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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모르는 척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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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모르는 척하는 방법

차현우의 결혼을 묻는 메일이 들어왔을 때, 수진은 가장 먼저 윤지은을 떠올렸다.

[차현우 대표이사가 최근 혼인신고를 마쳤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실 여부를 확인 부탁드립니다.]

배우자가 누구인지 묻는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수진은 곧 질문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다.

차현우가 결혼한 상대가 윤지은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차민석과 결혼하려던 여자가 어째서 몇 주 만에 그의 형과 혼인신고를 했는지 궁금해할 테니까.

오전에 강유나 과장과 나눴던 메신저 대화도 그 때문에 시작됐다.

[윤지은 대리하고 차민석 상무님 파혼한 게 회사에 언제 알려졌는지 아세요?]

[정확한 날짜는 모르겠는데요. 결혼식 취소됐다는 이야기가 먼저 돌았던 것 같아요.]

수진은 지은과 민석이 언제 헤어졌는지 알고 있었다. 태경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두 사람이 헤어지게 된 이유를 직접 목격한 사람이 바로 지은이었으니까. 그날 지은이 자신과 민석을 발견했을 때의 얼굴도 여전히 기억했다.

궁금한 건 다른 사람들이었다. 파혼했다는 사실은 알지만, 그 원인이 민석의 외도였다는 걸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민석과 함께 있던 사람이 자신이었다는 사실까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

수진은 유나의 답변을 다시 읽었다. 적어도 회사 사람들이 정확한 날짜까지 아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결혼식 취소 소식이 퍼질 때도 그랬다. 어느 팀에서 먼저 들었는지 모르는 이야기가 하루 만에 여러 층으로 옮겨갔다. 그때는 자신이 입을 다물고 있으면 될 줄 알았다. 누가 무슨 이유로 파혼했느냐고 물어도 개인적인 일이니 모른다고 답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제 기자까지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었다. 회사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내용과 기자가 알아낸 내용이 같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박 대리, 아까 보낸 질의서 봤어요. 회의실로 와봐요.”

홍보팀장 신정호의 말에 수진은 메일 창을 닫았다.

*

신정호는 수진이 만든 예상 질의서를 화면에 띄워 놓고 있었다. 실제 외부 문의는 결혼 여부 한 건뿐이었지만 배우자의 신상과 과거 혼담에 대한 질문도 미리 적어 둔 상태였다.

“차현우 대표님의 배우자가 차민석 상무의 전 약혼자인지 확인해 달라는 건 누가 물어본 겁니까?”

“아직 문의가 들어온 건 아닙니다. 사내에서 이미 이야기되는 내용이라 추가 질문이 나올 수 있어서요.”

“그럼 예상 질문이라고 표시하세요. 기자가 실제로 물어본 것처럼 보이잖아요.”

수진은 해당 항목을 수정했다.

“대표님 결혼 관련 문의는 지주사 홍보 쪽에 전달합시다. 우리 회사 직원의 신상을 임의로 확인해 줄 수도 없고요. 추가로 들어오면 질문 원문 그대로 남기세요.”

“혼담에 관한 질문도 답변을 보류하는 거죠?”

신정호가 고개를 들었다.

“박 대리, 왜 자꾸 혼담 이야기를 하는 겁니까?”

“기존 혼담 상대 집안과 사업 관계가 있다는 얘기도 있어서요. 관련 문의가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업은 담당 부서에서 답할 일이에요. 질문이 오지도 않았는데 우리가 먼저 이야기할 필요는 없죠.”

수진은 팀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예상 질의서의 세 번째 항목을 쉽게 지울 수 없었다. 실제로 질문이 들어왔을 때 담당자가 준비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질책받을 수도 있었다. 반대로 아직 아무도 묻지 않은 사생활을 먼저 들추었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었다. 홍보 업무에서는 어느 쪽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웠다.

그는 파일을 닫다가 생각난 듯 물었다.

“그런데 윤지은 대리하고 친하지 않았어요? 전에 둘이 자주 다니던데.”

수진은 의자 팔걸이를 쥐었다.

“예전에는 친했어요. 요즘은 따로 연락하지 않습니다.”

“그럼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것하고 공식적으로 확인된 내용은 특히 구분하세요.”

“네. 알고 있습니다.”

팀장은 자신과 민석 사이에 있었던 일을 모른다. 그저 지은과 친했던 직원이 관련 문의를 맡았으니 조심하라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도 수진은 마치 미리 대답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마음이 불편했다.

*

오후 세 시가 조금 지나 메신저 알림이 울렸다.

[수진아. 오늘 잠깐 볼 수 있어?]

윤지은이었다. 수진은 화면을 읽은 뒤 한참 만에 답했다.

[무슨 일인데?]

[홍보팀에 들어온 문의 때문에.]

강유나에게 파혼 시점을 물었던 일이 전달된 모양이었다. 수진은 네 시 반에 시간이 된다고 답했고, 지은은 건물 1층 카페에서 보자고 했다.

그때까지 수진은 홍보 일정표를 수정하고 제작사 견적서를 확인했다. 그러나 일을 처리하다 말고 자꾸 메시지를 열어봤다.

파혼 이후 지은에게 연락하려던 적은 있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전화기를 내려놓았을 뿐이었다. 사과해도 용서받지 못할 것이 뻔했고,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 그 뒤로는 연락하지 않는 게 편해졌다.

이번에는 지은이 먼저 만나자고 했다.

수진은 잠깐 자신이 입고 있는 옷까지 신경 썼다. 정장을 입은 것도 아니고 회사에서 늘 입던 블라우스였다. 지은이 그런 걸 보러 오는 건 아닐 텐데도 거울에 비친 모습을 확인하게 됐다.

마음에 걸리는 것은 따로 있었다. 이번에는 사적으로 대화하는 친구로 만나야 하는지, 회사의 문의를 처리하는 홍보팀 직원으로 앉아야 하는지부터 정할 수 없었다.

*

카페에 내려갔을 때 지은은 창가에 앉아 있었다. 수진은 출입문 앞에서 잠깐 걸음을 늦췄다. 예전에는 만나면 옆자리에 앉아 서로의 음료를 한 모금씩 마시던 사이였다. 오늘은 맞은편 의자에 앉는 것조차 어색했다.

“오래 기다렸어?”

“아니. 방금 왔어.”

수진이 음료를 주문하고 돌아오자 지은이 곧바로 물었다.

“우리 파혼한 게 회사에 언제 알려졌는지 알아봤다며.”

“홍보팀에 문의가 들어왔어.”

“차현우 대표님 결혼 여부를 물었다고 들었는데. 그거랑 우리 파혼 날짜가 무슨 상관이야?”

“지금은 결혼 여부만 물었지만 배우자 이야기도 나올 수 있잖아. 미리 확인해 두려던 거야.”

“너는 우리가 언제 헤어졌는지 알잖아.”

지은의 말을 듣자 호텔 주차장이 떠올랐다. 민석의 차 옆에 서 있던 지은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자신.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거랑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건 다르지.”

“그래서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봤다고?”

“회사에 언제 알려졌는지는 나도 모르니까. 나중에 두 사람 관계가 겹친 거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고.”

“지금 네가 말하는 두 사람은 누구야? 나랑 민석 씨? 아니면 나랑 차현우 대표님?”

수진은 답을 피했다.

“그걸 굳이 구분해야 해?”

“네가 어느 쪽을 의심하는지는 알아야 하니까.”

수진도 궁금했다. 지은이 민석과 파혼한 뒤 현우와 결혼했다는 설명만으로는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지은은 민석과 사귈 때부터 형에 관한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 수진 역시 현우를 개인적으로 알지 못했다. 그러니 둘이 어떻게 가까워졌는지, 누가 먼저 결혼 이야기를 꺼냈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결혼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그 결혼을 이해할 자격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 수도 없었다.

“나도 네가 왜 하필 민석 씨 형이랑 결혼했는지 이해가 안 돼. 그렇게 오래 만나다 헤어졌는데 몇 주 만에 결혼한다는 게…….”

“그걸 네가 나한테 묻는 거야?”

“이상하잖아.”

“그럼 언제 결혼했어야 안 이상한데?”

“그런 뜻이 아니라…….”

“수진아. 내가 민석 씨랑 왜 헤어졌는지 너도 알잖아.”

수진은 더 말하지 못했다.

“그 뒤에 누구랑 결혼하든, 그 이유까지 네가 알아야 하는 건 아니야. 네가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는 알아서 판단해. 다만 내 파혼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보고 다닐 거면 왜 필요한지 제대로 설명해 줬으면 좋겠어.”

“업무 때문에 물어본 거야.”

“그럼 나한테 확인할 수도 있었겠지.”

“우리가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 사이는 아니잖아.”

말해 놓고 수진은 실수했다는 걸 알았다. 지은이 짧게 웃었다.

“그건 맞네.”

“내가 잘못했다는 건 알아. 그런데 나도 회사에서 일은 해야 하잖아. 그때 잘못했다고 지금 하는 일까지 전부 이상하게 보면 어떡해?”

“내가 네 업무를 방해했어?”

“그런 말이 아니야. 사람들한테 파혼 이유를 계속 물어보면 너는 뭐라고 할 건데?”

“왜 그게 궁금한데?”

“나도 관련된 일이니까.”

“그러니까 네가 알고 싶은 건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겠지.”

수진은 부정하려다가 그만뒀다. 지은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수진이 정말 확인하고 싶었던 건 지은의 결혼 경위만이 아니었다. 누군가 파혼 이유를 들춰내기 시작하면 자기 이름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고 싶었다.

지은이 직접 말하지 않는다고 해도 민석이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을 수 있었고, 주차장에서 두 사람을 본 사람이 더 있었을지도 몰랐다. 그동안은 아무 일도 없었으니 앞으로도 괜찮으리라고 믿어 온 것뿐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아무 말 안 한 건 네가 걱정돼서가 아니야. 남들한테 내 사생활 설명하고 다니기 싫어서였어.”

수진은 한동안 지은이 조용히 있는 걸 자신에게 유리하게 받아들였다. 그렇게 오래 알고 지낸 사이였으니 적어도 자신을 회사에서 곤란하게 만들지는 않을 거라고 믿었다.

“나도 네 얘기 퍼뜨릴 생각 없어.”

“그럼 업무상 필요한 것만 확인해. 그리고 너도 관련된 일이라는 거 잊지 말고.”

지은이 남은 음료를 들고 일어났다. 수진은 더 말할 게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를 불렀다.

“지은아. 너 정말 괜찮은 거야?”

지은이 돌아봤다.

“무슨 대답을 듣고 싶은데?”

수진이 대답하지 못하자 지은은 그대로 카페를 나갔다.

수진은 혼자 남아 창밖을 바라봤다. 지은이 정말 괜찮은지 궁금했던 걸까. 아니면 괜찮다는 대답을 듣고 자신이 안심하고 싶었던 걸까.

지은이 민석을 떠나지 않았다면 자신은 지금 어떤 처지였을까. 그런 생각까지 했다가 수진은 고개를 저었다. 지은이 왜 떠났는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 선택 덕분에 자신의 일상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지은이 다른 사람과 결혼한 뒤에도 그 선택을 계속 자신에게 유리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

사무실에 돌아오자 신정호가 지주사에서 온 협조 메일을 보여줬다. 앞으로 차현우의 결혼 관련 외부 문의는 한쪽 창구로 모으고, 기존 혼담 상대 집안과 관련된 사업 협력에 대해서도 임의로 답변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결혼 얘기에 투자 건까지 붙었네요?”

“협력사에서 혼담이 정리됐으면 사업도 달라지는 것 아니냐고 물었나 봐요. 우리는 문의만 넘기면 됩니다.”

첨부된 사업명은 차민석이 실무를 맡고 있는 공동 투자안이었다. 최근 민석이 주말까지 검토 자료를 붙잡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어떤 조건을 조정하는지는 몰랐다.

혼담 상대 집안과 사업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수진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현우의 결혼 소식이 민석의 투자 업무와 나란히 보고될 줄은 몰랐다.

“사업 관련 문의도 지주사로 보내나요?”

“담당 부서에 확인해서 넘겨요. 아직 공식 발표도 안 된 투자안이잖아요.”

수진은 협조 요청을 정리했다. 기자는 결혼을, 협력사는 사업 관계를 물었다. 같은 결혼 소식을 두고 확인하려는 내용이 달랐다.

민석은 형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유독 말을 아끼곤 했다. 사업 이야기를 하다가도 그랬다. 이번 일 때문에 민석이 어떤 생각을 할지는 짐작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먼저 연락해 물어볼 생각은 없었다.

결혼과 투자를 연결해 질문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민석에게 알려봤자, 수진이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어디에서 들었느냐는 질문을 받을 수도 있었다.

홍보팀에 들어온 비공개 문의를 개인적인 친분 때문에 다른 부서 임원에게 옮기는 것도 적절하지 않았다. 지금 수진이 할 일은 요청 내용을 정해진 절차대로 전달하는 것이었다.

*

금요일 오전, 신정호는 홍보팀 직원들에게 대표이사 개인사와 미공개 투자 계획에 대해 추측성 답변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언론 문의는 원문과 수신 시각을 남기고 지주사에 전달하라는 것이었다.

오후 세 시를 조금 넘겼을 때 처음 연락했던 기자에게서 두 번째 메일이 도착했다.

[차현우 대표이사의 배우자가 태경라이프 윤지은 대리라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윤 대리가 차민석 상무와 결혼을 준비하다 최근 파혼한 인물이 맞습니까? 두 사람의 파혼 시점과 차현우 대표이사의 결혼 결정 사이에 관계가 있었는지도 확인 부탁드립니다.]

그 아래에 회신 시한이 적혀 있었다.

[금일 오후 6시까지 회신 부탁드립니다. 답변이 없는 부분은 확인되지 않은 사항으로 구분해 취재 내용을 검토하겠습니다.]

수진은 시계를 봤다. 3 시 17분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결혼 여부만 묻던 기자가 배우자의 이름과 민석과의 약혼 관계까지 알고 있었다. 어디에서 제보를 받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질문의 초점이 파혼과 혼인 사이의 시점으로 옮겨간 건 분명했다.

여섯 시까지 입장을 달라는 문구는 수진 개인에게 한 요구가 아니었다. 답변할 부서는 지주사였고, 담당자가 어느 범위까지 확인할지는 그쪽에서 결정할 일이었다. 그런데 수진이 어떤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묻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수진의 개인적인 기억은 공식 기록이 아니었지만, 그 기억이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바로잡는 데 필요한 정보일 수도 있었다.

“팀장님, 기자가 추가 질문을 보내왔습니다. 여섯 시까지 답변을 달라고 하는데요.”

신정호는 메일을 읽고 지주사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원문 그대로 전달하고 회신 기한 표시하세요. 배우자의 사생활까지 우리가 판단해서 답할 수는 없어요.”

“이미 이름하고 파혼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은데요.”

“기자가 안다는 것과 우리가 확인할 수 있다는 건 달라요. 대신 시간은 얼마 없으니까 빨리 올리세요.”

수진은 자리로 돌아와 기자의 질문을 다시 읽었다. 아직 민석의 외도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기자는 지은과 현우가 파혼 이전부터 가까웠을 가능성을 확인하려 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날짜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결혼식이 예정돼 있던 날, 지은이 호텔 주차장에서 자신과 민석을 발견한 날, 결혼식 취소 소식이 회사에 알려진 날. 그 가운데 자신이 직접 겪고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하루가 있었다.

-너도 관련된 일이라는 거 잊지 말고.

수진은 지주사 홍보 담당자에게 보낼 메일에 기자의 질문과 회신 기한을 적었다. 그러다 마지막에 한 줄을 덧붙였다.

[해당 약혼 관계의 당사자들과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있어, 이후 사실 확인 업무에서는 다른 담당자를 지정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습니다.]

문장을 완성하고도 전송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이해관계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설명해야 했다. 단순히 지은과 예전에 친했던 사이라고 답하기에는 이미 거짓말에 가까웠다. 팀장에게 자신과 민석의 관계까지 말해야 할지도 몰랐다.

수진은 그 문장을 지웠다.

기자의 질문과 회신 기한만 남긴 메일을 발송했다. 아직 담당자를 바꿔 달라고 말할 기회는 있었다. 신정호도 가까이 있었고 지주사에서도 추가로 연락이 올 수 있었다. 문제는 그때마다 똑같은 질문을 받으리라는 것이었다.

-왜 박 대리가 이 업무에서 빠져야 합니까?

수진은 지주사 담당자에게 전달 여부를 확인하려고 전화기를 들었다.

모니터 오른쪽 아래에 오후 세 시 사십이 분이 표시돼 있었다. 여섯 시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무엇을 더 말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