 없으니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최선을 다할 뿐.   길거리를 걷다 보면 술집이나 클럽 쪽은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다.신기해서 둘러보는데, 김양이 손짓한다.   “사, 사장아. 이쪽.”   김양이 수인들이 많이 가는 클럽이 있다고 해서 따라가는 중.의외로 김양을 알아보는 사람이 몇몇 있었다.불문율처럼 아는 척은 안 했지만 말이다.   <Howling Lounge>하울링 라운지.   세련된 글자로 적힌 클럽 간판.진짜 딱 수인들 오라고 만든 클럽인지 줄 서 있는 게 대부분 수인이다.   정확히 왔네.이철수 회원이 원하는 야인 계열들도 소수지만 몇 명 볼 수 있다.   줄 서려고 했는데, 김양을 보자마자 입구에 서 있던 가드가 길을 터준다.   “좋은 밤입니다.”“아, 안녕하다.”   가드는 김양의 어눌한 3층 말도 웃으며 넘겼다. 나름의 친분이 있는 모양.   뒤따라 걷던 내 앞을 가로막은 두꺼운 팔.   “죄송하지만 손님은 입장 안 되십니다.”“예?”   당황해서 되묻자 턱짓한다.   “옷을 보세요.”“옷 왜요.”   퇴근 복장 그대로 왔는데.좀 편하게 오긴 했다.   “어쨌든 입장 불가입니다.”   타협은 없다.그걸 구경하고 있던 김양이 입가에 희미한 조소를 머금은 채, 내 팔에 팔짱을 낀다.   “내 남친.”“예? 남자친구요? 종종 말씀하시던? 진짜 계셨습니까?”“어, 그러니까 들어갈래.”“그럼요. 들어가시죠.”   김양의 남자친구 행세를 한 덕분에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기분 더러운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중 가장 짜증 나는 건 1,901살 할머니도 입벤을 안 먹었는데 내가 먹었다는 거다.   “푸흐, 아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고 말고. 정녕 타인을 위한 삶을 살았구나? 본인은 신경도 못 쓴 거 보니까.” 06faeba18afe40a334f05b64e3a35e28.jpg 등을 팡팡 두드리면서 놀려대기 시작한 할머니.심지어 김양까지 웃음을 참는데, 뭐라 반박하고 싶어도 결과가 나왔으니 할 수가 없다.   ‘아, 김양이 스타일링 해준다고 할 때 그냥 받을걸.’   뭘 그렇게까지 하냐며 대충 왔던 게 패착이다.   “이거 놔라.”   손을 빼려는데, 김양이 오히려 더 힘을 줬다.   “사, 사장아. 이건 목줄.”“야.”“하, 함부로 혼자 다니면 또 쫓겨나.”“야!”“푸하핳! 맞구나 맞아! 아주 꼭 달라붙어 있거라! 그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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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그때, 갑자기 뒤에서 끼어든 남자. 말 수인으로 귀가 말의 형태를 하고 있다.귀걸이와 피어싱 등.딱 봐도 이런 곳 자주 올 거 같은 관상.외모도 썩 나쁘지 않다.   ‘B등급 정도? 직업에 따라 C까지 내려갈 수도 있겠네.’   사람 등급 매기고 판단하는 건 좋지 않은 버릇.그럼에도 나는 직업병 같은 거다.일 하지 않을 때는 안 하려고 해도, 이게 쉽지 않다.   말 수인이 말을 걸어온 건 놀랍게도 레네아였다.   “혹시 괜찮으시면 저희랑 같이 한 잔 하실래요? 입구에서 보니까 짝 안 맞으시는 거 같은데?”“어? 어? 어어?”   나랑 팔짱 낀 김양.레네아는 혼자 있으니, 자연스럽게 남자가 없다고 판단한 것.   ‘뭐, 이런 걸로 등급이 바뀌진 않지.’   미안하지만 클럽에서 헌팅 당하는 거랑 결혼 등급은 크게 상관없다.나이 때문에 F등급인 레네아가 헌팅 받았다고 E등급으로 올라가고 그러진 않는단 소리.   ‘그래도 연애나 이런 쪽으로 원했던 거 같으니까 나쁘지 않을 수도?’   그토록 원하던 잘생긴 남자 아닌가. 비록, 차운우에 비하면 한참 떨어지긴 해도 저 정도면 나쁘지 않다.근데 정작 레네아는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어쩔 줄 몰라한다.   “보, 보, 뽄녀는…… 그거시-.”“뽄녀? 하하, 귀엽다. 이름이 뭐야?”   저거 선수네.할머니를 데리고 놀고 있어.   나랑 김양은 고객님의 왕성한 연애 활동을 지지했기에 지켜보는 와중.   “뽀, 뽄녀는 남자친구가 있다!”와락하고 내 반대편에 팔짱을 껴오는 게 아닌가. 4a6b2cf52be496b9ece9e9ab46ae20f0.jpg “아, 뭔…….”   어이가 없어서 한마디 하려고 했지만, 나를 잡은 팔이 바들바들 떨려오는 게 느껴졌다.“예? 남자친구?”   남자는 나를 빤히 쳐다본다.양옆에 두 명을 끼고 있는 걸 보더니 혀를 차고는 다시 친구 무리로 향한다.   “씨발, 돈 많으면 라운지 가서 룸 잡고 놀든가.”   재력으로 여자 둘 끼고 노는 남자로 보인 모양.반대로 그게 아니면 납득이 안 된다는 건가?   그렇게 남자가 떠났음에도 레네아는 내게 꽉 붙어 있다.짜증 낸 건 김양이었다.   “하, 할머니 때문에 내, 내가 양다리 당한 여자가 됐잖아. 나, 나는 양 수인인데.”“개그가 늘었다? 사장 걱정은 안 해주고 네 이미지만 생각하네?”   본인이 양다리에 당하는 여자가 되버렸다고 투덜거리는 김양.하지만 김양은 어깨를 으쓱한다.   “사, 사장아는 이득.”   됐다, 말을 말자.그사이에 괜찮아졌는지 레네아는 식은땀을 닦으며 우쭐거린다.   “후우! 양아치 같은 놈을 극복해냈다. 얼른 칭찬하거라.”“숟가락으로 입에 쑤셔 넣어줬는데도 못 먹고 뱉은 걸 뭐라고요?”“…….”“하아, 됐어요. 뭐, 오늘은 레네아 씨 때문에 온 건 아니니까.”   하여튼 두 사람과 팔짱을 낀 채로 클럽 내부로 들어간다.   중간중간 옆에서 레네아가-.   “술이라니. 그건 적어도 열 번은 만나야지.”“첫 만남이면 일단 숲을 걷거나, 같이 나무에 걸터앉는 정도.”“세 번째는 되야 손을 잡고-.”   라면서 궁시렁거렸지만 무시했다.   그렇게 복도 끝, 도착한 내부.클럽은 처음 와봤는데, 김양이 바로 설명했다.   “저, 저기가 메인 플로어. DJ. 댄스. 나, 저기 자주 있어.”   춤추는 손님 중 내가 찾는 종류의 야인들도 꽤 있다.   “수, 술 마시고 대화도 가능.”   다음으로 가리킨 바.칵테일, 맥주, 위스키 등.저쪽은 조금 조용한 분위기.춤추다 지치면 저기서 휴식하는 모양이다.   “마, 마지막으로 룸도 있는데. 거긴 보지 마. 도, 돈 짱 깨져.”“그래, 고맙다.”“사, 사장아. 추, 춤추러 가자.”“미쳤냐? 우리 뭐 하러 왔는지 몰라?”“……춤 아냐?”   어이가 없네.   “일하러 왔잖아. 일. 너는 가서 야인분들 찾아. 레네아 씨는 알아서 노시고요.”“여기서 본녀를 혼자 두지 마라! 절대로 안 떨어질 거다!”   착 달라붙어 울상짓는 레네아.이럴 거면 왜 온 건가 싶다.   김양도 입술을 삐죽 내밀더니 묻는다.   “그, 그럼. 야간수당?”“가서 놀아라.”“야호.”   김양이 레네아를 잡아끈다.   “가, 같이 가자. 알려줄게.”“어?! 시, 싫어! 본녀는 무서워! 갑자기 모르는 남자가 또 말 걸면 어떻게 해?”“그, 그럴 땐 남자친구 있다고 해. 나, 나는 매번 그래. 늘 사장아 팔아.”   뭐?   황당한 말을 들었지만, 김양이 도망치듯 레네아를 데리고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반대로 바로 갔는데, 딱 눈에 띄는 여인이 하나 있었다.   얼굴은 표범.몸매는 건강미 넘치고 매끈하며, 살랑살랑 꼬리를 흔드는 게 누군가 기다리는 듯하다.   ‘발품 파는 거 같네.’   근데 자신 있다.이철수 고객은 취향만 특이할 뿐, 다른 면으로는 상당히 훌륭하다.   품에서 꺼낸 명함.곧바로 옆자리로 가서 앉는다.   “실례합니다.”“……?”   위아래로 옷을 훑어보더니 관심도 없다는 듯 손짓하는 표범.나는 곧바로 헌팅이 아니라고 명함을 건넨다.   “사실 제가 이런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명함을 건네자, 표범은 힐끔 보더니 피식 웃는다.   “요즘은 이런 식인가요?”“예?”“걱정하실 거 없어요. 저도 알 거 다 알고 있으니까.”   테이블 위의 명함은 쳐다도 보지 않은 채로 능글맞게 웃는다.   “저도 업자니까요. 바로 가실까요?”“아니, 무슨 말씀이세요.”   당황하는 와중.   “보기보다 가면이 두꺼우시네.”   표범은 갑자기 내 손목을 잡더니 확 낚아채서는 자기 가슴을 만지게 해줬다.   “?!”“어때요? 이제 아시겠죠?”   뭉클하게 감기는 부드러운 가슴.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어?”   이거…… 뭐가 만져지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