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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가게 내부 싸움 금지]

식선검귀 (食仙劍鬼) — novel.naver.com · All chapters

1화 [가게 내부 싸움 금지]

치이익—!

달궈진 무쇠 웍 위로 기름이 둘러지자, 알싸한 파 향과 함께 기분 좋은 마찰음이 주방 안을 가득 채웠다.

“주인장! 여기 홍유면 하나 더! 고기 사리 듬뿍 넣고!”

“줏어먹던 거나 마저 드시오. 순서대로 나가니까.”

무심한 대꾸와 함께 웍을 잡은 사내의 손길이 바쁘게 움직였다.

도위강.

한때 강호의 잔혹한 혈사를 홀로 끝맺고 천하제일이라 불렸던 사내.

지금 그가 쥔 것은 피 냄새 나는 자웅일대검이 아닌, 기름때 묻은 주방 국자였다.

스윽, 서각.

도마 위를 달리는 주방 칼의 음률이 기이할 정도로 맑았다.

삼겹 육편이 단 0.1푼의 오차도 없이 일정한 두께로 잘려 차곡차곡 쌓였다.

도신 끝에 미세한 이기어검의 감각을 실어 고기의 결을 따라 자르는 초극상의 기예.

검의 거장들이 보았다면 통곡할 광경이었으나, 위강에게 이건 그저 '재료 손질'에 불과했다.

'화력이 덜 올라왔군.'

위강이 아궁이를 향해 오른발을 슬쩍 굴렸다.

화르륵—!

순식간에 아궁이 안의 장작불이 은은한 푸른빛을 띠며 폭발적으로 솟구쳤다.

정파와 마교의 고수들이 목숨을 걸고 탐내는 극의의 진기 조절. 그 압도적인 무공이 이곳 식선루(食仙樓)에서는 고작 국물 맛을 깊게 만드는 불조절용으로 낭비되고 있었다.

"주문하신 홍유면 나왔소."

쟁반을 들고 홀로 나온 위강의 모습은 소탈하기 그지없었다.

소매를 대충 걷어붙인 삼베옷,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

창가로 스며드는 따스한 햇살과 음식을 들이켜는 손님들의 후루룩 소리. 위강이 피비린내 나는 구엔을 끊어내고 얻어낸 궁극의 평화였다.

하지만 강호의 안일함은 늘 불청객을 동반하는 법.

콰앙—!

식선루의 삐걱거리는 목재 문이 거칠게 박살 나며 터져 나갔다.

"이 집 주둥아리 기다란 사장 놈이 누군가!"

험악한 도흉을 얼굴에 달고 있는 사내 넷이 객잔 안으로 성큼성큼 난입했다. 인근 산채를 거점으로 핏값을 뜯어먹고 사는 흑살방(黑殺坊)의 낭인들이었다.

객잔 안에 감돌던 따스한 공기가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 내렸다. 손님들은 비명을 삼키며 구석으로 쪼그라들었다.

낭인들의 두목이 이빨을 드러내며 빈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

"듣자 하니 이 집 음식이 제법이라길래 찾아왔더니, 손님을 맞이하는 꼬라지가 아주 가관이구나! 당장 상이 부러지게 고기랑 술을 가져와라!"

위강은 행주로 느릿하게 손을 닦으며 그들을 건성이로 바라보았다.

"문짝 값 1냥. 그리고 우리 가게는 선불이오."

"뭐라? 문짝 값? 이 영감탱이가 미쳤나!"

두목이 눈살을 찌푸리며 허리춤의 환도를 반쯤 뽑아 들었다. 서슬 퍼런 검신이 객잔 내부를 차갑게 비쉈다.

"우리가 누군지 몰라 이따위 배짱이냐? 밥값? 그딴 건 우리 칼날로 퉁치는 거다! 싫다면 이 객잔을 너희 늙은이 무덤으로 만들어 주마!"

위강의 미간이 아주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피 냄새.

가장 싫어하는 냄새였다. 자신이 피땀 흘려 만든 나무 테이블과, 아침 내내 닦아 낸 깨끗한 바닥에 저 삼류 낭인들의 핏방울이 떨어지는 것은 더더욱 사양이었다.

"가게 내부 싸움 금지."

"뭐라 짓거리는 거냐, 이 늙은—"

"행패 부리면 젓가락 날아간다고 했을 텐데."

위강이 탁자 위 대나무 통에서 젓가락 한쌍을 덤덤하게 집어 들었다.

"이 미친 늙은이가 진짜 죽고 싶어서……!"

두목이 분통을 터뜨리며 검을 완전히 뽑아 위강의 어깨를 향해 휘두르려던 바로 그 순간.

파앙—!

공기를 찢발기는 둔탁한 파공음이 객잔을 울렸다.

"컥……!"

두목의 비명이 채 터지기도 전에, 그가 들고 있던 쇠칼이 어이없이 두 동강 나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어서 쇄골 쪽에 느껴진 압도적인 충격에 두목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위강이 날린 대나무 젓가락 한 개가, 쇠를 뚫고 두목의 어깨 혈도를 정확히 짚은 채 뒤편 목재 기둥에 깊숙이 박혀 떨리고 있었다.

화려한 내공의 격동도, 나부끼는 옷자락도 없었다.

그저 젓가락을 툭 던졌을 뿐인데 쇠칼을 깨뜨리고 고수의 혈도를 단번에 마비시킨 것이다.

"히, 히익……!"

남은 세 명의 낭인들이 핏기가 싹 가신 얼굴로 굳어버렸다.

상대가 젓가락을 튕기는 동작조차 보이지 않았다. 칼을 뽑기도 전에 차원이 다른 무력에 짓눌려 버린 것이다.

"첫 번째 경고다."

위강이 남은 젓가락 한 개를 손가락 사이에서 느릿하게 돌리며 걸어 나왔다.

그의 눈빛은 방금 전까지 파를 쓸던 소탈한 사장님의 것이 아니었다. 천하를 오호라 호령하던 깊고 어두운 무신(武神)의 오라가 은형의 베일을 뚫고 찰나 동안 뿜어져 나왔다.

낭인들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극심한 오한을 느끼며 바닥에 엎어졌다. 마침내 자신들이 건드린 존재가 단순한 객잔 주인이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잘 들어라. 내 가게에서 기물 파손은 10배로 배상해야 한다. 그리고……"

위강이 바닥에 나뒹구는 부러진 칼조각을 툭 찼다.

"청소해라. 먼지 하나라도 남으면, 다음엔 젓가락이 어디로 날아갈지 나도 장담 못 하니까."

"죄, 죄송합니다! 청소하겠습니다! 문짝 값도 전부 내겠습니다!"

낭인들은 덜덜 떨며 품 안의 주머니를 전부 털어 테이블 위에 올렸고, 빗자루를 빼앗아 들며 미친 듯이 객잔 바닥을 닦기 시작했다.

위강은 다시 덤덤하게 주방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쯧, 국물 식겠네."

행주로 젓가락을 닦으며 주방으로 들어서는 도위강의 뒷모습.

그가 떠나온 피비린내 나는 강호는 여전히 그를 가만히 두지 않으려 했지만, 적어도 이 식선루 안에서만큼은 그의 규칙이 곧 천하의 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