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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 신입 모험가

용사가 사라진 시대~그럼에도 용사가 되어보려고 합니다~ — novel.naver.com · All chapters

3화 — 신입 모험가

아침 햇살이 창문 사이로 들어오자 에린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눈을 떴다. 침대 옆 탁자에는 어젯밤 여러 번 확인했던 보호자 동의서와 모험가 길드 안내서가 놓여 있었고, 의자에는 외출하기 위해 미리 준비해 둔 옷가지가 가지런히 걸려 있었다.

오늘은 정식으로 모험가 길드에 등록하는 날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잠이 완전히 달아난 에린은 침대에서 일어나 세수를 마쳤고, 거울 앞에 서서 평소보다 신중하게 머리카락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음, 이 정도면 괜찮겠지?"

갈색 머리카락을 뒤로 묶어본 에린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아직 제대로 된 모험가 장비를 갖추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오늘만큼은 조금 더 어른스럽게 보이고 싶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부엌에서는 어머니가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식탁에는 따뜻한 수프와 빵이 놓여 있었고, 아버지는 출근하기 전 장부를 확인하며 차를 마시고 있었다.

"어머, 오늘은 깨우지도 않았는데 벌써 일어났네?"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시잖아요. 늦잠이라도 자면 큰일이죠!"

"길드가 도망가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서두를 필요는 없단다. 일단 앉아서 아침부터 먹으렴."

에린은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마리나는 딸의 접시에 빵을 올려주면서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토마스는 그런 아내를 바라보다가 에린에게 작은 가죽 주머니 하나를 건넸다.

"이건 뭐예요?"

"장비를 사는 데 보태 쓰거라. 모험가가 되려면 이것저것 필요한 물건이 많을 테니까."

주머니 안에는 은화 몇 닢이 들어 있었다. 에린은 예상하지 못한 선물에 눈을 크게 떴지만, 토마스는 대단한 일도 아니라는 듯 다시 차를 마셨다.

"아버지, 이렇게까지 안 해주셔도 되는데……."

"처음부터 네 돈으로 전부 마련하긴 어렵잖니. 대신 쓸데없는 데 낭비하지 말고, 무엇을 샀는지 나중에 알려다오."

"네! 정말 고마워요!"

마리나는 딸의 가방을 가져와 작은 붕대와 소독약이 담긴 주머니를 넣어주었다. 그리고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는 에린에게 낯선 사람을 무작정 따라가지 말라는 당부까지 덧붙였다.

"어머니, 저 이제 16살이에요. 어린애도 아닌데요."

"그러니까 더 걱정이지. 네가 얼마나 호기심이 많은데."

에린은 더 이상 반박하지 못하고 어색하게 웃었다. 사실 며칠 전에도 처음 보는 행상인이 신기한 물건을 보여주겠다고 하자 한참을 따라다닌 적이 있었기에, 어머니의 걱정이 완전히 근거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부모님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선 에린은 왕도 중심가를 향해 걸었다. 아침부터 거리는 활기가 넘쳤고, 길가에서는 신선한 과일을 파는 상인들과 물건을 구경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모험가 길드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이미 여러 사람이 접수대 앞에 줄을 서 있었다. 에린은 어제 안내받았던 3번 창구로 향했고, 그곳에서 서류를 정리하던 리아가 그녀를 발견하고 반갑게 인사했다.

"어머, 에린 씨! 오늘도 일찍 오셨네요."

"안녕하세요, 리아 씨! 부모님께 허락받았어요. 여기 동의서도 가져왔고요!"

"잘됐네요. 그럼 서류부터 확인해 볼까요?"

리아는 동의서에 적힌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보호자 서명과 주소, 비상 연락처까지 빠짐없이 확인한 뒤 다른 서류 몇 장을 꺼내 에린 앞에 펼쳐놓았다.

"이제 정식 등록을 진행할게요. 먼저 길드 규정을 읽고 서명해 주세요. 의뢰를 수락한 뒤에는 임의로 내용을 변경할 수 없고, 위험한 상황에서는 길드에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이에요."

"네, 알겠습니다."

에린은 안내문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생각보다 규정이 많아 조금 놀랐지만, 대부분 안전과 의뢰인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내용이었기에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았다.

서류 작성을 마치자 리아는 작은 금속패 하나를 꺼냈다. 손바닥보다 작은 회색 패에는 검과 방패가 교차한 길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아래쪽에는 에린의 이름과 F등급을 나타내는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에린 씨. 오늘부터 정식 모험가예요."

"와아……!"

에린은 두 손으로 금속패를 받아 들었다. 특별히 화려한 장식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길드에서 가장 낮은 등급을 나타내는 물건이었지만 그녀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첫 번째 증표였다.

"이걸로 정말 모험가가 된 거네요?"

"네. 다만 처음부터 무리하지는 마세요. 오늘은 간단한 의뢰를 하나 경험해 보는 게 어떨까요?"

"좋아요! 어떤 의뢰가 있나요?"

리아는 접수대 옆에 놓인 의뢰 목록을 펼쳤다. 도시 주변의 약초 채집부터 물품 운반, 창고 정리, 농장 일손 돕기까지 다양한 의뢰가 적혀 있었지만, 에린이 기대했던 마물 토벌이나 던전 탐사 같은 일은 보이지 않았다.

"……생각보다 평범하네요."

"후후, 처음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그렇게 말씀하세요. 하지만 이런 일들도 누군가는 해야 하거든요."

에린은 목록을 다시 살펴보았다. 그러다 왕도 남쪽 외곽에 있는 약초밭에서 약초를 채집해 달라는 의뢰가 눈에 들어왔고, 보수도 다른 의뢰에 비해 나쁘지 않았다.

"저는 이걸 해보고 싶어요."

"남쪽 약초밭 채집 의뢰군요. 지정된 구역에서 회복초 20포기를 채집하는 일이에요. 위험한 마물은 거의 나타나지 않지만, 길을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하셔야 해요."

"네! 그 정도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리아는 의뢰서를 확인한 뒤 작은 지도와 약초 그림이 그려진 종이를 건넸다. 그리고 채집한 약초를 담을 자루까지 챙겨주며, 해가 지기 전에는 반드시 돌아오라고 당부했다.

길드를 나온 에린은 곧장 남쪽 성문으로 향했다. 도시 외곽으로 나가는 것은 처음이 아니었지만, 오늘은 단순한 외출이 아니라 정식으로 의뢰를 수행하러 가는 길이었기에 발걸음이 평소보다 가벼웠다.

성문을 통과하자 넓은 들판과 완만한 언덕이 펼쳐졌다. 멀리서는 농부들이 밭을 갈고 있었고, 길가에는 작은 야생화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에린은 지도를 펼쳐 방향을 확인한 뒤, 약초밭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회복초 20포기라…… 생각보다 금방 끝나겠는데?"

그러나 그 생각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뀌었다.

약초밭에 도착한 에린은 그림과 비슷하게 생긴 풀을 발견할 때마다 허리를 숙여 살펴보았다. 문제는 회복초와 비슷한 모양의 잡초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고, 처음 30분 동안 그녀가 찾아낸 회복초는 고작 3포기뿐이었다.

"이상하다. 분명 그림에서는 이렇게 생겼는데……."

에린은 종이를 펼쳐 실제 풀과 비교했다. 잎의 끝이 조금 더 둥글고 줄기 아래쪽에 붉은 무늬가 있다는 설명을 뒤늦게 발견하자, 그제야 자신이 엉뚱한 풀만 살펴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하, 그러니까 이걸 구분해야 하는 거구나."

그 뒤로는 채집 속도가 조금씩 빨라졌다. 하지만 허리를 숙였다 일어나는 동작을 반복하다 보니 허벅지가 뻐근해졌고, 흙을 파헤치는 동안 손가락 사이에는 흙먼지가 잔뜩 끼었다.

한참을 작업하던 에린은 근처 나무 그늘에 앉아 물을 마셨다. 아침에는 영웅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집을 나섰지만, 정작 모험가가 되어 처음 하는 일이 풀을 뽑는 것이라는 사실이 조금 우습기도 했다.

"뭐, 처음부터 대단한 일을 할 수는 없는 거니까."

에린은 자루 안에 담긴 약초를 세어보았다. 지금까지 채집한 것은 14포기였고, 앞으로 6포기만 더 찾으면 의뢰를 완료할 수 있었다.

그때 근처 풀숲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에린은 고개를 돌렸다. 처음에는 바람에 풀이 흔들리는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잠시 후 작은 그림자 하나가 풀숲 사이를 빠르게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토끼인가?"

그녀는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풀숲을 살펴보려던 순간, 회색 털을 가진 작은 동물이 갑자기 튀어나와 그녀의 발치로 달려들었다.

"으앗!"

에린은 놀라 뒤로 물러섰다. 눈앞에 나타난 것은 토끼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이마에 짧은 뿔이 달린 마물이었고, 녀석은 날카로운 앞니를 드러내며 낮게 으르렁거렸다.

어린 뿔토끼였다.

길드 안내서에서 본 적이 있는 가장 낮은 위험도의 마물 중 하나였지만, 실제로 마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에린은 당황한 채 허리춤을 더듬었고, 곧 자신이 제대로 된 검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맞다. 아직 검도 안 샀지……!"

그녀가 가진 무기는 허리춤에 넣어둔 작은 작업용 단검뿐이었다. 에린은 그것을 꺼내 들었지만, 뿔토끼는 오히려 그녀의 움직임에 놀란 듯 몸을 낮추더니 곧장 앞으로 달려들었다.

에린은 급하게 옆으로 몸을 피했다. 뿔토끼의 뿔이 바지 끝을 스치고 지나갔고, 중심을 잃은 그녀는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아야……! 잠깐, 너 왜 이렇게 사나워!"

뿔토끼는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방향을 돌렸다. 에린은 급히 몸을 일으키며 주변을 살폈지만, 손에 쥔 단검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가렌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실제 마물은 공격한다고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에린은 숨을 고르며 자세를 낮췄다. 뿔토끼가 다시 달려들자 이번에는 무리하게 막으려 하지 않고 옆으로 피했으며, 녀석이 지나간 틈을 이용해 조금씩 거리를 벌렸다.

그런데 몇 번이나 공격을 피하다 보니 이상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뿔토끼는 에린이 일정한 거리 이상 물러서면 더 이상 쫓아오지 않았다. 대신 풀숲 앞을 서성이며 계속 으르렁거렸고, 그녀가 가까이 다가갈 때마다 다시 공격할 자세를 취했다.

"……설마 저기 뭔가 있는 거야?"

에린은 풀숲 너머를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그곳에는 작은 뿔토끼 2마리가 몸을 웅크리고 있었고, 아직 제대로 자라지 않은 새끼들은 어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듯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에린은 그제야 상황을 이해했다.

"아, 새끼들을 지키고 있었구나."

그녀는 단검을 천천히 집어넣었다. 그리고 더 이상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뒤로 물러섰으며, 어미 뿔토끼가 경계를 풀 때까지 충분한 거리를 유지했다.

잠시 후 뿔토끼는 풀숲 안으로 돌아갔다.

에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물을 처음 만났다는 사실에 긴장하기도 했지만, 무작정 싸우려 들었다면 자신도 다치고 새끼들을 지키던 뿔토끼도 다쳤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우…… 모험가가 되는 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네."

그녀는 바지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다시 약초를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남은 회복초를 모두 발견할 수 있었고, 해가 기울기 시작할 무렵에는 자루에 정확히 20포기를 채워 넣었다.

왕도로 돌아왔을 때는 오후 늦은 시간이었다.

에린은 길드 접수대로 향해 자루를 내밀었고, 리아는 약초의 상태를 하나씩 확인한 뒤 의뢰 완료 도장을 찍었다.

"회복초 20포기, 전부 확인됐어요. 첫 의뢰 성공을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어요."

"처음에는 다들 그래요. 그래도 시간 안에 잘 마치셨네요."

리아는 작은 동전 주머니를 건넸다. 에린은 처음으로 자신의 힘으로 벌어들인 의뢰 보수를 받아 들었고, 손바닥 위에 놓인 동전들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큰돈은 아니었다.

아버지가 아침에 건네준 장비 구입비보다도 훨씬 적은 금액이었지만, 에린에게는 그 어떤 돈보다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리아 씨, 오늘 약초밭에서 뿔토끼를 만났거든요."

"어머, 다치지는 않으셨어요?"

"네, 괜찮아요. 새끼들을 지키고 있던 것 같아서 그냥 피해 왔어요."

리아는 에린의 설명을 듣고 잠시 생각하더니 의뢰 기록지에 몇 가지 내용을 추가했다. 그리고 약초밭 근처에 뿔토끼가 둥지를 만들었다면 다른 채집자들도 주의해야 한다며, 위치를 자세히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에린은 지도를 펼쳐 자신이 마물을 발견한 장소를 표시했다. 리아는 그 내용을 길드의 위험 정보에 반영하겠다고 설명했고, 에린은 단순히 약초를 채집하는 것 외에도 이런 보고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롭게 배웠다.

"오늘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내일도 의뢰를 받으실 건가요?"

"네! 물론이죠. 그런데 그전에 장비부터 좀 알아보려고요."

"좋은 생각이에요. 다만 처음부터 비싼 장비를 구입할 필요는 없어요. 본인에게 맞는 물건을 천천히 찾아보세요."

에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길드를 나섰다. 하루 종일 걸어 다닌 탓에 다리는 무거웠고, 약초를 캐느라 손끝도 조금 아팠지만, 이상하게도 발걸음만큼은 가벼웠다.

집에 돌아오자 마리나가 현관에서 그녀를 맞이했다. 에린은 신발을 벗기도 전에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토마스까지 거실로 나오자 약초 채집부터 뿔토끼를 만났던 순간까지 빠짐없이 설명했다.

"그래서 새끼들이 있는 걸 보고 그냥 물러났어요. 괜히 싸울 필요는 없잖아요."

"잘했구나. 위험한 일을 피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거지."

토마스는 안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나는 딸의 바지에 묻은 흙을 보고 세탁할 옷부터 갈아입으라고 말했지만, 에린이 처음 받은 보수를 보여주자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어머니, 이거 제가 처음으로 번 돈이에요!"

"어머, 정말? 그럼 잘 보관해야겠네."

"아뇨. 이걸로 내일 빵을 사 올게요. 아버지랑 어머니 것도요."

"그렇게 힘들게 벌었는데 네가 쓰지 그러니?"

"괜찮아요. 앞으로 더 많이 벌면 되죠!"

에린은 자신 있게 대답했지만, 사실 오늘 하루만으로도 돈을 버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약초 20포기를 찾기 위해 몇 시간이나 허리를 숙였고, 예상하지 못한 마물을 만나 놀라기도 했으니까.

그날 밤, 에린은 책상 앞에 앉아 작은 수첩을 펼쳤다.

길드에서 받아온 안내서와 달리, 이 수첩은 앞으로 자신이 경험한 일들을 기록하기 위해 준비한 물건이었다. 그녀는 첫 장에 날짜를 적고 오늘 수행한 의뢰와 배운 것들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회복초는 잎의 모양과 줄기 아래쪽의 붉은 무늬로 구분해야 한다는 것, 뿔토끼는 새끼를 지킬 때 공격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위험한 상황에서 무조건 싸우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까지.

마지막으로 오늘 받은 보수를 적은 에린은 잠시 고민하다가 그 아래에 작은 문장을 덧붙였다.

[첫 번째 의뢰는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내일도 열심히 해야겠다ㅎ.]

에린은 수첩을 덮으며 미소 지었다.

아직 그녀는 검 한 자루 제대로 갖추지 못한 F등급 모험가였다. 세상을 구할 만한 힘도 없었고, 누군가에게 영웅이라고 불릴 만큼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 처음으로 자신의 힘으로 의뢰를 완수했고, 그 과정에서 책으로는 배울 수 없었던 것들을 경험했다.

에린은 침대에 누워 내일 방문할 장비점의 위치를 떠올렸다. 검을 고르는 일도 기대됐지만, 오늘처럼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을 때 자신이 조금 더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가 더 궁금했다.

창밖에서는 평화로운 왕도의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막 모험가가 된 소녀의 하루도 그렇게 저물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