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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손님은 왕이다]

식선검귀 (食仙劍鬼) — novel.naver.com · All chapters

18화 [손님은 왕이다]

열흘 전, 식선루 앞에는 줄이 서 있었다.

정하립은 아침에 문을 열다가 문턱에서 굳어 버렸다. 객잔 앞길이 사람으로 가득했다. 장사치, 나그네, 인근 마을 아낙, 무림맹 제자 열댓 명까지 섞여 있었다. 줄은 길모퉁이를 돌아 우물가까지 이어졌다.

“…사부님, 저희 망한 거 아니죠?”

"왜 그러냐."

"사람이 너무 많아요. 이게 다 뭐예요."

위강이 이 층 난간에서 내려다보았다. 줄 선 사람들의 입에서 수군거림이 새어 올라왔다.

"그 소문 들었어? 식선루 주방장이 혼자서 혈교를 박살 냈대."

"서열 십 위까지 다 베었다던데, 칼로 안 하고 국자로 했다더라."

"무슨 소리야, 나는 젓가락으로 했다고 들었는데?"

"어쨌든 그 국수 한 그릇 먹으면 액땜이 된대!"

위강은 한참 말없이 그 소리를 듣다가 낮게 말했다.

“…소문이 엉망이다.”

"그래도 손님은 손님이잖아요, 사부님!"

정하립의 눈에 별이 박혔다. 위강은 한숨을 쉬고 벽에서 앞치마를 내려 허리에 둘렀다.

"열 명씩 들여라."

"예!"

"하립."

"예?"

"짜게 하지 마라."

“…예.”

식선루 홀은 반 시진 만에 만석이 되었다.

위강은 주방에서 한 번에 국수 열 그릇을 말았다. 반죽을 치대고, 면을 썰고, 육수를 붓고, 파를 얹는 동안 손이 쉬지 않았다. 천마검은 주방 구석 벽에 기대어 세워 둔 채였다. 정하립은 쟁반을 이고 홀을 뛰어다녔고, 창가 자리에서는 남궁진이 붕대를 감은 팔로 숟가락을 들고 앉아 한 그릇째 죽을 먹고 있었다.

"맹주님, 죽만 드시면 안 돼요! 국수도 드세요!"

"의원이 면은 안 된다고 했소."

"의원님은 여기 안 계시잖아요!"

“…그렇군.”

남궁진이 국수 한 그릇을 받아 들었다. 한 젓가락을 입에 넣고 눈을 감았다. 십 년 묵은 검성의 얼굴이 풀어졌다.

한림은 이 층 난간에 기대 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랜만에 사람 소리가 가득한 풍경에 눈가가 부드러웠다. 위강이 주방 창문으로 올려다보자 한림이 작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위강은 시선을 돌려 면을 썰었다. 손목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러다 위강의 손이 멈췄다.

홀 한쪽, 창가에서 세 번째 줄 탁자에 앉은 손님 둘이 국수를 먹고 있었다. 한 명은 상인 차림, 한 명은 서생 차림이었다. 둘 다 평범한 얼굴이었다. 그런데 위강의 눈이 그들 앞의 국그릇에 가서 박혔다.

물컵이 놓여 있지 않았다.

위강은 탁자를 둘러보았다. 상인 옆자리, 맞은편, 그 뒤쪽 탁자. 서른두 명의 손님 중 열두 명에게는 물컵이 없었다.

"하립."

"예, 사부님!"

"오늘 국물 간을 누가 봤냐."

"제가 봤는데요. 사부님이 짜게 하지 말라고 하셔서 소금을 한 꼬집만 넣었어요."

"한 꼬집이면 평소 간이다."

"예."

"평소 네 국은 짜다."

“…예?”

"그러니 평소 네 손님은 전부 물을 달라고 한다."

위강이 국자를 내려놓고 허리의 앞치마 끈을 풀었다.

"저 열두 명은 물을 안 달라고 했나."

정하립이 쟁반을 든 채 눈을 깜박였다. 그리고 천천히 홀을 돌아보았다. 열두 명의 손님이 일제히 숟가락을 놓고 있었다.

“…역시 알아보셨네요.”

상인 차림의 사내가 입가를 닦았다. 말투가 낯익었다. 눈웃음도, 느긋한 어조도 모두 같았다. 그의 얼굴이 천천히 흐려지며 다른 얼굴로 바뀌었다. 곱상한 서생의 얼굴. 서문야였다.

그런데 바로 옆의 서생도, 그 뒤 탁자의 노인도, 창가의 아낙도 차례로 같은 얼굴이 되었다. 열두 명의 서문야가 홀 안에 앉아 있었다.

"어머나!"

"ㅁ, 뭐야 저거!"

"요, 요괴다!"

진짜 손님들이 비명을 지르며 문으로 몰렸다. 정하립이 쟁반을 던지고 두 팔을 벌려 외쳤다.

"손님 여러분! 계산은 나중에 하세요! 천천히 나가세요! 뛰지 마세요! 거스름돈은 받으셔야죠!"

그 와중에 거스름돈 걱정이 먼저 나오는 청년을 보며 위강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서른두 명의 손님 중 스무 명이 문밖으로 빠져나갔고, 남은 열둘만 자리에 앉아 있었다. 열두 개의 같은 얼굴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천면분신(千面分身). 십 년 전에 제 이름에 이 글자를 붙인 이유죠."

"제가 하나가 아니라서요."

"제가 열이고 백이고 천이라서요."

"그래서 오늘은 열둘만 가져왔어요."

"나머지는 만마전에서 기다려요."

열둘이 동시에 일어났다. 탁자가 열둘 밀려나는 소리가 한 번에 울렸다. 위강은 주방 구석으로 걸음을 옮겼다. 벽에 기대 둔 천마검에 손이 닿자 검이 우웅 하고 울었다.

“…한 번에 열둘이면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 오래 계셔야죠."

열두 명의 서문야가 젓가락을 한 쌍씩 뽑아 들었다.

식선루 홀이 전장으로 변했다.

열두 쌍의 젓가락이 사방에서 위강을 향해 날아왔다. 하나하나가 서문야의 본체와 같은 속도와 힘이었다. 분신이라기보다 서문야 열두 명이 한 방에 모인 격이었다. 위강이 천마검을 뽑아 정면의 둘을 쳐 냈지만 좌우와 뒤에서 젓가락이 동시에 날아들었다. 어깨가 찔리고 허벅지가 베였다. 붕대가 다시 빨갛게 물들었다.

"맹주님!"

정하립이 주방 문 뒤에서 소리쳤다.

"사부님이 위험해요! 도와주세요!"

“…가겠소!”

남궁진이 벌떡 일어났다. 갈비뼈가 비명을 질렀지만 한 손으로 허리의 새 검을 뽑았다. 그러나 창가 쪽의 서문야 둘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

"맹주님은 앉아 계세요. 아직 몸이 불편하시잖아요."

"국수 드시던 중이었잖아요."

"비켜라!"

"싫어요."

두 서문야가 젓가락 하나씩으로 남궁진의 검을 눌렀다. 중상을 입은 몸으로는 밀어낼 수 없었다. 남궁진이 이를 악물었다. 위강은 사방에서 날아드는 젓가락을 쳐 내며 눈을 반쯤 감았다.

열둘. 열둘이 하나의 본체와 같은 박자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정말로 같을까.

위강의 귀에 열두 개의 박자가 겹쳐 들렸다. 탁, 탁, 탁, 탁. 일곱 번째 동작마다 반 박 빨라지는 서문야의 버릇. 열두 명 모두 같은 순간에 반 박 빨라졌다. 완벽하게 같았다.

너무 같았다.

“…분신은 버릇이 같다.”

위강이 낮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진짜는."

[문화후강 제십식: 만미일미(萬味一味), 만 가지 맛에서 한 맛을 가려낸다]

요리사는 열두 가지 양념이 한 솥에 들어가도 그중 하나가 상했음을 혀로 알아야 한다. 위강이 눈을 감았다. 삼 년 동안 매일 아침 열두 가지 재료의 맛을 혀 끝으로 구분해 온 감각이 천마검 끝으로 번졌다. 열두 명의 서문야가 휘두르는 젓가락의 기운이 열두 가지 맛으로 풀려 나왔다.

첫째 맛. 비어 있다.

둘째 맛. 비어 있다.

셋째, 넷째, 다섯째. 모두 껍데기 같은 단조로운 맛이었다.

그러다 일곱 번째 서문야의 젓가락에서 아주 미세한 쓴맛이 났다. 분신에게는 없는 피의 맛. 독 한 방울이 섞인 사람의 진한 맛.

"거기다."

위강이 눈을 뜨고 일곱 번째를 향해 검을 뻗었다.

천마검이 서문야의 목 앞에서 멈췄다. 그러나 곧바로 열한 개의 젓가락이 위강의 등을 향해 몰려들었다. 위강은 돌아보지 않았다. 대신 천마검을 한 번 비틀었다.

우웅.

검에서 은빛 파동이 퍼졌다. 열한 개의 젓가락이 공중에서 일제히 멈췄다. 열한 명의 서문야가 얼굴이 굳은 채 연기처럼 흩어졌다. 껍데기가 사라진 것이었다. 홀 한가운데 단 한 명만 남았다. 일곱 번째 서문야. 손에 젓가락 한 쌍을 든 채 위강의 칼끝 앞에서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어떻게.”

"분신은 땀이 안 난다."

위강의 목소리는 낮았다.

"네 이마에는 땀이 맺혔다."

서문야가 손을 들어 이마를 만졌다. 손끝에 정말로 땀이 묻어 있었다. 그는 한참 그것을 바라보다가 낮게 웃었다.

"하하. 이렇게 허무하게 들키는군요."

"본체냐."

“…절반은요.”

서문야의 얼굴이 천천히 변했다. 곱상한 서생의 얼굴이 흐려지며 처음 보는 얼굴이 나타났다. 서른 중반의 평범한 사내였다. 눈웃음도 없고 어조도 달랐다.

"저는 서문야 님의 쌍둥이 그림자, 이른바 영혼의 일부를 나눈 자입니다. 본체는 만마전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네 목은 베어도 된다는 거군."

위강의 검이 올라갔다.

"기다리십시오!"

사내가 다급하게 외쳤다.

"하나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본체께서 시킨 말입니다. 이것을 위강 님이 이기시면 전하라 하셨습니다."

“….”

"보름달이 뜨기 전 날, 한림 선생이 직접 지목하는 분만 제단에 모실 수 있다고 하십시오. 그 말을 한림 선생께 전해 달라고."

위강의 눈이 가늘어졌다.

"무슨 소리냐."

"그것만 전하면 알 거라고 하셨습니다."

사내가 희미하게 웃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입가에서 검은 피가 흘러내렸다. 이빨 안에 독을 숨긴 것이었다. 위강이 칼을 움직이기도 전에 사내의 몸이 앞으로 무너졌다.

홀이 고요해졌다.

문밖에서 주저하던 손님들이 하나둘 고개를 들이밀었다.

“…다 끝났어요?”

"요괴는 어디 갔어요?"

"국수 먹다 만 거 마저 먹어도 되나요?"

정하립이 입을 벌린 채 홀을 돌아보다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예! 다 끝났어요! 죄송합니다, 여러분! 계산은 반값으로 해 드릴게요! 그리고 사부님, 이 시체는…”

"뒷산에 묻어라."

위강이 칼을 거두며 말했다.

"향은."

"꽂아라."

"예!"

남궁진이 검을 내린 채 한숨을 쉬었다.

“…도 대협의 단골은 심장에 해롭소.”

"내 단골이 아니다."

"그럼 하립 군의 단골인가?"

"저요?! 저는 그냥 팁 주셔서 좋아했을 뿐이에요!"

정하립이 억울한 얼굴로 항변했다. 위강은 대답하지 않고 이 층 난간을 올려다보았다. 한림이 난간을 붙들고 서 있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방금 사내가 남긴 말을 모두 들은 얼굴이었다.

그날 밤, 한림은 위강의 방으로 찾아왔다.

손에는 현산 장로가 남긴 일지가 들려 있었다. 위강은 침상 가장자리에 앉아 천마검을 무릎에 눕혀 놓고 있었다. 한림이 맞은편 의자에 앉자 촛불이 그의 얼굴을 반쯤 비췄다.

“…들었어?”

"들었다."

"내가 지목하는 사람만 제단에 오를 수 있다. 그 말, 무슨 뜻인지 알겠어?"

"모른다."

"나도 몰랐어. 십 년 동안."

한림이 일지를 탁자에 올려놓고 펼쳤다. 낡은 종이가 바삭 소리를 냈다. 거기에는 정갈한 글씨로 빼곡히 적힌 기록이 있었다. 한림이 손가락으로 한 줄을 짚었다.

"여기. 읽어 봐."

위강이 일지를 받아 들었다. 글자는 한자가 아니었다. 오래된 서역의 문자였고, 옆에 먹으로 작게 번역이 달려 있었다. 위강이 한 줄씩 읽어 내려갔다.

「천마(天魔)는 죽지 않는다. 몸을 바꿀 뿐이다.」

「그릇이 닳으면 새 그릇에 깃든다. 깃든 자는 사흘 만에 깨어난다.」

「마지막 그릇은 보름달 아래 열두 번의 달을 건너 완성된다.」

위강의 손이 천천히 멈췄다.

“…그릇.”

"응."

"네가 그 그릇이냐."

“…맞아.”

한림이 눈을 감았다.

"십오 년 전 서쪽 암자에서 나는 처음 알았어. 내 안에 뭔가가 있다는 걸. 처음엔 병인 줄 알았어. 보름마다 열이 나고 숨이 막히고 정신이 아득해졌거든. 나중에서야 알았어. 그게 천마의 혼이라는 걸."

“…….”

"혈교가 십 년 동안 나를 살려 둔 이유는 거기 있어. 천마가 내 안에서 완전히 깨어나면 새 교주가 되는 게 아니라 천마 그 자체가 되는 거야. 그러기 위한 마지막 달이 이번 보름이고."

한림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천마가 아니야, 위강. 하지만 곧 아니게 될 수도 있어."

위강은 한참 침묵했다. 천마검이 무릎 위에서 아주 작게 떨고 있었다. 마치 한림의 목소리에 반응하는 것처럼.

“…십 년 전 내가 천마검을 쥔 이유를 이제 알겠다.”

“…….”

"네가 죽는 걸 보았을 때 검이 나를 불렀다. 나는 그것이 복수의 마음인 줄 알았다. 아니었군."

"검이 당신을 고른 게 아니야."

한림이 고개를 저었다.

"내 안의 천마가 당신을 골랐어. 나를 지킬 사람으로."

위강이 천천히 천마검을 쥐었다. 십 년 전 그날 전장에서 느꼈던 손바닥의 뜨거움이 다시 올라왔다. 이번에는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낯익었다.

“…그러면 나는.”

위강이 한림의 눈을 똑바로 보았다.

"그 천마를 베어야 하나, 지켜야 하나."

한림이 오래 대답하지 못했다. 촛불이 한 번 흔들렸다. 그러다 한림이 일지의 마지막 장을 천천히 넘겼다.

그 장은 찢겨 있었다.

“…여기서부터가 내가 모르는 부분이야.”

한림이 낮게 말했다.

"누군가 마지막 장을 가져갔어. 천마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적힌 장을."

위강의 눈이 가늘어졌다.

"누가."

"서문야겠지. 아니면."

한림이 말을 멈췄다. 창밖에서 바람이 불어 풍경이 한 번 울렸다. 그 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한림은 입을 열지 않았다.

“…아니면 그 일지를 처음 쓴 사람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