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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다 끝난 일

완벽한 파혼을 위하여 — novel.naver.com · All chapters

8. 다 끝난 일

지난 보안 조사 이후 며칠이 지난 시점이었다. 지은은 보안팀으로부터 직접 연락을 받고 면담실로 향했다.

다행히 지난번처럼 엄중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조사 담당자는 노트북과 함께 최종 정리된 보고서의 요약본을 지은의 앞에 내밀었다.

“윤 대리님, 그간 진행했던 신규 브랜드 기획서 유출 건에 대한 내부 조사 결과가 정리되어 공식 통보해 드립니다.”

지은은 담담하게 시선을 내려 보고서의 요약본을 훑어 내려갔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윤 대리님이 정식 결재망을 통해 홀딩스에 원본을 제출하신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외부 유출에 관여한 정황도 확인되지 않았고요.”

이미 1차 조사에서 확인했던 내용이었다. 다만 이번에는 자료가 실제로 어떤 경로를 거쳐 외부로 전달됐는지까지 밝혀졌다는 점이 달랐다.

조사 담당자는 페이지를 넘겨 관련 결재 문서 사본을 보여주었다.

[문서 공유 및 협조 요청서]

- 요청 부서: 태경라이프 홍보팀

- 요청자: 박수진 대리

- 공유 대상: 신규 브랜드 출시 전략안 Ver 1.0

- 경유 부서: 전략기획실

- 최종 승인자: 전략기획실장 차민석

- 사용 목적: 신규 브랜드 대외 홍보 전략 수립을 위한 기획 자료 검토

지은의 시선이 최종 승인자 항목에 머물렀다.

“차민석 실장님이 승인하셨네요.”

“네. 박수진 대리의 요청으로 최초 작성본이 홍보팀에 공유됐고, 해당 결재는 전략기획실장의 승인을 거쳤습니다. 여기까지는 정상적인 사내 공유 절차였습니다.”

조사 담당자는 이어지는 조사 결과를 설명했다.

“문제는 그다음에 발생했습니다. 박수진 대리가 신규 브랜드 홍보 시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외부 제작업체에 해당 원본 파일을 전달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외부 제작업체에요?”

“네. 해당 업체에 자료를 제공하려면 별도 승인이 필요했지만, 그 절차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회사 메일의 첨부파일 발송 기록과 업체 측 수신 내역도 확인됐고요.”

지은은 보고서에 적힌 업체명을 살펴보았다.

신규 브랜드 홍보 업무를 준비하면서 몇 차례 이름을 들었던 곳이었다. 실제 제작 계약을 체결하기 전, 홍보팀에서 시안과 견적을 검토하던 업체였다.

“그 업체에서 경쟁사로 자료가 넘어간 건가요?”

“그렇습니다. 해당 업체가 다른 기업의 브랜드 제안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었는데, 담당자가 태경라이프에서 제공받은 자료 일부를 그 제안서에 재사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조사 담당자는 자료가 인용된 부분과 업체 측 확인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경쟁사 제안서에 포함된 핵심 콘셉트와 조건부 매출 전망은 박수진이 전달한 최초 작성본의 내용과 일치했다. 업체에서도 기존 자료를 다른 제안서에 활용한 사실을 인정한 상태였다.

보안팀은 관련 메일과 첨부파일 기록, 업체가 제출한 작업 내역을 대조해 외부 전달 경로를 확인했다.

지은은 잠시 말을 잃었다.

자신이 밤을 새워 작성했던 기획서가 정식 검토 절차도 없이 외부 업체에 전달됐고, 그 자료가 다시 다른 회사의 제안서에 사용됐다는 뜻이었다.

그 일 때문에 자신은 며칠 동안 보안팀 조사를 받았고, 담당하던 프로젝트에서 제외될 뻔하기까지 했다.

“결국 홍보 시안 검토하다가 벌어진 일이었네요.”

“네. 현재까지 확인된 경위는 그렇습니다.”

지은은 보고서를 다시 내려다보았다.

“박수진 대리에게 원본을 공유하도록 승인한 건 차민석 실장님이고요.”

“맞습니다. 다만 사내 공유를 승인한 것과 외부 전송을 허가한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차 실장님의 결재 자체가 외부 유출을 지시했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조사 담당자는 관련 내용을 짚어 주었다.

차민석은 내부 협업을 위한 자료 공유를 승인했다. 그 과정에서 최초 작성본 전체를 제공할 필요가 있었는지, 자료 관리가 적절했는지는 별도로 검토할 사항이었다.

반면 박수진이 승인 없이 외부 업체에 원본을 전달한 사실은 확인됐다.

“박수진 대리의 외부 전송 건은 관련 부서에 전달됐습니다. 회사 규정에 따른 후속 조치가 진행될 예정이고요. 외부 업체에 대한 문제도 법무 부서에서 별도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윤 대리님께서는 더 이상 이 건으로 조사받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추가로 확인된 내용이 생기더라도 현재까지의 조사 결과가 달라지는 상황은 아닙니다.”

지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했습니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지은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면담실을 나와 복도를 걷는 동안에도 별다른 실감이 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누가 자신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려고 한 것이 아닐까 의심했지만, 밝혀진 유출 경위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물론 자료를 외부로 보낸 책임까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사실을 확인하기까지 자신이 겪은 일들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  *  *

오후 2시. 태경라이프 브랜드전략팀 사무실.

지은이 자리로 돌아왔을 때, 보안팀의 최종 조사 결과는 이미 관련 부서에 통보된 상태였다.

브랜드전략팀장은 지은을 불러 조사 결과와 향후 업무 진행에 관한 사항을 설명했다.

“윤 대리, 보안팀에서 연락 왔어. 자네가 자료를 유출한 건 아니라는 게 확실히 정리됐더군.”

“네. 저도 조금 전에 결과를 전달받았습니다.”

“홍보팀에서 외부 업체에 원본을 보냈다고?”

“네. 승인 없이 외부로 전달한 기록이 확인됐다고 합니다.”

팀장은 보고서를 다시 훑어보았다.

“아니, 홍보 시안을 검토하는데 최초 작성본 전체를 보낼 이유가 뭐가 있다고. 내부에서 검토할 자료하고 외부 업체에 제공할 자료는 구분했어야지.”

지은은 별다른 말을 보태지 않았다.

“박 대리 건은 홍보팀하고 인사 쪽에서 처리할 거야. 외부 업체도 따로 조치한다니까 우리 쪽에서 더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팀장은 보고서를 덮었다.

“이제 자네도 원래 업무에 집중해. 대외 홍보 일정은 아직 보류지만 내부 검토는 계속 진행하기로 했으니까.”

“알겠습니다, 팀장님.”

“그리고 홀딩스에서 최종 보고서 작성 이력을 다시 정리하라는 요청이 왔어. 최초 작성자하고 수정 담당자, 최종 승인자를 구분해서 남기라고 하네.”

지은은 팀장이 건넨 서류를 받아 들었다.

기존 최종 보고서에는 차민석의 이름만 총괄 책임자로 기재되어 있었다. 자신이 작성한 최초 기획안이 어떤 과정을 거쳐 최종 보고서에 반영됐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제가 버전별로 정리하겠습니다.”

“그래. 처음 작성한 자료부터 수정 이력까지 확인해서 올려. 내가 검토하고 결재할 테니까.”

지은은 자리로 돌아와 문서관리시스템을 열었다.

Ver 1.0부터 최종 보고서까지, 각 버전의 작성자와 수정 내용을 확인했다. 시장 조사와 타깃 고객층 분석, 조건부 매출 전망을 최초로 작성한 것은 자신이었다. 이후 전략기획실 검토를 거치며 변경된 항목도 따로 표시했다.

지은은 작성 이력표를 정리한 뒤 마지막 항목에 자신의 이름을 입력했다.

[신규 브랜드 출시 전략안 작성 이력]

- 최초 기획 및 시장 분석: 브랜드전략팀 윤지은 대리

- 수정 및 사업성 검토: 브랜드전략팀·전략기획실

- 총괄 책임 및 최종 승인: 전략기획실장 차민석

그동안 빠져 있던 이름이 제자리를 찾았다.

지은은 입력한 내용을 다시 확인하고 팀장에게 결재를 올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전략기획실에서 연락이 왔다.

차민석이 지은을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지은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았다. 보안 조사 결과가 나온 뒤 그와 마주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잠시 후 실장실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민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와요.”

민석은 책상 뒤에 앉아 보고서를 살펴보고 있었다. 지은이 들어서자 서류를 덮고 고개를 들었다.

“앉아요.”

지은은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보안팀에서 최종 결과 나왔다면서.”

“네. 확인했습니다.”

“윤 대리하고는 관계없다고 정리됐고?”

“그렇습니다.”

민석은 지은을 바라보다가 책상 위에 놓인 문서를 들어 보였다.

“그런데 내 결재 내역까지 조사 결과에 들어갔더군.”

지은은 문서를 확인했다. 최초 작성본의 사내 공유 승인 내역이었다.

“정식 공유 요청에 대한 결재 기록이니까요.”

“그건 알아. 홍보팀에서 자료가 필요하다고 해서 내가 승인한 건데, 이제 와서 내가 뭘 잘못한 것처럼 일이 커졌잖아.”

“외부 전송은 박수진 대리가 별도로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외부로 보내라고 한 것도 아니고, 그쪽에서 어떻게 자료를 관리할지까지 전부 확인할 수는 없는 거잖아.”

민석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런데 보안팀에 자네가 원본 공유 내역을 제출했다면서?”

“네. 제가 확인한 알림을 전달했습니다.”

“수진이한테 공유됐다는 걸 알고도?”

“그 사실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 겁니다.”

“윤지은. 네가 처음부터 수진이를 의심하고 있었다는 생각은 안 해?”

지은은 민석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게 조사 결과와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관계가 없다고?”

“제가 제출한 건 문서 공유 알림과 작성 이력입니다. 외부 전송 기록은 보안팀에서 확인했고요.”

“…… .”

“저는 제가 작성한 자료가 어디로 전달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보안팀에서 요청한 사실관계에도 답해야 했고요.”

“그렇다고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필요는 없었잖아.”

“이미 경쟁사 제안서에 내부 자료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조사를 하지 않았다면 누가 외부로 전달했는지 알 수도 없었겠죠.”

민석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자네는 지금 내가 잘못했다고 말하고 싶은 겁니까?”

“실장님께서 승인하신 건 사내 공유였고, 외부 유출은 별도의 문제라고 설명 들었습니다.”

지은은 잠시 말을 멈췄다.

“다만 저를 프로젝트에서 제외하려 하셨던 이유가 보안 조사 때문이라면, 이제 그 문제는 해결됐다고 생각합니다.”

민석은 지은을 가만히 바라봤다.

“업무 배제 이야기를 아직도 하고 있었어?”

“제가 담당하고 있는 일이니까요.”

“그건 회사 판단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거예요.”

“알고 있습니다.”

지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업무상 필요에 따라 변경하신다면 지시에 따르겠습니다. 다만 앞으로는 개인적인 일과 구분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녀의 말을 끝으로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 말 하려고 여기까지 왔어?”

“실장님께서 부르셨잖아요.”

민석은 헛웃음을 흘렸다. 지은은 무릎 위에 놓인 손을 고쳐 놓았다.

“그리고 결혼 문제는 이미 끝났습니다. 앞으로 사족인 감정때문에 이렇게 불러내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윤지은, 너는 정말…….”

“다른 업무 지시가 없으시면 돌아가 보겠습니다.”

민석은 책상 위의 서류를 다시 펼쳤다.

“그래요. 가봐요.”

“네, 실장님.”

지은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  *  *

퇴근 후 원룸에 돌아온 지은은 가방을 내려놓고 냉장고를 열었다.

남아 있는 반찬이 거의 없었다. 며칠 동안 회사 일에 매달리느라 장을 볼 생각도 하지 못한 탓이었다.

지은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냉장고 문을 닫았다. 그때 책상 위에 올려두었던 핸드폰이 길게 진동했다.

“어, 언니.”

—퇴근했어?

“응. 집이야.”

—회사 일은? 조사 아직도 받는 중이야?

“아니. 안 그래도 오늘 끝났어.”

—진짜? 어떻게 됐는데?

지은은 싱크대에 기대어 섰다.

“내가 유출한 거 아니라고 결론 났어. 홍보팀에서 외부 업체에 자료를 보냈는데, 그 업체가 다른 데 제안서 만들면서 우리 자료를 썼대.”

—뭐? 그럼 그동안 너한테 뭐라고 하던 사람들은?

“일단 보안팀에서는 나랑 관계없다고 정리했어. 나머지는 회사에서 처리하겠지.”

—그 수진이라는 애는?

“외부로 보낸 건 수진이 맞아. 징계 절차 들어간다고 하더라.”

잠시 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

—와…… 진짜 끝까지 가지가지 한다.

“그러게.”

—그럼 이제 회사에서 너 건드릴 일 없는 거지?

“적어도 그 일로는 없겠지.”

—근데 너 목소리가 왜 그래? 좋은 일 아니야?

“…… 좋은 일이지.”

—목소리는 안 그래 보이는데?

“그냥…… 원래 내가 한 일도 아니었잖아. 이제 그게 확인된 거고.”

—그건 그렇지.

“그래도 끝나서 다행이야. 이제 일이나 제대로 해야지.”

지혜는 몇 마디 더 잔소리를 늘어놓다가 주말에 시간이 나면 같이 밥을 먹자는 약속으로 통화를 끝냈다.

결혼식을 준비하던 물건들은 이미 대부분 정리한 상태였다. 아직 치워야 할 것이 몇 가지 남아 있었지만, 당장 손댈 생각은 없었다.

지은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늦은 저녁을 먹기로 했다.

*  *  *

며칠 뒤, 태경홀딩스에서 신규 브랜드 사업 일정에 관한 회의가 열렸다.

보안 조사가 마무리되면서 내부 검토 업무도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지은은 팀장과 함께 회의에 참석해 수정된 사업 추진 일정과 보완 사항을 설명했다.

차현우는 보고서를 살펴보다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홍보 일정은 언제부터 다시 진행할 수 있습니까?”

브랜드전략팀장이 대답했다.

“현재 보안 관련 조치는 마무리됐습니다만, 사업성 재검토 결과가 확정된 후 대외 일정도 다시 잡을 예정입니다.”

“그전까지 진행 가능한 항목은요?”

이번에는 지은이 준비한 자료를 펼쳤다.

“브랜드 콘셉트와 팝업스토어 운영안은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외부 업체와 협의해야 하는 항목은 별도로 구분해 놓았고요.”

현우는 지은이 설명하는 부분을 따라 보고서를 넘겼다.

“좋습니다. 그럼 일정에 맞춰 진행해 주세요. 중간에 변경 사항이 생기면 사업관리팀을 통해 보고받겠습니다.”

회의는 길지 않게 끝났다.

참석자들이 서류를 챙겨 회의실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지은도 팀장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현우가 입을 열었다.

“윤 대리.”

지은은 걸음을 멈췄다.

“네, 대표님.”

“잠깐 시간 괜찮아요?”

팀장이 지은을 돌아봤다. 지은이 고개를 끄덕이자 팀장은 먼저 내려가겠다며 회의실을 나갔다.

마지막 직원이 문을 닫고 나간 뒤, 현우는 테이블 위에 놓인 서류를 한쪽으로 밀어 놓았다.

“보안 조사도 끝났다고 들었어요.”

“네. 최종 결과까지 확인했습니다.”

“다행이네요. 그동안 업무 진행하는 데 불편한 점이 많았을 텐데.”

“조금 그랬지만 이제 정리됐습니다.”

현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한 가지 부탁해도 될까요?”

“말씀하세요.”

“내일 퇴근하고 잠깐 시간 내줄 수 있어요?”

지은은 순간 그를 바라보았다.

“퇴근 후에요?”

“네. 회사 밖에서 따로 드릴 말씀이 있어요.”

지은은 대답을 망설였다.

차현우는 태경홀딩스 대표이사였고, 얼마 전까지 자신이 결혼할 예정이었던 차민석의 이복형이었다.

업무라면 이 자리에서 이야기해도 될 텐데 굳이 따로 만나자고 하니 무슨 일인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혹시 회사 일과 관련된 말씀인가요?”

“아니요. 개인적인 이야기예요.”

현우는 잠시 지은을 바라보다 말을 덧붙였다.

“정확히는 제안을 하나 하고 싶어요.”

“저한테요?”

“네.”

지은은 더 의아해졌다.

“어떤 제안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결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뜻밖의 대답에 지은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결혼?’

그 단어를 들으니 자연스럽게 민석이 떠올랐다.

“……민석 씨와 제 파혼 문제라면 이미 정리됐습니다.”

“알아요. 그 이야기를 하자는 건 아니에요.”

현우의 대답은 망설임이 없었다.

지은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럼 누구 결혼 말씀인가요?”

“제 결혼이요.”

지은은 눈을 깜빡였다.

차현우의 결혼이라니.

그가 결혼을 준비하든 말든 자신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었다.

“대표님 결혼 말씀을 왜 저한테…….”

“그래서 직접 만나서 설명드리고 싶어요.”

현우는 지은의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들은 뒤 대답했다.

“이상하게 들릴 거라는 건 압니다. 하지만 윤 대리에게 제안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물론 듣고 나서 거절해도 괜찮고요.”

지은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그의 결혼에 관해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더구나 자신은 이제 막 그의 동생과 결혼을 취소한 사람이었다.

“……내일 말씀하시는 거죠?”

“네. 퇴근 후에요.”

지은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일단 말씀은 들어보겠습니다.”

현우가 가볍게 웃었다.

“고마워요. 장소는 따로 알려드릴게요.”

지은은 고개를 숙이고 회의실을 나왔다.

엘리베이터 앞에 섰지만 조금 전의 대화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차현우가 결혼에 관해 자신에게 제안할 일이 있다고 했다.

대체 무슨 제안이기에 회사에서 말하지 못하고 따로 만나자는 걸까.

지은은 한참 동안 닫힌 엘리베이터 문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