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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맹주회의(盟主會議)와 객잔의 아침]

식선검귀 (食仙劍鬼) — novel.naver.com · All chapters

7화 [맹주회의(盟主會議)와 객잔의 아침]

어스름한 새벽빛이 식선루의 경쾌한 도마 소리와 함께 객잔 안으로 스며들었다.

탁, 탁, 탁, 탁.

도위강의 손에서 움직이는 단단한 정육 칼이 정갈하게 파와 생강을 다지고 있었다.

어젯밤 무림맹주 남궁진이 뿌리고 간 무거운 살기와 오한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였다. 주방 아궁이에서는 뽀얗게 우러나는 사골 육수가 구수한 향을 내뿜으며 보글보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어휴, 사장님! 오늘도 일찍 일어나셨습니까!”

가장 먼저 내려와 마루를 닦고 있던 것은 하오문의 가천우였다. 한때 암기와 정보로 강호를 주무르던 살수 집단의 간부였으나, 이제는 걸레를 쥔 모습이 제법 능숙한 객잔 잡부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었다.

“걸레질 끝내고 마당 가마솥 물이나 채워 둬라.”

“예!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이어 2층 객실 문이 열리며 부스스한 차림의 당월하가 내려왔다. 사천당가의 소문주이자 ‘독선’이라 불리던 여고수가, 이른 아침부터 은은하게 퍼지는 육수 향에 끌려 홀로 걸어 나온 것이다.

“……주인장, 오늘 아침 메뉴는 무엇이오?”

“사골 만둣국이오. 정식 영업은 한 시진 뒤니까 앉아서 기다리시오.”

당월하는 얌전히 구석진 자리에 앉아 찻잔을 들었다.

식선루의 아침은 소탈하고 평화로웠다. 세상 그 어떤 문파의 혈전도 이곳의 느긋한 시간을 깨뜨리지 못할 것처럼 조용했다.

같은 시각, 억만 리 떨어진 무림맹(武林盟) 대전.

장엄한 금빛 현판이 걸린 대전 내부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정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삼대문파의 장로들과 오대세가의 가주들이 빽빽하게 자리를 채우고 있었으나, 그 누구도 함부로 입을 열지 못했다. 대전 상좌에 앉아 있는 무림맹주 검성(劍聖) 남궁진의 안색이 시체처럼 창백하게 질려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 어떠한 정마대립 속에서도 태산처럼 굳건하던 맹주가, 어찌 된 일인지 이마에 미세한 식은땀을 흘리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마침내 구양세가의 가주가 참다못해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취했다.

“맹주님! 북방의 서찰을 확인하셨지 않습니까! 혈교(血敎)의 잔당들이 장막 뒤에서 핏빛 기치를 다시 올리고 있습니다. 과거 십 년 전의 대혈사가 반복되려 하는데, 어찌 이리 침묵만 지키고 계십니까!”

소림사의 대장로 역시 묵직한 염주를 알알이 돌리며 거들었다.

“아미타불. 구양 가주의 말이 옳습니다. 십 년 전 강호를 구했던 ‘그분’이 사라진 지금, 정파의 전력만으로는 혈교의 사도들을 온전히 막아내기 어렵습니다. 맹주님, 혹시…… ‘그분’의 행방에 대해 알아내신 바가 없으십니까?”

‘그분.’

그 단어가 대전 안에 울려 퍼지는 순간, 남궁진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

남궁진의 뇌리 속에 어젯밤 식선루에서 경험했던 지옥이 다시금 또렷하게 스쳐 지나갔다.

찻잔이 가루가 되고, 공간 전체가 파쇄될 듯 몰아치던 무신(武神)의 서늘한 살기. 자신이 맹주라는 사실조차 잊게 만들 만큼 거대했던 절대적인 사망의 공포.

남궁진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묵직한 목소리가 대전 전체를 낮게 눌렀다.

“……그분의 행방을 찾으려 들지 마라.”

“예? 맹주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지금 강호의 존망이 걸린 판국에, 전설의 고수를 찾아 협력을 구해야 마땅하지 않습니까!”

장로들의 반발이 거세게 터져 나왔다. 남궁진은 눈을 감으며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내 어젯밤…… 그분을 뵙고 왔다.”

“……!”

대전 안의 모든 고수들이 숨을 턱 막았다. 천하를 호령했던 무신의 행방을 맹주가 직접 알고 있었다니.

“그, 그렇다면 그분께서 정파를 도와 검을 들어주신다 하셨습니까? 혈교를 함께 베어내겠다고 하셨습니까!”

구양 가주가 흥분하여 물었다. 그러나 남궁진의 대답은 차가운 얼음물 같았다.

“아니다. 그분은 이미 검을 버리셨다.”

“……버리셨다고요?”

“그리고 내게 엄중히 경고하셨다. 감히 강호의 혈사를 핑계로 그분의 평화를 건드린다면…… 혈교가 움직이기 전에, 정파 무림맹 전체를 먼저 제삿날로 만들어 주겠노라고.”

대전 안이 순식간에 참수라도 당한 듯 기괴한 적막에 휩싸였다.

천하제일이라 불리는 맹주 남궁진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내용이었다. 위협도, 오만함도 아닌…… 진정한 공포를 경험한 자만이 내뱉을 수 있는 사죄와 떨림이 맹주의 목소리에 깃들어 있었다.

남궁진이 무림의 거두들을 향해 눈을 번쩍 떴다. 그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 단호했다.

“모두 똑똑히 들어라. 변방에 존재하는 그분의 영역—식선루(食仙樓)의 근처 십 리 안에서는 그 어떤 정파도, 그 어떤 마교도 무기를 뽑을 수 없다. 만약 무림맹의 인물 중 누구라도 그곳에서 행패를 부려 그분의 역린을 건드린다면, 내가 직접 그자의 목을 베어 정파에서 제명할 것이다.”

장로들은 맹주의 비장하다 못해 처절한 눈빛을 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

“혈교와의 전쟁은 오롯이 우리가 짊어져야 할 짐이다. 그분을 이 혈전에 끌어들이는 순간…… 강호는 혈교가 아니라 그분의 손에 멸망하게 될 것이다.”

같은 시각, 변방의 식선루.

“삼계탕 나왔소.”

위강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뚝배기들을 홀 손님들의 탁자 위에 척척 내려놓았다.

어젯밤 무림맹주가 다녀갔든, 북방에서 혈교가 난리를 치든 상관없이 식선루의 아침은 다시금 따스한 국물 향으로 가득 차고 있었다.

“어우, 사장님! 오늘 삼계탕 국물도 끝내줍니다!”

“소문 듣고 왔는데 진짜 사골 깊은 맛이 장난이 아니네!”

손님들의 탄성과 숟가락 부딪히는 소리가 객잔을 가득 채웠다.

위강은 주방 문턱에 기대어 행주로 손을 닦으며 덤덤하게 창밖을 바라보았다.

멀리 북방의 하늘에서 먹구름이 짙게 피어오르고 있었지만, 도위강의 눈동자는 여전히 깊고 정갈한 연못처럼 흔들림이 없었다.

강호의 풍운이 아무리 휘몰아쳐도, 그가 쥔 국자 아래에서는 한 그릇의 요리가 완성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