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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캠프(3)

육성선수가 야구를 잘함 — novelpia.com · All chapters

스프링캠프(3)

1군과 2군이 합쳐졌지만, 딱히 바뀌는 일은 없었다. 1군이 1군인 이유가 있듯이, 2군이 2군인 이유가 있는 법. 솔직히 내 눈에는 거기서 거기긴 한데. 그리고 육성 선수라는, 1군도 2군도 안 되는 우리 세 명은 항상 뭉쳐 다니게 되었다. 원래 있던 육성 선수도 있었지만, 끼리끼리 뭉치는 법."와. 진짜 타구 질이 다르네…""형님도 몸 조금 더 끌어올리면 훨씬 나아지실 것 같은데요?""나는 뭐… 일단 키가 좀 작아서. 홈런은 좀 치기 힘들지 않을까?""아뇨. 형님 전완 두꺼운 편이라 충분히 손목 힘이 괜찮아서 정타로 맞추면 넘길만해요.""그런가…?""속고만 사셨나. 결국 제 말대로 트라이 아웃에 붙어서 지금 이러고 있는 거 아니에요?""그, 그건 그렇네." 강혁이 형은 다 좋은데 자신감이 너무 부족하고, 멘탈이 영 좋지 않다. 프로 선수로서는 굉장한 단점이다. 스포츠는 분위기 싸움이라는 말이 왜 있겠는가?  결국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 하기 때문이다.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재능이라고 생각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멘탈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래서야 원. 야구, 특히 거포 타자에게 재능은 손목 힘이고, 손목 힘을 좌지우지 하는 근육은 전완근이다.  전완근은 종아리 근육처럼 아예 유전자 레벨에서 타고나야 하는 근육인데, 강혁이 형의 전완근은 꽤 두꺼운 편. 체구가 좀 작으면 어떤가.  손목 힘이 좋다는 가정 하에 정타를 맞추면 쉽게 펜스를 넘기는데."아. 투수 코치님 진짜 집요하시네…""기현이 형, 그 일본인 투수 코치 말씀 하시는 거죠? 뭐라고 해요?""아. 릴리스 포인트가 일정해야 한다고 하고 스플리터 던질 때는 팔 각도가 조금 높다고, 좀 통일하라고 하는데…""좋은 조언이네요.""이게 포심이랑 커터는 쉬운데 스플리터는 팔 각도를 통일 하기가 쉽지가 않아서.""그래도 하셔야 해요. 1군 콜업 되시려면.""맞지. 포심 커터 슬라이더만 던질 수는 없으니.""그런데 형, 슬라이더 궤적이 좀 특이하시던데요?""어, 어떻게 알았어?""트라이 아웃에서 보고 있었어요.""이게 나도 스위퍼처럼 던지고 싶었는데 잘 안되더라고.""그래도 KBO에는 좌타가 많으니까 오히려 좋지 않을까요?""그건 그렇지." 기현이 형의 슬라이더는 궤적이 확실히 특이하다. 손에서 빠지는 순간 커브처럼 살짝 위로 올라갔다가 떨어지면서 우타자 몸 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특이한 궤적. 그립을 확인하니 전형적인 슬라이더 그 자체. 궤적 자체만 놓고 보면 오히려 서클 체인지업에 가깝다. "차라리 좌타 상대할 때 투구판 왼쪽에 서서 던지면 좋지 않을까 싶은데요.""성현이 너, 방금 코치님이랑 똑같은 소리를 한 거 알아…?""크흠." 아, 또 쓸데없는 소리를 했나. 이게 다 박재형 때문이다. 야구 부에서 하도 내가 해준 조언들이 좋다고 떠들어서 같은 부원들이 나에게 조언을 요구했고, 그걸 반복 하다 보니 습관적으로 조언이 튀어나갔다. "아무튼 내일이 벌써 청백전이네요.""성현이 너 선발이지?""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잘해라, 우리 몫까지.""강혁이형이랑 기현이 형도 기회 한번은 줄 것 같은데요? 솔직히 2군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아서.""그래?""믿으셔도 좋습니다." 내 말에 씨익 웃는 기현이 형. 이 형은 다른 구단 1군과 2군을 오가며 뛰다가 팔꿈치 수술로 인해 방출을 통보 받았다고 했다. 재활이 길어지는 것이 이유였다고. 그래도 140 중반의 포심, 130 초반의 역방향 슬라이더, 130 후반의 커터. 130 중반의 스플리터까지. 꽤 괜찮은 투수인데, 방출 당시에는 커터와 스플리터가 없었다고 한다. 우타자 잡으라고 불펜으로 올려 보냈는데 우타자 몸 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슬라이더를 던졌으니 잡아 당기는 우타자들에게 두들겨 맞았다고.  오히려 좌타자 상대로 성적이 좋은 전형적인 역 스플릿 형의 투수. 소위 말하는 생각하면서 던질 줄 아는 투수다. 커터를 배웠던 이유도 슬라이더가 역방향이라 우타자를 상대할 구종이 필요해 스스로 배웠다고. 역방향이라고 해서 꼭 같은 손 타자에게 약한 건 아닌데. 우타자가 작정하고 당겨 치는 거포형 타자면 저런 궤적의 슬라이더는 매우 위험하다. "자, 다들 지금까지 고생했다! 내일 자체 청백전 선발 엔트리에 못 들었다고 해도 경기에 한 번 정도는 기회를 줄 예정이니 너무 낙담하지는 말고." 그리고 찾아온 자체 청백전. 말이 청백전이지 사실상 1군 대 2군 + 육성 선수의 경기다. 1군 로스터의 숫자 제한은 30명. 2군과 육성 선수까지 전체를 합치면 거의 60명. 정말 의외인 점은, 박재형. 그 녀석이 1군 로스터에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아니 스플리터도 제대로 블로킹 못하는 폐급이 도대체 어째서…? ㅡ 그래서 내일 청백전은 방송 안 해줘?"아마 안 할 것 같은데… 잘 모르겠네. 자체 유튜브로는 할 수도?"ㅡ 했으면 좋겠다!  루틴이 되어버린 은하와의 영상통화. 이제 임신 7주차에 들어서며 입덧이 심해졌다고 하는데… 옆에 있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다. 체중도 좀 빠진 것 같은데. 괜찮으려나."입덧은 좀 어때?"ㅡ  괜찮아. 이게 다 우리 아이를 만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하나도 안 힘들어! 애초에 그렇게 심하지도 않은데? 안 힘들리가 있나. 장모님이 몰래 말해줬는데, 입덧이 좀 심한 편이라고 했다. "은하야."ㅡ 응?"시범 경기는 대부분 중계하니까. 그 때는 기대해도 좋아."ㅡ 진짜지?"그럼. 내가 누군데?" 언제해도 즐거운 은하와의 통화가 끝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침대에 누우니 강혁이 형이 앓는 소리를 냈다."아, 서럽다 서러워. 누구는 죽어라 훈련만 하고…""강혁이형, 뭐 제 아내 친구라도 소개 시켜 드릴까요?""진짜?!""그럴 시간에 스윙이나 더 하세요.""야 임마! 와, 너 진짜 너무한거 아니냐!?""모솔은 조용히 좀 해라.""아니 기현이형 까지!?" 반응이 이렇게 찰진데 놀리지 않을 수가 있나.  1군과 2군의 자체 청백전. 나는 1번 타자에 3루수로 나섰다. 의도가 보인다. 지금 주전 3루수는 비어있다. FA 이적을 했고, 보상 선수로 내야 백업 선수를 받아왔지만 수비는 괜찮은데 타격이 심각한 수준.  거 참, 야구하기 딱 좋은 날씨네."잘 부탁드립니다." 심판을 맡은 1군 코치에게 인사를 건네고, 포수 마스크를 쓴 박재형에게도 인사를 건넸다."블로킹 연습은 좀 했냐?""어. 많이 했지. 조심해라. 루카스 공 좋다.""루카스?"  음. 기억에 있는 선수는 아닌데. 얼굴을 보니 MLB에서는 못 봤던 선수다. 훤칠한 백인. 나이가 꽤 젊어 보이는데?  이름을 보니 미국 출신이겠고. 어디 공 좀 볼까? 우투수라서 좌타석에 서서 타격 자세를 잡았다. 보통 이 시기 투수들의 공은 아직 몸이 덜 만들어져서 밋밋한 편이다. 구속도 낮고, 무브먼트도 밋밋하고. 아직 2월 후반이니 당연한 셈. 아무리 그래도 임마, 한 가운데 포심을 던지면 어떡해?ㅡ 따아아악!! 강렬하고도 경쾌한 소리, 스윙을 했음에도 팔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볼 것도 없는 공이다. 구속은 뭐 대충 140 초반 정도. 외국인 용병 치고는 많이 아쉬운데?  아무런 세레머니 없이 조심히 배트를 내려놓고 1루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조카야, 스윙 쥑이네.""1루수 자리 내놓을 준비 하십쇼, 형님.""나도 함 보여줘야겠는데?" 재훈이 형과 간단한 잡담 이후 홈으로 돌아오니 1군과 2군 선수들이 다양한 눈빛으로 나를 주시했다. 놀라움, 경계심. 뭐 그런 것들. 덕아웃으로 돌아오자 반겨주는 건 역시 육성 선수 듀오."와 진짜 좌타석 스윙은 봐도 봐도 아름답네. 배트 스피드가 더 빨라진 것 같은데? 나도 너처럼 해볼까?""제 타격폼은 키가 좀 커야 한다니까요? 형님 타격폼도 잘 만든 타격폼인데 굳이?""이러다가 시범 경기에도 선발 엔트리 들겠다. 성현아.""형님도 드셔야죠." 2군 선수들은 글쎄. 명백한 경쟁자를 보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들 입장에서는 갑자기 나타난 재앙과도 같겠지. 1군 자리는 한정적이니까. 미안하지만 나도 먹여 살릴 가족이 있어서 말이야. 루카스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글러브로 입을 가리고 연신 뭐라뭐라 하는데 F로 시작해서 K로 끝나는 단어가 아닐까?"으악!" 무명 육성 선수에게 홈런을 맞아 멘탈이 나갔는지, 타자의 몸 쪽으로 날아가는 공. 아… 멘탈 쓰레기 투수인가? 투수라는 생명체들은 보통 예민함을 기본으로 깔고 간다. 하물며 젊은 투수? 감정 컨트롤이 미숙한 경우가 태반이다. 심지어 미국에서 야구하다가 변방 KBO로 왔으니 자존심도 많이 상해있는 상황일거고. 그런데 MLB에서 활동한 황재훈도 아니고 1군 타자도 아니고, 2군. 그것도 육성 선수 따위에게 초구 홈런을 맞았다? 멘탈에 금이 갈만 하지.ㅡ 볼넷!  급하게 투수 코치와 박재형이 마운드를 방문했다."아임 쏘리! 비커즈 내탓!!! 마이 리드 이즈 배드!!!" 저 미친 새끼. 영어도 제대로 못하면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심지어 여기까지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외쳐서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와. 네 동창 진짜 이상하네…""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자체 청백전은 15대 1로 끝났다. 1군은 그래도 1군이었다. 2군 투수의 몸도 덜 만들어진 것은 마찬가지. 1군 타자들은 신나게 배트를 휘둘렀고, 2군 선발 투수는 안타 몇 번 맞더니 볼질으로 자멸. 저런 볼질이야 말로 최악의 투수다. 투수가 아무리 노력해도 안타를 안 맞을 수 없고, 홈런도 안 맞을 수 없다. 하지만 볼넷은 주지 않을 수 있다. 제구가 안되는 편도 아닌데 크게 빠지는 볼질이라니. 100구를 던진다고 했을 때 실투가 아예 없는 투수? 그랙 매덕스 급의 제구력을 갖춘 투수가 아니면 불가능에 가깝다. 볼넷은 타자로 치면 삼진 먹는거랑 똑같은 건데. 저런 피칭이라니. 공이 외야로 뻥뻥 날아가서 수비고 나발이고 서있을 이유가 없더라. 재형이는 2군 투수의 공도 제대로 못 쳐냈고, 그 이후 다른 포수로 교체 당했다. 강혁이 형은 1군 불펜에게서 안타를 뽑아냈다.  그리고 제일 돋보인 사람은 역시 기현이 형. 3타자를 깔끔하게 삼자 범퇴 처리. 기현이 형의 투수로 나왔을 때는 내 쪽으로 오는 강습 타구를 잡아 아웃으로 연결 시켜줬다. 루카스는 타순이 일순하고 다른 용병 투수인 알베르토로 교체. 연습 경기라 30~40구 정도만 던지는 듯 했다. 알베르토는 공이 꽤 좋았다. 2월 인데도 상당한 구속과 무브먼트. 제구는 좀 날리긴 했는데… 실링 자체는 좋아 보였다. 풀카운트까지 가서 커브가 크게 빠지며 볼넷을 얻었다. 1루로 걸어가는 나에게 웃으면서 스페인어로 친구, 좀 치네? 로 말하는 것을 보니 멘탈은 꽤 좋아 보였다. "너도 공 괜찮네." "뭐야, 스페인어 할 줄 알아?" "뭐, 조금은?" 메이저리그에서 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25퍼 정도다. 나머지는 대부분 도미니카 공화국, 베네수엘라, 멕시코 같은 스페인어를 쓰는 국가 출신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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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에서 오래 있다 보면 간단한 스페인어는 배우고 싶지 않아도 배우게 되는 법. "호오. 그래? 나중에 봐, 빠삐." "언제 봤다고 빠삐야?" 아주 웃기는 녀석이네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