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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캠프(2)

육성선수가 야구를 잘함 — novelpia.com · All chapters

스프링캠프(2)

황재훈. 별명은 한국의 4번 타자. 부산 타이탄즈에서 7년 동안 뛴 후,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여 4년동안 준수한 활약을 펼치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현 시대 한국 최고의 타자. 한 2년 정도는 더 메이저리그에 남아도 될 기량이라고 평가 받던 그가 돌아온 이유는 단 하나. 타이탄즈의 우승이었다. 부산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타이탄즈의 팬이 되었던 그는 초-중-고를 다니며 타이탄즈를 우승으로 이끌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고,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번으로 타이탄즈에 입단해 첫 해부터 좋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혼자서는 우승은 커녕 가을야구도 진출하기 힘들었다. 뭔가 될 것 같은데 싶으면 온갖 사고가 발생했으니. 고액 FA로 들어온 선수의 십자 인대가 박살나고, 애지중지하며 키우던 유망주가 성범죄 혐의로 제명을 당했으며, 성적 압박에 시달리던 감독이 쓸만한 불펜 투수들을 계속 갈아버려 수술대로 보냈다.  결국 단 한번도 우승은 커녕 가을야구조차 번번히 진출 실패. 타이탄즈라는 팀에 대한 애정 하나로 KBO에 남으려고 했지만, 팬들이 그를 MLB로 보냈다. 이런 꿈도 희망도 없는 팀에 남지 말고, 더 큰 곳으로 나가 꿈을 이루라고. 신인 시절부터 꾸준히 사직 구장에 찾아오며 응원하던 팬들의 비통한 절규와 에이전트의 간곡한 설득 앞에 그도 마음을 접었다.  출신에 따라 파벌 싸움을 하는 고참들, 그걸 방관하는 무능력한 감독 코치, 다른 팀에게 호구잡히는 트레이드만 하는 단장, 어이없는 실력의 용병만 데려오던 스카우트 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 결국 그도 타이탄즈를 떠났고, 타이탄즈는 여전히 야구를 못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살인적인 일정에서도 타이탄즈의 경기를 꼬박꼬박 챙겨보던 그는 희망을 가졌다. 그가 메이저리그에 있던 4년의 마지막 해. 파벌 싸움을 하던 대부분의 고참이 은퇴했고, 감독과 코치가 바뀌고, 단장이 바뀌었으며, 스카우트 팀도 대거 바뀌었으니까.  구단주의 아들이 구단을 이어받고, 대대적인 개혁을 선언하여 많은 것들이 바뀌고 있었다. 기량이 아예 떨어지기 전, 마지막 도전이라는 마음 가짐을 가지고 돌아온 타이탄즈. 이적 첫해인 작년에는 꼴등을 하며 3년 연속 꼴등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그가 합류하고도 꼴등이라는 처참한 성적. 하지만 그는 진심으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용병이 나쁘지 않았고, 파벌 싸움을 하던 고참도 없어졌고, 젊은 유망주들이 많았다. 리빌딩 목적으로 데려온 감독도 상식적인 경기 운영을 했다.  작년 꼴지는 지독한 부상에 시달린 이유가 컸다. 야수쪽에서 4번 타자인 자신을 제외하고 풀타임을 치른 선수는 용병 타자 단 한 명 뿐. 온전히 풀타임을 가져갔다면… 그래도 가을 야구는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투수도 마찬가지. 4선발의 팔꿈치 인대가 터졌고, 인대 접합 수술로 인한 시즌 아웃. 용병 투수 한 명은 시즌 중 등 근육 파열. 대체 용병도 고관절 부상.  오죽하면 부산 타이탄즈가 아니라 부상 타이탄즈라고 했을까? 시즌 초 봄까지는 2등을 달리며 좋았지만, 계속되는 부상에 후반기에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의 체력 저하가 겹치며 최종 순위는 결국 꼴등.  하지만 올해는 달라야 했고, 달라질 팀이라고 생각했는데… 주전 3루수와 필승조 불펜 투수 한 명이 FA로 떠나고. 마무리 투수는 교통사고. 주전 포수는 음주운전 사망 사고를 내는 역대급 병크를 터뜨렸다.  팀이 안 풀려도 이렇게 안 풀릴 수가 없었다. 부상에서 돌아오는 복귀자들을 잘 수습해서 다음 시즌, 날아오를 준비를 했어야만 했는데… 모든 것이 꼬인 상황.  오죽하면 겨울에 트라이 아웃까지 열어서 육성 선수를 받았겠는가? 지금 1군 베스트 라인업 9명 중 2명이 빈 상황이다. 안 그래도 얇은 선수층이 더 얇아졌다. 조금이라도 팀에 도움이 될 만한 선수가 필요한 상황."조카야.""아, 네.""진짜 타이탄즈 우승시키려고 야구 다시 시작했나?""아, 박재형…" 난감한듯 웃는 눈 앞의 육성 선수, 유성현. 193이라는 거구인 자신보다도 더 큰 키에 길쭉한 팔과 다리. 다만 체중이 좀 부족해 보였다. 그걸 감안해도 피지컬이 굉장히 좋다. 육성 선수라는 것을 알지만 룸메이트 신인 박재형이 입이 닳도록 칭찬하던 선수.  확실히 이 피지컬이면 구속도 꽤나 빠를 터. 음, 타이탄즈 선수라면 이 정도는 커야지. 박재형의 말로는 중간에 야구를 그만두지 않았다면 전체 1번도 가능했을 투수. 박재형이 좀 이상한 신인인 것은 알고 있었으나, 실제로 몸을 보니 상당하다.  이 녀석이 대체 선발이나 불펜으로 합류한다면 큰 힘이 되어 주지 않을까? "조카야, 공 좀 던지나?""공은 좀 던지는데… 저 타자인데요?""…엥?""아, 박재형 걔가 제가 투수라고 했나요?""어어. 그런데. 타자라꼬?""네.""스윙 함 봐도 되겠나?""당연하죠." 스윙 연습을 하기 위해 자리를 옮기자, 익숙한 얼굴이 다가왔다. 자신의 룸메이트, 신인 포수 박재형."유성현!! 결국 합류했구나! 그래. 네가 공을 던지고, 내가 받으면 그것이 최강 타이탄즈의 승리 공식! 자! 가자! 우리가 타이탄즈의 우승 트로피를 되찾아 오는 거다!""뭐라고 하는 거냐? 나 타자 전향했어.""…엥?""엥은 무슨. 블로킹이나 잘해 임마. 네가 욕하던 포수들처럼 공 뒤로 흘리지나 말고.""그런가…! 투타 겸업을 할 생각이구나!!""투타 겸업은 무슨, 사람 죽을 일 있냐?""어째서냐! 유성현!! 네 직구는 내 미트에 안 들어올지언정 굉장한 구위였는데!!!""아, 제발." 황재훈은 두 신인의 대화에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이래나 저래나, 타자라면 자신이 조언해줄 부분이 있겠지. 박재형은… 솔직히 말해 재능이 없었다. 아마도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할 것이다. 주전 포수가 공백인 상황이 아니었으면 2군 스프링 캠프에서 시작을 했을 거다. 애초에 포수는 키우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포지션이니까. 하지만 음주 운전으로 사망 사고를 낸 주전 포수는 영구 제명된 상황. 급하게 박재형같은 고졸 신인까지 1군 스프링 캠프에 올렸지만… 당연히 기대 이하였다. 애초에 8라운더에서 뽑은 포수니까. 특히 타이탄즈는 일본 구단과 연이 있어 대다수 투수들의 주력 변화구가 스플리터. 즉 급격하게 아래로 떨어지는 구종이라 블로킹 능력이 중요했는데, 고졸 신인 포수가 스플리터 블로킹을 하면 얼마나 하겠는가?  결국 1군에서는 도저히 쓸 수 없는 포수, 그나마 타격이라도 좋으면 백업으로 놔두기라도 할텐데 그것도 아니었다."크흠. 조카야. 함 쳐 봐라.""네." 황재훈은 기대치를 낮췄다. 3년간 야구를 쉬었고,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했다.  2군 코치인 김 코치님이 타자 물건 한 명이 들어왔다고 했지만… 아마 다른 타자가 아닐까?ㅡ 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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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시원하게 가르며 호쾌하게 돌아가는 배트. 배트 스피드가 상당하다. "어?" KBO 기준 이 정도의 배트 스피드면 1군 선수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 심지어 타격폼이 완성되어 있었다. ㅡ 따아악! 공이 앞으로 나가다가 설치해둔 벽에 막히고 떨어졌다. 순간 다른 선수들의 시선이 집중될 정도로 경쾌한 소리."음." 상당한 배팅 능력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찌푸린 표정. 황재훈은 조언할 거리를 찾았지만… 어, 굳이 조언이 필요한가?"뭐 불편한 거 있나?""아. 배트가 조금 그래서요.""배트? 배트가 와?""좀 다른 배트를 쓰고 싶은데… 제가 돈이 없어서.""다른 배트?""네. 조금 긴 배트를 쓰고 싶어서요.""그러면 바깥쪽 공에 너무 취약하지 않겠나? 특히 좌투수가 슬라이더 던지면 대응이 힘들 건데?.""아 스위치라 괜찮습니다.""스위치 히터? 우타석 함 서봐라." 황재훈은 속으로 웃었다. 타자 전향을 했다고 들었는데, 스위치 히터? 아마 트라이 아웃에서 어필하기 위해서 했을 터. 분명 우타석에서는 조언할 부분이 있을 거다. 있어야만 하는데… 왜 안정적이지?#"후우." 나는 호흡을 고르게 하고, 황재훈을 쳐다보았다. 한 30번 정도 쳤나? 내 시선에 멍한 표정을 푸는 황재훈."어, 잘하네. 그래. 어….""저 그럼 다른 훈련하러 가도 되겠습니까?""젠장!! 유성현!! 도대체 타격은 언제 연습한거냐아아앗! 나보다도 잘 치잖아!""그냥 네가 못치는 거야… 재형아. 제발 소리 좀 그만 질러….""크윽. 질 수 없다!""하아…"  내가 한숨을 내쉬던 말던, 박재형은 열정적으로 연습 타격을 시작했다. 아, 진짜.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 먹는 거야? 금붕어도 아니고."야, 내가 몇 번을 말하냐. 인앤아웃 스윙이 기본이라고. 아웃앤인 스윙하지 말라니까?""앗. 미,미안…""좀 더 팔꿈치를 안 쪽으로 붙이라고. 어깨 먼저 열리지 말고. 3년 동안 나아진 게 없네. 그렇게 맞추기 급급한 스윙은 2스트라이크 이후에 몰렸을 때나 하는 거라고.""이렇게?""그래. 그렇게. 2스트라이크 먹기 전에는 자기 스윙을 가져가야 할 거 아니야?" 내가 박재형에게 훈수를 하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는 황재훈. 좀 건방졌나? "그, 조카야.""아, 네.""삼촌이라 부르라니까. 뭐, 삼촌이 불편하면 형으로 불러도 좋고.""그럼 재훈이 형으로 부르겠습니다.""니… 뭐 야구 쉬는 3년 동안 미국 유학이라도 갔다 왔나?""아뇨. 그냥 인문계에서 공부했습니다.""허허…."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는 황재훈. 그도 그럴 것이, 이 사람은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사람이다.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숫자의 유망주가 모이는 곳. 그도 수많은 유망주를 보았겠지만 나처럼 19살의 신인, 그것도 길바닥 출신이라는 육성 선수가 20년 경력의 베테랑 뺨치는 스윙을 보여주면 저런 반응이 정상이다. "육성 선수는 6월부터 등록이 되던가? 시범 경기는 나올 수 있제?""저도 6월부터로 압니다. 시범 경기는 나올 수 있고요.""시범 경기가 기대되네. 화이팅 해라이." 황재훈은 미소를 지으며 사라지더니, 이내 배트를 하나 들고 왔다."조카야. 이거 네가 쓰는 것 보다 조금 긴 배트거든? 내가 협찬 받은 건데 나는 이 배트 안 써가꼬. 이거 함 써볼래?""오, 감사합니다.""그래. 배트 잘 쓰고. 6월에 1군에서 보자이." 역시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는 타자답게 내 포텐을 알아본 모양. 씨익 웃으며 배트를 주길래 나도 웃으며 배트를 받았다. 아싸, 공짜 배트. 프로야구에 쓰이는 나무 배트는 20만원은 가볍게 넘는데, 보통 구단에서 일부만 지원하거나 선수가 사비로 구입해야 한다. 최저 연봉인 나에게는 꽤 부담스러운 금액."제가 1루수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하시려구요?""어쩌긴 뭘 어째. 감독님한테 지명 타자 한다고 드러누워야지." 내 농담을 유쾌하게 웃으며 받아주는 황재훈. 이 사람이랑은 꽤 잘 맞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