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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결혼 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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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결혼 상대

퇴근 시간을 조금 넘긴 시각, 지은은 본사 사옥에서 몇 블록 떨어진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전날 차현우가 직접 문자로 보내준 주소였다.

출근할 때 입었던 다크 네이비 슈트 차림 그대로였다. 데이트를 하러 온 것도 아니고, 사적인 만남을 위해 따로 꾸밀 이유는 없었다. 다만 비서실을 거치지 않고 대표이사와 개인적으로 약속을 잡았다는 사실은 여전히 낯설었다.

안내받은 창가 자리에는 현우가 먼저 와 있었다. 재킷을 벗어둔 그는 지은이 다가오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셨어요?”

“네, 대표님.”

그는 주문을 마친 뒤에는 별다른 안부를 묻거나 시간을 끌지 않고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어제 말씀드렸던 이야기부터 할까요?”

“네. 결혼에 관해 제안하실 일이 있다고 하셨죠.”

“맞아요. 지금 결혼할 사람을 찾고 있어요. 정확히는 일정 기간 동안 법적인 부부로 지낼 사람을요.”

지은은 처음에는 그 말이 자신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현우가 결혼 상대를 찾고 있다는 사실까지는 알겠는데, 굳이 자신을 따로 부른 이유가 무엇인지 짐작되지 않았다.

“그 제안을 윤 대리에게 하고 싶습니다.”

“……네?”

“저와 결혼해 주셨으면 해요.”

지은은 한참동안 멍한 얼굴로 현우를 바라보다가 물었다.

“대표님, 지금 농담하시는 겁니까?”

“아니에요. 진지하게 말씀드리는 거예요.”

지은은 당황스러워졌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신은 차민석과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의 이복형이 자신에게 결혼을 제안하고 있다니.

“제가 잘 이해가 안 돼서 묻습니다. 대표님 결혼 문제로 저한테 무슨 부탁을 하시려는 줄은 알았어요. 그런데 저랑 결혼을 하겠다니요. 저희는 사적으로 만난 적도 거의 없고, 무엇보다 저는…….”

“민석이와 결혼할 예정이었죠.”

“그 사실을 아시면서 왜 저한테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일반적인 결혼을 제안하는 건 아니에요. 서로 기간과 조건을 정해서 결혼하는 겁니다. 연애를 전제로 하는 관계는 아니고요.”

지은은 그제야 현우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계약결혼이요?”

“네.”

하지만, 말뜻을 이해했다고 해서 납득할 수 있는 건 다른 문제였다.

“대표님 정도 되는 분이 왜 굳이 그런 방식을 선택하시는 건데요?”

현우는 아버지 차정식 회장이 최근 다른 기업 집안과의 혼담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부터 설명했다. 단순히 나이가 찼으니 결혼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태경그룹의 사업 협력 관계와 연결된 혼담이라고 했다.

“그렇게 봐도 되겠네요. 아버지는 그쪽 집안과의 관계를 더 강화하고 싶어 하세요.”

“그럼 거절하시면 되지 않습니까? 대표님은 이미 성인이시고, 태경홀딩스 대표이사이시잖아요.”

“거절했어요. 여러 번. 그런데 아버지는 제가 거절했다고 해서 이야기를 끝낼 생각이 없으신 것 같아요. 이미 상대 집안과 만날 일정까지 잡으려고 하고 계시거든요.”

현우의 설명에 따르면 차정식은 해당 기업과 진행 중인 사업 협의에 혼담까지 연결하려 하고 있었다. 상대 집안에서도 이야기가 어느 정도 진행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은은 태경그룹 정도의 기업이라면 혼담에도 여러 이해관계가 얽힐 수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결혼할 사람의 의사까지 무시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끝까지 거절하시면 결혼하지 않으실 수도 있잖아요.”

“물론이죠. 다만 이번 일이 끝나더라도 아버지는 다른 상대를 찾으실 거예요. 그때마다 같은 문제로 부딪혀야겠죠.”

“그래서 다른 분과 먼저 결혼하시겠다는 겁니까?”

“제 결혼 상대는 제가 정하고 싶어요. 그게 아버지 뜻과 다르더라도요.”

지은은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혼담을 거절하는 것과 실제로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것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그걸 위해 혼인신고까지 하실 필요가 있습니까? 결혼한 척만 하는 방법도 있을 텐데요.”

“그렇게 하면 결국 가족들한테 설명해야 할 일이 생기겠죠. 법적으로 결혼한 상태라면 적어도 다른 혼담을 계속 추진하기는 어려울 테고요.”

“그 대신 다른 문제가 생기겠죠.”

“맞아요. 특히 윤 대리와 결혼한다면 더 그렇겠죠.”

현우는 그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현재 추진 중인 혼담을 막을 수 있다고 해서 가족과의 갈등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며, 오히려 다른 반발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렇게까지 해서 얻으시는 게 뭔데요?”

“적어도 이번 혼담은 끝낼 수 있겠죠. 제가 원하지 않는 결혼을 사업 문제 때문에 계속 검토할 필요도 없어지고요.”

“계약 기간이 끝난 뒤에는요? 그때 다시 결혼하라고 하시면 어떻게 하실 건데요?”

“그건 제가 해결해야죠. 그때의 문제까지 윤 대리에게 책임지라고 할 생각은 없어요.”

현우는 계약 기간을 10개월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 협의가 정리되는 시기를 고려한 기간이었다.

지은은 그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여전히 의문이 남았다. 결혼을 피하기 위해 다른 결혼을 한다는 발상 자체가 지나치게 복잡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지금까지 들은 이야기 어디에도 자신이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왜 하필 저인가요?”

“어떤 부분이 걸려요?”

“전부요. 계약결혼을 하실 생각이면 다른 분을 찾아보셔도 되잖아요. 대표님과 사회적 위치가 비슷한 분도 있을 테고, 이런 제안에 관심을 가질 사람도 있을 테고요.”

현우는 그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럴 수 있겠죠.”

“그런데 저는 얼마 전까지 대표님 동생과 결혼할 예정이었던 사람입니다. 회장님이나 오미경 여사께서 저희 결혼을 반기실 리도 없고요. 가족과 부딪히는 일을 줄이려는 거라면 오히려 제가 가장 부적절한 상대 아닙니까?”

“그 점은 저도 생각했어요.”

“그런데도 저를 선택하셨다고요?”

“윤 대리하고는 처음부터 서로 원하는 게 뭔지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최근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고요.”

현우는 지은이 보안 조사와 업무 배제 문제에 대응했던 일을 언급했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자신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을 바탕으로 판단하고, 납득할 수 없는 요구에는 분명하게 의견을 말하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계약을 하려면 상대가 어떤 조건을 받아들일 수 있고, 어디까지는 거절할 건지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결혼 상대를 고르는 이유가 됩니까?”

“일반적인 결혼이라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겠죠. 하지만 제가 제안하는 건 서로 조건을 합의해야 하는 관계니까요.”

계약 상대에게 그런 태도가 필요하다는 설명 자체는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조건에 맞는 사람이 자신뿐인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다른 사람을 선택하시는 편이 훨씬 간단할 것 같은데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다만 지금은 윤 대리에게 먼저 제안하고 싶습니다.”

지은은 현우가 자신을 선택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동생의 전 약혼녀라는 문제를 감수할 정도의 이유인지는 의문이었다. 그렇다고 같은 질문만 반복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일단 무슨 생각이신지는 알겠습니다. 그런데 계약결혼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현우가 생각하고 있는 기본적인 조건은 비교적 단순했다.

기간은 10개월. 그동안 실제 혼인신고를 하고 대외적으로는 정상적인 부부로 생활한다. 공식적인 가족 행사나 필요한 일정에는 함께 참석하되, 사적인 생활에는 서로 간섭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이었다.

“혼인신고까지 해야 한다는 말씀이시죠? 단순히 결혼한 척하는 게 아니라요.”

“맞아요.”

“그럼 계약 기간이 끝났다고 해서 자동으로 남남이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실제로 이혼 절차를 밟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요.”

“그 부분도 사전에 검토해야죠. 계약 기간과 실제 혼인관계가 종료되는 건 별개의 문제니까요.”

“그걸 계약서로 전부 해결할 수 있습니까?”

“전부 해결된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어요. 그래서 서로 어떤 책임을 지고,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처리할지 미리 정하자는 겁니다.”

현우는 재산 문제와 혼인관계 종료 절차에 관한 검토 사항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필요하다면 지은이 별도로 선임한 변호사에게 계약 내용을 검토받아도 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하지만 지은에게는 그보다 당장의 생활이 더 문제였다.

“같이 살아야 한다는 조건도 있나요?”

“대외적으로 부부 생활을 해야 하니까요. 같은 집에서 지내는 게 필요할 겁니다.”

“그럼 사생활은요? 한집에서 살면서 서로 간섭하지 않는 게 말처럼 쉬울까요?”

“그 부분은 생활 규칙을 정해야겠죠. 공간을 구분할 수도 있고요. 윤 대리가 불편한 조건을 무조건 받아들일 필요는 없어요.”

현우는 서로 동의하지 않은 신체적 접촉이나 친밀한 관계를 요구할 생각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적인 부부가 된다는 건 그런 조건 몇 가지만 정한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한집에서 생활하고, 가족들과 만나고, 주변 사람들에게 부부로 알려져야 했다. 계약이 끝난 뒤에는 다시 혼인관계를 정리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일까지 전부 예상할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지은은 태경라이프 직원이었다. 현우와 혼인하면 회사에서의 위치도 지금과 같을 수 없었다.

“회사에서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어떤 점이 걱정되는 건데요?”

“저희가 결혼하면 회사에서도 알게 될 텐데요. 저는 태경라이프 직원이고, 대표님은 홀딩스 대표이사시잖아요. 제 업무 평가나 인사 문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제가 원하지 않더라도 주변에서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고요.”

“그건 맞아요. 회사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까지 제가 통제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럼 어떻게 하시겠다는 건데요?”

“계약을 받아들이든 거절하든 윤 대리의 업무 평가와는 관계가 없도록 해야겠죠. 실제로 결혼하게 된다면 이해충돌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별도 절차도 검토해야 하고요.”

지은은 그 설명만으로 안심할 수는 없었다. 현우가 자신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약속하더라도, 회사 안의 모든 사람에게 같은 판단을 요구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제가 이 결혼을 해서 얻는 건 뭔가요?”

“그 부분은 보상을 생각하고 있어요. 윤 대리가 감수해야 할 시간과 부담이 있으니까요.”

“금전적인 보상 말씀인가요?”

“네.”

얼마 전 청담동 갤러리에서 오미경이 내밀었던 합의서가 떠올랐다. 당시 오미경은 파혼의 책임을 지은에게 돌리는 조항에 서명하라는 조건으로 돈을 제시했었다.

이번 제안이 그때와 같지는 않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현우가 요구하는 건 거짓 사실을 인정하라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실제 배우자로 생활해 달라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돈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부담을 감수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얼마를 주시든 제가 결혼 때문에 겪을 일을 전부 해결할 수는 없잖아요.”

“그렇죠.”

“회장님이나 오미경 여사께서 저를 어떻게 대하실지도 모르고, 회사에서 무슨 소문이 날지도 모릅니다. 나중에 이혼한다면 그 사실도 제 이력에 남을 거고요.”

지은은 말을 고르다가 덧붙였다.

“대표님께는 10개월짜리 계약일지 몰라도, 제 인생에서는 그렇게 간단히 끝날 일이 아닙니다.”

현우는 그 우려를 부정하지 않았다. 계약을 진행한다면 양측이 감수해야 할 위험과 책임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지만, 지은은 이미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제안은 감사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

지은은 자신이 왜 이 결혼을 받아들일 수 없는지 분명하게 설명했다.

얼마 전까지 다른 사람과 결혼을 준비했고, 그 일이 끝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지금은 회사 일과 생활을 다시 정리하는 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차현우와 결혼하면 오히려 새로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컸다.

무엇보다 상대가 차민석의 형이라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었다.

“대표님이 결혼을 하셔야 하는 사정은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그 문제를 해결해 드려야 할 이유는 없잖아요.”

“맞아요.”

지은은 예상보다 간단한 대답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윤 대리에게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서 제안한 건 아니에요. 필요하지 않은 계약이라면 거절하는 게 맞죠.”

현우가 별다른 설득 없이 거절을 받아들이자 지은은 오히려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다.

민석이나 오미경이었다면 자신의 거절을 이해시키기 위해 몇 번이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우는 조건을 더 제시하거나 결정을 바꾸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그럼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겠습니다.”

“윤 대리, 뭐 하나만 더 물어봐도 될까요?”

“말씀하세요.”

“조건을 정리한 초안이 있어요. 재산 문제나 혼인관계 종료 절차처럼 검토가 필요한 사항을 적어둔 겁니다. 아직 확정된 계약서는 아니고요.”

그가 서류 가방에서 꺼낸 봉투에는 몇 장의 문서가 들어 있었다.

“저는 이미 거절했는데요.”

“알아요. 그래서 꼭 가져가실 필요는 없어요. 다만 제가 어떤 조건을 생각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면 확인해 보셔도 됩니다. 읽어본다고 해서 계약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을게요.”

지은은 처음부터 받아들일 생각이 없는 제안이라는 점을 다시 떠올렸다. 그런데도 현우가 실제로 어떤 조건을 준비했는지는 궁금했다. 지금까지 들은 건 기본적인 설명뿐이었고, 구체적인 보상이나 계약 종료에 관한 내용은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읽어보기만 해도 된다는 거죠?”

“네. 결정은 윤 대리가 하는 거예요.”

지은은 잠시 고민한 끝에 봉투를 받아 들었다.

“그럼 자료는 확인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이 바뀔 거라고 기대하지는 마세요.”

“알겠어요. 오늘 갑작스러운 이야기 들으시느라 불편했을 텐데, 시간 내줘서 고마워요.”

“아닙니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레스토랑을 나선 뒤에도 지은은 현우가 자신에게 결혼을 제안했다는 사실을 쉽게 실감하지 못했다. 계약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그의 태도는 지나치게 담담했고, 자신이 거절했을 때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계약 조건을 적은 문서까지 미리 준비해 왔다.

‘대체 언제부터 생각하고 계셨던 거지?’

지은은 가방 안에 넣어둔 봉투를 떠올리며 집으로 향했다.

*  *  *

지은은 책상 위에 서류 봉투를 올려두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몇 번이나 내용이 궁금했지만, 막상 방에 들어와서는 한동안 그대로 두었다.

분명 결혼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조건이 궁금하다는 이유로 계약서 초안까지 받아온 자신이 조금 우스웠다.

‘읽어본다고 달라질 것도 없는데.’

지은은 봉투를 열어 안에 들어 있던 서류를 꺼냈다. A4 용지 몇 장과 별도의 검토 사항이 정리된 문서였다.

첫 장 상단에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혼인 계약 조건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지은은 내용을 살펴보려다가 계약 당사자란에서 눈을 멈췄다.

`갑: 차현우`

`을: 윤지은`

자신의 이름이 이미 기재되어 있었다.

단순히 가능성을 떠보려고 결혼 이야기를 꺼낸 것이 아니었다. 현우는 지은에게 제안하기 전부터 구체적인 조건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언제부터 이런 생각을 하신 거지?’

지은은 서류를 다시 첫 페이지로 돌렸다.

그리고 현우가 준비했다는 계약 조건을 다시 천천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