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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아웃(3)

육성선수가 야구를 잘함 — novelpia.com · All chapters

트라이아웃(3)

내가 했던 말에 대한 책임을 행동으로 지라고 말하는 듯한 코치. 무슨 이야기냐고?  진짜 내야 외야 수비를 전부 다 시켜보더라. 1루 2루 유격 3루, 좌익 중견 우익까지.  그래도 겨울임을 감안해서 다이빙을 해야 잡을 엄두가 나는 타구를 안 날려준 것은 최후의 양심인가?"좋아, 잠시 쉬게!""후우, 네." 겨울이라 땅이 아주 단단하게 꽝꽝 얼어붙은 상황. 이런 땅에서 다이빙 캐치라도 하다가 자세가 잘못되면 어디 하나가 부러지고도 남는다.  결국 운동선수는 자신의 몸이 재산인 사람이고, 굳이 이 구단의 트라이 아웃이 아니더라도 몸을 더 만들어서 다른 구단 트라이 아웃에 지원해도 되니까. 무리는 절대 금물. 사실 급한 상황이긴 한데, 급하다고 해서 조급한 플레이로 이어지면 안된다. 조급한 플레이는 반드시 실수나 부상으로 이어지기 마련. 냉정하게 생각하면 급해질 필요도 없었다. 이 정도 툴이면 웬만한 더블 A 팀에서 주전을 꿰찰 정도는 된다. 잘 쳐주면 트리플 A급 타자 정도는 될 거고.  트라이 아웃에 지원한 대부분의 타자는 싱글 A급의 선수. 나와 강혁이형을 제외한 나머지 타자들은 전부 트라젝트 아크의 묵직한 포심에 배럴타구를 만들어내는 것조차 하지 못했다.  트라젝트 아크가 KBO 1군 선수 급의 포심이었으니, 최소한의 대처는 된다는 계산이 서는 셈. 나를 안 뽑으면 코치 눈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것이니, 미련 없이 다른 팀 트라이아웃에 지원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키가 너무 커도 확실히 불편하다. 높은 무게 중심으로 인한 민첩성의 저하는 필연적. 역시 이정도 덩치에는 1루수나 코너 외야수가 제일 맞는 핏. 내야도 가능이야 하겠지만… 솔직히 이정도 수비 범위라면 1루 말고는 애매하다. 물론 구단에서 내야를 보내겠다고 한다면 거부할 마음은 없다. 그게 프로의 자세니까."좋아. 아주 좋아! 수고했네! 자네, 지금 당장 계약서 쓰지. 여기 계약 담당 직원 좀 불러줘!""저기…, 박코치님. 지금 담당 직원이 없습니다.""뭐? 그게 무슨 소리야!?" 직원이 다가와 조심스럽게 이야기하자 바로 발끈하는 코치. 약간 다혈질인가? 뭐, 스타일 따라 다르겠지만 별 상관은 없다. 프로 스포츠 판에서 온갖 인간 군상을 다 경험했으니까.  "자네. 아니지. 유성현이라고 했나? 성현 군. 집 주소가 어떻게 되나? 내일 우리가 찾아가도록 하지.""집 말씀이십니까?""그래. 내일 다시 여기까지 오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그럼 저야 감사하죠.""스프링 캠프에는 참가할 수 있겠지?""아, 스프링 캠프… 해외인가요?""당연한 소리를. 우리 구단의 경우는 일본 구단과 협약이 되어 있어서 1군과 2군이 같이 오키나와로 향할 예정이네. 당장 2주 후에 출발 할 예정이라 신경 써야 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야.""역시 필수 참가죠?""…지금 스프링 캠프에 참여를 안 하겠다고?" 급속도로 굳어지는 코치의 표정에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그게… 여자친구가 임신 4주차라…""…뭐? 자네 19살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여자친구가 임신을 해? 혹시 미성년자는 아니지?""아, 동갑입니다. 둘 다 성인이고, 법적으로는 이미 아내입니다. 혼인신고는 이미 마쳤어요.""허어…? 그래서. 지금. 국내에서 혼자 남아서 몸을 만들겠다고? 실전 감각은 어떻게 하려고 그러지? 야구 선수의 1년은 스프링 캠프에서 결정 난다고 봐도 무방한 건 알고 있나?""…참가하겠습니다." 코치의 날카로운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저 말은 사실이다. 야구 선수의 1년 성적은 스프링 캠프에서 얼마나 몸을 잘 만드느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법. 아쉽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 했다. 아직 몸이 크고 있는 상황에서 스프링 캠프에서 죽어라 굴러도 모자랄 판인데, 빠진다는 것은 어불성설."자네 여권은 있나?""아.""오늘 당장 여권부터 만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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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자네 혹시 투수도 할 예정인가? 고등학교 1학년 까지는 투수였다고 했지?""아니요. 말씀드렸던 대로 키가 아직도 크는 상황이라 제구가 안 잡힙니다.""그래… 수고했네. 내일 집에서 만나도록 하지.""수고하셨습니다." 대화를 끝내고, 강혁이 형에게 배팅 장갑을 돌려주었다. "잘 썼습니다, 강혁이 형.""그,그래… 그런데 너 진짜 잘하더라. 타격폼이 오타니 보는 것 같았어.""좌타 타격폼은 오타니를 베이스로 한 폼이 맞습니다. 체격이 비슷한지라.""그래? 어쩐지 비슷하더라. 코치님도 바로 계약하자고 한 거야?""아, 거기까지는 대화가 안 들렸습니까? 내일 집으로 찾아오겠다고 하셨습니다.""…부럽네.""형님, 타격만 놓고 보면 형보다 나은 선수 없었어요. 뽑히지 않을까요? 육성 선수 뽑는 트라이 아웃인데?""말만 이라도 고맙다…" 내 타격과 수비를 보고 잔뜩 기가 죽어버린 강혁이 형. 이름 값 참 못하네. 결국 모든 스포츠는 멘탈 싸움이고, 자신감을 잃어버리면 죽도 밥도 안되는 법인데, 쯧쯧. 묘하게 전생의 내 모습이 겹쳐 보여 쓸데없는 말이 나갔다.  "형님 이제 일정 없으면 저희 밥이나 한 끼 하시죠. 이것도 다 인연인데.""엇, 미안한데… 내가 전역하고 사설이나 장비 산다고 돈을 너무 많이 써서…" 하긴, 독립리그 선수가 돈이 어디서 나올까. 당연히 연장자로서 밥을 사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인지 완곡하게 거절 의사를 밝힌 강혁이 형. "제가 사겠습니다.""아니 그러면 내가 너무 미안해서… 나 진짜 괜찮아.""흠. 네." 가방에서 은하가 챙겨준 수건으로 땀을 꼼꼼히 닦고, 외투를 걸쳤다. 그 사이 타자 쪽은 전부 끝난 모양. 곁눈질로 봐도, 역시 강혁이 형만큼의 타격을 보여준 선수는 없었다. 이제 투수 쪽 차례인데, 괜찮은 선수가 있을까?"재형아!! 투수 차례인데 와서 공 좀 받아라!" 재형? 설마 박재형은 아니겠지? 그 녀석이 아직도 포수를 하고 있으면 그거야 말로 재앙인데? "네!" 포수 장비를 전부 장착한 건장한 남자가 군기 잡힌 대답과 함께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굉장히… 익숙한 얼굴이다. 잊을 수가 없지. 이 녀석은.  나를 이번 생에 야구장으로 강제로 끌고 온 녀석 아닌가."…어? 유성현?""너, 아직도 포수에 미련 못 버리고 있었냐? 타이탄즈 지명 받은 건 알고 있었다만.""아니, 진짜 유성현이네!?""뭐야, 둘이 아는 사이야?""…부끄러운 동창입니다.""드디어 내 마음을 알아줬구나! 그래, 너와 나라면 우리 부산 타이탄즈를 우승 시킬 수 있다. 난 한번도 그걸 의심하지 않았다고! 네가 갑자기 야구를 그만두고 전학을 갔을 때조차 난 의심하지 않았어!""대충 이런 놈입니다.""…제정신인가? 아, 미안." 요즘 같은 시대에 보기 힘든 사람이다. 그 누구보다도 부산을 사랑하며 부산 타이탄즈의 우승을 염원하는 미친놈.  계속 공을 흘리는 타이탄즈 포수를 보며 내가 포수가 되어 타이탄즈를 우승 시켜 보겠다는, 말도 안되는 목표를 세우고 결국 부산 타이탄즈의 지명까지 받은 녀석. 하지만 중학교 내내 내 공을 흘렸던 것을 생각하면…  솔직히 말해 포수에 재능은 없었다.  포구? 블로킹? 볼 배합? BQ? 포수의 기본기 중에 뭐 어느 것 하나 특출난 것 없는 선수. 그나마 송구가 정확하고 팝 타임이 빠르다 그거 하나는 봐줄만 했던 녀석.  사실 이 녀석이 지명 받은 것부터 말이 안되는 거다. KBO가 얼마나 인재 난에 시달리는지 알 수 있는 아주 확실한 증거.  하긴 출산율도 낮아져서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인데 팀은 오히려 10개로 많아졌으니 질적 하락은 피할 수 없었겠지."박재형! 뭐해!! 빨리 와서 공 받아라!""아, 네!" 재형이가 사라지자, 강혁이 형이 쓰게 웃었다. "타이탄즈가 마지막에 우승한 해가 1992년 아닌가? 거의 40년째 우승을 못하고 있는데… 불쌍하네. 저 친구.""뭐, 같이 다니면 재미는 있습니다. 신선한 또라이라.""그래, 그래보여.""아무튼 형님, 그럼 이제 서울로 다시 가십니까?""응? 어, 내일까지는 부산에 있으려고. 군대 동기랑 만나기로 해서. 결과도 내일 알려준다고 하니 오늘 올라가긴 좀 그래서.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먼저 가볼게.""항상 자신감을 가지세요. 결국 사람이 하는 스포츠, 멘탈이 제일 중요하니까. 스프링 캠프에서 뵙죠.""…그래. 고맙다." 재형이 형이 먼저 떠나고, 나는 가만히 서서 투수 쪽을 바라봤다. 이 날씨에 투수도 뽑다니. 부상 당하기 딱 좋은 날씨인데. 역시 40년 무관팀에는 이유가 있는 걸까? 온도가 낮고, 바람도 차갑게 부는 상황. 이런 날씨에서는 제 구속이 나올 수가 없다. ㅡ뻐억! 오, 저 사람은 공이 꽤 괜찮은데? 흔하디 흔한 우투수지만 제구력이 나쁘지 않았다. 구속은 좀 낮아 보여도 그거야 몸도 만들기 전에 추운 날씨임을 감안해야 한다. 그런데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데? 결국 육성 선수를 뽑는 자리다. 구속이야 훈련하면 늘릴 수 있고, 제구력은 감각을 타고 나야 하는 거라… 저 정도면 충분히 뽑을 만 한데?"…괜찮군. 자네, 변화구는?""슬라이더와 스플리터, 변형 패스트볼로 커터를 던질 줄 압니다.""좋네. 슬라이더부터." 코치의 생각도 나와 같았는지, 다른 참가자들에게는 요구하지 않았던 변화구도 요구하고 있었다. 슬라이더 궤적이 특이한데? 보통 우타자 몸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우투수의 슬라이더가 오히려 우타자 몸 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궤적이다."좋아, 스플리터!""네!" 스플리터도 꽤 나쁘지 않은데? 나이 때문에 방출 당한 건가? 냉정하게 봐서 1군급의 공은 아니었으니까.  나이가 좀 있는 2군 투수면 언제 방출 당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것이 프로의 세계였으니.ㅡ우웅. 그렇게 트라이 아웃을 지켜보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렸다.[어머니]"여보세요."ㅡ 아들, 그 트라이 아웃인가는 끝났어?"네. 끝났어요. 천천히 오셔도 돼요. 다른 선수들 보고 있어서."ㅡ 그럼 은하 태워서 갈게."은하요!?"ㅡ 너는 엄마랑 통화하면서 은하만 찾지?"어머니… 이해 좀 해주세요. 신혼이잖아요."ㅡ 15년을 그렇게 붙어 다녔는데 아직도 그렇게 좋아?"크흠." 사실 15년이 아니라 60년 정도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