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Crawler

신세계

쌀먹러가 너무 예쁨 — novelpia.com · All chapters

신세계

초등학생은 학창 시절 계급 중 가장 말단이며.나이뿐만 아니라 체격과 지식마저도 중고등학생들과 비교하면 꼬꼬마 수준이다.   실제로 꼬마가 맞기도 한데, 여하간 공교육기관 중 흙을 먹고 다녀도 손가락질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시절 일 거다.   하지만 흙장난하는 애들 사이에서도 서열은 있는 법.   6학년이라 하면 초등학생 중에 으뜸이오.   그중에서도 주먹 꽤 쓴다는 놈들은 학교 전체를 아울러 어깨를 쫙쫙 피고 다니기 마련.   호랑이 없는 골에 여우가 왕 노릇한다고.그들만의 왕국은 매년 이어져 왔다.   짱이니, 일진이니 뭐 그런 건.선생들에게도 그건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에 가까웠으나….   “채원이 가요? 에이 그럴 리가.”“제가… 죽통 날리는 걸 직관해 버렸는데요.”   흔히 말해 모범생이자 우등생.   전교 1등에 반에선 친구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며.태생이 달라 보이는 빼어난 외모와 선생님들에게 깍듯한 인성까지.   대뜸 이채원이 한 학년 위인 6학년 문제아를 후두려 팼다는 걸 쉽사리 믿을 수가 없는 선생들이었다.   게다가.   “저 아, 안 맞았다니까요!”“목격자가 그렇게 많은데…?”   소위 짱이라고 으스대던 녀석이라 그런지, 장진솔은 5학년 심지어 여자애한테 두들겨 맞았다는 걸 필사적으로 숨겼다.   이미 아이들의 입을 통해 ‘야, 쟤 여자한테 얻어터졌다더라.’라고 소문을 쫙 퍼졌으나 뭐 어쩌겠나. 자존심 문젠데.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한 학년 밑 교실에 내려가서 추파 던진 6학년 양아치.그리고 그 양아치를 직접 참교육한 5학년 우등생.   둘 다 잘못이 있음에도 선생들도 인간인지라 한쪽에 마음이 기울긴 했다.   애당초 6학년 쪽에서, 없던 일로 하려고 들기도 하고.원래도 행실이 그 모양이었으니.   각각의 잘못에 대해 꾸짖고 간단하게 일을 마무리했다.   담임 선생님은 걱정하지 말라는 좋은 마음으로 채원의 부모님께 손수 전화를 걸었고.   이채원은 그것도 모른 채 잘 해결된 줄 알고 룰루랄라 귀가했다.    ***     요즘 내 삶의 낙은 집에 있다.   “으히히.”   학교가 끝나면 곧장 집으로 달려오는데.맞벌이 가정이라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부모님이 퇴근하기까지 3~5시간 정도?   어릴 때, 그러니까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야 혼자 할 것도 없고 심심해 죽는 줄 알았으나 이젠 아니지.   ‘내겐 아빠 노트북이 있거든!’   사양이 낮아서 버벅대기도 하지만, 적응하면 쓸만할 정도다.   랙 좀 걸리면 어때.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수류탄 투척-!!]   “내가 더 빨랐지롱~ 수준. 킥킥.”   드디어 내가 아는 게임이 출시되었다.   데드 존 (Dead Zone)이라는 FPS 게임인데.

d3kza0VLSVdxajZ6L09aWC8xUnR2QlM0RGtBSElwOFJidTQxcjRtazQ5eXl1Qm4rSm1UU3pncDdvVWFYYzB3eQ

고시원 게임 폐인 시절에도 종종 할 정도였으니.상당히 오랜 기간 장기 집권한 인기 온라인 게임이며.꽤 잘 하기도 해서 좋아하는 편이었다.   ‘이게 이렇게 재밌었나?’   어려져서 그런지 피지컬이 더 좋아진 거 같기도?   총이 잘 맞으니 더 즐거웠다.   [방배동불빠따 : 시!@발놈들아 개구멍 스나 좀 죽여라 하루 종일 있는데 계속 죽어 주네 병~슨 시벌럼들이]   “킥킥, 죽여봐라아~”   격렬한 채팅에 웃음이 헤실헤실 나온다.   내가 누군가의 감정을 컨트롤 하고 있다!   흔한 악플러의 심정으로 더 집요하게 개구멍에서 와리가리 하며 저격총질을 했다.   탕-!쏘고 빠지고.   일부러 도망가는 척 발소리 들려주고 몰래 다시 가서, 탕-!   수류탄 날아오는 거 예측해서 쭉 빠져있다가 또 탕탕-!   그렇게 4명 정도를 연달아 죽이다가 킬로그에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워니워니>.< ▄︻┻┳━一 방배동불빠따]   “이 사람이구나?”   인상착의를 확인한 다음부턴 저놈만 찾아다녔다.   탕-!   [워니워니>.< ▄︻┻┳━一 방배동불빠따]   탕탕-!   [워니워니>.< ▄︻┻┳━一 방배동불빠따]     [방배동불빠따 : 아, 시발 겜 ㅈ같이 하네. 너 어디 사냐?]   절대 반응이 재밌어서 계속 죽인 건 아니다.   악질 유저들을 솎아내기 위한 신성한 작업이랄까?   ‘어디서 채팅을 더럽게 써! 혼 좀 나라.’   녀석의 머리를 이후로도 꾸준히 꿰뚫어주었고.   100킬 목표인 팀 8대8 데스매치에서 혼자 30킬을 달성하며 매치가 종료되었다.   그중에서 방배동불빠따의 지분이 10데스 정도.   [방배동불빠따 : 개ㅈ밥새끼가 팀 차이로 잘하는 척 지리네.]   분이 안 풀리는지 대기실에서도 채팅을 와라락 치고 있더라.   타닥타닥-   [워니워니>.< : 응 오버뎃]   그래서 기름을 부었다.   아니나 다를까.   [방배동불빠따 : 아][방배동불빠따 : 시222222발 어디삼? 너 못한다니까? 어디 개양민 스텝 밟으면서 잘하는 척이야.][방배동불빠따 : 1대1 뜰래? 이름도 좟같이 지어가지고 존나 악질이네.][방배동불빠따 : 야 뜨자고.]   “와, 활활 타오르네.”   스텝 운운하는거 보면 어디서 본 건 있나 보다.   하지만, 내가 쓰는 스텝은 이 게임의 고인물들이 깎고 깎은 미래 기술의 결정체.   랭커급이 아닌 이상 이 위대함을 알아보기 어려운 게 당연하다.   “음, 이럴 때는 역시….”   [워니워니>.< : 너 개모타자나 ㅋ]   한 마디 남겨주고 방을 나왔다.   이후 분노의 친구 추가 요청이 빗발쳤으나 그대로 무시.   참교육 시켜주고 싶은 맘도 있었으나. 아쉽게도 게임을 꺼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아빠는 게임 계정을 만들 때 도움을 받아야 해서 어쩔 수 없이 내가 몰래 게임을 하고 있다는 걸 알지만, 엄마는 모르거든.   절대 들키지 않으리.   ‘엄마는 무조건 뭐라 할 거 같아.’   이전부터 엄마는 나 혼자 집에 있기보다 그 시간에 학원이라도 가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었다.   하지만, 내가 누구?   은하초등학교 전교 1등.   학원 따윈 필요 없다며 당당하게 말했고.무사히 내 자유시간을 지켜낸 거다.   “헤헤, 게임 재밌당.”   확실히 젊은 게 좋구나~반응속도가 빠르니 더 재밌어.   미리 노트북은 치워두고 침대에 드러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으니.   삐삐삐삑-   한 10분쯤 지나 엄마와 아빠가 같이 들어왔다.   “다녀오셨슴까!”   배고파 밥!   평소처럼 반겨주었는데.   “이채원. 너 엄마한테 할 말 없어?”“크흠흠.”   싸늘한 엄마와 눈치 보는 아빠.   ‘헉, 뭐지.’   찔리는 게 한둘이 아니라 함부로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이럴 때는 역시!   “에헤헤, 몰랑.”   바보 연기가 최고—   “학교에서 싸웠다며.”   헉.   내 편을 들어줄 아빠도 눈치만 살살 보고 있는 걸로 보아 엄마의 분노는 상당한 걸로 추정.   엄마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냥 뭐… 잘 풀었는데….”“싸워서 이기면 그만이야? 너 그러다 어디 맞고 오면 엄마 아빠가 걱정할 거라고 생각 안 해봤어?”“……”   욱해서 홧김에 움직인 건 맞아서 할 말이 없었다.   종종 감정 조절이 잘 안될 때가 있는데.하필 그 타이밍이 겹쳤던 거 같기도 하다.   특히, 요 며칠간 기분이 막 오락가락 거리 는 게 확실히 정상은 아니었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잘 모르겠더라.   어려져서 그런가?   사실 지금도 속에서 뭔가 울컥울컥한다.   엄마 말이 다 옳은데, 이성적이지가 않은 느낌.   눈가가 시큰시큰해지고 나도 모르게 입술이 삐죽삐죽.   “잘못 했어, 안 했어.”“……”   잘못 했다고 해야 하는데.좀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걔가 먼저 기분 나쁘게 했는데….’   “때린 친구한테 미안하다고 사과는 했어?”“……”   고개가 절로 푹 숙여졌다.   “얼마나 아팠겠어. 친구한테 미안하지 않아?”“…미.”   미안해… 라고 대답하려고 했다.   분명 뇌에서는 그렇게 명령을 내렸거든.   근데 입이 제멋대로 열리더라.   “미, 미친놈이 나한테 먼저 찝쩍거렸어! 엄마가 뭘 알아!”   헛.   나도 속으로 흠칫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저지른 거 방으로 도주해서 쾅— 하고 문 닫기까지.   두근두근두근—   방문을 강하게 닫은 건 아니었는데.의도와 달리 소리가 너무 크게 난 거 같다.   지금이라도 바람 불었다고 할까.   뒤늦게 핑계를 대자니 엄마가 무서워서 소라게 마냥 이불속에 숨어있었다.   엄마가 내 방까지 쳐들어오진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니 그게 더 무섭더라.   밥 먹으러 오라는 소리도 안 했다니까.서러워서 진짜.   혼자 눈물을 뚝뚝 흘리다 그대로 잠에 들었고.중간에 아빠가 들어왔던 거 같기도 한데 잠결이어서 확실치는 않았다.     부모님과의 첫 마찰.   오래갈 줄 알았던 이 냉전 상태는 의외로 다음날 바로 풀려버렸다.   “끼야아아!!”“뭐야! 채원아 무슨 일이야?!”   아침에 화장실을 갔다가 바지에 묻은 선명한 핏자국을 보고 소리를 꽥 질러버렸고.   우리 가족들은 그제야 내 정체 모를 감정 기복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     제기랄 월경이라니.   다행히 생리통은 거의 없었다.   그건 축복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사람이 날카로워진다는 게 어떤 건지 몸소 체험한 느낌이 썩 달갑진 않았다.   ‘그래도 이유를 알아서 마음은 편하네.’   엄마도 당황했는지, 이것저것 알려주기도 하고 미안하다고 하기도 했다.   괜히 또 눈물이 막 나오려 하던데 이것도 호르몬 탓이겠지?   아무튼.   며칠간 지극정성 서포트를 받으며 무사히 초경을 마쳤고.평화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여느 때와 같이.나한테 듀얼이나 카드 교환하자는 애들은 많았지만.   “채, 채원아, 혹시 우리랑 같이 PC방 갈래?”   같이 게임 하자는 애들이 왜 이렇게 늘어났지…?   내가 무슨 게임 한다고 말해 준 적도 없는데 말이야.   “난 알 거 같은데.”“응? 왜?”“왜기는 네가 저번에 게임 잘하는 남자가 이상형이래서 그렇지.”“뭐어어?”   세상에.   ‘얘 도끼병 있네.’   나한테 게임 하자고 찾아오는 애들 전부 다 나한테 관심 있는 거라고?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남자들의 세상에선 게임 하면서 친해지는 건 흔한 일이고.   게이머들에겐 오직 경쟁 그리고 승부만이 있을 뿐이거늘.그런 곳에서 어떻게 사랑이 싹트냐?   ‘적이면 죽이고 아군이면 잘하라고 욕하는 곳인데.’   온라인 게임이 점점 유행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나에게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였다.   그리고.어릴 때부터 느꼈지만, 시연이 얘 은근히 공주병 있는 거 같아.  ‘음… 아니다! 어릴 땐 다 그렇지 뭐.’ 지적을 해주려다 말았다.   지구가 자신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줄 아는 저 순수함.   남자를 몰라도 너무 몰라.   시연이의 어깨를 토닥여주며 피식 웃었다.   “너도 언젠간 깨달을 때가 올 거야.”“…와, 뭐지 방금 엄청난 모욕을 당한 기분이야.”   세모눈을 뜬 시연이의 시선을 피하면서 고민했다.   ‘PC방 가보고 싶긴 해.’   전생에는 많이 갔거든.   다만, 꺼려지는 게 아직 PC방이 최신식으로 무장되기 전이고.그러다 보니 사양이나 환경적인 부분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을 테다.   ‘아빠 노트북으로 하는 거랑 비슷하지 않을까?’   용돈도 작게 받는 편이라 돈 아깝기도 하고….   “채원아.”“응?”   한창 미련을 떨쳐내고 있는데 시연이가 말했다.   “그럼, 나랑 피시방 갈래? 나도 게임 알려줘.”“네가?? 게임을??”“왜? 이상해?”   응.   하도 날 따라다니길래 어릴 때부터 듀얼킹이나 축구 등등 온갖 사내 놀이를 먹여봤지만.죄다 ‘퉤!’하고 뱉어내더라.   방금까지도 뜨개질하고 있을 정도로 여성스러운 취미를 더 선호하는 친구다.   “나도 해볼래. 궁금해.”“음…. 그래.”   뭐, 한 번쯤은.   ‘덜 친한 애들보단 시연이랑 가는 게 편하기도 하고.’   그리고 방과후. 그나마 신식이라는 PC방으로 향했다.   “오오.”   허름하게 낡은 컴퓨터들 우르르 놔두고 돈 받아먹을 거라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미, 미쳤다. 랙이 없어…!”“랙이 뭔데?”   내 예상과 달리 사양이 훨씬 좋았다.   아빠 노트북으로 하면 억울하게 죽는 경우도 많았는데 PC방 컴퓨터로 하니….   ‘완전 매끄러워!!’   신나서 공방에서 학살하고 다니며.초보자인 시연이를 데리고도 연전연승을 달렸다.   미친. 여기가 신세계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