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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캠프(4)

육성선수가 야구를 잘함 — novelpia.com · All chapters

스프링 캠프(4)

청백전 이후, 우리 육성 선수 3인방에게 카메라를 들고 다가오는 여자 직원 분. 영상팀인가?"안녕하세요. 잠시 인터뷰 좀 가능할까요?""어, 타이탄즈 TV 영상팀인가요?""네네!" 프로 경험이 있던 기현이 형이 대표로 나섰다. 자체 유튜브 영상팀인 모양."오늘 청백전에서 세 분 활약이 대단하셨는데, 일단 세분 자기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아, 저는 채기현이고… 투수입니다.""저는 최강혁입니다.""유성현이요.""아잇, 그러시면 영상으로 쓸 수가 없어요! 확실하게 어필을 해주셔야죠!" 어필은 실력으로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난데없는 부탁에 당황한 기현이 형은 우리 두 명에게 시선을 보냈으나, 우리 둘은 쿨하게 무시했다. 아니 이런 건 나이가 있는 사람이 대표로 나서야지. 음음."세 분은 겨울 트라이 아웃에서 뽑힌 육성 선수들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나요?""네. 맞습니다. 제가 투수고, 옆의 동생들은 타자." 기현이 형과 강혁이 형의 인터뷰가 끝나고, 나에게 카메라를 들이미는 직원분."안녕하세요, 유성현 선수!""네.""키가 굉장히 크시네요?""그런 소리 많이 듣습니다." 스프링 캠프 기간동안 또 1cm 가 컸다. 이제는 198cm. 이제 그만 좀 크라고…. 질문을 몇 가지 해서 받아줬고, 그날 저녁 타이탄즈 티비의 유튜브 영상에 올라갔다. 조회수는 2.5만. 다른 영상들에 비하면 확연히 떨어지는 조회수. 프랜차이즈도, 신인 드래프트에서 뽑은 유망주도 아닌 육성 선수들이니 당연하다.   하지만 프로 경험이 없던 강혁이 형은 감동받은 것인지 몇 번이나 영상의 댓글을 새로고침하며 나에게 반응을 알려줬다."성현아, 너 타이탄즈에 어울리는 인재라는데?""뭐, 어울리긴 하죠?" 타이탄즈. 거인이라는 뜻. 뭐, 실제로도 거인이 맞으니까 할 말은 없다. 내년까지는 키가 클 것 같은데. 2m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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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냥이 트리오? 이건 무슨 뜻이지?""아. 이 팀에서는 길냥이라고 하냐? 보통 천민출신이라고 하는데.""기현이 형 무슨 뜻인지 알아요?""말 그래도 길바닥 출신이라고. 신인 드래프트에서 뽑히지 못하고 육성 선수로 입단했으니까. 보통 상위 드래프트 픽은 귀족 출신이라고 하고 육성 선수는 천민 출신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인간도 아니고 길바닥 출신 고양이라는 거지.""아… 좋은 뜻은 아니네요.""강혁이 형. 댓글 볼 시간에 훈련을 하든, 아니면 잠을 자든 하세요. 어차피 그거 본다고 뭐 달라져요? 야구만 잘하면 길냥이라고 부르는 사람 없어져요.""성현이 말이 맞다. 야구만 잘하면 팬들이 응원해준다고.""…못하면요?""죽일 놈이 되는 거지. 나도 파이터즈 1군 경기 때 1이닝 3실점 하니까 팬들이 야구접고 꺼지라더라." 그 말을 하고 낄낄 웃는 기현이 형. 이 형은 아무리 봐도 꽤 좋은 투수다. 기본적인 멘탈이 좋다. 다음 날 우리 세 명은 1군 스프링 캠프에 합류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어제의 홈런은 그냥 밋밋한 실투를 잘 친 거고. 실제 1군 경기에서 홈런을 만들어 내려면 아직 몸을 더 만들어야 하는데… 시간, 시간이 부족해.   1군 스프링 캠프에 합류하니 반겨주는 재훈이 형."조카야, 왔나. 옆의 아는 누고? 기현이는 내랑 경기서 함 본 적있고.""안녕하세요. 재훈이형. 인사하시죠.""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최강혁이라고 합니다! 혹시 싸인 하나만 가능하실까요!?""그래. 인사하고 나중에 해주께.""어라, 저를 기억하세요?""당연히 기억하지. 그 서클 체인지업 던져서 나한테 홈런 맞지 않았나?""그거 슬라이던데…""어잉?" 황재훈은 보통 당겨치는 타입의 거포 우타자. 기현이형의 슬라이더 정도는 당겨치면 홈런을 충분히 만들어내고도 남는다. 그렇게 주장에게 인사를 한 우리들은 또 세 명이서 뭉치게 되었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마냥 나타난 육성 선수 3명이 1군 스프링 캠프에 합류했다?  그 순간부터 1군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사람이 된 것이니. 황재훈처럼 확고한 주전이 아니라면 경계할 수 밖에 없는 상황. "헤이, 빠삐!" "어이가 없네. 우리 어제 처음 만났거든?" "뭐 어때? 스페인어 할 줄 알면 다 빠삐지. 이야, 스페인어 누구한테 배웠어? 아주 원주민인데?" 빠삐. 스페인어를 쓰는 베네수엘라에서 친한 친구를 부를 때 쓰는 단어. 알베르토는 남미 출신의 용병답게 아주 흥이 넘치는 녀석이었다.  키는 한 180 후반 정도인가? 메스티소 특유의 약간 검은 피부색. 수염을 길게 기른 알베르토 옆에 서있는 사람은 나도 아는 선수였다. 작년에 타율 0.347 / 출루율 0.401 / 장타율 0.512 / OPS 913의 용병 타자. 200개의 안타를 쳐내며 최다 안타 왕에 등극한 타자, 루이스.  부산 타이탄즈에 입단하면서 그래도 1군 주전 정도는 알아야 할 것 같아 검색했었다. 작년 지독한 부상 병동에서 황재훈과 루이스, 이 두 선수만 풀타임을 뛰며 공격을 이끌었다. 내 기억 속에 있던 선수기도 하다. 원래는 중견수를 볼 정도로 뛰어난 스피드까지 겸비한 5툴 플레이어 였다.  십자인대 수술과 햄스트링 파열로 주력이 심하게 망가져 결국 메이저리그에서 사라졌는데, 여기에서 야구하고 있을 줄이야. 컨택 하나는 메이저에서도 알아주던 타자. 다만 자기가 칠 수 있는 공이 넓다 보니 볼넷이 적어서 타출갭이 좀 낮은 것이 흠. 거구에서 나오는 파워도 있어서 작년 홈런은 20개. 홈런 개수는 떨어져도 꾸준하게 안타를 치며 출루하는 유형의 타자.  키도 그렇고 여러모로 나와 비슷한 점이라면 역시 스위치 히터라는 점인데, 남미 쪽 선수들이 스위치 히터를 하는 이유는 연봉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서 스위치 히터를 지향하곤 한다.  보통 좌/우 타석간의 차이가 크면 굳이 스위치 히터를 할 이유가 없으나, 그는 거의 비슷한 성적을 냈다. 홈런만 우타석이 좀 적었을 뿐. "네가 알베르토가 말한 빠삐인가? 반가워, 난 라울 루이스라고 해." "난 유-성-현. 어떻게 부르던 편하게 불러. 유라고 부르던기." 은근히 낯을 좀 가리는 것 같은데? 조용히 인사하는 루이스.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덩치 값을 좀 못하네. "두 사람 국적이 같은건가?" "오 빠삐. 정확하게 봤어. 우리 둘 다 베네수엘라 출신이지" "빠삐는 무슨, 연습이나 하지?" 내 말에 씨익 웃는 알베르토. 넉살이 수준급이다. "어제 스윙 멋지던데. 너도 스위치 히터인가?" "어, 맞아." "그런데 타격 폼이 아예 다르던데, 이유가 있어?" "음… 설명하면 좀 긴데…" 생긴 것 과는 다르게 내성적인 루이스는 타격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 눈빛이 달라졌다. 이래나 저래나 야구에는 진심인 모양. 1군 스프링 캠프와 와서 달라진 것은 역시나 감독과 코치의 개입이었다. 내가 훈련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2군 감독과 타격 코치와는 달랐다."유성현이라고 했나?""네.""앞으로 잘 부탁하지. 감독인 박태석이라고 하네." 박태석. 야수 발굴과 선수단 관리에 일가견이 있는 리빌딩 전문 감독. 상식적인 불펜 운영과 선수 관리를 하지만 승부처에 판단을 잘못 하는 경우가 잦은 편이라고… 트리위키가 그러더라. 3년 계약에 올해가 마지막 해. 직전 2년 성적은 10등 10등. 다만 첫 해는 고참들의 은퇴와 신인 기용의 리빌딩 시즌이었고, 작년은 부상의 여파가 너무 컸다고 적혀있었다.  프런트에서도 연속 꼴등을 했지만 이유가 있었기에 가만히 넘어가는 모양. 다만 올해에도 가을 야구에 가지 못하면 재계약은 힘들다는 평가가 대부분."자네 왔나. 오랜만이군. 수석 코치 김진영일세.""아, 안녕하십니까." 트라이 아웃 때 나랑 약간의 설전이 있었던 코치도 옆에 있었다. 그래도 계약금도 챙겨주라고 했던 것을 보면 나쁜 사람은 아닌 듯 한데, 수석 코치였구나. 특이한 점이 있다면 1군 투수 코치가 일본인 이라는 것? 1군 타격 코치도 외국인이었다. 영어를 쓰고 백인인 것을 보니 미국인 같은데? "헤이, 유. 잠깐 타격 밸런스 점검 좀 하지." 옆에 있던 통역이 한국어로 이야기 하려 해서 제지했다. "아 통역 안 해주셔도 됩니다. 저 영어 할 줄 압니다." "오, 유. 발음이 네이티브 같은데? 미국 출신이야?" "순수 한국인입니다." "그 몸으로?" 쿨하게 웃는 타격 코치. 인상이 꽤 푸근하다. 뱃살이 아주 두툼한데, 한번 쳐보고 싶네. 타격 코치는 나를 배팅랩이라는 공간으로 데려갔다. 아 이거 앳저트로닉이잖아? 초고속 카메라의 한 종류로, 초당 수백-수만 프레임 화면을 고화질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주는 기계다. 투수나 타자 둘 다 자세 교정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카메라. 커쇼 벌렌더 슈어저 그레인키. 한국에서는 커벌슈그라고 부르던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투수들이다. 그 중 벌에 해당하는 저스틴 벌렌더가 이 카메라를 이용해서 슬라이더를 교정했다는 이야기는 꽤 유명한 일화. 그 외에도 메이저리그에서 쓰는 다양한 장비들까지. 트라젝트 아크에 이어 엣저트로닉, 스윙 카탈리스트 까지. 2군 시설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1군은 차원이 달랐다. "스위치 히터라고 했지? 일단 좌타 10번 . 우타 10번씩 해보지." "예." 스윙이 끝나고 분석 결과를 알려주는 코치. "유, 우타석에서 스윙할 때 어깨가 약간 빨리 열리는데, 차라리 이중 동작으로 스윙해볼래?" "이중 동작?" "먼저 팔꿈치를 내리고 그 다음 팔로 스로우를 하는 방법이지. 동작을 구분한다고 생각하면 편해." 흐음, 이런 느낌인가? 팔꿈치만 먼저 내렸다가 그 다음 어깨를 열어 주는 건가? "좋아, 나쁘지 않군. 10번만 더 해보지. 물론 불편하면 다른 방법을 제시하지" "괜찮습니다. 딱히 불편하지도 않구요." "젠장, 유. 아주 마음에 드는구만." 좋은 코치다. 장비도 활용할 줄 알고, 자신의 의견을 강제하지 않고 선택지를 열어주기까지 한다. 이렇게 좋은 장비와 코치들로 꼴등이라니. 타이탄즈는 도대체…?